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nsaio sobre a Cegueira[1]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가 쓴 장편소설. 후속작으론 《눈뜬 자들의 도시》가 있다.[2]
'만약에 세상 사람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명만이 볼 수 있다면'이 주 내용으로,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수작. 일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다. 시력을 잃는 전염병이 창궐해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어떤 막장으로 가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원초적인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은유를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흔히 쓰이는 말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몇 안 되는 작품. 재미있게 읽자면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쉬울 만큼 빠르고 재미있으며, 본격적으로 문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면 머리가 터지게 하는 은유로 가득한 소설.
주제 사라마구가 60대의 노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예를 들면 의사의 아내가 "삽을 가져올게요."라는 말을 작중에서 두 번 쓰게 되는 이유와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또한, 이야기꾼이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쓰는 주제 사라마구 소설의 다른 특징들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처음 읽는 사람은 당황할 정도로, 책에서 다른 문장부호 없이 마침표와 쉼표만 사용된다. 장(챕터) 구분도 없고 문단과 문단 사이가 더블스페이스 없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고유명사도 사용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이름 대신 '안과의사의 아내', '안과의사', '회사원의 아내' 등으로 지칭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색과 인종적 특성을 모두 제거해버려서 사건이 일어나는 도시가 완전히 익명의 도시로 느껴진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 도시를 리스본, 뉴욕, 서울 등 자신이 사는 도시로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이 도시가 수도라고 언급되며, 포르투갈이라는 지명이 은근슬쩍 나왔다가 바로 부정된다.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처럼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언반구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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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한 명이 도로에서 운전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회사원이 안과를 방문하는 동안 회사원 근처의 사람들이 차례로 실명하며 실명은 무서운 속도로 퍼진다. 실명 사태 초기에 정부가 회사원과 안과 의사, 그리고 그들과 접촉한 모든 사람을 폐기된 정신병원에 격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력을 잃지 않은 의사 아내는 시력을 잃었다는 거짓말로 의사 남편의 뒤를 따라 격리 장소로 간다.
폐병원은 군인들에 의해 멀찍이 둘러싸인 채 격리되고, 그 안에 있는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식량 등을 받을 수 있을 뿐, 돌봐줄 보호자나 의사도 없이 방치된다. 더구나 정부는 감염 방지를 위해 격리 장소를 벗어나는 환자는 가차 없이 사살하며 환자들끼리 서로 죽여도 간섭하지 않는다. 더구나 실명한 사람 근처에만 접근해도 전염된다는 것이 밝혀지며 병원을 지키는 군인들도 공포에 질려 경계선을 치고 접근하는 환자들을 쏴버린다. 몇몇 군인들은 정신을 놓고 환자들이 일부러 경고한 선을 넘도록 유도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나며 회사원의 아내, 차 도둑 남자,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 한쪽에 안대를 한 노인, 사팔뜨기 꼬마, 택시 운전사, 경찰관 등 회사원과 접촉했던 사람들이 차례로 이 병원에 끌려오게 된다. 의사의 아내는 여전히 눈이 멀지 않았지만, 장님들이 모인 곳에서 자신이 눈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른 장님들이 해를 끼칠 것을 염려해 장님인 척 행동한다. 하지만 자신은 앞이 보인다는 것을 들킬까 봐 무서워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이끈다.
이후 환자들이 떠나온 도시에서 질병이 무서운 전파력으로 퍼지며 폐기된 병원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해가고 여러 사건이 일어난다. 차 도둑 남자는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에게 손을 대다가 상처가 생기고 감염되어 군인들의 도움을 받으려다가 결국 사살된다. 도중에 유입된 불량배들에 의해 식량 약탈까지 벌어지는 동안 부족했던 식량 배급까지 끊기고 생활은 더 엉망이 되어간다. 장님처럼 행동하는 의사 아내를 빼면 모두 장님들이니 당연하게도 일상생활, 목욕, 청소, 병원 관리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화장실은 물론 거주지까지 사방팔방 배설물 밭이 되고 더러운 냄새가 진동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폐병원의 상황은 혼음, 불량배들의 성폭행과 살인까지 일어나는 막장 사태로 치닫는다. 의사의 아내 또한 눈이 멀쩡하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불량배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만, 참다못해 결국 불량배의 두목을 가위로 죽인다. 이후 의사 아내의 주도로 환자들이 불량배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폐병원은 불타고 또다시 많은 환자가 죽는다.[3] 불을 피해 폐병원을 나가보니 실명 사태는 전 국가로 퍼졌고 지키던 군인들도 이미 실명해 떠나버린 상태였다. 자유의 몸이 된 환자들은 살길을 찾으려 발버둥을 치고, 의사 아내를 중심으로 초기에 시력을 잃었던 소수 사람이 모여 전에 살던 도시로 향한다.
그들이 도착한 도시는 말 그대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어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펼쳐지고 있었고,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장님들이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다 쓰러져 죽는 막장 사태를 연출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널린 배설물과 쓰레기, 시체를 뜯어먹는 짐승들 속에서 식량을 확보하며 초기 생존자들과 함께 의사의 집에 도착해 거주지를 확보하지만, 도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로 변한 상황에서 의사 아내를 포함한 일행은 지쳐간다.
삶을 위한 마지막 시도로 시골로 떠날 것을 고려하는 순간, 최초로 실명했던 회사원이 시력을 되찾고 이후 시력을 잃은 순서대로 다시 시력을 되찾고, 의사의 아내가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하늘을 올려 보다 이제 자신의 차례일 것으로 생각하고 두려움 때문에 눈길을 아래로 돌리면서[4] 이야기가 끝난다.
3 영화화
영화도 나왔다. 《시티 오브 갓》 감독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에 줄리앤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산드라 오[5] 등 나름대로 초호화 캐스팅이었지만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2008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본 작품에서는 지명이 일절 언급되지 않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배경이 포르투갈임이 명시되고, 백색 실명 전염병이 퍼진 곳이 수도라고 언급된다.- ↑ 원제를 직역하자면 '눈멈에 관한 수필'이지만 cegueira에는 무지라는 뜻도 있다.
- ↑ 《눈먼 자들의 도시》의 '사건'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되며 몇몇 등장인물이 다시 등장하지만 주제의식과 전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 참고할 것.
- ↑ 영화와 소설의 내용 전개와 다른 것으로 보아 분량 압축을 위한 변경으로 추정된다.
- ↑ 의사의 아내의 눈이 멀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라는 묘사를 보아도,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를 보아도 의사의 아내의 눈이 멀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 ↑ 이쪽은 카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