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tive psychology
목차
긍정심리학은 우리가 쾌락과 만족의 산기슭을 거슬러 올라강점과 덕성이라는 산마루를 지나
마침내 우뚝 솟아있는, 삶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봉우리에 도달하게 한다.[1]
- 마틴 셀리그만(M.E.P.Seligman)
1 설명
심적 과정의 병리적 성격을 고찰하고 진단, 처방하던 과거의 연구 추세에서 벗어나, 인간의 긍정적 잠재력과 번영,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의 증가를 도모하여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적 심리학의 연구영역.
전통적으로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관점을 계승하며, 실제로 그들의 메시지를 많이 계승하였다. 그러나 연구방법론에 있어서 엄밀한 과학적 방법을 도입하였으며, 그 결과 인간의 긍정적 측면이라는 주제에 대한 많은 인과관계적 지식들이 축적되고 있다. 즉 아주 임상적인 테크닉은 결코 아니지만, 임상적 테크닉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순수과학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일반인들과 자기개발서 저자들에 의하여 노력드립이나 의지드립 류를 합리화하는 학문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다는 안습한 측면이 있다.(…) 심지어 대학교 심리학과 게시판에도 그런 논지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물론 학계에서도 신중한 회의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영역은 적어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면 우주가 도와줄 거야! 힘내!" 와 같은 식의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서구 심리학계는 이미 애저녁에 무조건적인 긍정 만능주의를 폐기하고 넘어갔다.
이 분야의 권위자로는, 서구권에는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인 마틴 셀리그만이 있으며,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Csikszentmihalyi),[2] 행복심리학의 최대 권위자로 손꼽히는 에드 디너(E.Diener)와 루트 빈호벤(R.Veenhoven) 등이 있다. 실존심리학과 접목한 쪽으로는 "강인함"(hardiness)의 권위자인 살바토르 매디(S.R.Maddi)가 있고, 임상심리학과 접목한 쪽으로는 어빈 얄롬(I.Yalom) 같은 임상가들도 꼽아볼 만하다. 국내의 대표적 긍정심리학자로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소속이자 《행복의 기원》의 저자인 서은국 교수,[3] 고려대학교 소속으로 "mental fitness" 개념을 가지고 긍정 임상심리학을 연구중인 고영건 교수가 있다.
해외에서 뛰는 국내파 학자로는 박난숙(N.Park) 교수가 유명한데, (2006년 기준) 로드아일랜드 대학교 소속이다. 인간의 긍정적 성장과 VIA모형 연구에서 업적을 인정받았다.
1.1 계기
긍정심리학의 계기를 굳이 나누자면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후복구의 여파로 인해, 종래의 심리학은 전쟁 피해자들과 상이용사들을 후원하기 위해 인간의 병리적 측면에 대한 치료에 천착하고 있었다. 그러다 90년대 이후에 들어서면서, 자신들이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자성이 일어나게 되었다.
더불어, 임상 장면에서도 기존의 심리치료는 (-) 상태를 0의 상태로 바꾸어 줄 수는 있어도, 0 상태를 (+) 상태로 바꾸어 주지는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울증 환자의 치료였는데, 우울증을 치료한 이후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환자의 행복은 분명히 상승하였으나 0 이상으로까지 상승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대중적으로 "풍요의 역설" 이라 불리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즉,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의식주가 해결되고 기술도 발전했는데, 왜 불행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문제에 심리학자들이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2 연구주제
2.1 행복과 삶의 만족
Happiness & Life Satisfaction
전통적으로는 이하의 두 가지 흐름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구되어 왔으나, 현대에 들어 점점 많은 연구자들이 조절(regulation)과 재건(reconstruction)이라는 방법을 통해 양자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주관적 안녕감이건 삶의 의미건 간에 한 개인이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얘기다.
