판타지스타

SEGA의 RPG 게임에 대해서는 판타시 스타 시리즈 문서를, 일본의 만화에 대해서는 환타지스타(만화)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1 개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플레이중에서 언제나 가장 어려운 것을 고르고 있다.

평범한 3골보다는 화려한 1골을 넣는 것이 좋다. 그것이 판타지스타다.[1]
- 로베르토 바조

축구에서 위대한 선수를 칭하는 말. Fantasista는 이탈리아의 단어다. Fantasy Star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재주꾼,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킨다. 축구에서는 득점력[2][3], 드리블, 패스는 기본이고 감탄이 나오게 하는 센스까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관객을 홀리는 선수에게 칭해진다.

판타지스타가 특정 포지션이나 롤을 뜻하는 용어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찬사이다. 다만 판타지스타라는 용어가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롤이나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을 판타지스타라고 불렀고, 이게 확장되어 환상적인 플레이어를 판타지스타라고 부르게 됐다. 판타지스타라는 용어가 이탈리아에서 나온만큼 정통 판타지스타는 보통 바조, 델 피에로를 말하고 토티나 카사노, 피를로도 판타지스타로 치기도 한다. 이탈리아 이외에도 환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판타지스타 혹은 그에 비견되는 다른 표현을 쓰기도 했다. 판타지스타라는 용어가 바조 이후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바조 이전의 플레이어는 보통 판타지스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펠레와 마라도나는 분명 바조와 델 피에로보다 위대한 선수지만, 이들은 판타지스타라고 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안정환, 박지성, 박주영 등을 판타지스타라고 불렀는데, 이 중에 이탈리안 판타지스타와 유사한 플레이를 하는 건 안정환밖에 없다.

2 판타지스타의 플레이 스타일

사실 판타지스타에 플레이 스타일을 따지는 건 우스운 일일수도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판타지스타는 환상적인 선수, 위대한 선수를 칭하는 용어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고, 해외에서도 비슷하며 이탈리아에서도 델 피에로를 마지막 판타지스타로 부르면서도 토티나 피를로도 판타지스타로 치는 등 왔다갔다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판타지스타라는 용어도 빠심에서 나온 거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하지만 판타지스타라는 용어 자체가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나왔고, 그의 후계자격인 델 피에로까지는 판타지스타로 쳐주고, 한국이나 아시아권, 혹은 안정환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말말말에 나오는 것과 같이 안정환을 판타지스타형의 선수라고 부르는 등 판타지스타의 모델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바조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면서 바조와 같은 드라마성과 화려함이 있으면 판타지스타형의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항목은 판타지스타의 전형적인 예의 설명이다.

그럼 판타지스타형이란 무엇인가?
이를 논하려면 우선 판타지스타형의 선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봐야한다.

판타지스타는 마라도나 때문에 생긴 4-4-2 압박 축구 속에서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4-2는 지역과 공간의 압박으로 필드 전체에 압박을 가하는 포메이션으로 오늘날 4-4-2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축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향이 지대하다. 특히 카테나치오와 리베로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전세계적으로 수비가 빡세기로 유명한 리그이자 한때 세계 축구 전술의 최첨단을 달렸던 곳답게 너도 나도 4-4-2를 쓰며 빡세게 경기를 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깨부술지에 대한 시도가 시작된다.

4-4-2란 공격수 2명, 미들 4명, 수비수 4명이 선 포메이션을 말한다. 이 포메이션은 지역적인 압박을 2중 3중으로 가하지만, 리베로를 기용하거나 3톱에 비하면 한 시점의 수비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를 활용하여 개중에서도 압박이 가장 덜한, 미들 중앙 2명과 수비수 중앙 2명의 사이에 해당하는 위치에 뛰어난 선수 한 명을 프리롤로 풀어놓는 전술이 등장한다. 당시 이탈리아의 포메이션은 4-4-2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투톱을 사용하는 전술이었고, 따라서 그 위치에 서는 건 보통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이곳이 공격의 핵이었기 때문에 여기 설 수 있는 선수는 1) 플레이 메이커 능력(창조성, 시야, 패스 등) 2) 탈압박 능력(개인기, 드리블 등) 3) 해결 능력(오브 더 볼 무브먼트, 침투 능력, 결정력 등)을 모두 갖춘 만능 선수여야만 했다.

