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prescoring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소리부터 먼저 녹음을 하고, 소리에 맞추어 작화를 하는 방식. 선녹음 후작화라고도 한다. 일본어로는 줄여서 프레스코(プレスコ)라 한다.
후시녹음으로 영상을 먼저 만들고 더빙을 하는 방식과 비교했을 때, 소리나 음악에 맞추어 생동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내기가 훨씬 좋다. 후시 녹음에서는 연출이나 작화감독이 대사를 읽으면서 시간을 재고 프레임 배분을 해서 영상을 먼저 만들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어 대사를 해야 하는 성우들에게는 연기에 큰 제약이 생긴다. 그러나 선녹음 방식이라면 성우가 훨씬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이렇게 녹음된 대사에 맞추어 애니메이션을 그려내면 목소리와 캐릭터의 일체감이 훨씬 높아지고 연기도 자연스러워진다. 물론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의 유승호처럼 프리스코어링 해도 엉망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시간과 돈. 장면을 소리에 맞추는 게 소리를 장면에 맞추는 것보다 훨씬 시간을 잡아먹는다. 입 모양과 발음을 맞추는데 공을 들일수록 더더욱 시간을 잡아먹고, 그만큼 돈을 잡아먹는다. 거기다 촉박한 스케줄 속에서 만드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지옥을 보기 딱 좋다. 그래서 자본과 제작 일정에 여유가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특히 디즈니)에서 프리스코어링을 많이 쓴다. 이에는 극장판 뿐만 아니라 심슨 가족이나 네모바지 스폰지밥,[1] 아처 등의 미국 TV 애니메이션도 포함되며, 상대적으로 사우스파크 같이 저예산인 TV판인데도 반드시 입 모양을 발음에 전부 똑같이 맞춰내기도 한다. 신대륙의 스케일.
단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오프닝과 엔딩은 노래가 정해진 후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진다. 애니메이션과 음악 제작이 병행되는 경우라면 먼저 가이드를 만든 후 가이드에 맞춰 영상과 노래를 동시에 만든다. 예컨대 이런식. 8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친 시기에는 주로 극장판이나 OVA에서 작중 나오는 노래 부르는 장면을 프리스코어링으로 제작해 보는 사람에게 신선한 감정을 자아냈다.
2000년대 넘어온 이후로는 제작환경이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프리스코어링 제작상의 여러 난점이 줄어들었으며, 그래서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지는 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3D 같은 경우에는 문장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입 모양을 맞춰주는 식의 소프트웨어도 있으므로 만들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2D 애니메이션이 지배하는 일본의 경우 모든 분량이 선녹음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일반적인 TV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OVA나 극장판에도 흔한 것은 아니다. 일본쪽 연출가 가운데는 마츠오 코우가 프리스코어링을 자주 활용하는 편.
그래도 일본에서도 작품 전체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프리스코어링으로 만들어지는 장면은 흔한 편. 작중 삽입곡의 애니메이션을 뮤직 비디오나 라이브 스타일로 만들어 넣어서 영상 소프트도 더 팔아먹고 캐릭터송도 더 팔아먹는 빈도가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 하지만 립싱크 역시 대사 발음에 맞추지 않고 입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식으로 간단하게 한다. 이유는 당연히 제작비 문제가 가장 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연출 방식 상,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그걸 크게 신경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이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