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전쟁

1 원작 소설

1.1 개요

베트남 전쟁과 그 이후를 배경으로 한 안정효 작가의 3부작 장편소설. 실제로 안정효는 9사단 소속의 참전용사이다.[1]

1.2 특징

1980년대의 서울과 1967년의 베트남에서의 일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참전용사 출신 작가의 소설답게 전투묘사와 생활의 묘사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안정효 특유의 문체로 묘사되는 전투장면은 정말 전율이 느껴진다. 병사들의 보금품 지급과 그것을 사용하는 일화들은, 소설이 아니라 수기 수준으로 리얼하다. 전투의 긴장감도 상당하여 실제 있었던 수색작전과 전투를 소설화 시킨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파병은 국내 각 부대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이 지원하여 1년간 파병 갔다가 본 소속 부대로 돌아가는 식으로 파병부대내에서 계급장을 초월한 월남고참으로 월남후임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작가의 부대는 함께 파병되서 활동하다가 고국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수색작전을 함께 수행한다. 혹시 파병 초기의 모습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된다.

80년대 초반에 "전쟁과 도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듣보잡화(...) 나중에 작가 자신이 영어로 번역해서[2] 미국에서[3]《하얀 훈장 : 한국의 소설》(영문명은 : White Badge: A Novel of Korea)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어 인기를 끈 후 역수입되어 하얀전쟁 1부: 전쟁과 도시라는 제목으로 고려원에서 출판되었다. 하얀 전쟁이라는 제목은 작가 자신이 정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데 작가 본인은 하얀전쟁이라는 제목이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결국 나중에 같이 낚시를 다니는 야간 업소 통기타 가수가 히로뽕에 대한 이야기냐고 물어봤다고...

스핀오프인[4] 2부 전쟁의 숲[5] 1부에서 세월이 흐른 후 한기주가 베트남으로 돌아가 채무겸과 이전의 베트남인 애인을 만나서 PTSD를 극복한다는 내용의 3부 에필로그를 위한 전쟁이 있으나 흑역사급. 디씨 인사이드 도서 갤러리에서는 2부와 3부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소설이라고까지 평했다.

2000년대에 1부가 재판되었으며 작가 자신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잘라냈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데 베트남 촌장과의 만남과 베트남의 과거사를 둘러보는 부분이 삭제되어 있다.[6]

1.3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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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이 소재이지만, 이 소설의 진짜 주제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이 전후에 겪는 PTSD다. 주요 두 주인공인 한기주와 변진수는 전쟁이 끝나고도 그 전쟁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잊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하는데, 이 중 가장 겁이 많았던 변진수 일병은 한기주에게 권총을 가져가서 쏴달라고 하고 변진수가 죽는데서 마무리된다.

2 1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2.1 개요

1992년작. 대일필름 제작, 베트남 가이퐁 영화사 합작.

감독은 정지영. 주연은 안성기, 이경영, 독고영재, 허준호.

2.2 특징

베트남 올로케이션으로 실제로 베트남 저항군 및 북베트남군으로 참전한 이들 감수와 같이 촬영되었다.[7] 당시 서울관객 15만으로 그럭저럭 흥행은 했으며 일본 동경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대종상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남우조연상(이경영), 각색상(정지영, 공수영 외 2인) 수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독고영재), 촬영상(유영길) 수상작이기도 한데 알다시피 이 영화제는 조선일보 주최 영화제라서 상을 주지 않을 것이란 말이 있지만 근거없다. 이념을 떠나서 당시로서는 명작급이었으니까...

당시까지 대한민국의 전쟁영화가 대부분 배달의 기수 같은 군대 찬양 영화나 반공영화 일색이던 것에 비해서[8] 전쟁으로 입은 상처와 정신적 후유증이 전쟁이 끝난지 한참 뒤에도 전쟁의 당사자들에게서 떠나지 않는 묘사는 새로운 것이었다.