이들은 경기 내내 공격을 조율하고 끊임없이 침투하고 공간을 만들며, 보통 세로보다는 가로로 크게 움직이며(윙이 없기 때문에 가로로 크게 움직이고, 포워드가 따로 있기 때문에 치달할 때 빼고는 세로로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제1선에 도움의 도움을 주거나, 다른 선수들을 유인해서 패스를 주거나, 여차하면 골을 넣는 등 공격이라는 측면에서만 올라운드 플레이를 한다.[4]

이는 클래식 10번과는 다른 형태로, 훗날 9.5번 토티 이래로는 트레콰르티스타라는 형태로 정착하지만, 로베르토 바조 시기에는 섀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세컨드 스트라이커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자리잡지 않은 시대였기에 보통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격에만 집중하거나, 혹은 투톱 중의 한 명이 이 롤을 수행했다.

이 위치에 서는 선수는 우선 게임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클래식 10번처럼 시야가 넓고 패싱 능력이 좋아야 했다. 한편 중앙 미드필더와 포워드 사이에 혼자 있기 때문에 탈압박 능력이 뛰어나야했다. 마지막으로 필요하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세컨드 혹은 서드 스트라이커가 되어야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위대한 선수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개중에서도 플레이 메이커 능력, 탈압박 능력, 해결 능력, 그리고 드라마성과 영웅 본능을 함께 갖춘 먼치킨이 바로 로베르토 바조였다. 그는 9번 수준의 공격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10번의 조율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환상적인 플레이 능력과 영웅 본능을 모두 갖춘 말 그대로 필드 위의 스타였다.

즉 9.5번 + 드라마성과 화려함 + 영웅 본능을 모두 갖춘 플레이어를 판타지스타 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안정환을 판타지스타라고 부르는 건 그가 9.5번이 갖춰야 할 모든 미덕인 플레이 메이커 능력, 탈압박 능력, 해결 능력과 판타지스타의 드라마성, 영웅 본능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하필이면 불행 속성까지 같이 갖고 있지

3 판타지스타 스타일의 몰락

아이러니하게도 판타지스타 스타일은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시작하여,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끝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4-4-2를 깨기 위해 등장한 프리롤인 9.5는 얼핏 보기에는 9번 + 10번이라는 최고의 공격수같지만 전술적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선수였다. 우선 로베르토 바조가 역대 9.5번 선수들의 정점에 선 선수이긴 하지만, 9번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바조보다 나은 공격수는 여럿 존재한다.(펠레와 마라도나는 당연히 빼고도) 예컨대 바조 VS 레반도프스키, 바조 VS 차비 에르난데스를 비교한다면 축구 선수라는 전인적인 능력을 볼 때 바조는 레반도프스키나 차비보다는 더 뛰어난 선수라고 감히 말하겠다. 하지만 공격수로 따지면 레반도프스키보다 못하고, 패싱이나 조율 능력으로 따지면 차비보다 못하다. 더구나 롤로 따지면 원톱도 아니고 완전한 미드필더도 아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계륵인 게, 우선 롤부터 완전한 공격수도 완전한 미드필더도 아니다. 둘 다 A+급의 실력을 보이지만 S급은 아니다. 설령 S급이어도 하나에만 전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프리롤로 놔야하고, 더구나 공격의 핵에 있기 때문에 본인이 죽쑤면 게임도 죽쑨다. 판타지스타를 사용한다는 건 조직력을 내다버리는 대신 창의력을 넣는다는 것이고, 이는 때때로 놀라운 경기를 할 수 있지만 대신 안정성을 버린다는 소리기도 했다. 따라서 조직력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바조는 버려지기 시작했는 데, 조반디 트라파토니가 말한 판타지스타는 감독이 활용할 줄 모르면 미움을 받고 조용히 사라지기 마련이다라고 한 것은 이런 조직력이 떨어지는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다.

여기에 강력한 압박이 대두되면서 프리롤보다는 조직력에 더 주안을 두기 시작했고, 자연히 아주 희귀한 온리원의 플레이어를 쓰기보다는 찾기 어렵지 않은 특화 선수로 조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선회하게 되었다. 이렇게 9.5번 판타지스타의 능력과 한계는 로베르토 바조 시기에 모두 등장했으니 그가 판타지스타의 시작과 끝을 봤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4 판타지스타는 누가 있었나?

