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시리즈의 설정.
1 개요
창세기전 2 시작 시점에서 5년 전에 일어난 일로, 넓게는 제국의 사이럽스 침공부터 그라테스 전투까지, 좁게는 그라테스 평원에서 벌어진 하나의 회전만을 지칭한다.
1.1 제국의 사이럽스 침공
게이시르 제국 제1 황위 계승자인 흑태자 칼 스타이너는 다른 데블족을 상회하는 마력과 전략을 구사하며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켜 가라드와 트리시스를 합병하고 다크 아머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에 팬드래건 왕국을 위시한 에스프리 국가들은 실버 애로우라는 동맹체를 결성하여 맞서게 된다.
제국은 국가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다보니 만성적으로 식량부족에 시달렸고 이를 사이럽스를 통한 수입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사이럽스가 곡물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제국에 타격을 입혔으며,[1] 이러한 명분을 바탕으로 제국은 흑태자를 사령관으로 다크 아머 동맹군을 결집하여 사이럽스를 침공한다. 이러한 제국의 사이럽스 침공은 마찬가지로 실버 애로우 국가들에게는 위기였으며 실버 애로우 또한 연합군을 편성하여 구원군을 파견함으로써 양 세력간에 수백년만에 정면 충돌이 발생한다.
1.2 실버 애로우와 다크 아머의 격돌
실버 애로우 연합군은 게이시르 제국군에 패퇴했고, 팬드래건 왕국에서 추가 파병이 거론될 무렵에는 사이럽스는 물론 파견된 실버 애로우군도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때에 흑태자의 아버지인 칼 대제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게이시르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이어져 흑태자는 친위 병력을 이끌고 본국으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흑태자가 본국의 혼란을 수습할 무렵 추가 파견된 실버 애로우의 반격으로 게이시르 제국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고 패배했으며, 흑태자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본래의 4할 정도의 전력만을 유지한 채 대부분의 점령지를 잃은 상태였다.
1.3 그라테스 대회전
흑태자의 도착으로 원기를 되찾은 게이시르 제국군은 팬드래건 왕국군과 결전을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1202년 사이럽스의 그라테스 평원에서 양 진영의 최대 규모의 전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흑태자는 열세의 병력을 가지고 실버 애로우와의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사선대형이라는, 당시로서는 신개념의 전술을 활용하여 실버 애로우 군대를 대파한다. 이는 기존의 고전적인 방진형의 전투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망치와 모루의 개념을 진형 자체에 도입한 것으로, 대략적인 경과는 다음과 같다.
진형의 오른쪽에는 지구력을 지닌 중장보병과 오크 등의 병사들을 배치하고, 왼쪽으로는 경장기병과 마법사 등 빠르고 신속한 공격이 가능한 병력을 배치한다. 전투가 시작되어 상대의 방진과 부딪치면, 오른쪽의 중장보병은 진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후퇴하여 상대방을 끌어들인다. 이 결과 제국군의 진형은 왼쪽 경장기병에서 오른쪽 중장보병까지 기울어진 상태가 되며, 이 사선이 적의 측후방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경장기병과 마법사들은 빠른 기동력과 공격을 벌여 적 후방에 위치한 상대 지휘관을 점사하여 노리게 된다. 지휘관을 잃게 된 팬드래건군은 궤멸된다. 즉 중장보병이 모루이고, 경장기병과 마법사들이 망치인 셈.
전투가 벌어지면서 실버 애로우 진형은 완전히 밀려나기 시작했고, 전세가 불리하던 상황에서 팬드래건의 제3 왕위계승자이자 당대의 팬드래건 최고의 검사였던 아이스 팬드래건이 본국을 지키던 성기사단 병력을 이끌고 등장한다. 그는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스스로의 실력을 믿고 전선을 우회하여 흑태자에게 직접 도전하나, 오히려 거꾸로 그에게 패한 충격으로 전선을 이탈하고 만다. 결과적으로 지휘관을 잃어버린 성기사단 또한 망했어요. 결국 전쟁은 흑태자와 게이시르 제국 및 다크 아머 연합군의 완벽한 승리로 종결된다.
