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개요
1990년대 중후반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을, 걸면 자동으로 과금되는 전화 서비스. 보이스 피싱과 달리 미리 과금 사항을 공지해주는 합법적 방식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대중화되지 않았고, 인터넷도 모뎀 방식이라 느린데다 과금이 엄청났으며 컨텐츠도 구렸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전 단계라 비디오 게임에 대한 인식도 박했다. 결과적으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이 독서나 TV 정도밖에 없었다. 반면 실내전화의 경우 지금에 비해서도 꽤 쓰임새가 큰 물건이었다.
한때 개그 콘서트의 코너였던 700 오! 병팔이는 이걸 소재로 한 것이다. 내용이 약간 미묘하긴 했지만...
2 700서비스의 각종 사례
이렇게 여가의 폭이 좁다보니 틈새시장을 노린 사업자들이 특정 전화번호로 연결하면 적당히 녹음시켜 놓은 음원을 내보내면서 자동으로 수입을 얻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냈으며, 자연스럽게 TV 방송에서도 이를 홍보하거나 방송과 연동되는 컨텐츠를 내놓기도 했었다. 흔히 700 서비스, 700 통화로 불렸는데, 이는 국번이 하나같이 700-XXXX으로 시작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였다. 이 700의 규모가 팽창하여 700 국번만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현재의 060 국번으로 대체되게 되었다.
종류로는 인기가요를 비롯한 각종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거나 700-5425와 같은 통화 연결음 컬러링 서비스가 많았으며, 그에서 파생되어 연예정보를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 인기가수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실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퀴즈를 내고 답을 맞출 수 있는 서비스, 심지어 괴담이나 유머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 포켓몬스터[1]를 플레이 할 수 있는 서비스 등 엄청나게 다양했다.[2] 이런 서비스가 한창일 때는 그냥 700만 누르고 뒷번호 네 자리는 대충 아무거나 눌러도 어딘가의 서비스에 연결되곤 할 정도. 신문 광고는 기본이고, 이런 전화 서비스 번호를 소개하는 자그마한 공짜 소개지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3 700 서비스의 이용요금
서비스의 가격은 1990년대 무렵에는 30초당 50~70원 하는 식이었고, 2000년대 초반~중반 무렵에는 30초당 100원~200원 정도를 받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일반적인 전화 요금이 30초당 6.5원 정도였던 것을 보면 사실상 정보이용료, 통화 비용은 당시 기준으로 폭리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음악을 듣는 서비스의 경우 대개 5분 이상은 기본으로 쓰는 셈이 되므로 한 곡만 들어도 곧바로 500원 과금... 그 외에도 만화/학습모험[3], 30분 정도 방영하는 퀴즈쇼 관련 서비스의 경우 한 번 참여 시 10000~12000원 가까운 거금이 전화비로 빠져나갔다. 이렇게 많은 당시 어린이들이 참여를 할 수 있었던 건 방송 중간중간 프로그램 예고영상과 ID 영상에 작게 자막광고로 당시의 유행하는 만화영화들로 유혹했기 때문.*호기심에 멋모르고 서비스를 쓴 아이들 때문에 전화비 고지서가 10만원을 넘어가는 가정집이 속출했으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단속시키는가 하면 아예 이 서비스가 불가능하게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는 전화기가 출시되기도 했다.
4 700서비스의 확장
4.1 문화계
당시까지 최고 네임드 만화출판사였던 서울문화사가 이걸로 한몫 잡았던 것도 유명하다. 아이큐 점프 같은 잡지의 지면을 통해 전화번호를 써놓고는 해당 서비스에 전화하여 퀴즈를 맞추면 경품을 준다는 식으로 홍보, 700 서비스를 개시한 것. 코묻은 돈 삥뜯기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다.
4.2 방송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KBS, MBC, SBS, iTV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 연예/오락/스포츠/교양 프로그램 등과 관련된 단발성 퀴즈를 내는 경우가 많았으며, 당시 KBS, MBC에 비해 만화 라인이 탄탄했던 SBS의 경우 카드캡터 사쿠라, 전설의 용자 다간, 마법소녀 리나 등 자사에서 방영했던 만화와 관련된 퀴즈를 내기도 했었다. 또한 MBC에서 진행했던 퀴즈 프로그램인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서는 출연자가 시청자가 전화로 참가할 수 있는 ARS를 통해 퀴즈의 정답을 추측할 수 있는 ARS 찬스가 존재했던 등 지상파 방송의 ARS 서비스는 주로 시청자 참여를 명분으로 포장된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이 또한 정보이용료 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방송위원회에서 제재를 내리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운영했던 ARS 퀴즈 하나에 참가하는 데 드는 정보이용료는 30초당 KBS가 50원, MBC와 SBS가 100원, iTV가 200원을 받았었다. 정보이용료를 30초당 100원으로 가정할 경우 개인차는 있으나 문제를 듣고 정답을 입력하는 것과 함께 개인정보 등을 입력하는 데 빨라야 약 2~3분, 길면 5분도 넘게 걸리는 게 보통이었던 지라 퀴즈 한 번 응모하는 데 1000~2000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이러한 퀴즈는 주로 방송사가 ARS 서비스 업체에 위탁을 맡겨서 진행되었으며, 연평균 6000만~1억원 정도의 수입이 나오는데 이를 방송사와 서비스 업체가 7대 3의 비율로 나눠가졌다고.(#)
5 700서비스의 악용 사례
지상파에서의 ARS 서비스는 2000년대 초~중반에 접어들면서 다소 줄어들었으나 규제가 다소 느슨했던 케이블 채널에서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이런 ARS 서비스가 판을 쳤다. 투니버스, 애니원, JEI 재능TV 등 여러 어린이/만화 채널에서 이를 활용한 20~30분짜리 퀴즈 쇼가 자주 방영되었으며, 청소년 시청층이 많았던 음악/게임채널인 엠넷, 온게임넷(現 OGN), 겜비씨(폐국된 MBC GAME의 전신), 게임 TV(폐국)의 경우에도 연예인과 관련된 퀴즈나 승자 맞추기 ARS 퀴즈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03년에 개국했던 퀴즈쇼 채널 퀴니는 방송 중간중간에 우비소년 등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상으로 퀴즈를 내는 것을 넘어 빵코 아저씨와 게임파티, 배틀캐릭, 명탐정 루나 등 이걸 이용한 컨텐츠를 아예 대놓고 만들어내며 어린이들의 돈을 뜯어냈다.[4]
영화/드라마/스포츠 채널 등에서도 작품의 내용/출연자나, 선수/스포츠와 관련된 ARS 퀴즈 등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문제는 위의 지상파 방송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런 퀴즈의 난이도가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맞추는 것보다 틀리는 것이 더 어려운 사실상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수준으로 쉽게 출제되거나,[5] 정답자에게 추첨을 통해 상품을 제공한다는 안내를 통해(특히 어린이, 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힌트를 통한 억지 참여까지 유도하는 등 어떻게든지 시청자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온갖 꼼수가 이어졌다.
