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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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론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양자 역학은 그냥 "양자 역학"이었으며, 이러한 해석의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다. 위대한 학자라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꺼내면, 커리어상으로 매장당할 위험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양자 역학의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은 이 문제 때문에, 말년에 물리학계에서 고립되었다. 1950년대에 새로운 해석을 들고 나온 휴 애버렛과 데이비드 봄이 학계 경력상 큰 손해를 입었다. 주류의 해석 = "양자 역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연구는 "철학"으로서, 노벨상 다 받고 은퇴한 물리학자 같은 사람(예:Eugene Wigner)이 아니라면, 커리어상 큰 손해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부터 히피 문화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신비주의나, 동양 사상에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1982년 알랭 아스페의 실험에서 벨의 부등식이 어긋나는 것을 잘 보여주면서, 다른 해석들이 조금씩 싹을 틔우다가 1990년대부터 양자 정보 이론(quantum information theory)이 크게 발전하게 되면서, 학계에서 다른 해석들이 본격적으로 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교과서적 해석은 크게 변화한 바 없으며,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1]

양자역학의 해석에 사람들이 매달리는 이유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시키는 방법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미시세계는 시간에 따라 유니터리하게 변화하는 계이며 수학적으로도 잘 정의된다. 하지만 이를 우리가 보고 있는 거시세계와 연관시키려 들 때 애매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생긴다. 예를 들어서,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이 그 어떤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측정 기구와 파동함수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여 확률을 만들어 내는지, 그 과정은 결정론적인지 등은 양자역학이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 같은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양자역학에 해석을 가미하는데, 그 중에서 주된 논쟁거리 중 하나는 관측에 관한 것이다. 관측에 의해 상태가 결정된다는 코펜하겐 해석에 대하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누군가 달을 보고 있을 때만 달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고 한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말도 이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논쟁 와중에 나온 말. 양자역학의 해석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해석들이 있다.

2 코펜하겐 해석

현재 물리학계의 주류 학설이며, 대다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양자 역학을 소개할 때 이 코펜하겐 해석을 들어 설명한다. 코펜하겐 해석 참조.

3 다세계 해석

3.1 개요

1957년 휴 에버렛 3세(Hugh Everett III)가 제창한 양자역학의 해석 중의 하나. 과거에는 코펜하겐 해석이 절대적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물리학자 중 다세계 해석의 지지자들이 늘어나서 코펜하겐 해석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현재에는 다세계 해석에서 파생된 양자 결어긋남(quantum decoherence)이 관측의 문제를 해결하는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2 설명

다세계 해석은 원래 양자역학의 관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설이다. 양자역학의 관측에 대한 대표적인 역설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실제로 양자 레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시적 세계와 연관시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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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에버렛(1930~1982)


초기에는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 즉,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공존하는 상태는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순간 붕괴되어 산 고양이 혹은 죽은 고양이의 우주만 남고 그 외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주류였다. 이때 휴 에버렛이 다세계 해석, 에버렛 해석을 제창하였으나 코펜하겐 학파의 거두였던 닐스 보어에게 털려버렸고 주류에서 완전 밀려버리게 된다. 아니 거의 사장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묻혀버리는가 싶었으나 이후, 코펜하겐 해석이 가진 '세계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가능성을 선택하는가?'과 같은 것이 제기되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다세계 해석이 다시금 논의되기 시작했다. 또한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은 수학적으로 해석이 곤란하였기에 다세계 해석이 주목받은 면도 있다.

예시를 통해 다세계 해석을 코펜하겐 해석과 비교해 보자.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관측하는 순간 입자의 파동함수가 '붕괴(collapse)'하여 한 위치에 확정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전자의 파동함수가 1광년에 걸쳐 퍼져 있다고 가정하자.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한쪽 끝 지점에서 전자를 관측할때 순식간에 파동함수가 그 위치로 '오므라들게' 된다.

