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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 All other things being equal
한국어 :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연구에서 가정(assumption)으로 활용되는 라틴어 문구. 고전 라틴어 발음은 '께떼리스 빠리부스', 영어 발음은 세테리스 패러버스'.
현실에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으면서, 복잡한 사회 현실 전체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처방을 하는 학문에서 명료한 이론의 틀을 세울 필요가 있을 때 활용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A.Marshall)이 처음으로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명은 오컴의 면도날.
변인 A와 변인 B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규명하고자 할 때, 경제학과 같은 몇몇 사회과학의 분야들에서는 제3의 변인들이 자꾸 개입하게 되면서 그 관계를 흐려 놓는 경우가 굉장히 자주 발생한다. 가장 간단한 수요의 법칙을 생각해보자. 값이 비싸지면 덜 사려고 할 것이다. 간단히 수식으로 표현하면
D∝1/P
이다. D는 수요이고 P는 가격, 수요는 가격에 반비례한다는 수요의 법칙을 나타낸 것이다. 단순하게 가격과 수요, 단 둘만의 관계를 가정하면 상당히 맞는 말이 된다. 비싸지면 당연히 덜 사게 되는 법. 하지만 만약 가격이 2배로 올랐는데 동시에 소득이 한 10배쯤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양을 사들여도 큰 부담이 안되기 때문에 수요량은 그대로일 수도 있다. 또는 더 사도 별 상관이 없어서 더 살 수도 있다. 혹은 이제 소득이 10배나 오른 부자가 되었으니 다른 비싼 물건을 사느라 아예 안 살수도 있다. 소득이라는 변인이 추가되는 순간 설명이 종잡을 수 없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1]
이런 변인들을 하나하나 다 따지기 시작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지게 되고, 그 결과 실생활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한 비대한 설명이 탄생하게 된다. 따라서 현실과는 다소간의 어긋남이 있더라도 충분한 명료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연구자는 ceteris paribus를 선언함으로써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간단명료하게 규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거의 모든 이론체계가 전부 ceteris paribus에 의존하고 있다고 과언은 아니며, 심지어 저 수요공급의 법칙조차도 사실은 ceteris paribus가 전제되어 있다는 설명이 많이 있다.
즉, ceteris paribus는 경제학의 분석방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자 가정이다. 덕분에 경제학의 연구 대상을 간단한 함수식과 그래프로 표현하며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변수들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확장하면서 경제 내의 모든 시장의 균형을 하나의 평면에 분석하는 파레토 균형이나 일반균형분석 같은 가능해졌다.
D∝1/P
수요의 법칙으로 다시 설명하면, 모든 다른 변인들, 소득같은 것들이 다 변함이 없는데 가격만 변한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이 경우 가격 상승은 수요가 줄게 할 것임이 대단히 설득력있을 것이다. 싸면 더 사고, 비싸면 덜 산다는 수요의 법칙이라는 명제는 ceteris paribus 없이는 애매모호한 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판자들은 주로 ceteris paribus 가정이 당초 연구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현실과의 괴리를 촉발시켰을 수 있다는 쪽으로 공격하고 있다. 약간 결은 다르지만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처음 나타났을 때에도,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동물이다" 라는 그들의 기본 가정이 위협당하는 것을 지켜본 바 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과학계 외부의 유사과학자들이나 종교인들, 사이비 경제학자들, 대체의학자들 등등도 ceteris paribus 가정을 마치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의 분야에서 ceteris paribus는 이론과 현실을 동떨어지게 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애초에 실험적인 방법으로는 연구가 불가능하고, 이론에 대한 검증도 사후적인 검증 혹은, 과거 데이터와의 대조로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 경제학은 사고실험에 의존했었다. 이러다 경제학에 수식과 그래프를 통한 분석방법이 들어오면서, 모든 분석 대상을 단 두개의 변수로만 줄이고 2차원의 그래프로 분석하는 방법론이 일반화되었다. 이렇게 보다 복잡한 이론들이 단순화되어 정립되고 과거의 이론들의 결과는 새로운 이론의 가정이 되고, 또다시 이 이론의 결과는 다른 이론의 가정이 되는 식으로 경제학의 이론이 발전하면서, ceteris paribus로 제거된 변인들이 쌓이고 쌓여 이론과 현실의 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들만 보더라도 아주 간단한 수요공급 이론에서 시작해서 경제학의 모든 균형을 한번에 분석하겠다고 덤벼드는 일반균형분석으로 오기까지 수십단계의 이론의 변형과 변인의 첨가, 그리고 수백번의 ceteris paribus가 가정된다. 이러다보니 경제학이 현실은 보지 않고 수식에만 매달려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거시경제학의 양대 축이라고 불리우는 고전학파와 케인지언의 이론이 갈리는 이유도 전부 두 학파가 현실을 경제학의 방법론으로 끌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전제하는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정은 하나의 이론 내적으로는 검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이 올바르지 않다면 이론의 전개가 아무리 설득력이 있더라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쓸모 없는 판타지일 뿐이다. 때문에 ceteris paribus의 가정이 현실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가정인지, 아니면 현실은 도외시하고 학문적 놀음을 위한 지나친 단순화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ceteris paribus로 인해서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ceteris paribus에 의거한 이론체계 전체가 흔들리거나 뿌리뽑히는 것은 아니다. 즉 이를 가지고 공격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니 뭐니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설레발의 일종이다. ceteris paribus에 의거하지 않은 다른 이론체계가 제안된다면, 그것은 잘해 봐야 기존 이론에 대한 보완이 될 뿐이지, 기존 이론을 무너뜨리고 자기 자신이 그 위에 올라설 정도까지는 아니다. 기존 이론체계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그것을 지지한 이유는, ceteris paribus 가정이 무너졌을 때 세울 수 있는 다른 이론이 기존의 이론만큼 명료하고 간명하면서도 현실 설명력이 높으리라고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도 마찰없는 진공상태를 가정하고, 화학에서도 이상기체를 가정하는것을 생각할때 부당한 비판도 없진않다.
ceteris paribus를 전제로 하는 설명은, 실제 현실에서는 다른 모든 조건들이 변하지 않을 정도의 "짧은 시간" 만큼만 현실을 잘 설명할 수 있다. 만일 그 이상의 장기적인 현상을 설명할 때에는 필연적으로 현실과 멀어지게 된다.- ↑ 사실 아주 기초적인 경제학원론 수준의 소득탄력성만 있으면 사례별로 설명은 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