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이르러, 그리고 2000년대 이후로 바둑시간이 계속 줄고 있지만 그 이전의 바둑의 대세는 긴 시간을 이용한 장기전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일본에 남아 있으며[1] 1990년대까지만 해도 메이저 기전의 결승전은 제한시간 8시간, 12시간짜리도 종종 있었다. 이 때문에 본인방이나 명인처럼 전통있는 기전의 경우 도전 7번기를 1-2국, 3-4국, 5-7국 등 세 번 가량으로 나눠서, 아예 운치있는 료칸(일본식 여관)을 빌려 한 텀 당 4박5일 일정으로 대국자와 관계자가 숙식해 가며 치르기도 했다.[2] 아직도 일본 내 7대 기전이나 쇼기(일본식 장기) 7개 기전은 여전히 이런 장기 대국이 기본으로 하고 때문에 일본 내 타이틀을 관람하면 종종 봉수가 나오는걸 볼 수 있다.
이렇게 개인당 제한시간이 8시간이면 대국자가 2명이므로 8시간x2=기본 16시간에, 초읽기의 존재 때문에 한 판에 20시간을 넘어가는 경우가 상당하였는데 이런 경우 나오는 것이 봉수다.
보통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먹을 때 혹은 그날의 기전을 끝내고 내일 연장해서 하기로 할 때 하는 것으로, 봉수의 통보가 오면 해당 수를 둘 대국자는 해당 수를 바둑판 위에 두지 않고, 밀봉된 봉투에 들어가는 기보에 상대방이 모르도록 수를 표시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대국이 속개될 때 심판이 이걸 개봉하여 그 수를 바둑판 위에 두는 것까지가 봉수라고 한다. 이는 쉽게 말하자면 '속개할 때 첫 수를 어디에 둘지 안알랴줌' 정도 되겠다.
이는 한쪽이 수를 바둑판 위에 두고 난 후 시합이 중지되면 그 다음 수를 둘 수 있는 사람이 다시 대국을 할 때까지 수를 연구할 수 있어 중지되기 전 마지막 수를 둔 사람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다. 봉수가 아직 없던 시절 일본의 바둑 명인 혼인보 슈사이가 중국의 바둑 기사 우칭위안과 대국을 하다가 대국이 중단되는 사이 슈사이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마에다가 기막힌 묘수를 발견하고 훈수를 해서 논란이 일어나자 이런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된 것. 물론 봉수되기 전까지의 상황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오는 것은 인정된다. 때문에 둘째날이나 셋째날 대국의 첫 몇 수는 쾌속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갈수록 짧아지는 현대바둑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일본 전통기전에서는 아직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