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 음악


(위) 모듈 음악하면 대명사로 꼽히는 Future Crew[1][2] 팀의 "Unreal ][ Second Reality" 데모. 음악은 Skaven[3]과 Purple Motion이 담당. 1993년에 만들어진 테크데모다. DirectX? ASIO?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아래) 위 데모에서 음악만 추출해 따로 재생시킨 영상. 모듈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볼 수 있다.

1 개요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의 한 갈래로 서구권에서는 트래커 음악(Tracker Music)이라고 칭하며, 흔히 아미가 음악(Amiga Music)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 형식의 음악이 당시의 컴퓨터 기종 중 하나였던 아미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음악을 제작할 때 쓰이는 툴을 트래커라고 부른다. '모듈 음악'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 방식을 최초로 구현하여 사용했던 Ultimate Soundtracker에서 사용하는 음악파일에 MOD가 붙었기 때문이며, 이는 또한 악기가 되는 샘플과 패턴, 재생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하나로 내장된 '모듈' 형태로 되어있음을 뜻한다. 현재는 거의 사장되었으나 컴퓨터 음악 발달사에서 당당히 중요한 한 장을 차지하는 음악 형식이다.

2 모듈 음악의 등장

칩튠 음악 제작에 쓰이는 프로그램들 또한 '트래커'라고 불리우는데, 이는 모듈 음악이 칩튠과 그 기원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기 코모도어64에는 SID[4] 원칩음원이 내장되어 있었는데, 이를 이용한 음악 제작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하고 발달하게 되었다. 오늘날 사용되는 트래커 프로그램의 기본 형태는 이 시절부터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1985년 코모도어64의 후속기종인 아미가가 발매되는데, 이 기종은 해당 문서에 자세하게 나와있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한 성능의 그래픽과 사운드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었다. 아미가의 사운드는 Paula[5]라는 4채널(좌 2채널/우 2채널) 8비트 PCM 출력이 가능한 원칩 하드웨어 샘플러가 내장되어, 기존 코모도어64에 사용된 SID의 소리와 근본적으로 큰 차이점을 보였다.

이 출력기능을 이용해서 기존의 내장음원 대신 실제의 악기 소리를 샘플링하여 음악을 연주하도록 한 MOD 파일 형식이 1987년 Karsten "Obi" Obarski이 공개한 Ultimate Soundtracker의 파일 형식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되면서 모듈 음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보통 확장자가 *.mod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원조 아미가에서는 모듈 파일 이름 앞에 MOD. 라는 접두어가 붙는 형태였다. 즉, 아미가에서는 파일명이 "MOD.das boot", "MOD.banana boat"와 같은 형태로 되어있었다.

작은 용량[6]에 기존의 SID, PSG 같은 원칩 신디사이저, FM 음원의 기계음과는 차원이 다른 사실적이고 훌륭한 소리를 낼 수 있었기에 크게 인기를 끌게되었다. 물론 제대로 된 MIDI 음악의 품질에야 못미쳤지만, 거뜬히 몇십만원이 넘어가는 사운드 모듈을 사지 않아도 되었던 데에다, 사운드 모듈과 달리 악기의 소리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았다.

3 특징

초기 파일 형식인 Ultimate Soundtracker에서 채용한 MOD는 추가적인 변환 없이 아미가의 하드웨어에 바로 데이터를 로딩하여 재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악기로 사용되는 샘플은 Paula의 DAC에 바로 로딩할 수 있는 8비트 PCM형식이고, 연주에 사용되는 패턴 데이터는 4채널에 압축이 안된 형태였으며, Ultimate Soundtracker 자체가 연주 시 타이머로 화면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VSync와 동기화를 하는 등 최대한 CPU를 사용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특성 덕에 아미가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모듈 음악이 인기를 끌자 아미가용으로 다양한 트래커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아미가의 원칩 샘플러가 하던 기능을 에뮬레이션하여 모듈음악을 제작/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타 기종의 컴퓨터에 등장했다. 컴퓨터와 사운드 카드의 성능이 발달함에 따라 16비트 샘플, 5채널 이상을 사용하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파일 형식 또한 등장했다.

4 데모씬과 모듈 음악

데모씬(Demoscene)이란 음악과 함께 실시간 CG 비주얼 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실력파 해커들이 "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음 깝ㄴㄴ"하고 자신들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이다. 현재는 와레즈 불법 공유 그룹 정도로만 알려져있는 Razor 1911도 그러한 데모씬을 제작하던 그룹 중 하나다.

이러한 데모씬과 모듈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제한된 용량 내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야 하는 데모씬 제작에서 적은 용량으로 훌륭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모듈 음악은 최적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아래 문서에 나와있는 트래커 소프트웨어들이 모두 다 이들 데모그룹에 의해 제작된 것일 정도로 모듈 음악 보급에 있어 데모그룹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본래 아미가의 하드웨어 기능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모듈 음악이었지만, 아미가 단종 이후, 이들 유저들의 노력으로 아미가 이외의 기종에서도 모듈 파일을 연주/작곡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7]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여러 아마추어 작곡가들이 넷상에 이름을 알리는가 하면, 아미가용이 아닌 게임의 BGM에도 모듈 음악이 많이 사용되었다.

