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추

SF 단편집 독재자(소설)에 수록된 듀나단편소설. 궤도 엘리베이터가 중심 소재로 나온다.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서 듀나가 쓴 글쓰기 방법 파트를 읽으면 평형추 원고 작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원래 평형추는 민규동 감독이 연출할 저예산 SF의 각본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궤도 엘리베이터를 CG로 처리한다고 쳐도 한국 SF 영화 시장 기준으로 궤도 앨리베이터는 무리수였기 때문에 그냥 단편 소설로 나왔다. 주인공 이름 최강우는 최강칠우에서 따왔고 한정혁의 이름은 최강칠우에 출연했던 문정혁에서 따왔다고. 그리고 김재인의 경우 드라마 나쁜남자(드라마)에서 한가인의 배역명인 문재인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러고는 듀나 본인은 평소에도 이렇게 주먹구구 식으로 이름을 지으며 이름짓는 직업이 제일 싫다고 했다.

기본설정은 아서 C. 클라크낙원의 샘을 오마쥬한 느낌. 쿠알라룸프르 파투산의 쌍둥이 산 사이에 궤도 엘리베이터가 중심배경이다.

듀나의 원래 계획은 신이 등장하지 않는 가톨릭 소설을 쓰고자 하였다가 중간에 노선이 바뀌어 액션이 조금 섞인 궤도 앨리베이터 물이 되었다고. 실제로도 단편집 제목인 독재자와는 잘 안맞는 느낌이다. 일단 거대한 다국적 기업은 국가나 다름없고 그 정점은 독재자와도 같다는 식의 논리이긴 한데...

평형추에 등장하는 대기업 LK는 아직은 신이 아니야에도 등장하지만, 세계관은 조금 다른듯. 사실 인간 배터리로 전 우주를 날아다니는 세계에 궤도 엘리베이터 따위 쓸모가 있을리가(…) 참고로 평형추 장편 작업을 하고 있다는듯.

화자인 나는 LK에 소속된 스파이다. 우연히 최강우라는 말단 사원으로부터 이미 사망한 한정혁 회장의 모습을 겹쳐보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알고보니 최강우는 한정혁 회장의 기억을 이어받은 인물이었고 죽기 전 한정혁이 정성들여 계획한 프로젝트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한정혁의 조카 며느리이자 같은 우주의 꿈을 꿨던 김재인이 등장하여 셋은 한정혁 회장의 모든 기억과 계획을 얻기 위해 궤도 엘리베이터의 정상을 향한다. 궤도 엘리베이터의 끝에서, 한정혁이 자행한 원주민 학살을 혐오했던 김재인이 한정혁 회장을 살해한 장본인이란 진실이 밝혀지고, 한정혁의 김재인에 대한 죄책감이 섞인 기억도 자기 포맷을 해 완전히 지워진다. 한정혁이 남긴 데이터를 얻은 김재인은 LK의 흑막으로서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실세가 되고, 덕분에 인류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넘어서 달과 화성 그리고 더 먼 우주까지 진출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스토리의 메인은 나와 최강우가 아니라 한정혁과 김재인이었던 셈. 심지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어쩌랴. 모두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로 끝맺고 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