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조항

Electoral threshold.

비례대표제에서 과도한 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일정 비율 득표한 정당이 아니면 배분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제도이다. 봉쇄조항에 미치지 못한 정당은 사표가 되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 또한, 봉쇄조항에 걸려서 의석을 못 얻는 정당을 빼고 비율을 다시 매겨서 의석을 주기 때문에 실 득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봉쇄조항이 엄격하면 군소정당의 난립 방지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사표가 많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1995년 러시아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봉쇄조항으로 인해 정당 투표의 45%가 사표가 되어버려 의석 배분 대상이 되는 정당들이 실 득표의 2배 가까운 의석을 얻는 일이 있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봉쇄조항을 너그럽게 하면, 이번에는 봉쇄조항의 본래 취지인 군소정당 난립 방지 효과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군소정당 난립 문제와 사표로 인한 민의 왜곡 문제 사이의 타협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봉쇄조항의 기준을 적절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정치 세력을 배제하기 위해 봉쇄조항을 운영하는 나라가 아니면 지역구 국회의석에서 일정한 의석을 얻으면 비율에 미달되어도 비례대표 배분 후보에 넣도록[1]하고 있다. 이 경우 봉쇄조항의 부작용인 사표 문제를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대표적인 나라인 독일의 경우 5%이다. 독일의 연방하원의 경우[2]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1:1 비율로 약 600여석인데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군소정당 난립으로 과반수 구성이 어려워져서 정부 성립이 어려웠고, 극단주의 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하여 국정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서독시절 봉쇄조항을 신설했다. 실제로 나치는 1920년대 원내 12당임에도 원내 의석을 10석이상 받아서 국회에 깽판을 쳤고 바이마르 말기에는 공산당과 나치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며 모든 내각에 대하여 불신임안을 제출 했기에 단순 비례대표제가 바이마르 정치 혼란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 독일연방공화국에선 이에 따라 군소 극단주의 정당의 진입을 막기 위해 봉쇄조항을 5%로 두고 있고, 최근 2013년 총선에서도 오랫동안 자유주의 우파정당으로 있었던 자민당과 신생 포퓰리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각각 4.8%, 4.7%를 득표 5% 하한선에 미달하여 원내의석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였다.

터키에서는 봉쇄조항 기준이 10%로 높은 편인데, 원래 80년대 군부 쿠데타 이후 명목상으로는 정당 난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조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쿠르드족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의심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총선 이래로 쿠르드인의 지지를 받으면서 터키계 주민들에게는 진보적인 가치로 어필하는 민주사회주의 정당인 인민민주당이 생기면서 지금은 쿠르드계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고 있다. 한편 이 과하게 높은 봉쇄조항은 80년대 군부 세력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역설적으로 터키 군부는 2002년 과하게 높은 봉쇄조항 때문에 어부지리로 압승을 거둔[3] 에르도안에게 대거 숙청당하게 된다.

러시아 역시 과거 국가두마가 완전 비례대표제로 선출되었을 때는 봉쇄조항 기준이 7%로 매우 높았다. 정작 원내 야당들이 지리멸렬하기에 통합 러시아당블라디미르 푸틴의 독주를 도운 셈이다[4]. 지금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병행하게 되면서 5%로 낮아졌다.

일부 국가는 봉쇄조항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핀란드가 대표적. 다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핀란드의 경우 선거구당 의원 수가 평균 15명 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라 봉쇄조항이 필요없는 쪽에 가깝다. 남아공의 경우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라 실제로 0.2%를 득표한 정당도 의석을 얻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이에 따라 사표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군소정당의 난립이 일어나는 편.[5]

대한민국의 경우 3% 또는 지역구 5석이다.
  1. 물론, 정당 득표율 0.1%에 지역구 10석과 같은 경우라면 지역구 10석으로 인해 봉쇄조항에 걸리지 않음에도 비례대표가 당선될 만큼의 지지율이 안 나와서 비례대표를 못 얻을 수 있다.
  2. 연방국가 독일에선 연방상원은 선거가 아니라 지방정부서 파견한다
  3. 에르도안이 집권한 02년 총선에서는 정의개발당이 34%, 공화인민당이 19%를 득표했는데, 나머지 정당들이 모두 10% 득표율을 못 얻으면서 정의개발당이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를 가져가게 되었다.
  4. 애초에 국가두마 선거제도를 완전 비례대표제로 바꾼 때가 푸틴 정부 때이다. 보리스 넴초프같이 진짜 푸틴에게 위협적인 정적들이 있는 정당들은 정작 국가두마에 의석이 없었다.
  5. 14년 총선의 경우 유효표 1840만 표 중 사표는 18만 표로, 전체의 0.9%에 불과했다. 한편으로는 13개 정당이 의회에 진출했는데, 0.2%도 못 얻은 정당이 의석을 획득하기도 하였다. 다만 남아공의 경우 아프리카 민족회의의 영향력이 워낙 압도적이라 군소정당 난립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나타나진 않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