漫談
1 개요
재치있고 재미있는 말솜씨로 세상을 풍자하는 것과 같이 여러 소재로 사용한 이야기로 청중을 즐겁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연극처럼 무대에서 이루어지지만, 간단한 의상과 소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내용은 주로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나 전래되는 옛날 이야기 혹은 정치·사회적 풍자를 담은 내용이 많으며, 단어의 중의적 특성이나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 많다. 미국,중국,일본과 한국에서 전통적인 코미디의 한 형식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았다. 보다 좁은 의미로 만담은 대화형 만담을 의미하는데 주로 2명이 짝을 이루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식이다. 이때 한쪽은 바보 역할을, 다른 한쪽은 다그치는 똑똑한 척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말을 빨리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는데, 만담은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다. 애초에 여러 사람의 대화로 이끌어나가는 유머를 어느 나라만의 것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케, 츳코미로 이루어진 만자이가 일본 풍토에 맞춰 발전한 일본식 만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 우리나라에서는 '만담'이라는 단어보다는 '개그'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만담이라는 단어 자체가 고풍스러운 옛말이란 느낌이 많고,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개그 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 등 오늘날 방송되는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전형적인 만담의 형식을 띈 코너가 방송된다.
1.1 한국의 만담
1.1.1 재담
한국 만담의 원류로 오래 전부터 '재담'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유머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한민족 특유의 해학, 풍자 문화와 어우러진 재담이 널리 퍼져 있었다. 전통적인 재담은 조선시대의 남사당놀이, 탈놀이등에서 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근대 초부터 수십권의 재담집이 나온 바 있으며, 현대에 들어 학계에서는 한국 곳곳의 재담들을 집대성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사당놀이의 줄타기의 경우 어릿광대와 줄광대가 줄을 타기에 앞서 서로 말을 주고 받는데, 이 이야기는 줄을 오고가면서까지 이어진다. 줄광대는 본격적으로 줄을 타기에 앞서, 또는 줄을 타는 중간에 줄에 관한 그럴 듯한 사설이나 줄타기 동작에 관한 사설을 늘어 놓기도 하는데 이것이 재담에 해당된다. 재담 중간에 소리도 끼게 되는데 광대패들은 이 재담을 잘해야 관중들의 흥미를 끌어 줄타기도 수월했다고 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남사당놀이와 여러가지 재담의 형태가 묘사된다.
문자를 이용하여 재치있는 문답을 주고받음으로써 흥미를 유발하는 문자 재담 설화도 있다. 인물은 다양하게 설정되는데 임금과 신하, 장인과 사위, 시아버지와 며느리, 기녀와 선비, 선생과 학동 등에 관한 여러 가지 재담이 전한다. 종류도 다양해서 한글과 한문의 의미와 음을 이용한 어휘 재담, 대구를 맞추는 재담, 재미있는 한시를 짓는 재담 등이 있다.
어휘에 관한 재담은 주로 한자음 만으로 이루어진 우리말과 그 말에 해당하는 한자음으로 서로 의미가 통하는 한시구를 만드는 방식이다. 대구를 맞추는 재담은 대구를 채워 한시의 묘미를 살리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한문재담은 한문에 능숙한 사대부층에서 형성되어 전파되었다.
1.1.2 근대
근현대에 들어 19세기 본격적으로 인기있는 만담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만담가로 일제강점기에 활약한신불출이 있으며, 70년대까지 활동했던 故 장소팔(장세건.2002년 작고)·고춘자(고임득.1995년 작고) 콤비가 만담의 전설로 일컬어지고 있다.[1]
1.1.3 현대
근대에 유행했던 정통 만담은 일본에 비해 상당히 축소되었지만, 한국의 재담·만담의 형태는 지금도 개그 콘서트같은 코미디 프로그램과[2] 무한도전같은 콩트, 상황극이 등장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 중국의 만담
중국에서는 相声(xiang sheng)이라 불리며, 명나라 때부터 1인 이상의 대화를 통한 대중공연의 형태로 나타났다. 19세기 중엽부터 쟝샨루와 같은 만담가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특히 1949년 이후부터 중국 대륙 전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3 일본의 만담
에도시대부터 존재해 왔으며, 오사카에서 크게 발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만자이 항목 참조.
1.4 터키의 만담
터키에서는 카라괴즈(Karagöz)라고 부르는 그림자 인형극이 만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쪽은 카라괴즈와 하지바트(Hacivat)라는 두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카라괴즈는 무식하면서도 직설적인, 때때로 바보같은 행동을 해서 하지바트에게 발리는 쪽이고 하지바트는 똑똑하고 세련된 말투를 사용하지만 번번이 카라괴즈에게 허를 찔리는 역이다. 카라괴즈극은 주로 라마단에 사람들 앞에서 공연되는데, 이미 17세기에 오스만 제국의 여행자인 에블리아 첼레비(Evliya Çelebi)가 쓴 <여행의 서(Seyahâname)>에 의하면 당시에 이집트에까지 카라괴즈극이 퍼져있었다고 언급하고있다. 오늘날에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향권이었던 그리스, 보스니아, 시리아등지에도 카라괴즈가 퍼져있으며 마찬가지로 사랑받고있다.
카라괴즈에서 만담적 요소는 카라괴즈와 하지바트가 벌이는 시사적 대담들이 주를 이룬다. 보통 카라괴즈극에는 여느 연극들처럼 정해진 스토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야기꾼들이 상황에 맞춰 시사를 풍자하는 등의 애드립을 넣기 때문.
카라괴즈(오른쪽)와 하지바트(왼쪽)
- ↑ 이들의 뒤를 이어 장광팔(58·본명 장광혁)·안춘자(43·본명 안숙희) 콤비가 활약하고 있다. 장광팔씨는 故장세건씨의 아들이기도 하다.(주목, 이사람) 떠오르는 ‘만담 콤비’ 장광팔·안춘자
- ↑ 개콘이나 웃찾사, 코빅 등 현대 한국의 개그 프로그램은 거의 모든 코너가 매우 짧은 연극의 형식을 띄나, 그런 코너들 중에서 극중 상황이 아니라 대사로 웃기는 코너라면 만담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극초창기인 2000년 (싸이의 새 플래쉬 무비랑 포트리스 블루버전이 유행하던 시절!) 개콘의 나니까나 방황, 아니면 2003년의 청년백서 및 우격다짐이나, 2007년 개그야의 최국의 별을 쏘다 (슈뤠기, 피쓰 등등 수많은 유행어를 탄생시킨 그 코너) 등의 코너는 아예 전형적인 만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