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몽테크리스토 백작)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에드몽 당테스약혼녀. 당테스의 신부이지만 당테스와는 맺어지지 못했다.

2 원작

2.1 갑작스러운 이별

카탈루냐 출신의 정열적인 아가씨.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이국적인 분위기의 미녀로 묘사된다. 열렬히 구애하는 사촌오빠 페르낭에게 '나는 그이(에드몽)밖에 없어요'라며 염장을 팍팍 질러주시더니, 결혼식 날에 당테스가 경찰에 잡혀가서 그대로 생과부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24년 뒤에 39세라면, 에드몽과 약혼식을 했을 때는 15세였단 말인가. 하긴 옛날 사람들은 원래 그정도 연령대에서 결혼을 했다….(한국 나이로는 1~2년 정도 나이를 올려주면 되겠다. 17세라도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이른 것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일신서적출판사에서 발행된 3권짜리 몽테크리스토백작에 의하면 에드몽과 약혼했을 때 나이가 17세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자체가 뒤마 선생이 상당히 휙휙 쓴 작품이라 신경쓰고 읽어보면 여기저기서 설정 충돌이 자주 보이기는 하는 편이다.

2.2 당테스가 사라진 뒤

당테스가 잡혀간 뒤에는 얼마동안 수절하면서 시아버지 루이 당테스(당테스의 아버지)를 모셨다. 하지만 아들이 잡혀간 충격으로 그가 식음을 전폐하다 죽어버리고 말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타난[1] 페르낭의 구애에 못 이겨서 결혼하여 마르세유를 뜨고 아들 알베르를 낳게 된다.

당테스가 사라지고 페르낭을 따라 나서기까지 총 18개월간을 기다렸다. 약혼자의 실종과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 사이의 기간으로 생각하자면 꽤 짧은 기간.[2] 그것도 당테스가 결혼식 날 실종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후 이것을 들은 당테스 왈, "그럼 결국 전부 통틀어서 십팔 개월을 기다린 셈이로군요. 아무리 사랑받는 남자라 할지라도 그 이상 기다려달랄 수는 없겠지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그동안 교양을 쌓고 자기 수양을 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아 시골 처녀에서 훌륭한 귀부인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된다.(페르낭이 모르세르 백작이 되면서 모르세르 백작부인이 됨) 단 카드루스의 언급으로는 "그렇게 머릿속에 이것저것 집어넣는 것은 자기 가슴 속의 생각을 잊어버리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당테스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은 차마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완전 막장인 당글라르 패밀리나 빌포르 패밀리에 비하면 이쪽은 그래도 나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역시 집안의 분위기는 안주인이 좌우하는 법인지... 뭐 그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쪽 가정은 부부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는 초반부에도 페르낭을 에드몽에게 소개할 때 "내가 당신 다음으로 사랑하는 우리 사촌오빠예요"라고 한 만큼, 페르낭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물론 그가 저지른 일은 몰랐었지만....

2.3 백작의 등장 이후

아무도 못 알아보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정체가 에드몽이라는 것을 첫눈에 알아차렸으며,[3] 작중에서 그런 기색을 숨기고 백작과 고통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 모르세르 저택에서 연 무도회에 백작이 참석하자, 함께 온실에서 산책을 하겠다는 핑계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대화 자체도 '모르세르 백작부인'과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신분으로 나누었지만. 이 때 메르세데스가 '백작께선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도 전혀 없는 외톨이이신가요?'라고 묻자 백작은 '몰타에 약혼녀가 있었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다른 곳에 다녀 왔더니 다른 남자와 이미 결혼을 해버렸더군요. 그 땐 저도 나약했는지 참 괴로워 했습니다. 그래도 그 여자는 마음 속으로 용서를 해 줬지요. 하지만 그녀를 빼앗아간 다른 남자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대화를 나눈 메르세데스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백작의 음모로 하이데가 페르낭의 실체를 폭로하여 페르낭의 명예가 박살이 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국 알베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백작과 결투를 벌이려 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알베르는 결투 솜씨가 뛰어난 백작의 손에 죽게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메르세데스는 갈등 끝에 백작을 찾아가서 알베르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메르세데스에게 설득된 백작은 복수까지 포기하고 죽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4].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베르에게도 백작과 자신, 아버지에 관한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다. 이 때문에 알베르는 백작의 복수가 모두 정당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결투를 하는 자리에 나온 알베르는 백작의 행동은 모두 정당성이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복수를 할 자격이 없으므로 백작과의 결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메르세데스의 노력 덕분에 두 사람은 화해하게 되며, 백작은 메르세데스의 노력을 알고 어머니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그 자신도 알베르를 죽이고 싶어하지는 않았기 때문. 이렇게 백작과 알베르를 화해시킨 다음, 메르세데스는 페르낭을 버리고 알베르와 같이 저택을 떠나버린다.

페르낭은 알베르가 결투를 포기하자 자신이 결투를 신청하러 백작의 집에 갔다가 백작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도리어 멘붕 상태에 빠져 모르세르 저택으로 돌아온다. 알베르와 메르세데스가 자신이 준 모든것을 버리고 단 둘이 떠나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 후, 모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자살하고 만다. 어떻게 보면, 메르세데스의 행동 때문에 백작이 본래 하려던 것 이상으로 페르낭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복수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파리를 떠난 메르세데스는 고향 마르세유의 시골 집에서 알베르와 둘이서 살게 된다. 나중에 알베르는 입대하여 알제리로 출병을 떠나고 혼자 남는다. 떠나기 전 백작이 알베르에게 편지를 보내 메르세데스와 결혼할 지참금으로 모아뒀던 돈[5]을 받아달라고 하자, 그 분은 그 돈을 나에게 주실 권리가 있다며 받게 된다. 백작은 가난하게 살게 된 메르세데스를 더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생각해 더 이상은 줄 수 없었던 듯.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선택은 에드몽을 배신한 것이었고, 그나마 위로해주었던 페르낭조차도 그 비열한 진실을 알게 되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메르세데스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실로 허무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나마 아들 알베르가 착하고 씩씩하게 자라준 것만이 유일한 위안.

