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ell
1 개요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짜고 에디 캠블(Eddie Campbell)이 그림을 담당했다.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단행본 두께가 600페이지 정도 된다.
한국에서는 시공사에서 정발. 단, 19세 구독 불가 딱지가 붙었다.
2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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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걸 경과 함께하는 신나는 영국 오컬트 투어
잭 더 리퍼에 대한 무수한 가설중 스티븐 나이트의 저서 <잭 더 리퍼: 그 마지막 해답>(1977년)의 주장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주장에 따르면 잭 더 리퍼의 정체는 당시 왕실 주치의였던 '윌리엄 위시 걸'[1]이었고 그 배후에는 프리메이슨과 영국 왕실이 있다는 내용(!)
프리메이슨이나 왕실개입 음모론에 대해 다루었다고 해서 허무맹랑하거나 가벼운 음모론 만화라는 오해가 생길수도 있으나 책 말미에 무려 18장(...)이나 되는,웬만한 학술서 버금가는 주석의 양만 봐도 알겠지만 매우 진지하고 깊이가 깊은 작품이다.
사실 이 책의 진정한 주제는 19세기 말 산업혁명 시대의(그리고 또한 현재의) 영국에 대한 비판과 풍자이고 잭 더 리퍼 사건과 음모론은 그 이야기를 하기위한 일종의 도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어느 매춘부가 앨버트 왕자의 사생아를 낳게 되자 왕실은 윌리엄 위시 걸[2]을 사주해 그 매춘부을 백치로 만들어버렸으나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매춘부 4명은 왕실을 상대로 협박편지를 써서 돈을 얻으려 한다. 이걸 중대한 스캔들로 본 빅토리아 여왕은 왕실 주치의 '윌리엄 위시 걸'을 시켜 이 4명의 여자를 살해하라고 명령한다. 실제 희생자가 5명인 것은 마지막 희생자인 '메리 켈리'의 이름을 빌려쓴 다른 매춘부가 4번째로 죽었기 때문.
여기에다가 윌리엄 위시 걸의 정신착란[3]과 왕실 반대세력에 일종의 경고를 주고 싶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방조[4]가 가미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이런 시각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잭 더 리퍼 떡밥에 상당한 썰을 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잭더리퍼=유대인설의 근거가 되었던 "The Juwes are the men who will not be blamed for nothing"이란 문구에서 Juwes는 유대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메이슨 신화에서 등장하는 '주베스'[5]를 의미하는 것이고 마지막 희생자가 메리 캘리의 장기 일부가 불에 그을린채 발견된건 식인의 흔적이 아니라 희생물을 신에게 바치는 일종의 제의였다는 것이다.
또한 희생자의 목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그인 것과 내장을 빼내 어깨위에 걸쳐둔 것도 프리메이슨식 처형법이라는 등..
여기에 더해 당대 영국 사회상을 묘사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들이고 있으며[6]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영향을 대놓고 받은 앨런 무어의 비교(秘敎)취향적 묘사 +오컬트 떡밥+사회비판적 문제의식[7] 덕분에 꽤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이 되었다. 이 점때문에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과 달리 상업적으로 흥하지는 못했으나 걸작이라는 칭송은 많이 듣고 있다.
제목인 프롬 헬(From Hell)은 잭 더 리퍼를 자처하는 인물이 당시 경찰서에 보냈다는 실제 편지의 첫 문구에 기인하고 있다. 만화에서는 이 '프롬 헬'이라는 문구가 나온 경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윌리엄 위시 걸 : 그래서? 왜 날 이곳으로 부른거지?
네틀리[8] : 그, 그게. 윌리엄 경께서 여자를 하나 더 죽여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저, 전 끝난 줄 알았어요. 더, 더이상 못하겠어요. 충분히 했다고요.
제 말은 시,신문에 다 나 버렸어요. 어딜 보든 기사가 뜬다고요...저는 그저 보통 사람입니다. 그게 다예요.