영화에서 베트남 민간인을 사살하고 은폐하는 장면 때문에 참전군인들이 개봉 금지시위를 벌였으나 원작자인 안정효 또한 베트남 참전용사였으며 자신도 민간인과 적을 구분할 수 없어 일단 죽여보니 민간인임이 드러나서 쉬쉬한 일을 겪어본 사실인데 왜 그리도 호들갑이냐? 그렇게 감추고 싶어한다고 해도 진실은 가려지지 않는다면서 불쾌하게 대꾸했다.[9]

영화가 나온 시대가 시대인지라 원작에서의 80년대 초반 나른한 서울의 일상이 아닌 제5공화국 정권 탄생 전야를 무대로 했고[10] 전쟁 와중에 정신이상이 되어버린 변진수(이경영)가 1980년 서울의 봄 현장을 보고 베트남이다~ 전쟁이다~ 미치도록 절규하는 장면은 베트남 참전에 대한 풍자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과는 몇몇 설정이 다른데 원작에서는 주인공 한기주가 애도 없고 결혼 생활은 파탄 직전이고 직장에서 짤리기 전으로 근근히 먹고 사는 번역가 겸 출판사 부장인 반면에 여기서는 결혼은 했고 애는 있지만 이미 파탄나고 애는 가끔 만나고 있고 베트남 전쟁 소설을 쓰려고 스트레스를 받는 기자 겸 작가로 묘사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변진수를 사살하고 그 옆에 누워 '이제 좋은 소설을 써야겠다'라는 부분은 안성기 연기의 극단을 보여준다.

변진수의 인물 설정도 약간 다른데 원작에서는 처음부터 겁이 많고 어리바리해서 전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고문관으로 그려지나 영화에서는 쾌활하면서도 순진한 병사였다가 민간인을 사살하는 일을 겪으면서 조금씩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故 신병하가 맡은 영화음악 OST도 상당한 편. 메인테마인 무지 속의 상극세계는 비장하고 슬픈 느낌을 가득 안겨주는 명곡으로 외국 교향악단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영화사가 대형이 아닌 탓에 극장 잡기가 힘들어서 호암 아트홀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비디오로 출시당시 11분을 무단으로 삭제했다가[11] 감독이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있었고 더 황당한 것은 리스비전이라는 듣보잡 업체가 무단으로 낸 DVD 짝퉁은 한술 더떠 해외영화제 캠버젼 상영용 영어자막판을 냈다는 사실! 이는 제작사인 대일필름이 IMF때 망한 탓도 있다. 참고로 이 영화사의 마지막 작품이 괴작 앨버트로스...

안성기의 근육질 몸매를 보여주면서 안성기가 드디어 벗었다라는 찌라시 떡밥 기사가 스포츠 신문에서 난 적도 있었다(…). 작중 술에 취한 안성기가 술집 아가씨와 여관에서 벌이는 고자인증 문제나 PTSD를 암시하는 장면인데, 사실 이 장면은 원작에도 있지만 원작만큼 적나라하지도 않고, 안성기는 이전에도 꽤 많은 영화에서 벗기는 했다. 다만 베드신은 서툴러서(…) 주로 대역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심혜진씨가 스트리퍼로 등장해 가슴노출 신이 있다.

제작비가 많이 부족한 탓에 상당히 많은 장면에서 헬리콥터를 단 2대만 동원했다.[12] 이런 일로 두고 두고 까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증이 꽤나 문제가 있는데, 정확히는 고증을 아예 신경 안》썼다. 주인공인 한국군의 전투복과 개인장비는 월남전 근처는커녕 영화 촬영당시인 90년대 초반 기준의 현용장비를 갖고 제작됐다. 그나마 당시 한국군 복장이 단색 전투복에 월남전때의 헬멧 무늬와 비슷한 위장포를 쓰고 있었으니 비슷해보여서 망정이지...