반면 다세계 해석에서는 관측 장치를 포함한 계 전체의 파동함수를 고려한다. 이 파동함수는 '붕괴'라는 과정을 따르지 않고 슈뢰딩거 방정식만을 따라서 행동한다. 따라서 관측이 이루어져도 파동함수는 붕괴하지 않게 된다. 다세계 해석에서는 관측이 일어난 뒤의 상태도 또한 중첩된 상태로 생각한다. 중첩된 상태들이 결어긋나면서(decohere) 세계가 분리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어떤 나라의 대통령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비슷한 장치를 만들어 놓고, 고양이가 죽을 경우 전 세계로 핵미사일을 박살내 지구를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만들어 버린다고 하자.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상자 안에서 입자가 검출되는 순간 파동함수는 깨지고, 고양이는 죽거나 죽지 않으며, 세계는 멸망하거나 멀쩡하다. 반면 다세계 해석이 따르면, 관측이 일어난 후에도 입자의 상태는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이 확장되어 고양이가 산 상태와 죽은 상태가 반반의 확률(?)로 '동시에'(?) 존재하고, 지구가 멸망한 상태와 멸망하지 않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이 '동시'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된다.

또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입자의 관측은 시도때도 없이, 그리고 무수히 많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관측'이라는 것은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이 각자의 파동함수를 가지고 있고, 다른 입자와 아주 약간이라도 상호작용하는 순간마다 '관측'이 이루어진다,(인간이 이를 거시적인 신호로 변환하는지의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상온에서 질소 분자는 초당 약 50억번 정도 다른 입자와 충돌한다. 여기에 아보가드로 수([math]6.022 \times 10^{23}[/math])를 곱하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2]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이 모든 순간마다 결어긋남이 이루어지고 세계가 분리된다. 물론 절대 안 될 것은 없지만, 입자와 입자가 충돌하는 사소한 사건이 어떻게 우주를 둘로 나눌 수 있는지, 왜 나누어야만 하는지는 아직 그럴듯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눈치빠른 위키러들은 눈치챘겠지만, 다세계 해석의 논리를 따르면 결어긋남을 만드는 것은 사실 '관측'이 아니라 파동함수의 존재 그 자체이다. A라는 지점에서 관측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우주에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입자는 자신의 파동함수가 퍼져 있는 모든 위치에서 관측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입자가 매 순간마다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다는 것이 된다. 이것이 시간에 대해서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면 그 자체로 모순이며, 플랑크 시간([math]5.4 \times 10^{-44}[/math]초)마다 일어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파동함수는 보통 균일하지 않다. 각 우주마다 '확률'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모두 존재하는 우주라면 '확률이 높은 우주'라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확률이 사실은 전부 0이라는 데에 있다. 임의의 입자가 특정한 위치 x에 있을 확률은 언제나 0이다. 입자가 있을 수 있는 위치가 수학적으로 uncountable하기 때문이다. [x,x+a]와 같이 구간을 잡아 주어야만 이 확률을 양수로 만들 수가 있다. 따라서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확률이 0인 우주들이 uncountable하게 많이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수학적으로, 그리고 물리학적으로 굉장한 난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분기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에 대해서 매 순간 일어난다(...)

3.3 다중우주론과 다세계 해석

다중우주론은 우리의 우주 외에도 가능한 다른 우주들의 집합을 말한다. 따라서 다세계 해석에 의한 평행우주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중우주론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다중우주론(pocket universe라고도 부름)은 우리의 우주를 벗어난다면 다른 우주로 갈 수 있고,[3] 고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탄생한다는 이론이다. 또한 끈이론 풍경(string theory landscape)에서는 서로 다른 칼라비-야우 다양체에 해당하는 우주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중우주론 중 하나인 다세계 해석은 우리가 사는 우주가 무한한 양자역학적 가능성에 의해 분화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다중우주는 다른 계층에서 분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즉, 다른 종류의 다중우주들은 서로 독립적인 것을 설명하는 이론들이다. 고로 서로 다른 곳에서 다뤄지는 떡밥들이다. 인플레이션 다중우주론이나 끈이론 풍경은 우주 물리학의 떡밥이며,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의 떡밥이다. 이들은 해결되기 전까지 끝없이 물리학에서 논의될, 오래되었지만 강렬한 논란의 씨앗들이다. 또한 명심할 점은 이 각각의 이론들은 모두 우주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방식인 '가설'이다. 한마디로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현재 진행형 가설들이란 것을 기억해두자. 그리고 인플레이션 다중우주론 같은 경우 관측할 수 없어 가설 상태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중우주의 존재 증거가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러나, 존재 증거를 찾은 WMAP 위성보다 해상도가 3배 더 정밀한 플랑크 위성으로 다시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중우주의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증거는 찾고 있는 중.[4][5]