이, 이제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윌리엄 경.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윌리엄 위시 걸 : 자, 자. 네틀리 자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알려 주지.
우리는 지금 인간의 머릿속, 가장 깊숙하고 완전한 곳에 있네. 어두운 잠재의식의 지하 세계. 남자들이 자신들과 만나는 빛나는 심연.
지옥이야. 네틀리. 우린 지옥에 있어.
그래. 언론과 대중들은 이 나마저 성적도착증을 가진 살인마로 여기고 있어! 내가 만약 창녀 대신 예술가를 죽였다면 그땐 내가 예술적인 살인마가 되었을까? 하핫!
그런게 나를 화나게 해. 그리고 지금, 엉뚱한 여자를 죽였고 죽어야 할 여자는 자유로운 상태이지. 아아. 이건 지옥이야. 제대로 알아야 해.
이것은 내가 최근까지 감탄하다가 멈춘 <파우스트>의 지옥과 같아. 이건 이야기의 끝이야. 이게 최근에 날 괴롭히고 있어.
난 단테를 더 선호해. <인페르노>에서 그는 지옥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그것의 심장에 있음을 시사하지....
...그리고 탈출하기 위해 우리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하고.
새로운 목적이 세워진 지금, 우리를 박해하는 자와 대면하도록 하자. 기자들은 '잭 더 리퍼'라는 쓰레기로 우릴 놀림감으로 만들고 있어. 이번엔 우리가 그 기자들을 놀림감으로 만들어야 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만들고 있는 전설을 다시 쟁취하세. 그들에게 더 진실한 전설을 주는 거야. 그들의 병적인 갈증을 풀어 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이 이야기의 '조립공'에게 진실을 소개해 주자. 말해 줘. 네틀리. 글을 쓸 수 있나?
네틀리 : 아, 그게. 글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잘 못해요.
윌리엄 위시 걸: 좋아! 바로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약간의 정신 이상적인 느낌을 더해 줄 걸세. 글을 쓰기에 적합한 재료들을 가지고 있나?
네틀리 : 저기 저쪽에 있긴 한데요. 윌리엄 경...그래도...
윌리엄 위시 걸: 훌륭해! 내가 구술하면 받아 적도록 해. 편지를 쓸 것이다. 네틀리.
네틀리 : 편지요? 누구에게 말입니까?
윌리엄 위시 걸 : 오, 아마도 러스크 씨한테겠지. 아니면 그의 화이트채플 자경단 협회나. 궁금해 네틀리...자네라면 이런 공문을 어떻게 써 나가기 시작할텐가?
네틀리 : 음. 뭐...저라면 "러스크 씨에게..."라고 시작하겠습니다. 윌리엄 경.
윌리엄 위시 걸 : 아, 이런 네틀리. 원래 편지는 자신의 주소를 쓰면서 시작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
지옥으로부터(From Hell). 네틀리. 그걸 적어. 지옥으로부터.
만화의 텍스트가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는 윌리엄 위시 걸이 마지막 희생자 '메리 캘리'를 죽이고 시체를 난도질할때 나오는 아래 독백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아래 대사는 단 5쪽동안 등장하는 대사다.사실 읽다보면 더 많이 나오는 부분이 아주 많다
미..밑에...허벅지 상부 지방층 밑에서 근막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이 단단한 막은 그것이 둘러싼 근육을 자르기 위해 반드시 뚫고 들어가야 할 관문입니다. / 윗다리의 근육들은 두꺼운 양질의 고깃덩어리이며 우리 몸의 뼈 중에서 가장 긴 대퇴골을 가리는 역할을 합니다 / ...그것의 동그란 머리 부분은 오목한 골반의 아랫면에 가까워지는데/ ...그 제곱인치가 1톤이 넘는 힘을 쉽게 버텨 낼 수 있을 만큼 굉장한 힘을 갖고 있어..../
바빌론? 마르두크와 티아마트의 전설. 에누마 엘리쉬...놀랍군. 정말 놀라워
신이 되기 위해 이런 건축학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니...바커스의 그것. 떠들썩한 술자리의 절정. 이것은 마치.../이것은 마치...마치 그 행위 자체가.../잔인한 행위...뇌 속의 어떠한 방아쇠가 마침내 그것이...