2.1.1 Hedonism : 주관적 안녕감(SWB) 흐름
Subjective Well-Being
여기서는 상당히 양적인 연구에 가까운데, 그리스의 쾌락주의적인 전통에 입각하여 개인이 느끼는 정적인 정서와 기분을 최대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러한 안녕감은 상기된 것처럼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측정에 있어 상당히 연구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매우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고 연구가 진전되었다. 이 분야에서는 행복의 본질을 정확하고 타당성 있게 밝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2.1.2 Eudaimonism : 자기실현 및 자율성, 의미충족 흐름
Self-Actualization, Autonomy & Meaning Fulfillment
위의 주관적 안녕감에 대응하여 "심리적 안녕감"(PWB; psychological well-be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상당히 질적인 연구에 가까운데, 다른 말로는 "심리학적 행복" 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이쪽 연구의 주류는 에드워드 데시(E.L.Deci)의 자기결정 학파로, 개인이 타인의 통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 주체성과 자율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 자기결정 이론 자체가 긍정심리학을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심리학적인 적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들만큼이나 행복할 수 있다" 를 역설한 것. 그러나 이쪽 연구에 대한 주된 비판으로는, "주체적인 인간상" 자체가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인 관념이며 동아시아 및 비서구권 문화의 미덕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의미추구 분야에서는 빅터 프랭클(V.Frankl)의 의미 개념에 연결되어 있으며,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Maslow)를 비롯한 인본주의 계통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이는 전생애에 걸친 행복을 가장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연구하는 데 상당한 난이도가 요구된다. 여기서는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실현을 달성하여 궁극적으로는 개인을 완성하는 것" 을 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관적 안녕감 흐름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사람이 살면서 항상 그렇게 안녕할 수만은 없다" 는 요지로 비판하고 있으며, 자기결정 분야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사람이 항상 남의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만은 없다" 는 요지의 비판을 할 수 있다. 대신, 그런 안녕하지 못한 상황, 타인의 강압과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도 그런 역경이 자신의 인생에 끼치는 의미를 찾는다면 심리적인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요지.
2.2 인간의 강점과 덕성 : VIA 모형
Human Strength & Virtue
인간의 여러 미덕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흐름이다. 보통은 덕성(virtue)이 상위 분류이고 강점(strength)이 하위 분류로 통한다. 주요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 지혜와 지식(Wisdom & Knowledge) : 창의성, 호기심, 개방적인 마음, 학구열, 조망, 혁신
- 용기(Courage) : 대담성, 인내, 통합, 활기, 열정
- 인간애(Humanity) : 사랑, 친절함, 사회적 지능
- 정의(Justice) : 시민성, 정당함, 리더십
- 절제(Temperance) : 용서와 자비, 겸손함, 사려 깊음, 자기통제
- 초월성(Transcendence) :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 탁월함, 감사, 희망, 유머, 영성
위의 분류는 피터슨과 셀리그만의 분류[4]를 따른 것인데, Value(Virtue) in Action 의 줄임말인 VIA라고 불리기도 한다.
2.3 몰입
Flow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이걸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몰입은 충분히 높은 실력을 갖춘 개인이 충분히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경험하는 무아의 지경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일체의 감각정보를 무시하고, 시간개념이 사라져서 몇 시간이 단 몇 분처럼 느껴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거의 모든 개인들은 평생에 걸쳐 몇 번 정도만 이 몰입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따라서 몰입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첫째로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체크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주어진 과제의 난이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2.4 긍정적 노화
Positive Aging
종래의 발달심리학에서는 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견지하고 있었으며, 긍정적인 발전의 가능성 자체는 청년기(young adult)가 종료됨과 동시에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노화라는 현상이 결코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는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이라는 형태의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되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낮출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타났다. 또한 다문화 연구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노화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인식이 서구사회에 한정된 것임을 깨달았다.[5] 이에 연구자들은 똑같은 노화라 할지라도 어떤 이들은 매우 긍정적인 발달과정을 거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비참한 노년기를 보낸다는 차이에 주목하고, 적절한 개입(intervention)을 통해 노화의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3 논란
심리학자들에게 긍정심리학이 언뜻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주로 다음과 같은 관점들 때문이다.
