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항목 : 미국/정치
이미지 출처
Super PAC
미국의 무제한 정치자금 기부를 일컫는 말. 미국 민주주의의 수치
1 유래
팩(PAC)은 정치 행동 위원회 (Political Action Committee)의 약자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거나 낙선시키기 위한 정치조직이다. 미국의 대선자금에는 "소프트 머니"와 "하드 머니"가 있다. 소프트 머니는 기업이나 단체(팩도 포함)가 정당에 기부하는 자금으로 제한이 없었고, 하드 머니는 개인이 직접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자금으로 1천 달러의 제한이 있었다. 원래는 소프트 머니도 어디든 쓸 수 있었지만 액수가 너무 많아지고 정경유착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여론이 늘었고, 2002년에 공화당의 매케인과 민주당의 파인골드 주도로 매케인-파인골드 법이 만들어져서 소프트 머니의 사용처를 대폭 제한하고, 하드 머니의 제한을 2천 달러로 높였다. 그 후 2004년에 단체 중에서 개인 시민이 기부한 자금은 선거 광고 등에 쓸 수 있게 조금 완화되었다.
하지만 2007년에 힐러리를 공격하는 영상을 제작한 "Citizen's United"라는 단체가 케이블 회사에 그 영상을 판매하였는데, 그것이 '영리'를 추구한 것이고 그러므로 영리 단체가 정치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 매케인-파인골드 법을 어겼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로 번지고 결국 대법원에서 Citizen's United 측의 승리로 끝난다. 이 이후로 영리단체도 정치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한 기자가 이러한 영리 단체의 자금까지 기부받을 수 있는 팩을 슈퍼팩이라고 이름 붙였다.
2 법적 근거
대법원은 정경유착을 방지한답시고 직접적인 슈퍼팩과 후보 간의 협조 금지 등 제한 조건을 만들긴 했는데... 연방선거관리위원회 (Federal Election Commision)가 동률로 자꾸 갈려서 일을 못 하고 그런 제한 조건을 규칙으로 제대로 안 만들었다. 그래서 슈퍼팩의 운영을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는 등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미트 롬니 전 주지사는 방송에서 슈퍼팩이랑 협조를 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런 거 하면 감옥간다고 대답했지만 미트 롬니 캠프가 열세인 곳에 슈퍼팩이 광고를 하는 등 완전히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슈퍼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501.c.(4) 재단이다. 이는 미국 세금 체계에 있는 단체 형태 중 하나로 '사회복지재단' (Social Welfare Organizations)인데, 원래는 그냥 보통 자선단체였지만 팩에 단체의 자금 기부가 허용되면서 이곳을 통한 우회기부가 활성화되었다. 애초에 501.c 관련 단체들은 병원, 재단 등으로 기부자가 익명을 원할 때가 있어서 기부자를 공개 안 해도 되었는데, 이걸 악용해서 저 사회복지재단에 부자들이 익명으로 기부를 하고, 그 기부받은 금액을 슈퍼팩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기부자를 숨겼다. 이는 효과가 있어서 그냥 슈퍼팩을 운용할 때에는 수백 달러였던 자금 규모가 수백만 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3 슈퍼팩 vs 스티븐 콜베어
이 슈퍼팩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게 스티븐 콜베어이다.
처음에는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의 지지단체에서 나온 광고가 뭔가 이상하다고[1] 까면서 마지막에 Freedom First PAC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거 하나 만들어 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코미디 센트럴의 모회사인 바이어컴쪽에서 '이거 우리 회사가 방송시간을 써서 광고를 하는 게 되고 그러면 선거단체에 기부한 거니 안 된다'는 서신을 보내왔고, 이에 콜베어는 기업도 기부할 수 있는 슈퍼팩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이후로 선거관리위원회 회장을 지냈던 진짜 선거법 변호사 트래버 포터를 초대해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행한다.
이렇게 선언한 이후로 또 바이어컴이 슈퍼팩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우리가 기부하는 형태가 되면 선거관리위원회와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넘겨야되는 등 불편이 많다고 해서 안 된다고 하는 서신을 보냈고, 이에 콜베어는 변호사가 제안한 '언론 면제'를 이용하게 된다. 이는 방송사가 이것을 언론처럼 보도하는 형식으로 하면 직접적인 기부가 아님을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언론 면제를 받아내기 위해 직접 선거관리위원회에 출석해서 공청회에 참석도 했고 결국 그것을 받아내어 진짜 콜베어의 슈퍼팩이 만들어지게 된다. 슈퍼팩 이름은 "내일 더 좋은 내일을 미국에"였다.
이후로 기부를 받았는데 수개월 동안 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모았다. 이러는 동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은 열기를 더해갔고, 고향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한 여론조사에서 콜베어가 1위를 하는 결과가 나오자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대통령'으로 나가겠다고 선언을 하는데, 슈퍼팩과 후보는 서로 협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후보가 슈퍼팩을 운영하는것도 안되었다. 그래서 슈퍼팩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하는데 그게 친구이자 앞 방송에 나오는 존 스튜어트였고 서로 아주 친밀한 상대여도 상관없다는 변호사의 허락을 받아 콜베어의 슈퍼팩은 존 스튜어트의 "절대로 스티븐 콜베어와 협조하지 않는 슈퍼팩"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
이후 결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대통령을 포기한 콜베어는 존 스튜어트에게 슈퍼팩을 돌려받게 된다. [2] 한편 콜베어는 더 많은 돈을 얻고자 501.c.(4) 재단인 "콜베어 슈퍼팩 쉿!"도 만들면서 '이거랑 돈세탁이 뭐가 다르죠?'라는 질문으로 변호사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콜베어는 이런 내용으로 피바디 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땐 여러 토크쇼에서 시스템이 망가졌음을 증언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방송은 슈퍼팩을 해체하는 것이었는데 슈퍼팩의 돈을 몽땅 다른 재단으로 옮겨서 숨김으로써 마지막까지 풍자를 충실히 한 다음, 남은 돈 75만 달러 가량을 구호재단과 슈퍼팩 등 선거자금법의 개혁을 추구하는 재단에 나누어주었다.