(갑자기 매리 켈리의 방은 20세기 후반 사무실의 모습으로 바뀐다)
오 하느님.
하느님. 내가 온 이곳은 도대체 어딘가요? 이 천국의 빛과도 같은 곳에 떠돌아다니는 영혼들은 무엇이죠?
아냐. 아냐. 이건 환상적이지만 신성하지 않아. 그리고 이 이방인의 망령들은 영혼도 아니야. 그만큼의 생명력도 없어/ 그렇다면 뭐지? 내가 성 요한처럼 마지막 순간의 모습을 잠시 볼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인가? 이것은 내 죽음으로 인하여, 겪지 않고도 구원받을 나날들인가? / 내가 보기에 우리의 미래는 광인들로 이루어진 파멸을 맛보게 될 것같군...침울하고 야만적인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재미없는 장난감들을 가지고 노는.../ 너희의 눈 속에 비치는 이 칙칙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너희의 시대는 어찌하여 너희를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었는가? 이렇게 놀라운 것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는 것인가? / 너희의 시작은 피와 불에서 태어났으나 난 너희에게 조금의 불똥도 찾아볼 수 없구나! 너희의 과거는 고통과 강철이다!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 너희는 은은히 빛나는 숫자와 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국 익숙해지고 마는 것인가? 그것의 검은 뿌리는 너희를 돕고 있으며, 너희 몸 속에 있다. 너희는 잠들어 있기에 그것이 내뿜는 숨이 너희 목에 닿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무엇이 그것의 소매를 적시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인가? 나를 봐라! 깨어나서 나를 올려다봐! 내가 너희 가운데 있다. 난 항상 너희와 함께다!
너희는 너희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집합체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흥미없이 자란 문화. 자신이 가진 최악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 너희의 여자는 성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있지만 그런 노출도 내겐 전혀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너희 살덩이가 너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 너희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어떤 오래된 악마나 흔해 빠진 끔찍한 호러일까? 하지만 도리어 난 너희로 인해 두렵다! 너희는 혼이 없어. 너희와 함께 있을때 나는 혼자다. / 올림포스에 혼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희의 작은 기계들마저 이해할 수 없다. 그것들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 이런 불만. 이런 아마겟돈. 아, 메리. 시대가 우리를 동급으로 만들었구나. 우리는 이제 이 욕망없는 세상에서 사라진 우리 시대의 작고 특이한 수집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난 무지해지고만 이 세상에서 당신은...당신은 고결해졌다.
(윌리엄 위시 걸이 메리 캘리의 시체를 끌어안는다)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해하겠는가? 너희는 1,2년 이내에 간 기능 저하나 남자들에 의해, 혹은 분만 중에 모두 죽어 잊혀져 갔을 것이다. / 내가 널 구원했다. 그걸 이해하겠는가? 내가 널 시간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켰고 우리는 영원히 헤어질 수 없도록 전설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 이것을 알아라..난...아..
(주위를 둘러보니 메리 캘리의 방이다)
다만, 음모론의 근거는 앨런 무어 자신도 의문시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스티븐 나이트의 저서는 상당히 근거없다고 비판받는다. 음모론의 근거로 써먹었던 프리메이슨 떡밥은 프리메이슨단체가 직접 해명했음에도 그대로 밀고나갔다. 작중에 등장한 프리메이슨 인물 중 상당수는 프리메이슨에서 자기들 멤버가 아니라고 인증한 사람들이다.