판타지스타로 가장 유명한 건 이탈리아 공격수인 로베르토 바조로, 1990년대 세리에 A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용어가 널리 퍼졌다. 이후 가장 유사한 스타일인 델 피에로를 마지막 판타지스타로 치는데, 카사노나 알베르티니, 토티, 피를로도 판타지스타로 치기도 한다. 이 시기 경기를 혼자 뒤집을 수 있는 위대한 선수를 판타지스타로 부르곤 했는데, 세리에에서 활약한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일 페노메노'라고 부르는 등 판타지스타와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이탈리안만 판타지스타라고 칭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그런 스타일의 플레이어가 없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는 안정환이 한국 최초이자 최후의 판타지스타로 불린다. 안정환은 바조, 델 피에로와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점과 약점도 똑같았는데, 슈팅 능력, 개인기, 드리블, 패싱, 시야, 창조성, 해결 능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드라마성과 영웅 본능도 함께 갖추고 있었지만, 피지컬과 수비력이 떨어졌고 기복도 있었다. 또한 셋은 모두 20대 초중반까지는 빠른 주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거나 부상을 당하면서 주력이 하락했고, 피지컬로 무식하게 비비는 데는 취약하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또한 현 시점에서 9.5번은 전술적으로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9.5번이란 9번과 10번 사이로 둘 다 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되기도 하지만, 달리 말해 9번과 10번에 특화되기에는 뭔가 1, 2가지가 결여되었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판타지스타는 현재 전술로 보면 다시 나오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델 피에로나 토티 이후로 판타지스타 후보만 있었지 판타지스타는 나오고 있지 않은데, 그만한 선수가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이런 롤에서 선수를 뛰게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5 현재의 판타지스타

축구게임이나 만화 등 각종 대중매체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실제 축구에선 사어(死語)에 가깝다. 비극적 아이러니랄까. 판타지스타의 유래가 된 로베르토 바조가 뛰던 당시 축구계는 더이상 판타지스타를 원하지 않았다. 1990년대 강력한 압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판타지스타가 활개칠 여지가 사라졌다. 브라질 대표팀조차 '개개인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상당 부분 포기하고 조직력을 강조했다. 물론 그런 압박조차 분쇄해버리는 지네딘 지단이란 세기말 구세주 전설(...)이 탄생했지만 컴팩트 축구란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20년 세월이 흐르고, 압박 전술은 발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공격수도 수비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판타지스타란 어불성설이겠지만 또 한번 아이러니하게도 피차 강력한 압박으로 맞서다보니 일종의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럴 때 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한방에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신개념 판타지스타가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부를 때는 보통 판타지스타보다는 크랙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르다고 할까.

일본에선 세리에A가 인기있어서 판타지스타란 단어가 널리 퍼졌는데 여러가지 타입으로 세밀히 분류해 구분한다. 마이클 오언 같은 경우 스트라이커형 판타지스타로.

일본 힙합그룹 드래곤 애쉬의 동명의 곡이 있다. 그쪽은 Fantasista 참고.
  1. 예를 들어 한국의 안정환은 공을 예쁘게 차고, 아름답게 드리블을 한다. 고등학교 감독이 공을 예쁘게 차려고만 한다고 증언했는데, 이걸 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부러 만든 스타일이다. 바조, 델 피에로도 마찬가지인데 패스하면 될 걸 꼭 좌우로 춤을 춰가면서(...) 돌파하고, 드리블도 예쁘게 하고, 슛도 멋있게 찬다. 작대기 드리블도 잘 안 하고, 꼭 좌우로 종횡무진을 한다. 바조도 꼭 그냥 차면 될 것을 꾸역꾸역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골을 넣는다. 어떻게보면 겉멋(...)이 판타지스타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 천하의 델 피에로조차 득점력이 딸린다며(...) 판타지스타가 아니라고 할 정도.
  3. 사실 델 피에로는 득점력이 탁월한 선수다. 다만 엄청난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월드컵이나 유로 등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고 저평가 되는 것.
  4. 말하자면 2선에서 인자기 같은 플레이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인자기는 1선에서 골을 넣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9.5번은 1.5선 혹은 2선에서 공격 성공의 키가 될 플레이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