4 효과
4.1 2012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슈퍼팩의 엄청난 위용은 2012년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당초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세론을 타고 유리한 구도를 선점했으나 느닷없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콜로라도 경선에서 롬니 후보를 꺾으면서 파란이 일어난 것.
깅리치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 승리의 비결에는 바로 슈퍼팩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유태계 카지노 거물이 깅리치에게 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했고 자금난에 허덕이던 깅리치 캠프는 이 실탄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롬니를 디스하는 광고전을 벌여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물론 롬니도 할 말은 없는 게 롬니를 지지하는 슈퍼팩은 3천만 달러를 퍼부어서 깅리치를 공격했기 때문. 돈지랄의 향연
덕분에 미국 정치판은 후보가 지지세력에게 지지를 선언해야 하는 한심한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슈퍼팩을 한 개의 단체라고 본다면 단체에게 지지를 받기 위해 후보들이 그 단체의 이념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말그대로 표를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선거 자금을 위한 행위라서 문제지...
5 문제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슈퍼팩에 대해서 민주주의의 적이라 부르며 경멸해왔으나 공화당 후보들의 슈퍼팩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오바마 디스 tv 광고들로 융단폭격을 퍼붓자 결국 현실에 굽히고 말았다.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른것. 오바마 진영에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슈퍼팩 지지로의 선회가 그의 재선에 악영향을 끼칠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하는 상황.
선거 전 문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선거 후가 더 문제다. 받은 만큼 토해내야 하는 게 인류 고래의 진리인 이상 자신을 지지해준 슈퍼팩의 배후들의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수 없고, 이런 결과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적이고 가장 경계해야하는 정치체계이지만 정치인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돈을 쏟아부어서 선거를 하는데 자신은 가만히 있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이 슈퍼팩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이미 합헌결정이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이후 슈퍼팩의 효용성이 생각보다 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생각해보면 슈퍼팩은 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견 표명만 가능하지 한 후보의 수족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개인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말그대로 후보광고에 쓸 수 있으니 생각보다 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슈퍼 팩들은 주로 광고를 통해서 선거 운동을 했는데, 대통령 후보의 유세 연설이 차라리 더 약빨이 좋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통령 후보가 유세 연설을 하면 미디어에서 보도를 해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슈가 된다. 그런데 위에 썼다시피 슈퍼팩은 대놓고 특정후보를 위하면 안 된다. 특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 지지 표명을 통해 그 후보를 지지하는 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슈퍼팩은 막강한 힘을 지녔지만 힘을 쓸 곳이 제대로 없어서 문제였다.
하지만 위에 말한 슈퍼팩의 문제점 자체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당선되고 나서 슈퍼팩 지도자들을 모아서 생각보다 효율이 낮았으니 당신들 말 안 듣는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6 2016년
2013년들어 버니 샌더스가 매우 혐오하는[3] 미국의 억만장자인 코크 형제(Koch Brothers)들이 설립한 슈퍼팩이 아이오와의 작은 중소도시 시장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서 빈축을 샀다. 분석가들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일단 작은 소소한 선거에서의 슈퍼팩의 영향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음 선거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비록 오바마가 2012년에 거대한 슈퍼팩을 상대로 승리하긴 했어도 다음 번은 모른다는 것. 결국 미국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역겨운 산물인 슈퍼팩이 그냥 똥인지 아니면 재앙인지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버니 샌더스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슈퍼팩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소액 기부만으로 선거 자금을 모으고 있다. 정치적인 자살 행위라고 여겨졌던 이 선언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버니는 경쟁자인 슈퍼팩을 사용하는 힐러리 클린턴에 못지 않은 액수를 모금하고 있다. 그의 공약 중 하나가 "Citizens United" 판례를 철회하고 슈퍼팩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인 만큼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버니 본인도 슈퍼팩 하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주체가 금융계나 산업계가 아닌 간호사 노조(NNU)이고 모금 액수도 다른 슈퍼팩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인 57만 불이라서 2015년 12월 이후에는 딱히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도 슈퍼팩을 받지 않고 슈퍼팩을 비난하고 있는데 본인이 어마어마한 재벌이기 때문에 정치자금 때문에 이미지를 망치고 당선 후에 발목잡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다만 트럼프의 경우 모금이 예상액에 미달하자 자신 회사의 자금을 끌어다쓰고 자기 회사를 선거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다른 방향으로 충격을 주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YfkNEq1XioE
- ↑ 돈맛에 빠져 돌려주지 않으려는 스튜어트를 쫓는 콜베어라는 주제로 개그도 했다.
- ↑ 실제로 버니 샌더스 항목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 코크 가문의 형제들이 지속적으로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