4 앙상블 해석

1926년 막스 보른이 파동함수의 의미는 통계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데에서 유래한다. 통계역학에서 개별적인 입자의 성질 대신 통계적인 성질이 사용되듯이, 양자역학에서도 한 파동함수 대신 여러 독립적인 파동함수들의 앙상블을 가지고 의미를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면 한 마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석하지 말고 여러 동일한 고양이들의 앙상블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통해 통계적인 해석을 얻자는 뜻이다. 또한 앙상블 해석은 양자 역학의 해석에서 큰 쟁점인 관측 문제를 무시하고 통계적인 결과를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앙상블 해석은 자세한 것들은 덮어놓고 일어나는 현상만 보자는 소극적인 해석이라 할 수도 있다.

5 숨은 변수 이론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며 완전한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숨은 변수[6]가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숨은 변수 이론의 대표적인 옹호자였다.

5.1 실재성

현상이 관측자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설명이 현상에 내재해 있다는 개념을 과학철학적 용어로 실재성(reality)이라 부른다. 아인슈타인이 은 관측자가 있든 없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성질이 실재성인 것이다. 코펜하겐 해석에선 양자역학은 확률만으로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즉, 확률이라는 개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그런 논의에 반대하였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서로 얽혀 있는 두 입자에 대한 사고 실험 EPR 역설을 통해 양자역학은 실재성(reality)을 만족하지 못하며 숨은 변수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다시 말해, 숨은 변수 이론은 실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후 벨의 부등식이 발표되고 양자역학의 실재성과 국소성(locality)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드러난다.

5.2 검증

결국 1982년 아스페의 실험을 통해 국소적 실재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 실험의 의미는 국소성 혹은 실재성 둘 중 하나에 오류가 있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비국소적 실재론, 혹은 국소적 비실재론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국소적 실재론, 다시 말해 비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은 반증되지 않고 있으며, 실험으로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으로 양자역학을 해석한 것이 드브로이-봄 이론이다.

6 서울 해석

장회익을 비롯한 한국의 학자들이 제안한 해석이다. 이 새로운 해석에서는 양자역학이 형식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동역학적 특성’으로 정의된 대상을 인식 주체의 영역과 무관하게 서술하는 이론이며, 메타 이론적으로 대상에 대한 ‘상태’ 서술과 그로부터 관측자가 얻을 수 있는 ‘사건’ 서술 사이에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는 동역학 체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상 이론인 양자역학 자체와, 이에 대한 메타 이론의 해석 규칙을 엄격하게 구별함으로써, 이 해석은 실질적으로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문제 대부분을 해결해 가고 있다.[7]

7 드브로이-봄 이론

입자가 이동하기 전에 '파일럿 파'라는 파동을 먼저 쏜 후 그 파동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인데, 파일럿 파를 검증할 수 없다는 점과, 결국 수학적으로는 코펜하겐 해석과 다를 바 없다는 점 등의 문제로 잘 쓰이지 않는다. 상술한 숨은 변수 이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8 참고 자료

  1. 90년대 후반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으로 나름 유명해진 소칼과 장 브리크몽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까면서 봄의 해석을 홍보하기는 했다. 물론 그깟 스캔들로 얻은 명성으로는 과학계에 별 영향을 못 미쳤고, 봄의 해석은 그 이후로도 계속 비주류이다.
  2. 물론 이것은 극히 일부이다. 광자와 중성미자, 혹은 중력자 등과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하고, 원자를 이루는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3.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 [1]
  5. [2]
  6. 편미분방정식에서 개발살난 원시함수의 변수와는 다른 것이다.
  7. 한국물리학회 논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