5 쇠퇴

IBM PC 호환기종이 대세였던 한국에서는 모듈 음악이 굉장히 늦게 보급되었다. IBM PC에서 PCM 출력을 지원하려면 1990년대 초반 당시 가격으로 20만원이 넘어가는 사운드 블래스터급의 사운드 카드를 달아야 했으니... 더구나 16채널까지 지원하는 S3M 같은 파일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86급의 CPU가 필요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옥소리 등 보다 저렴한 가격의 사운드 카드들이 보급되어 모듈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PC통신 동호회를 중심으로 하여 해외의 데모그룹의 활동이나 아마추어 작곡가들의 자작곡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직접 트래커를 사용하여 모듈 음악을 자작해보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MP3 포맷이 등장하고, DAW가상악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모듈 음악이 가지고 있던 메리트가 사라지고 모듈 음악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좋은 음질을 제공하고 싶으면 MP3를 올리면 되고, 용량을 적게 하려면 그냥 MIDI파일로 만들어서 가상악기로 연주하는게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운영체제 자체에 기본적인 가상악기가 내장이 되고있는 현실이니... 현재는 극소수의 매니아를 제외하면 일부 유저들이 취미삼아 제작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6 모듈 음악의 형식

  • MOD: 원조 아미가에서 사용되었던, Ultimate Soundtracker와 함께 등장한 형식으로, 아미가의 원칩 샘플러인 Paula에 맞추어 4채널이 지원되며, 음역 제한이 있었다.C1-B3까지만 지원하며 이 이상의 옥타브는 샘플 자체를 높은 음으로 가져오는 편법을 쓰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 S3M: IBM PC용 스크림 트랙커 3.x 버전에서 썼던 형태. 16채널을 지원한다.
  • XM: 패스트 트랙커 2.x 버전에서 썼던 형태. 32채널을 지원한다. 밀키 트랙커에서도 기본 포맷으로 사용된다.
  • IT: 임펄스 트랙커에서 썼던 형태로, 모듈음악의 최종진화형이다. 64채널까지 지원하며, 위의 다른 형태들이 8비트 샘플만 지원했던 것과는 달리 이 쪽은 16비트 샘플도 지원하고, 악기 샘플의 루프를 좀 더 자연스럽게 지정할 수 있었던 것이 장점.
  • MPTM: OpenMPT라는 오픈소스 트래커 프로그램에서 쓰는 트래커 형식으로, 정확한 BPM과 정확한 사운드를 지원한다. 다만 정확하게 설정하면 다른 트래커랑 호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 그 외 mtm, okt, mdl, 669, far 등의 형식도 있다.

7 트래커 프로그램

모듈 음악을 작곡하고 편집하는 프로그램을 트래커라고 부른다.

  • 밀키 트랙커(MilkyTracker): 오늘날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프로그램. DOS시절 쓰인 패스트 트랙커와의 호환을 목표로 한다. 온갖 운영체제, 포켓PC 및 안드로이드에서 실행할 수 있다. 범용성으로는 최고. 아래의 OpenMPT보다 설정이 단순하나 현대의 트랙커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호환성이 깨지기 때문.
  • OpenMPT: ModPlug 트랙커의 오픈소스판이다. 윈도에서만 실행 가능하며 범용성은 좀 떨어진다.

8 예시


Kenet & Rez의 Unreeeal Superhero 3. 소니 베가스의 키젠 음악으로 쓰였다.



Jogeir Liljedahl의 Guitar Slinger. 머리를 잘 쓰면 4개 트랙만으로도 완벽한 기타 연주곡을 트래킹할 수 있다.



위키러들이 좋아할 만한 것

9 참조 링크

  • 칩튠
  • MOD 아카이브 - 거의 대부분의 모듈 음악을 전시해놓은 사이트. 자작 모듈도 올릴 수 있다.
  • KeygenMUSiC - 칩튠 문서에서 소개된 '키젠 뮤직'들만 모아놓은 사이트. 위의 MOD 아카이브와 몇몇 음악이 겹친다. 일부 파일은 MIDI.
  1. 1987년부터 1994년까지 활동했던 팀으로, 해체 이후에는 각자의 길을 갔으며 그 중 일부가 세운 회사가 3DMark로 유명한 Futuremark와 맥스 페인 시리즈로 유명한 레메디 언터테인먼트.
  2. 386CPU로 30만 폴리건을 구현했던 데모도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코드를 어셈블리언어로 짜서 CPU성능을 극한까지 짜내는 팀으로 유명했다.
  3. 본명은 Peter Hajba. 비쥬얼드 시리즈의 음악을 맡았다.
  4. MOS 6581, 6582, 8050. PSG와 같은 부류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5. 코모도어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칩으로, Direct Memory Access(DMA) 로 동작하는 4채널 PCM 출력기능과 함께, 플로피디스크 컨트롤러, 시리얼 I/O 컨트롤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
  6. 보통 한곡당 100kb 전후. 모뎀을 쓰던 당시에는 이정도 용량을 받는데 10분 이상 걸리는 일이 흔했다.
  7. 심지어는 내장 스피커로도 연주가 가능했다.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