물론 ARS 참가자들이 찍은 것만큼 정말로 게임이 진행되었는지, 혹은 퀴즈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상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퀴즈로 얻게 되는 상품은 기타 소득으로 간주되어 제세공과금의 22%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퀴즈를 진행했던 어느 케이블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글을 보면 자신이 디지털 카메라에 당첨되었는데 충전기도 따로 구매해야 하고 내야 하는 세금이 헤당 모델의 중고거래가보다도 비싸서 차라리 안 받는 게 낫겠다는 항의글이 올라오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상품 지급도 썩 매끄럽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는 ARS 퀴즈가 주 컨텐츠였던 지니웍스 TV(구 퀴즈업)에서 진행했던 퀴즈에 참가해 당첨되었는데, 제세공과금을 입금 후 그 방송사가 망해버려 경품도 받지 못하고 공과금만 날린 피해를 봤다는 사례까지 존재했다.(#)
6 700서비스의 쇠퇴
결국 2006년~2007년 경 이러한 ARS 퀴즈들이 방통위의 철퇴를 맞고는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특히 ARS 퀴즈가 주 콘텐츠였던 퀴니는 담당 PD 2명이 준사기 혐의로 입건되며 ARS 서비스를 운영하던 케이블 방송사 중 유일하게 방통위의 제재를 넘어 사법처리를 당하기까지 했으며, 끝내 같은 계열사의 투니버스와 온게임넷의 하위 호환으로 전락해 이 두 채널의 콘텐츠를 무한히 재탕하는 등 채널의 존재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어 결국 2007년 2월 28일 폐국된 후 스토리온(現 O tvN)으로 대체되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휴대폰이 많이 보급된 요즘은 주로 모바일이나 인터넷/SNS 등을 통해 퀴즈/투표 참여 이벤트가 이루어지며, 정보이용료도 초당이 아닌 1회당 100원~200원씩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제로아이, 게이트엠, 광흥정보통신 등이 포켓몬스터, 디지몬, 유희왕 등 여러 인기 애니메이션을 내걸면서 어린이/만화 채널에 어지간히 광고를 때려댔는데, 오늘날 이 업체들은 방통위의 규제와 역사의 뒤안길에 밀려 대부분이 부도/사업을 철수한 상태이며[6], 남아 있는 서비스라고는 주가지수/급등주/거래량 등 주식 시황 확인 및 투자상담, 사주/운세, 폰팅 등 성인 전용 보이스채팅 서비스가 고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다는 점을 노린 건가
7 트리비아
매년 연말/연초에 주로 볼 수 있는 결식아동 및 불우이웃, 여름철에 주로 보이는 장마/태풍 피해 수재민 돕기나 대지진과 같은 해외 대형 재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 ARS도 이 서비스에 해당하는데, 보통 KBS에서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방영되었던 사랑의 리퀘스트를 국내에서 ARS 방식을 사용한 성금 모금의 시초로 본다. 보통 한 통화에 1~2천원씩이 과금되는 구조로 이루어지며, 영리적 목적은 아니기에 해당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금도 건재하다.- ↑ 실제로 띠부띠부씰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 소설인 포켓몬스터 스티커 사건에서도 주인공의 동생이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700 서비스를 몰래 이용하다가 어머니에게 걸려서 혼나는 내용이 있다.
- ↑ 당연히 그 가운데에서는 야설을 들려 주는 성인용 서비스도 상당수였다.
- ↑ 이것도 말이 학습모험이지 현실은 대충 구색만 갖춘 퀴즈에 만화 주인공 목소리만 아주 조금 넣어가면서 전화비를 삥뜯기 위해 시간 끌기용으로 만든 질 낮은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 ↑ 실제로 한 가정에서는 아이가 퀴니를 보고 멋모르고 전화를 하는 바람에 한 달 전화비가 30만~50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 ↑ 예를 들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이 남자의 이름은?” 1번 에이, 2번 비, 3번 시 라든가 "파워 디지몬이 방영되고 있는 채널은 어디일까요?" 1번 투니버스, 2번 투니기차(...) 문제의 난이도는 둘째치고 사실상 시청자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는 힌트를 준답시고 대놓고 몇 번이라는 등 아예 정답을 가르쳐 주는 사례가 허다했다.
- ↑ 그나마 살아남은 업체들은 대부분 핸드폰 판매업이나 웹하드 등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