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노 데니스

영국의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 마이클 페일린이 연기했고, 그의 어머니는 테리 존스(!)가 연기했다.

중세 시대의 평범한 일개 농민인 주제에 민주주의 정신이 투철한 깨어있는 지식인(!). 제국주의, 노동 대중 운운 하는 걸 봐서는 사회주의 전파를 위해 농촌에 귀향한 지식인일 수도 있다. 평소에는 진흙을 파서 먹는 찢어지게 가난한 농노이지만 민주주의 정신만큼은 엄청나게 깨어 있다. 마치 현대에도 있음직한 사회 문제를 들먹이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왜인지 다 흘려듣는다. 거기에다가 대담하게도 왕권을 주장하던 지나가던 아서 왕에게 신랄한 비판을 마지않는다. 왜 이 마을에 영주가 없는지 알겠군!


아서 왕 : 이보시게, 할멈!

데니스 : 남자요!
아서 왕 : 남자였군, 미안하네. 저 위 성엔 어떤 기사가 살지?
데니스 : 나 서른일곱이요!
아서 왕 : 뭐라구?
데니스 : 난 서른일곱 살이오, 그렇게 안 늙었어!
아서 왕 : 아니, 그냥 남자라고 심심하게 호칭할 수는 없잖나.
데니스 : 날 '데니스'라고는 왜 안 불러?
아서 왕 : 자네 이름이 데니스인지 어떻게 알아?
데니스 : 알려고도 안 했잖아, 안 그래?
아서 왕 : 할멈이라고 부른 건 사과하겠네만, 그래도 뒤에서 보면 꼭...
데니스 : 내가 불만인 건 당신이 날 아랫사람 취급한 거야.
아서 왕 : 그야 난 왕이니까!
데니스 : 아아, 왕. 그거 삐까뻔쩍하군. 어떻게 왕이 되었지? 노동자를 착취시켜서겠지. 우리 사회에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존속시키는 낡은 제국주의적인 신조에 매달려서겠지. 사회에 진보라도 있었다면...

(데니스의)어머니 : 데니스! 여기 썩 괜찮은 진흙이 있단다! (아서 왕을 보고) 안녕하세요?
아서 왕 : 안녕하신가, 부인. 난 브리튼의 왕 아서라 한다. 저 성의 영주가 누구지?
어머니 : 누구의 왕이요?
아서 왕 : 브리튼 사람들.
어머니 : 누가 브리튼 사람들인데요?
아서 왕 : 우리 모두 브리튼 사람이지. 그리고 난 그대들의 왕이고.
어머니 : 난 우리에게 왕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요. 우리가 자치단체인 줄 알았는데.
데니스 : 엄만 스스로를 속이고 있어. 우린 독재 밑에서 살고 있단 말이야. 확고한 전제 정치 하의 노동자 계급은...
어머니 : (말을 끊으며)아, 그 계급 얘기 또 하니?
데니스 : 계급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만일 민중이...

아서 왕 : 제발! 제발, 백성들이여. 난 시간이 없다. 저 성에 누가 살지?
어머니 : 아무도 안 살아요.
아서 왕 : 그럼 너희들 영주는 누군데?
어머니 : 우린 영주 같은 거 없어요.
아서 왕 : 뭐어?!
데니스 : 내가 말했지, 우린 무정부 조합주의 공동체라구. 우린 1주일간 번갈아 가면서 지도층 역을 맡아. 하지만 그 지도층의 모든 결정은 2주일마다 있는 모임에서 재가를 받지. 단순한 과반으로는 내정과 관련된 안건을 의결할 수 있고, ...
아서 왕 : 조용히 해라!
데니스 : 3분의 2의 다수결 방법으로...
아서 왕 : 조용히 해라! 명령이다, 조용히 해!

어머니 : 명령? 지가 뭐라도 되나?
아서 왕 : 나 니들 왕이라고!
어머니 : 글쎄, 난 당신한테 투표한 적 없는데.[1]
아서 왕 : 왕은 투표로 뽑는 게 아니다.
어머니 : 그럼 어떻게 왕 됐는데?
아서 왕 : 은은한 광채가 나는 순결한 금빛 옷을 걸친 호수의 여인이 엑스칼리버를 물 위로 떠올렸다. 신성한 신의 섭리에 의거해 나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갖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너희들의 왕인 까닭이니라!
데니스 : 어이 형씨, 이상한 여자가 연못에 누워 칼을 줬다 해서 권력 체제가 성립되는 건 아냐. 국가 통수권은 대중으로부터 위임받는 거지, 택도 아닌 수중의식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아서 왕 : 그만 조용히 해!
데니스 : 그 촉촉한 계집이 칼을 당신한테 던져줬다고 해서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아서 왕 : 닥쳐라!
데니스 : 이봐, 축축한 옷을 입은 계집애가 나한테 시미터를 던져주었다고 해서 내가 예전에 황제였다고 하고 다니면 당장에 날 정신병동에 쳐넣을걸!
아서 왕 : (데니스의 멱살을 잡으면서) 닥쳐! 닥치지 못할까!
데니스 : 아, 이제 체제 본연의 폭력을 휘두르는 건가?
아서 왕 : 닥쳐라!
데니스 : 이봐! 다들 와서 이 체제 본연의 폭력을 보라고! 살려 줘! 살려 줘! 탄압받고 있어요![2][3]
아서 왕 : 젠장맞을 농노 같으니라구!

그리고 나중에 잠깐이지만 다시 나온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로빈 경 참조

...그런데 뮤지컬판 스팸어랏에서는 작위를 받고 데니스 갤러해드으로서 일행에 동참한다! 기사가 된 것은 좋은데 농노 시절의 혁명가 마인드는 어디다 버리고 탐욕스럽고 속물적인 인간으로 캐릭터성이 바뀌어버린다. 보통 운동가나 재야 인사나 혁명 · 사상가 등 이상주의적인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면 현실과 타협하거나 권력에 물들어 딴 사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데니스의 이런 변화 역시 정치풍자인 셈이다.

삼국전투기 한중 전투9화에서 유비가 한중을 점령하는 컷에서 등장한다.
  1. 이 대사는 워크래프트 3의 피전트 대사에서 패러디된다.
  2. 이 대사 또한 워크래프트 3의 피전트 대사에서 패러디되는데 'represss'는 탄압하다는 뜻이지만 'Re-press'라고 생각하면 '다시 누르다'라고도 생각 할수 있기때문에 반복 클릭 대사에서 나오는 대사인 만큼 이중적인 의미의 개그.
  3. 마운트앤블레이드에서도 지도 위의 농부를 괴롭히면 이 이름의 도전과제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