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와 유래
나라 국(國) + 격식 격(格)[1]을 합친 말로, 한 나라의 정부나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예의들을 이르는 말. 비슷한 단어로 국위(國威)가 있으며 사실 이쪽이 이전까지 더 많이 쓰던 단어였다. 주로 선양(宣揚)과 붙여서 국위선양으로 쓴다.
7~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가끔 이 단어가 보통명사로써 쓰이다가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부터 사어화되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前 대통령이 연설등에서 국격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시금 유행을 타게 하였다.
보통명사가 아닌 용어로써의 출전을 굳이 따져보자면, 일본에서 발간된 "국가의 품격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이라는 책이 그 시초에 가깝다.[2]
2006년 1월 1일자 경향신문 기사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당시 서울대 총장)가 사용한 것이 제6공화국 이후 거의 처음 언론에 등장한 용례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설이 있는데, 정화태 전 라오스대사는 자신이 만든 단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확인되는 것 중에 국내 언론이 '국격에 대해 언급한 첫 기사는 1948년 7월 4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배달 한국 고려의 비교'라는 기사로 국명을 무엇으로 정하는 것이 좋을까를 논한 글이다.
이후 국가의 품격 혹은 '인격'을 국가로 확장해서 사용한 의미로 이 국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례는 드문드문 확인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용어 자체를 파고들어쓴 사례로는 1986년 12월 3일자 김진현 당시 동아일보 논설실장이 작성한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라는 글을 찾을 수 있다.
김진현은 이후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1993년 '한국은 어떻게 가야하는가/(부제)국격 국력 선진화를 위한 제2독립운동'이라는 단행본에서도 다시 국격에 대해 전면적으로 언급했다.
1992년 대선 하루전인 12월 18일에는 한국일보 김성울 논설위원원이 '선택의 길목'이라는 고정칼럼 코너 "자랑스러운 우리 대통령을"이라는 칼럼에서 국격에 대해 논하기도 했고, 1994년 1월 6일자 경향신문에 성정홍 편집국 부국장이 데스크칼럼 '100대 7.3의 기술격차'라는 글에서 과학기술력이 국격의 척도라는 주장을 펼쳤다.
2 비판
그러나 이 단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 첫째, 국가는 절대적인 가치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격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 국가가 존립하는 한, 국가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물론 국가가 그 구성원들에 의해서 해체되고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격"을 따지기 이전에 그 국가의 구성원들이 이미 피부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므로 격을 운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결국 국가가 구성원들에의해 유지되고 존립하는한 국가는 각국의 국민들에게 절대적 가치이며 따라서 국격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 둘째, 나라의 격을 따지는 것은 주권 국가 사이의 평등 이념에 반한다.
- 아무리 작고 힘이 없는 나라라도 의전은 일정한 전통적 관례가 있다. 물론 큰나라의 사절은 규모가 크고 작은 나라의 사절은 작기에 규모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일정한 전통적 외교 의례가 존재하며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한나라의 원수급, 장관급, 대사급 등에 따른 의례 보다 더 환대하는 경우는 있어도 의례보다 괄시하는 경우는 실수이거나 외교 담당자가 무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 이는 현실 세계의 국력의 차이와 국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권국가 사이는 평등하다는 국제사회와 UN의 설립 정신의 지향점과 이념을 시사하는 것이다.
- 셋째, 국격이란 것은 국제 사회에의 배려, 양보, 관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자국에서 뭘 유치했느니 대통령이 외국에서 연설할 때 박수를 몇 번 받았느니 하는 걸로 오르거나 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UN의 총의를 무시하고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미국의 막강한 국력과 위력에 국제사회가 놀라 미국의 국격이 상승했는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 또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그 둘을 합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고 이상은 이상이다. 국격이라는 것은 배려, 영보, 관용과 같은 인간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에서도 베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와 같은 세계적인 지도자가 존경을 받는 것과 그 인물 때문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국가의 국격도 함께 상승한 것이 이에대한 근거 중 하나이다.
3 비판에 대한 반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 첫째, 국가가 절대적인 가치로, 변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 그리고 이는 전체주의적인 주장으로 보일 수 있다. 김씨왕조나 조선왕조 도 아니고, 국가는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이 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유지되고 발전하는 공동체라고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국가에도 격이 존재할 수 있다.
- 둘째, 나라의 격을 따지는 것은 평등 이념에 반하지 않는다. 앞서 첫째 문단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국가는 사회구성원들의 공동체이므로 그들의 성격과 특징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특출난 능력으로 엄청난 일을 해내거나 카리스마가 있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면, 그 사람에게 '격이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그것이 꼭 그를 다른 사람과 차별 대우를 하며 불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처럼 국가의 격과 평등 이념은 다른 문제이다.
- 셋째, 국격이 국제 사회에의 배려, 양보, 관용에서만 우러나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상주의자들의 사고일 뿐이다. 국격의 선결조건은 국력이다. 현실의 국제사회에서는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국격이라 함은 존재할 수 없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군사, 경제, 문화적으로 강력한 밑받침이 구성되어 있으므로 국격이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티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매우 많은 원조(배려, 양보, 관용)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국격이 높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는 배려와 양보, 관용'만'이 국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