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 앤 판처/우익 논란

1 개요

걸즈 앤 판처는 작중 우익물로 의심되는 점을 몇 군데 내포하여 시청자 간의 논쟁을 낳은 바 있다. 미즈시마 츠토무가 감독한 아자젤 씨에서 원작에 없는 혐한 발언이 나온다는 점과 원작이 독도를 포함한 영토 문제를 일본 위주로 다뤄 커다란 비난을 받은 죠시라쿠의 애니메이션판 감독을 맡은 점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

2 일본의 재무장 주장?

오랫동안 전차도를 하지 않았다가 다시 전차도를 하게 되어 활약하게 된다는 주인공팀의 설정은 일본 우익의 재무장 주장을 은유적으로 미화 및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건덕지가 있다. 그동안 군비가 제한되어 약체화된 구 일본군의 연약한 전차까지 있는 약팀이 재기하여 그 잠재력으로 경쟁국을 상징하는 팀들을 차례차례 누른다면 극우 애니로 평가되는 백화요란 사무라이 걸즈에서 대놓고 일본도에 B-29가 썰려대던 장면과는 대조적인 의미의 메시지가 존재할 여지가 있다는 요지.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며 밝혀진 사실들 때문에 곧 이것은 너무 민감한 반응임이 드러났다. 일본 매체인 만큼 일본 전차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주인공 팀의 전차는 추축국 전차만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여러 나라의 전차가 적절하게 짬뽕이 되어 있다. 작중에서 전차 성능에 대한 고증이 철저히 지켜지는 편은 아니지만 89식이나 치누 같은 일본의 전차들은 안습한 화력과 장갑 때문에 사실상 잉여나 다름없는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쓰는 수준으로 매우 정직하게 묘사되어 있다.

구 일본군을 모티브로 한 치하탄 학원은, TVA에선 제대로 출연조차 하지 못한 채 양학당해 처참히 널브러져 광탈해버리고 극장판에선 '치하탠 정신(야마토 정신)'을 외치며 지들끼리 특공하다가 싸그리 박살나는 네타 캐릭터로 등장했다. 이 특공에 대한 네타 소재는 진지하게 논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2차대전 당시 실제로 죽어갔던 자국의 군인들과 그 죽음이 일어났던 상황을 희화하는것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을 거짓까지 덧붙여가며 신성시시키려 하는 우익 세력이 만든 진짜 우익 영상 매체인 영원의 제로 등과 비교하면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는것.

또한, 걸즈 앤 판처 극장판 내에서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행한 임팔작전을 "폭거"라 정확히 명시한 장면도 존재한다.

일본군이 아닌 일본군의 병기에 대해서는, 일본 병기에 대한 불신은 제작진 내에 굉장히 넓게 퍼져있는지라 아예 그 주제가 치하의 성능에 대한 희화로만 가득찬 드라마 CD도 존재한다.

3 북방영토 문제?

8화 시작 부분에서 학원함 오아라이가 북위 50도선을 넘어서 프라우다 고교와의 경기장으로 간다. 설정상 프라우다 고교도 일본 학교이므로 경기장 역시 일본 영토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본의 최북단은 실효 지배만이 아니라 현대의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역을 포함해도 북위 45도다. 이 북위 50도선은 일본이 실제로 지배했던 최북단으로, 1905년 러일전쟁 말기에 사할린 전체(최북단 북위 55도)를 점령했다가 종전 조약인 포츠머스 조약 당시 합의를 거쳐 북위 50도선으로 철수하면서 확정된 국경선이었다. 즉 8~9화의 경기장은 북위 50도선 이북 어딘가로 추정되며, 이는 러-일 외교의 민감한 문제인 '쿠릴 열도'를 비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볼 소지가 있다.

이 부분은 극장판 시점까지 설정이 지속적으로 추가 공개되면서 근거가 상당 부분 반박되었다. 첫째, 극장판에서 전국 전차도 대회는 전부 1학기, 4월에서 8월 사이에 열렸다는 점이 밝혀졌다. 준결승 시점을 아무리 빨리 잡아도 5월 말에서 6월 초에 있었다고 한다면, 이 시기에 눈이 내리는 곳은 북위 55도로도 모자라서 최소한 북위 60도 정도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둘째, 프라우다의 모항은 아오모리에 있고, 따라서 경기 장소는 딱히 프라우다와도 연고가 있는 곳은 아니다. 또 프라우다 고교의 학원함이 키예프급 항공 중순양함을 모티프로 하고 있고 전차들도 전부 소련산으로 깔맞춤하는 세계관인데다, 침공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장이 어쩌다 민감한 지역에 있다는, 말 그대로 '단순 언급' 정도이지, 쿠릴 열도에 대한 일본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내용은 전무하다.

4 배경으로 쓰인 욱일기?

