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Behavioral[1] Economics.

1 개요

비주류 경제학에 속했으나, 90년대 이후 주류경제학의 일부로서 거의 편입된 경제학의 세부 분야.[2] [3]

행동하는 경제란 뜻이 아니고 행동주의 심리학의 방법론을 통해 경제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이론. 행동주의, 또는 행태주의는 소위 말하는 과학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다. 때문에 입증할 수 없는 주체의 의도 등을 일단 배제하고, 실제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만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이걸 행동과학이라고 부르고, 1950~1960년대 즈음에 인문사회분야에 있어서 행동과학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다만 받아들여진 성향은 조금씩 달라서, 경제학과 같이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곳도 있고, 행정학 같이 이합집산하고 드라마틱한 부분에서는 현실적합성이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7,80년대에 이미 한물 간 이론 취급 받기도 했다. 아무튼 이에 관련된 내용은 행동주의 항목도 함께 참고.

행동경제학의 가장 큰 공로는 '합리적 행위자인 인간'이라는 명제에 대해 제대로 도전을 했고 그 도전이 일정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제한적으로, 쉽게 말해 적당히(...) 합리적이다.[4][5]아 젠장 인간은 안될꺼야 아마 다윈상 수상할 때 알아봤지 이미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6]경제학의 합리성의 가정을 약화시켜 근사합리적 행동을 보이는 인간상을 분석단위로 삼은데서 출발하였다. 행태 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고 발견법(heuristic)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로 인해 경제활동에서 비합리적인 결과물들, 예컨대 투기나 극단적 공황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본격적으로 행태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고 알려진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행동 경제학을 설명하는데 있어 상당 부분을 심리학적 설명에 의존하고 있고 실제로 심리학과 출신이다. 카너먼은 심리학자이면서 그의 대표 이론인 전망 이론 (prospect theory)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특별히 심리학에 관련된 노벨상이 없는 관계로 최초의 순수 심리학자의 노벨상 수상[7].

본질적으로 행동경제학에서 관측되는 인간의 행동 양상은 미시이론의 기반이 되는 인간선택의 합리성 Axiom들을 건드린다. 따라서 미시경제이론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시에 시장의 합리성에 부정적이다 보니 거시경제적으로는 케인즈학파와 친숙하며, 재무경제학의 대가인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는 행태 재무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최근의 금융위기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비이성적 과열'을 꼽고 있다. 이외에도 실제로 케인즈가 경제에 있어 심리법칙을 강조하였음을 이유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컬로프(George Akerlorf)는 케인즈를 최초의 행태경제학자로 꼽기도 하였다. 행동 재무학의 권위자인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도 합리성 경제인이라는 컨셉이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탈러는 인간 합리성을 강하게 믿는 것으로 알려진 시카고 대학의 교수다. 이미 어느 학교건 간에 행동경제학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행동경제학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자그마한 비이성적 선택이 주식과 증권 가격에는 충분히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므로 재무학에서는 behavioral finance가 활발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반면 거시경제학에서는 행동경제학에서 관측된 비합리성이 거시경제 자체에 '충격'을 줄만한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편이다. 동시에 실험경제학이 보다 활발하게 연구되는 계기가 되었고, 실험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을 넘어 다양한 계량분석과 자료획득을 통해 경제학 전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행태 경제학의 경우 이미 주류 경제학 영역에서도 중요한 테마를 형성하여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서에도 그 내용이 실리고 있고, 위에 언급된 애컬로프의 경우 노벨경제학상은 물론 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8] 다만, 행태경제학의 성과는 주류 경제학을 일정 부분에서 보완하는 정도에 그칠 뿐 아직까지는 주류 경제학을 대체했다고 볼 수준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 행태경제학자들을 포함 경제학자들의 통설이다. 사실 그게 그럴법도 한 게, 기존 이론을 대체고 뭐고 하려면 행동경제학에서 밝혀 낸 이론적인 배경들이 쉽사리 다른 분야에 적용 가능하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이 주어져도 높은 확률로 현상을 예측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 현재까지 밝혀낸 사실들은 기존의 이론들이 많은 상황에서 잘 성립하지 않으며, 그게 일관적이라는 정도일 뿐이다. 그걸 바탕으로 기존 이론을 어떻게 수정해야 한다던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상황에서, 혹은 기존의 상황과 새로운 상황까지 포함한 이론을 밝혀내던지 해야 하는데, 사람 행동의 비합리성이 그렇게 간단히 포착되지 않기 때문. 그렇다고 인간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그건 모르고 그때그때 조사해 봐야 안다 이런 식의 논의는 모든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기존의 이론을 바탕으로 예측을 하되, 비슷한 행동경제학적 실험에서 이런 비합리성이 있었으니 모델을 수정해 그걸 어느정도 반영하는 식으로 보정을 하던가(당연히 완벽한 보정따윈 될 리가 없다) 하곤 한다. 통계에 따르면 주류 경제학자들의 펀드 수익률이 행태 경제학자들의 펀드 수익률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 비합리적 인간의 예

행동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이 가정하던 목표를 극대화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을 공격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합리적 인간' 가정과 반대되는 사례들의 일부를 소개한다.

