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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주된 관심이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데에 있다는 것은 의미치료의 기본 신조 중의 하나이다. 자기 시련이 어떤 의미를 갖는 상황에서 인간이 기꺼이 그 시련을 견디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p.187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 어원은 Logos + Therapy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V.Frankl)이 창안한 기법으로, 실존주의 치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이하게도 상담기법이나 현장의 노하우보다는 이론적 기여가 상당히 많아서,[1] 긍정심리학의 최신 이론들을 짚어가다 보면 프랭클의 의미치료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나 행복 연구의 중요한 이론적 조망 중 하나가 소위 "eudaimonism" 이라고 불리는 의미추구적 행복 이론인데, 이 치료기법은 해당 조망을 기초로 해서 끊임없이 보완되고 재정립되고 있다. 더불어 몰입(flow), 회복탄력성(resilience),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과 같은 최신 이론들을 크게 촉진시키기도 했다.

이 치료법의 요체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의미를 찾아낸다면 이겨낼 수 있다" 정도이다. 빅터 프랭클은 이미 나치의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심리학자로서 사람들의 대처와 반응을 관찰했고, 그 자신 역시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처절하리만치 노력하였다. 저서 중에 나오는 회고들을 보다보면 정말 경외감이 들 정도.[2] 그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생을 쉽게 포기하거나, 짐승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거나,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은 일말의 생존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으며, 이것 하나가 그들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특히 의미치료는 사소한 기분부전이나 소소한 고민들보다는, 그야말로 한 인간을 완전히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 있고 압도할 수 있는 거대한 고통과 충격 앞에서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한 인간이 자신의 실존적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만한 가공할 고통, 즉 실존주의 치료에서 말하는 "죽음, 고독, 무의미함, 자유" 와 같은 이슈가 자신을 덮쳐오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애초에 바로 그런 극단적인 상황 속에 내팽개쳐진 한 심리학자가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게 의미치료이니...

그래서, 많은 심리치료들이 고통을 단지 "회피" 하거나 긍정적인 정서를 최대한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돕지만, 의미치료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의미치료는 고통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다른 치료법들이 고통을 피하도록 돕는다면, 의미치료는 고통 앞에 당당히 마주해서 그것을 꿋꿋이 버텨내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치료사든 내담자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최악의 고통 앞에 마주할 가능성은 엄연히 존재하기에, 누가 누구를 교정해 주고 격려해 주고 그런 거 없다. 그저 똑같은 처지의 인간끼리 만나서, 압도적인 고통 앞에 마주한 채, 그 고통이 가져다 줄 의미를 탐구하는 것뿐이다. 고통을 피해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정도는 고통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은 진정한 최악의 고통이 닥쳐왔을 때 속절없이 무너져 버릴 것이다.[3]

빅터 프랭클의 주요 저서 중 하나인 《죽음의 수용소에서》 의 원제는 사실 《Man's Search for Meaning :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 로, 번역하면 "의미를 향한 인간의 탐구 : 로고테라피의 소개" 정도다. 처음엔 홀로코스트 생존자 증언록으로 쓰였지만[4], 이 경험을 통해 의미치료를 고안한 데다 당장 독자들부터가 관련 내용을 원해서 개정을 통해 의미치료를 소개하는 학술서적에 가까운 책이다. 그러나 보다시피 국내 책 제목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나지 않도록 번역되었다. 어른의 사정?(…)
  1. 상담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가이드라인이 취약하다는 점은 실제로 실존주의 치료와 의미치료의 약점이기도 하다.
  2. 그래서 의미치료에 대해 "흥, 치료사님은 진짜 끝없는 고통에 처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시겠죠!" 라고 항변할 수가 없다. 딴게 아니라 이 치료법을 만든 사람이 무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사람 꼴로 살아나온 용자인지라 모두가 짤없이 버로우.(…) 흔히 볼 수 있는 무책임한 의지드립자기개발서 같은 것과는 그 무게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물론 고통의 종류가 다를 수도 있고, 여러가지 변수들도 있긴 하지만...
  3. 바로 이 점이 주관적 안녕감(SWB), 즉 웰빙을 중시하는 행복 연구자들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이기도 하다. 의미치료의 관점에서는 웰빙이나 삶의 만족만 좇는 모습은 매우 위태롭고 연약해 보일 수밖에 없다.
  4. 그런 류의 책으로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가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