BD 2권에 수록된 SP 2화에서 89식 중전차를 소개할 때 배경으로 욱일기가 나왔다. 작중 등장한 다른 나라의 상징물들은 전부 현용이나 현용에 가까운 형태의 상징물(독일의 철십자는 현용과 대전 중 사용하던 것의 중간 정도 형태)이 들어간 반면, 89식의 욱일기는 유일하게 구 일본군의 것이 그대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국 등지의 시청자들에게는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그리고 욱일기가 현용인 이유도 전후 일제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에 불과하며, 하켄크로이츠가 나치의 상징인 것처럼 욱일기는 침략과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제의 상징으로, 법으로 금지되지 않아서 계속 쓰이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이 전쟁을 모델로 한 전차도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 더욱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하켄크로이츠는 창작물에서도 쓰이지 않도록 법에서 금지되어 있어 하켄크로이츠가 아닌 철십자나 X모양으로 이를 은유하고 있다.절에 있는 그거로 대체하는 것도 있다 욱일기가 법으로 금지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쓰이는 것이야말로 일제의 제국/군국주의의 잔재를 일본 정부가 옹호한다는 증거이며, 이를 당연히 여기는 풍토를 근거로 일본이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민감한 작품에서 등장한 욱일기 역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욱일기는 이미 풍어를 기념하는 전통적인 문양이 아닌, 정치적으로 구일제를 상징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단 걸즈 앤 판처의 경우, 논란이 되는 SP들은 전쟁사, 해당 전쟁에서 사용된 전차에 대한 설명 등의 전달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본편과 다르게 SP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매체라고 생각할수 있다. SP에서는 전차들을 소개하며 해당 전차가 소속돼 있던 국가의 국기를 노출하는데, 논란이 되는 장면은 바로 이때 등장했다. SP의 주제는 엄연히 2차 대전 당시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며, SP에서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면 다큐 등에서 이용하는 고증의 목적일 수 있다. 애초에 SP의 목적도 이런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해당 sp에서 등장한 욱일기가 2차대전 당시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라 볼수 있는 이유는 또 한가지 있는데, 2차대전 당시의 전차가 아닌 현재 일본 자위대에서 현용하는 10식 전차를 설명할때는 욱일기를 배재하고 평범한 후지산의 사진으로 배경이 대체되었다. 이는 엄연히 제작진이 욱일기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장면으로써, 현 자위대 역시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기때문에 마음만 있었다면 이 장면에서도 욱일기를 노출할수 있었다.

또한 이 2차 대전 당시의 정보를 전달하는 SP 이외의 영상화된 작품에서는 그 어떤 장면에서도 욱일승천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걸즈 앤 판처의 각 팀의 상징물이 2차대전 당시 각 국가의 상징물을 데포르메한 마크들이지만 구 일본군을 오마쥬한 치하탄 학원의 마크는 욱일승천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양이다. 일본 전차도 연맹의 상징물 역시 단순한 일장기이다.

5 구 일본군의 오마쥬?

주인공 팀 주요 인물들의 이름으로 구 일본군 시절에 활약을 펼친 인물 또는 군함의 이름을 활용했다. 관점에 따라서는 그냥 전쟁 영웅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본군의 침략 전쟁과 수탈에 피를 흘려야 했던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몹시 찝찝한 부분이다. 비슷한 사례로 스트라이크 위치스의 등장인물 이름 모티브는 군국주의 미화가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이름만을 따온 정도였으나 이 문제로 비판받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름의 모티브가 된 일본군 출신 인물들은 전쟁범죄자와는 거리가 멀고, 아키야마 유카리의 모티브인 아키야마 요시후루처럼 전쟁에서 활약하고도 군국주의&제국주의에 반대한 인물도 있는 걸 보면 역시 미화라고 보는 건 무리수. 이 경우는 침략 전쟁 자체를 수행했다는 문제만이 남는다.

가령 SS 소속이었던 미하일 비트만을 모델로 한 캐릭터가 나와 활약하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1편 확장팩의 캠페인이 출시된 후에도 사람들이 그걸 가지고 나치 의혹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후속작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에서는 단순 등장이나 소재 차용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역사에 대한 편향적 주장을 전개하는 스토리로 인해 비판받았는데, 이는 즉, 단순히 관련 모티브 차용이나 동시대의 병기/인물의 단순 등장 정도로는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캐릭터 이름/설정을 가지고 제작진이 우익사관을 표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기는 애매하다. 해당 등장인물들의 생일들은 연합국이 엄청난 승리를 거둔 작전/전투들의 시행일로 설정되있기 때문이다.

6 옥쇄에 대하여

9화에서 오아라이 고교는 폐교는 무조건 항복과 다름없다며 결사 항전 하자고 말한다. "왜 여기서 무조건 항복이라는 정치적인 단어가 나오는가? 결사 항전이라는 단어는? 이는 무조건 항복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과 옥쇄 등의 은유를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

허나 이런 점을 제대로 오마쥬한 치하탄 학원은 무조건적으로 후퇴를 거부하다 그대로 공격당해 패배하는 모습, 후퇴를 후퇴라 말하지 않고 <후퇴적 전진>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단어로 돌려 말해야 겨우 말을 들어먹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행태를 향한 희화적인 모습을 주로 보인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대사들이 일본군을 정치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리수라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7 중국 국방일보의 논평

2013년 1월 22일에는 중국 국방일보에서 이 작품에 대해 논평을 한 적이 있다.[1] 내용을 요약하면 '전차 및 전쟁에 대한 묘사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럼에도 전쟁의 본질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도로, 전쟁 및 무기를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해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 논평이 나온 2013년 초 당시 중-일 외교관계는 최악을 달리고 있었으며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중국 국방일보가 일본에 대해 까댈 것이라면 소재를 가리지 않는 중국의 관영언론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국 국방일보에서 이 정도로 얌전한 논평을 했다는 것은 당시의 중국 관영언론처럼 일본에 대해서 날이 서서 트집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들여다봤는데도 걸판에서 도저히 우익 만화라 해석할 만한 건덕지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논평은 일각에서 제기되던, 전쟁병기를 너무 안이한 방식으로, 흥미 위주로 묘사했다는 평범한 비판 쪽에 가깝다. 별 근거가 없는 우익 의혹 따위를 제기하는 것보다, 이런 논평처럼 전쟁이라는 소재를 안이하게 장난처럼 다룬다는 비판이 훨씬 가치 있는 문제제기일지도 모른다.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