1.4 전투의 영향
이 그라테스에서 벌어진 회전의 결과, 흑태자의 제국군은 2배에 달하는 실버 애로우 연합군을 거의 전멸 상태에 빠뜨린다. 실버 애로우의 맹주인 팬드래건 왕국의 국왕 전용 마장기인 아론다이트는 흑태자에게 대파당했고,[2] 그 안에 탑승해 있던 국왕 아슈르 17세도 사망. 팬드래건의 태자였던 아크론 왕자도 사망하고 제3왕위계승자였던 아이스 왕자 역시 실종되는 등 전쟁에 참가했던 왕족 및 에스프리 계의 대부분의 지도 세력들이 몰살당하고 성기사단과 신풍조까지 전멸되는 등 전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에 게이시르의 침공을 받아 팬드래건은 멸망한다. 또한 연합군 중 제국과 인접해 있던 커티스 역시 제국령에 편입된다. 즉 실버 애로우 연합은 사실상 초토화된 셈.
그라테스 대회전 직후는 게이시르가 가장 유리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만약 어느 정도 시간이 주어졌다면 기본 경제력이 뛰어난 팬드래건인 만큼 그라테스 대회전 이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전력의 상당부분을 회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라테스에서의 승리로 게이시르 제국은 안타리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팬드래건 왕국과 커티스를 멸망시켜 그 영토를 손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아스타니아와 다갈의 영토도 일부 손에 넣어 대륙통일을 눈앞에 두게 된다.
2 그 외
흑태자가 사용한 사선진은 고대 그리스의 에파미논다스가 사용한 사선진과 알렉산드로스 3세의 망치와 모루 전술을 응용한 전술이다. 원안은 고대에 이미 있었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친 것은 근대 이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흑태자의 탁월한 전략적 능력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 기사단의 규모, 무용면에서 게이시르 제국을 앞지르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보병들의 두터운 방어진을 세우고 기사단의 무용으로 적군을 제압하는 팬드래건에게 있어서 충격이나 다름 없었던 전법이었을 것이다. 이 전법의 등장 이후로 더이상 전쟁에서 기사단이 적진을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사선진은 우리 편 전력을 한쪽에 집중시켜놓고, 약화된 반대쪽 전열이 무너지기 전에 적을 조져버려야지 하는 전술인데, 이쪽은 제대로 된 전황 묘사는 없지만 공회전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전황 설명이 좀 아스트랄해졌다(...). 모루에 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망치에는 분명 흑태자가 있었다. 그 시점부터 이미 이 전투는 흑태자의 승리로 끝날 예정이었던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모루는 제국군, 망치는 흑태자 혼자라고 한다.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제피르 팰컨의 군사인 클라우제비츠가 이러한 흑태자의 전술을 응용하여 광정면우회기동이라는 전술로 제국을 침공한 비프로스트군을 격파한다.- ↑ 물론 배후에는 실버 애로우가 있었을 게 확실하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제대로 된 군사력을 지니지 못한 일개 도시국가인 사이럽스가 바로 옆에 있는 안타리아 최고의 군사강국인 게이시르를 도발하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기 때문.
- ↑ 2급 마장기 아수라는 흑태자 집권 이후 에다에서 만들어진 마장기로, 투입 시기는 불명확하다. 다만 흑태자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아수라를 알아본 것을 볼 때 최소한 흑태자 실종 전에는 완성되 실전에 투입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즉, 그라테스 평원 대회전에서 투입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정작 흑태자가 아수라에 탑승했을 가능성은 낮다. 원래 황제 전용 마장기로 개발된 아수라의 제작 노선을 양산으로 바꾼 것은 흑태자 본인이었고, 그리마란 마장기에 대항하기 위해 암흑신이 개발한 능력으로 신들을 능가하는 마력을 보유한 최강의 데블족인 흑태자로서는 굳이 마장기에 탑승할 필요성이 없었다. 더구나 흑태자 본인은 검은 갑옷과 검은 투구를 입고 최전방에서 싸우는 자신의 상징성을 잘 이용하는 인물로, 실제로 성왕 라시드 집권 시기에 벌어진 그라테스 평원 대회전에서는 라시드 본인은 아론다이트를 타고 있었지만 흑태자 본인은 말에 탑승하고 있었다. 더욱이 게임 내내 마장기는 수도 없이 운용되지만 흑태자 본인은 공중전이나 우주전처럼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마장기에 전혀 탑승하지 않는다. 즉, 맨 몸으로, 그것도 실버 애로우의 수뇌부가 아슈르 17세를 도와줄 새도 없이 순식간에 1급 마장기 아론다이트를 박살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다이커스 같은 당시 수뇌부들 말을 들어보면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당했다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