약혼식으로부터 24년이 흘러 마르세유의 그 집에서 다시 에드몽과 재회하고 나누는 뜨거운 눈빛은 상당한 명장면. 작중에서는 "난 이제 39세인데도 50대처럼 보인다"고 한탄하고 있었으나 알베르의 엄마 자랑이나 에드몽이 그녀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의 묘사를 보고 있으면 30대 초중반의 성숙미 넘치는 청순미인으로 자동 뇌내보완될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난 이제 39세인데도 50대처럼 보이는데 당신은 어쩜 이렇게도 멋있고 중후하고 하악하악하고...!(이하 생략)"라는 투로 자조 섞인 탄식을 하는 것이었으니 백작과 자신의 처지를 대비해서 보다가 나온 말일지도.

엔딩에서는 수도원에 들어가게 된 듯 하다.

3 이것저것

한 마디로 좋은 여자다. 하지만 에드몽과는 아깝게 인연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에드몽이 잡혀간 뒤에도 에드몽의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돌봤던 것이나 그 뒤에도 거의 폐인이 되어서야 페르낭의 청혼을 받아들인 점을 보면 그녀는 나름대로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에드몽이 풀려날 가망은 거의 없었고, 아예 죽어버렸다는 소문까지 들렸을 정도니까. 눈물로 읍소하여 알베르와 백작의 대립을 현명하게 종식시킨 것도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다만 전형적인 비운의 히로인으로 딱히 능동적이거나 자기 색깔이 뚜렷한 인물은 아니다.

마르세유에 살았지만 순혈 프랑스인은 아니며, 카탈루냐(지금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방 일대)인이다. 난데없이 웬 스페인? 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지중해의 바닷길로 보면 바르셀로나와 마르세유는 거의 옆집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카탈루냐 인 자체가 스페인과 프랑스 두 나라에 걸쳐서 살고 있다.

4 각색

사실 원작의 진히로인하이데이지만, 메르세데스 엔딩이 나오는 각색본이 무척 많이 있다. 원래 약혼자이며 결혼식까지 올렸으나 첫날밤도 못 지내고 강제라 떨어진 안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하이데는 백작과의 나이 차이가 무척 많이 나며 어린시절 노예로 잡혀갔다가 백작이 '구입'해서 키운 여인이라 백작을 주인님으로 부른다는 점, 원작에도 없는 하이데와의 만남을 넣으려면 안그래도 긴 원작 각색하기 더 어려워 진다는 점, 무엇보다 헐리우드식 러브스토리는 첫사랑을 무지하게 중시하다는 점 밀려난 듯 하다. 그리고 하이데를 진히로인으로 놓고 영화를 만들면 중년과 소녀의 러브스토리를 묘사해야 하는데 이게 좀 논란이 될 우려가... FBI가 지켜보고 있다

2002년작 영화 몽테크리스토 백작에는 페르낭이 에드몽과 싸우다 죽고 아들 알베르도 사실 에드몽의 아들이라는 것으로 설정변경 되어 결국 에드몽과 이어지는 훈훈한 헤피엔딩으로 이어진다. 뮤지컬 버전도 2002년 영화판을 원작으로 한 3차 창작이라 같은 노선으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리고 원작 덕후들은 울부짖지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에는 페르낭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아이(당테스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로 결혼하는 무서운 작품도 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당테스도 오랫동안 밀고자들의 정체를 몰랐었고, 메르세데스는 이런 짓을 할 정도로 독기있는 여자는 아니다.
  1. 당테스를 그렇게 보내버린 후 군인으로 입대했다가 카드루스의 말에 의하면 "소위 계급장을 떡하니 달고" 돌아왔다고 한다.
  2. 다만 메르세데스 입장에서의 그 18개월은 연인인 당테스도 친구이자 사촌오빠인 페르낭도 떠나가고 없던 지옥 같은 고독함의 시간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3. 정확히는 목소리를 듣고 바로 알아차렸다. 백작과 아들의 결투를 막기위해 찾아왔을때 목소리를 듣고 알아 차렸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 참고로 작중에서 백작이 직접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그걸 알아챈 사람은 딱 두 명뿐이다. 메르세데스와 모렐 상회 대표인 모렐 씨. 그나마도 모렐은 나중에 정황증거를 생각해 본 후 깨달은 것이므로, 바로 알아채린 것은 메르세데스가 유일하다.
  4. 알베르와의 결투를 하게 되자, 결투에서 일부러 총에 맞고 죽으려 했고 밤새 고민 끝에 유서를 썼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모습과 유언장의 내용을 하이데가 목격해 버리고, 하이데는 '나는 돈이고 뭐고 필요없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신다면, 나 역시 죽을 것입니다'라고 선언한다. 이때 비로소 백작은 하이데가 자신을 남자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5. 백작-에드몽이 오래 전 자신의 고향집 마당 한 구석에 남몰래 묻어두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가 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