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인 정지용이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이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등재되어있으며 우리말의 풍부한 구사,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을 나타낸다. 시에 작품에서 유년의 추억과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담으로 정지용의 모교인 휘문고등학교에 이 시비가 있다.
김희갑이 작곡한 노래로도 나왔으며, 박인수, 이동원이 불렀다. 실제로 가곡으로 많이 부르는 곡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1]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2]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3]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2 분석
이 시는 고향의 정경을 표현함으로써 화자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고 각 연의 끝마다 반복되는 후렴구는 리듬감, 운율을 조성하고 화자가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집약해 직접적으로 표현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 연마다 다른 고향의 정경이 나오는데 이러한 각 연의 내용을 구분지어주고 시에 통일성을 부여해 준다.
- 정지용 시인은 고향의 그리움을 이렇게 후렴구를 반복함에 그치지 않고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 등 다양한 심상, 즉 감각적 이미지의 사용과 토속적, 향토적 시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이 시의 정서를 형성하고 있다.
- 사용된 감각적 이미지(심상)들은 다음과 같다.
-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시각적 심상)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청각적 심상)[4]
-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청각적 심상)
- 풀섭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촉각적 심상)
-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촉각적 심상)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공감각적 심상-청각의 시각화)
-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공감각적 심상-청각의 시각화)
또한 이런 시어를 통해 시간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을 알 수 있다.
공간적 배경
1연: 넓은 벌 동쪽 끝, 실개천
2연: 아버지가 주무시는 곳(방 안)
3연: 풀섶 (여기서 풀섶은 '풀숲'의 방언이다)
4연: 이삭 줍던 곳
5연: 도란도란거리는 곳(방 안)
시간적 배경
1연: 해설피(해가 설핏 기울 무렵, 해가 저물어 점차 어둑해질 때)
2연: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겨울 밤)
3연: 없음
4연: 없음
5연: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서리 까마귀는 늦가을의 까마귀를 말하므로 늦가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