이 영화에 대한 미스테리한 일을 으리의 사나이가 이야기했다.
  1. 다만 일반 전투병은 아니고 모종의 조건으로 코리언 해럴드 통신원 형식으로 참전했다. 조금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하자면 유창한 영어실력과 빽(…)으로 계급장을 달지 않고 외신 기자들과 함께 동행하며 취재활동을 하였는데, 이 때문에 간부나 병사나 안정효씨를 병사가 아닌 줄 안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때 취재하면서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하얀전쟁 작품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 귀국할 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에 끼고서 느긋하게 폼잡으며 귀국선에서 내려 이런저런 짓을 해보겠다는 어느 중대장의 이야기는 작중 성준식 일병의 대사로, 1개 소대가 수색정찰에 투입되어 7명만 살아 돌아오는 마지막 전투의 기본 구조는 어느 중위가 경험했던 사례(1개 소대가 정찰임무에 투입되었다가 거의 전멸당했다고 한다.)를 기본으로, 원작에서나 영화에서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획한 폴란드제 리볼버 권총 역시 종군 과정에서 본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수필집 《지압 장군을 찾아서》라는 책에 이 부분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2. 안정효씨는 대학생 때부터 자신의 소설을 영어로 썼다고 한다. 사실 베트남전에 위의 각주에서 서술한 특이 케이스로 종군할 수 있었던 영어 실력의 원천도 대학 시절부터 영어로 소설을 쓰며 익혔던 기본기 덕분.
  3. 코렁탕을 먹을리 없는 미국인지라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박정희 비판이나 광주 민주화 운동 언급도 들어 있고 미국인들이 한국전쟁때 한국인들을 비하했다는 이야기등이 수록되어 있다. 다만 미국판은 한국판과 다르게 시간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4. 작중에서 적으로 오인해서 전우를 살해하고 탈영한 채무겸 상병이 주인공.
  5. 그나마 박정희나 당시 한국군의 병폐를 비판한 연재분은 단행본은 모두 짤렸다.
  6. 사실 일개 사병이 프랑스어로 베트남 촌장과 길고 장황하게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7. 베트남전을 베트남에서 촬영하는 것은 지금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베트남 정부의 시나리오 검열및 합작 조건을 제시하는데 괜히 헐리웃산 베트남전 영화가 하와이나 태국, 필리핀에서 제작되는게 아니다.
  8. 최소한 '현실은 시궁창'을 보여주는 영화는 있었어도, 참전자들의 '전후' PTSD를 그린 한국 영화는 사실상 처음.
  9. 원래 원작에도 없고 억지로 끼워 넣은 부분이라 설득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인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다양한 소수민족, 즉 민간인들이 깊은 산속에 살고 있었다. 베트남인들과 원수지간이던 이들을 무작정 갈기다간 되려 적을 만들 수도 있었다. 게다가 베트남은 수십여년 전쟁속에 사람들이 전쟁이 대수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던 곳이 많다. 깊은 산에 민간인이 돌아다녀도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다(참전군인들의 책을 봐도 마을이 불바다가 되어도 우리집만 피해 없다면 된다고 사람들이 무덤덤해지고 사람 목숨보다 소나 염소 값으로 보상금을 더 내놓으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원작에서는 베트남 포로의 말을 통해서 한국인들의 잔학행위에 대한 소문을 정치위원의 교육에서 들었다고 묘사한다.
  10. 작중 안성기가 소설 초반을 쓰고 편집장에게 욕먹는 부분에서 이제 박통도 죽었는데 좀 획기적인 작품 하나 나와야지?라는 언급과 이후 변진수를 찾는 부분에서 좌판 신문 표제를 통해서 신군부의 집권을 묘사하고 있다.
  11. SK그룹 계열이던 SKC 비디오에서 출시했다.
  12. 시나리오 상으로는 마지막 전투때 전멸해가는 아군을 지원하러 미군 헬리콥터 5대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