우선 긍정심리학은 무조건적으로 긍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 태도는 긍정심리학이 아니며, 도리어 최신 연구들에서는 부정적이라고 인식되던 개념들의 재평가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울한 현실주의(depressive realism) 내지는 방어적 비관주의(defensive pessimism). 비관주의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적응적으로 과제 수행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6]
이와 관련해서 유념해야 할 것은, 긍정적 덕목에 결부된 심적 과정(mental process)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으며, 연구자는 상황과 환경적 맥락이 강력한 변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긍정심리학은 긍정적 주제에 대해서만 연구할 뿐이지, 긍정적인 결론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경우에 따라서 배우자에 대한 친절함이나 용서는 도리어 유해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7]
또한 일부 연구자들은 긍정적 측면 내의 부정적 잠재성, 부정적 측면 내의 긍정적 잠재성에 집중하여, 긍정심리학의 향후 목표는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즉, 심리학에서 더 이상은 긍정적 주제와 부정적 주제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으며, 이런 구분을 없애는 시도를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선구적으로 나서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8]
4 한계점 및 극복을 위한 노력
4.1 용어의 정의
과학적 연구를 위해서는 우선 엄밀한 개념적, 조작적 정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에 있어서 이 부분은 상당히 미진한 실정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행복(happiness)이 정확히 무엇인지, 안녕감(well-being)은 무엇인지, 삶의 만족(life satisfaction)은 대체 무엇인지, 성공(success)과 번영(flourishing)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미충족(meaning fulfillment)은 또 무엇인지가 정확히 합의되어야 하고, 서로간에 존재하는 집합관계와 공통점, 차이점이 명확히 확인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막연히 바람직하다고만 여겨지는 어렴풋한 의미로써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틴 셀리그만의 행복의 정의 연구를 필두로 하여 점차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하려는 연구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한 연구진은 안녕감을 구성하는 6대 측면을 선정하였는데,[9] 자율성(autonomy), 환경 지배력(environmental mastery), 개인의 성장(personal growth),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positive relations with other), 삶의 목적(purpose in life), 자기수용(self-acceptance)이 그것이다.
의미(meaning)에 대해서도 "실존적 본질에 대한 유의한 느낌, 감각" 이라고 정의되기도 하였다.[10] 의미추구라는 주제 자체가 철학적으로는 실존주의를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 깊게 들어가자면 그쪽도 알아두어야 한다.
4.2 측정의 어려움
또 다른 주된 비판으로는, 양적 접근으로는 삶의 의미나 행복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어떤 척도를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보고되는 데이터가 심하게 변동할 수 있다. 쉬운 예로, 2시간마다 회기를 나누어서 무선적인 간격으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라고 묻는 것과, "전반적으로 당신의 인생은 행복하셨습니까?" 라고 묻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또한 (거의 항상 방법론적인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예컨대 리커트 척도(Likert's Scale)를 활용한다고 할 경우, 7점 척도 상에서 5점을 부여하는 것은 사람마다 그 의미가 전부 다를 것으로 우려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삶의 의미나 행복과 같은 애매한 주제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잡아내기 위한 척도들을 개발해 왔다. 가장 많이 쓰이는 척도를 몇 가지 정도 꼽자면, 의미추구 분야에서는 MLQ(Meaning in Life Questionaire)[11]나 LAP-R(Life Attitude Profile Revised),[12] SOME(Sources of Meaning & Meaning in Life Questionaire)[13] 같은 것이 있다. 그 외에도 삶의 만족 분야에서는 SWLS(Satisfaction with Life Scale) 같은 것도 나와 있는 상태이다.
5 관련 주제들
- ↑ 약간 번역체 문장 같지만, 긍정심리학에서 실제로 연구되는 거대한 주제들 세 가지의 위상을 전부 반영하는, 통찰력 있는 문장이다.
- ↑ 심리학과 학부생들에게 그 복잡한 이름으로 인해 엄청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다. 의외로 해외 심리학자들 이름 중에는 영어나 독일어식 이름이 아닌 골때리는 이름들이 많이 있다. 라마찬드란(V.Ramachandran)이라거나 로버트 자이욘츠(R.Zajonc)라거나 톰 피즈친스키(T.Pyszczynski)라거나... 모르는 학자라면 발음하지도 못한다.
- ↑ 여담이지만 이 분의 첫인상은 심지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세상의 108번뇌를 홀로 감당하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나올 정도다. 아닌게아니라 이 분 밑에서 학위과정을 마친 석사들조차 인정한다.(…) 전공은 행복심리학인데 평소 이미지는 우중충하다는 역설적인 상황... 처진 눈꼬리와 입꼬리 때문에 그런 듯.
- ↑ Peterson & Seligman, 2004.
- ↑ 쉽게 말해, 노인들을 우러러보면서 지혜의 보고라고 여기며, 집단이나 사회의 최고 원로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신적 지주로 존재하게 하는 문화권들은 널리고 널렸다.
- ↑ Norem, 2002.
- ↑ McNulty & Fincham, 2012; McNulty, 2011.
- ↑ Wong, 2012.
- ↑ Ryff & Singer, 2008.
- ↑ Sterner et al., 2006
- ↑ Steger, Frazier, Oishi, & Kaler, 2004.
- ↑ Reker, 1992.
- ↑ Schnel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