  •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사람들은 기존에 내린 자신의 선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1988년 Samuelson과 Zeckhauser의 연구에서 처음으로 단어를 정의했다고 한다. 현상유지 편향의 예를 들자면, 1번 후보와 2번 후보가 있고 내가 기존에 1번 후보를 찍었을 경우 나는 다음에 1번으로 나오는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물론 어디까지나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이며, 위키러들 각자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개인차가 당연히 있다.)
  • 공정성 선호
    최후통첩게임 등의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기자와 반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최후통첩게임은 두 명의 경기자가 순차적으로 선택하는 게임이다. 첫번째 경기자는 주어진 몫을 나누고 배분하며, 두번째 경기자는 그 제안을 수용하거나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합리적 인간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선택은, 첫번째 경기자는 두번째 경기자에게 최소한의 몫을 제안하고 두번째 경기자가 그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말하자면 99를 가지고 1을 제안하더라도 괜찮다는 소리다. 두번째 경기자는 어쨌든 제안을 거절하면 0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실험을 통해 보면 99를 제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40~50 정도를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정의 및 지각된 정당성(perceived fairness)과 같은 법심리학(psychology of law) 영역으로까지 나아가게 되며, 경제학의 범위를 넘어선다. 대신 경영학 쪽에서 일부 이쪽으로 논문이 나오기는 한다.
  • 현재편향(hyperbolic discounting)
    2010년대 이후로는 인기를 끌고 있는 개념으로, 경제학의 지연할인율, 즉 exponential discounting 개념을 저격하기 때문에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9]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미래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보인다는 게 골자다.[10]

이 외에도 수십여 가지의 심리적 편향이 관측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편향 항목을 참고.

3 고등교육기관 교육과정 내에서

한국에서는 몇몇 대학교의 경제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 중앙대학교 본교 : 2009년 2학기부터 대학원에 행동경제학입문 과목 개설.
  • 한성대학교 : 2011년에 학부과정에서 행동경제학 개설.
  • 서강대학교 : 2012년부터 경제심리학, 행동경제학 과목을 개설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 2014학년 1학기부터 행동경제학 신설.
  • 이 외에 '의사결정론, 전략' 등의 이름으로 행정학과경영학과에서 관련된 내용을 개설하고 있으나, 이는 행동 '경제학'의 범위는 넘어선다.
  • 이화여자대학교 : 2014년에 국내 최초로 단일 전공으로서 일반대학원 행동사회경제학 협동과정을 신설하였다.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융합하여 행동경제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연구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이다.
  • 전북대학교 : 경제학과 주도의 연계전공과정인 '금융정보경제학' 에서 2015년 1학기부터 신설하여 운영중
  • 서울대학교 : 예전까지는 없었다가, UCL 소속이었던 최승주 교수를 영입한 이후 학부 실험경제학, 대학원 행동경제연구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참고로, 최승주 교수는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로, 그 유명한 AER에 논문을 2편 이상 올린 바 있다. 대표적인 연구는 who is more rational? (2014)
  • 인하대학교 : 2016년 2학기부터 학부과정에서 행동경제학 신설
  1. behavior는 여러가지로 번역되는데, 이것의 핵심은 action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단어에는 행동주체의 의지나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드러난 움적임 자체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2.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카네먼의 논문인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는 인용횟수가 무려 3만회 이상이라고 하며(구글 스콜라), RePEc에서도 경제학 분야 인용 상위 10등 내에 들어간다.
  3. 한국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미 편입되었다고 봐야 한다.
  4. 고전 경제학의 기본이 '합리적 경제인'이다. 즉, 모든 인간이 주어진 정보 하에서 최선의 판단을 한다는 가정에서 고전 경제학이 출발한다.
  5.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행동경제학이 합리적 경제인 개념을 퇴출시킨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합리적 경제인의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한 근사합리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제 주체의 선택과 합리적 행동을 보이는 경제 주체의 선택이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상당히 힘을 얻는 등 '합리적 경제인' 가정은 여전히 경제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고, 행동 경제학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중이다. 가령, 실러같은 경제학자는 행태 경제학이 주류 경제학과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 바 있다.
  6. 행동과학적 조직론의 창시자자 의사결정모형으로 유명하다. 본 전공은 정치학이지만, 심리학, 경제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명한 업적을 남겼다.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7. 뭐 노벨생리의학상 쪽으로 가면 로저 스페리나 휴벨 & 비젤과 같은 생리학자 겸 심리학자도 있긴 있다.
  8. 하지만 애컬로프는 행동 경제학을 연구한 사람은 아니다.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은 비대칭적인 정보 하에서 '합리적 행위를 하는 경제주체'는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관한 연구이지 행동경제학과는 별 상관 없으며, 그의 또 다른 업적인 Identity Economics의 경우에도 경제 주체의 경제적 행동에는 화폐적 동기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identity도 반영된다는 주장일 뿐 행동 경제학과 관련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이 마치 애컬로프가 행동 경제학과 관련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도록 작성되었지만, 애컬로프 본인은 철저하게 합리적 행동을 하는 경제 주체에 관해서 연구한 사람이다.
  9. 할인율이란 개념은 경제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한 시점과 다른 시점 사이의 비교가 필요한 거의 모든 문제에서 할인율이 쓰이기 때문이다.
  10. 예를 들어, 사람들은 3일 후의 빵 하나와 4일 후의 빵 하나는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지만, 오늘의 빵 하나와 내일의 빵 하나의 차이는 극히 크게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