3 특징
앨런 무어의 작품답게 이 작품 역시 정지 된 컷과 세밀한 묘사가 스토리를 뒷받침해주고 있지만, 작품의 방대한 크기도 크기일 뿐더러, 펜선과 먹, 그리고 흑백의 수채화로만 이뤄진 무채색의 흑백 작품이기 때문에 왓치맨이나 킬링 조크에서의 회화적인 만족감과 비유를 찾아내는 재미를 동시에 즐기고자 하는 독자는 약간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연출이나 이야기 또한 가끔씩 이해하기 힘든 공간으로 나가버리기도 하고. 또한 그 시절 영국의 상황과 지역등이 작품에 주로 나오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브이 포 벤데타코믹스의 악몽이 또...
게다가 시공사에서 국내 정발한 작품은 안 그래도 글씨가 많아 폰트의 크기가 작아 질 수 밖에 없는 작품에 가독성이 그리 좋지 않은 폰트로 인해 읽는데 상당한 불편을 느낀다. 물론 영어원서의 폰트도 가독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그에 맞춰 불가피하게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어설프고 난잡한 직역투를 자랑하는 번역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부분.[9]
4 영상화
2001년에 조니 뎁 주연의 영화로도 나온 적이 있다. 만화의 볼륨이 워낙 방대해서 영화는 여러모로 축소돼서 나왔는데, 영화는 원작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친다는게 중평. [10] 창의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스릴러물에 그쳤다. 코믹스에선 왕가와 프리메이슨, 영국의 뒷골목의 상황과 지역과 그곳에 인물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너머 현대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 넓게 이야기 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점을 모두 담을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을 줄일 수 밖에 없었던 듯. 게다가 결말도 바뀌고 주제의식도 바뀌는 바람에 원작의 팬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작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도 좋았고, 원작을 감안하지 않고 보면, 조니 뎁과 이안 홈의 연기가 훌륭하고, 영국의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볼만한 호러무비다.[11]- ↑ 실존인물이다
- ↑ 작중에서는 당시 영국 상류층을 지배하던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덕분에 고속승진한 것으로 나온다
- ↑ 프리메이슨에서 섬기던 자불온(jah-bul-on)의 환각을 보는등 종교적 광신상태에 빠져있었다. 자불온은 여호와, 오시리스, 바알의 삼위일체
- ↑ 살인사건이 너무 시끄러워진 탓에 윌리엄 위시 걸을 불러 책망하려하나 걸이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왕실 반대세력에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 하자 바로 납득한다
- ↑ 프리메이슨의 창시자 히람 아비프(Hiram abiff)'를 배신한 세 명의 적중 한명이다
- ↑ 런던의 건축물을 보며 혼자 주절주절 썰을 푸는 초반의 윌리엄 위시 걸을 보면서 만화의 텍스트량에 질려버렸다는 사람이 많다(...) 깨알처럼 등장하는 윌리엄 모리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 등의 모습도 이들을 본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 연쇄살인사건이 일종의 '오락'이 되어 언론과 대중에게 소비되고 '잭 더 리퍼'의 정체를 알게된 애벌라인 경위는 왕실주치의가 스캔들 대상이 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경찰 상부에 의해 진실을 은폐하기로 타협한다. 거기에다 경찰의 사건 조작, 나치의 유대인 학살같은 떡밥까지 풀다보니...
- ↑ 윌리엄 위시 걸의 연쇄살인을 도운 마부.주석에서 실제로 당시 오벨리스크 쪽에서 사망한 마부라고 적혀 있다!
- ↑ 이 작품을 번역한 정지욱은 왓치맨도 번역했는데,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번역의 질 측면에서는 좋은 소리는 못 듣고 있다.
예의범절 - ↑ 참고로 브이 포 벤데타는 원작팬들은 싫어했지만, 영화 자체로서의 평가는 대체로 좋았다.
- ↑ IMDB 평점과 로튼토마토 평점도 각각 6.8점과 57%로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평작 수준의 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