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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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토지(東寺)에 모셔진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부동명왕상(893년에 조성됨.)

不動明王
범어: 아찰라나타(अचलनाथ)
일본어: ふどうみょうおう(후도묘오)

이명 : 무동명왕(無動明王), 부동존(不動尊)

산스크리트명의 아찰라나타(Acalanātha)의 한역으로, 발음에 따라서 아차라낭타(阿遮羅囊他)라고 기록하는 경우도 있는데, 부동금강명왕, 부동존, 무동존, 부동사자, 무동사자라고 번역한다. 원래는 인도교의 시바신의 이명으로, 불교는 이를 대일여래의 사자로서 받아들였다.

여기서 부동-움직임이 없음-의 뜻은 깨달음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굳건히 유지된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숭배되며 지명중에 부동(후도우)가 붙은 지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도쿄도의 "메구로 후도우(目黑不動)". 오대존명왕 중에 제일 중심이고 제일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불교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뭔가 생긴게 겁나게 간지나고 졸 세보이잖아? 기도하면 뭔가 액이 사라질거야 아마"의 수준으로 너도나도 부동존을 모셨기 때문에 원래 가장 높게 모셔지던 신이 가장 대중적으로 숭배되게 되었다. 에도시대 쯤에는 진언과 수인이 일반인들에게도 아주 널리 알려졌다. 덕분에 애니등지에서 가장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수인과 진언이 부동명왕 진언이다.

진언은 다음과 같다.

namaḥ samanta vajrānāṃ caṇḍa mahāroṣaṇa sphoṭaya hūṃ traṭ hāṃ māṃ
"나마 싸만따 와즈라남 짠다 마하로쉬아나 쓰포따야 훔 뜨랏 함 맘"[1]

일본에서는 이 진언을
"나우마쿠 산만다 바사라단 센다 마카로샤타 소와타야 운 다라타 함 맘"으로 발음한다(...)

뭐 이렇게 인기 좋은 잘 팔리는 명왕이시다.

하지만

요 인기는 일본 한정이다. 정작 밀교를 일본에 전수한 중국에서는 "부동명왕? 그거 뭐야?"하고 있고 한국은 "그거 아수라 스킬 아님?일본에서 믿는 신 아님?"하는 정도 수준. 한반도 역사상 불교가 가장 성했던 고려 시대에 밀교 의례가 퍼지면서 부동명왕을 포함한 명왕에 대한 신앙이 어느 정도 있었던 듯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거의 잊혀졌다.

국보 제210호 감지은니불공견삭신변진언경(紺紙銀泥不空羂索紳變眞言經 )은1275년에 고려 충렬왕이 발원하여 짙은 남색 종이에 은가루로 사경한 최고급 불경 유물인데, 여기에도 부동명왕 그림이 포함돼 있다. #


국보 제210호 감지은지불공견삭신변진언경 권두에 그려진 부동명왕 그림

2012년에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 도봉서원[2]에서 고려시대 금강령[3]이 발굴되었는데, 제작 수준이 높거니와 보기 드물게 오대존명왕도 금강령에 새겨져 있어 주목받았다. [4]# 이런 유물을 보면 고려시대에는 부동명왕 등 오대존명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조형으로도 표현했음이 분명하다.

전라남도 목포에 있는 유달산(儒達山) 정상 부근 바위에는 일제시대, 정확히는 1931년에 일본인들이 만든 부동명왕, 코보(弘法)대사[5] 부조가 남아 있다.여기 있는 부동명왕과 구카이 대사 암각화는 일본 시코쿠[6]에 있는 유명한 88개 사찰 순례(오헨로)를 대신하고자, 유달산 여든여덟 곳에 불상을 놓아 대리 순례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긴 것이다. 여기 링크에서 유달산에 있는 부조상 이미지를 볼 수 있다.[1]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유달산에 조성했던 불상 대부분을 파괴하거나 다른 곳으로 치웠기에, 큰 바위에 새긴 구카이 대사와 부동명왕 부조만 남았다. 유달산 부조의 경우처럼, 국내에 남은 부동명왕상은 일제시대 유물인 경우가 꽤 있다.

밀교가 가장 완전히 남아있는 티벳 같은 경우 그냥 경전에서만 언급될 뿐 실제 신앙으로까지는 가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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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명왕의 인기가 이처럼 일본에서 유독 높았기에 일본에는 조각이나 그림으로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는 참으로 형상이 무시무시한 것들도 있다. 보통 업화와 같은 불길이 온 몸을 두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가루라염' 이라고 가루다가 뿜는 불꽃이라고 한단다.왼쪽 입술이 윗 입술을 물고 오른쪽은 무섭게 찡그리며, 눈은 오른 쪽은 위를, 왼 쪽은 아래를 노려보고 있다.... 진짜 불은 아니고 모든 부정을 태워 없앤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검의 이름은 구리가라검(俱利伽羅劍)이다. 그냥 닥치고 파괴신 기믹이다.

여담으로 십이간지 중에서 닭띠들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일본의 만화가인 나가이 고가 닭띠인데, 만화 데빌맨을 집필하면서 주인공이 악마인 작품을 그리려니 아무래도 꺼림직해서 액을 예방하려는 의미로 주인공의 이름을 부동 명(不動 明) 즉 "후도 아키라"라고 지었다고 한다.

오덕계, 특히 슈로대 팬들은 공격을 하는데 몸은 안 움직이는 연출을 보이는 기체를 보고 부동명왕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갓마즈나 제 3차 슈로대 Z의 건담 헤비암즈 개(EW)
  1. 한국불교학회 산스크리트어 표기법에 따라 음역함
  2. 1573년, 조광조를 기리고자 세웠으나 1871년,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리면서 헐린 서원. 지금 있는 서원 건물은 1972년에 재건한 것이다.
  3. 손잡이를 금강저 모양으로 만든 작은 종. 금강저 항목 참조
  4. 이런 불교 유물이 하필 서원 자리에서 발굴된 까닭은 도봉서원 터가 원래 영국사(寧國寺)라는 절이 있던 자리기 때문이다. 극렬 성리학자인 조광조를 모신 서원 자리가 절 터였다는 점이 얄궂은 일이다.
  5. 774~835. 헤이안 시대 고승이며 일본 진언종의 개조인 구카이(空海)대사를 가리킨다. 일본 밀교의 시조이며, 일본인들에겐 사후에 조정이 내린 시호인 코보(弘法) 대사로 더 유명하다. 서예에 능하여 일본에는 "코보 대사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와 "코보 대사도 붓을 잘못 놀릴때가 있다"라는 속담마저 있을 정도이며, 구카이 대사가 일본 천태종의 개조인 사이초 대사에게 보낸 편지는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가 모두 높아 일본 국보로 지정받았다.
  6. 코보 대사가 우동현 출신이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