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샤를 루이 아농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자 교육가인 샤를 루이 아농[1](Charles-Louis Hanon)이 만든 연습용 책. 바이엘의 종료와 함께 2레벨로 레벨업한 견습 피아노 연주자를 위한 초보자용 연습곡 교본. 총 60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체르니와 함께 배우게 된다.
피아노 뿐만 아니라 플루트를 위한 하농이 발간되기도 한다.
일렉트릭 기타 하농도 나왔다.
2 1~31번
▲ 가장 기본적인 1번 멜로디.
손가락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배우는 파트라고 보면 되겠다.
기본 모양은 도에서 시작하여 높은 도까지 순서대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레에서 다시 한 번, 미로 한 번 더 하는 식으로 높은도까지 계단식으로 올라갔다 내려오기이다. 보통은 한 마디에 손가락이 5도 내지는 6도 사이에서 움직이나 어떤 때는 7~8도까지 가기도 한다. 음표는 절대다수가 16분음표.
1~20번까지는 4분의 2박자 연습(1마디당 8개 음), 21~30번까지는 4분의 4박자 연습(1마디당 16음), 31번은 특이하게 4분의 3박자다.(1마디당 12개 음) 점점 멜로디가 복잡해지면서 가면 갈수록 손가락이 개나리 스텝을 추게 만든다.
3 34~43번
음계(34~40번)와 아르페지오(41~43번)로 구성되어 있다.
34~37번은 음계의 기본 연습이다. 주로 손가락을 넘기는 연습을 한다. 38번은 1옥타브 음계 연습. 그리고 39번은 24조의 모든 음계 연습.(!!!). 40번은 반음계, 41번은 24조 아르페지오 연습. 42, 43번은 각각 감7화음과 딸림7화음 아르페지오 연습이다.
이 중 39번의 24조 음계는 양이 상당히 방대해서 하루에 한 음계씩 매일 레슨을 하더라도 1달 가까이 간다.
대체로 이 단계에선 체르니 40번이나 바흐의 즉흥곡&교향곡과 병행하게 된다.
4 44~60번
▲ 극악의 60번 트레몰로.
▲ 연탄 연주로 편곡한 버전. 멜로디가 확연히 들리지 않는가?
손가락 연타 연습, 트릴, 3/6도 음계 연습, 옥타브 음계 연습, 펼침 옥타브 음계 연습, 펼침 아르페지오 연습, 트레몰로 등 고난이도 테크닉의 연습곡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까지 가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여기까지 다 떼면 보통 체르니 40번 연습집을 병행하거나 마스터한 경우가 많으며, 체르니 50번이나 '크라머-뷜로'[2] 같은 다른 연습집으로 갈아타게 된다.
이 교재의 주요 목표는 손가락의 유연한 움직임과 복잡한 기교를 익히는 것이 목적이지만, 치는 사람 기준에선 그냥 무한 노가다라고밖에는 안 보인다. 나중엔 '손을 옆 건반으로 옮긴다'는 것을 제외하면 생각이 안 나는 극악한 기계식 곡들이다. 체르니는 그래도 나름대로 멜로디 라인이 있어서 듣다보면 들을만한 곡도 많건만, 이쪽은 꿈도 희망도 없다… 그래도 39번의 24조 음계, 56번의 펼침 옥타브 음계, 60번의 트레몰로 곡은 멜로디 라인이 있어 그럭저럭 들을만 하다. 특히 60번은 일반 곡이라고 하더라도 완성도가 괜찮은 편에 속하는데... 여기까지 가는 사람이 없으니 문제다
그러나,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라면서 안 하면 나중에 소나타나 소나티네 등 복잡한 기교가 요구되는 단계에서 피보는 경우가 많다. 야 신난다~ 따라서 절대 무시할 수는 없는 교재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으므로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안 해도 잘만 치는 괴수도 존재한다. 뭐, 세상에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대다수이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효과적인 교본이기는 하니 재미없어도 손 푼다 생각하고 꾸준히 연습하자.
실제로 하농은 피아노 연습에서 매우 중요한 교재다.[3] 반드시 하농으로 연습할 필요는 없지만(피쉬나 등의 다른 교재도 있다.) 그런 방식의 연습은 꼭 필요하다. 피아노 연주의 가장 기초가 되는 빠르고 정확한 타건, 박자 감각을 익히는데 하농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취미로 피아노 치는 사람들에겐 약간 등한시 되는 면이 있지만 전공생들은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꼬박꼬박 필수로 치며, 피아노를 좀 제대로 배워보겠다 하는 취미생들도 꼭 친다. 이런 연습을 제대로 안하고 어려운 소나타나 에튀드 등의 곡으로 넘어가면 스케일이나 아르페지오 부분에서 손이 안움직이는 안습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 음대의 입시나, 어떤 시험에선 하농 몇 번을 시험보는 경우까지 있다.
앞붓점, 뒷붓점, 스타카토 등으로 바꿔서 연습하며 피아노나 포르테로 강약까지 변화시키며 연습할 수 있다. 심지어 1번부터 조성을 바꿔서(기본 조성은 모두 다장조) 연습하기까지 하는데 피아노를 제대로 칠 생각이 있다면 아주 유용하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무슨 일이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열심히 치면 교재의 본래 목적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하농만으로 1만 시간을 채우는 건 달팽이관과 정신의 건강에 썩 좋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지만...
5 논란
피아노 교육 면에서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바이블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하농의 유용성에 대해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도 하농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매일같이 하농 전곡을 치는걸로 연습을 시작하는 피아니스트부터 시작해서, 하농은 그저 시간낭비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하농은 오히려 피아노 연습에 해롭다는 주장까지 있으니...
어느 주장이 대세라고 하기도 어렵고, 하농과 체르니를 전혀 거치지 않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들도 있으니 하농이 피아노 연습에 있어서 꼭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그냥 하농을 관둬도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순히 지겨워서 관둔다든지 하면 안되고 하농의 연습방식이 자신과 잘 맞는지, 잘 맞지 않는다면 확실한 대체안을 찾고서 연습방식을 바꿔야 한다.
6 트리비아
한 작곡가는 피아노 전공으로 음악원에 있던 아들에게 하농식 멜로디를 집어넣어 만든 피아노 협주곡을 만들어 생일선물로 주었다. 이런 사악한 아버지 같으니라고...
1:41초부터 하농 1번곡의 선율이...
곡의 특성상 밤에 치게 될 경우 소음(?)으로 옆집 혹은 아랫집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으니 공동주택에 거주할 경우 되도록이면 낮에 치도록 하자. 주변에 피아노를 배우는 주민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들려오는 오름~ 내림~ 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