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스 재판

1 개요

스코프스 재판은 과학을 역행하는 버틀러 법에 대한 항의이자 창조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본격적인 반동이다. 이 이전까지는 과학에 대해서 성서에서 이렇게 말하니까가 법으로 만들어질 정도였다는 뜻. 정식 명칭은 '스코프스 대 (테네시)주'이나 다들 원숭이 재판으로 비꼬아 부른다.
과학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큰 이슈를 낳았으며 이 재판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영화도 제작 되었다. 그리고 이 재판이 벌어진 장소는 지금 박물관([1] )이다.

2 버틀러 법에 대항하는 재판

보수적인 개신교가 주를 이룬 미국 남부 테네시 주의회에서 '버틀러 법'이라는 법안을 제정했는데, 그 골자는 "대학, 또는 공공 학교 또는 대중을 상대로 하여 성서에서 언급하는 신의 창조를 부인하는 행위, 그리고 사람이 보다 낮은 동물에서 기원하였다는 내용을 대신 가르치는 행위를 금함"이었다. 그리고 벌금은 100달러에서 500달러를 각 건에 대해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였다. 따라서, 법 상으로는 미생물부터 원숭이까지의 진화는 가르쳐도 되고 자연선택 이론도 문제없으며 지구 나이가 수십억이라고 말해도 법적으론 문제 없었다. 사람은 달라!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다만 법안 제창자인 버틀러는 "진화론 배우고 온 애들이 부모에게 성서는 구라야!라고 말하는 건 못봐주겠다"라고 하며 전면적인 진화론 부정을 원했었다고 한다.

3 스코프스 재판의 과정

1925년 7월 21일, 24세의 생물교사이자 미식축구 코치인 존 스코프스 씨가 버틀러 법 위반 혐의로 자신을 고소. 이건 '시민의 자유civil liberty'라는 미국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상황에 대해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이 시범 사례로 엮어 내세운 본보기 소송이었으며, 연방 대법원까지 끌고 올라가려는 것이 목적[1]이었다.

생물교사가 버틀러 법을 위반하였다고 자진시인하자 창조설 옹호자들의 열광적인 집회가 열리며 '주의 영광'을 외쳤다.(재판이 1시간 정도 연기되었는데 창조설 옹호자들이 법원을 둘러싸서 판사가 들어오기 힘들었다나 뭐래나) 참고로 이 재판은 주의 법률에 의거한 재판이므로 연방법과 상관없이 주 법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졌다.

3.1 피고측과 원고측 변호인

피고측 변호인은 클래런스 대로, 떠오르는 신예 변호사였으며 원고측 대표 변호인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었다. 그러니까 원고인이 피고인이고, 원고인과 피고인이 각자의 변호사 를 선임, 두 명의 변호사가 한명을 위해 변호하는 해괴망측한 재판이 열렸다.(...)

검사가 아닌 정치인이 변호인으로서 원고측 대표로 나온 것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정치적 입지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브라이언은 당시 매우 유명한 반 진화론자 정치인으로서 "금주법"과 "여성 투표권 부여"에 관여하고 있었다. 결국 재판 과정중에선 개박살 나지만 당시에는 미국 대선에도 3회 출마(1896, 1900, 1908년)했었던 거물 정치인사였다.

3.2 재판의 내용

재판의 내용은 원고측(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 생물 선생(=자신)이 있다고 고소를 넣은 스코프스)의 피고측(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 스코프스)에 의한 일방적인 유린과 안드로메다 관광, 덤으로 요단강 익스프레스 삼단 콤보가 들어간다.
재판의 과정에서 클래런스의 유도심문에 넘어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성경의 구절을 100% 그대로 믿는다'란 말을 한뒤 5분이 지나지 않아, '성경의 구절을 100% 그대로 믿는건 바보다.' 라고 말하는 병크를 터트린다. 이게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예 싸우자고 각종 지식[2] 들로 준비하고 나온 변호사를 대상으로 성경을 레퍼런스로 저항하려고 들다보니 자승 자박.
어쨌거나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억지로 인정을 강요하는 어떤 것도 진화론의 가르침으로 그들의 영혼을 망가뜨리게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던 사람답게 일관적인 주장을 펼치긴 했지만, 전국으로 라디오중계되는 재판 속에서 처절하게 망가졌다.

참조

4 재판의 결과

4.1 1심 결과

말싸움에선 피고측이 일방적으로 발라버렸지만 재판의 결과는 원고 승소.
딱 9분 걸린 배심원들의 판결로 유죄. 그리고 재판장이 법률이 정한 최저액인 100달러 벌금 (2010년 화폐가치로 대충 1200달러 정도 된다)을 때렸다. 당연히 피고측과 피고 변호사는 상소. 2라운드가 테네시 주 상급법원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승소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승소 후 5일 지나서 노환으로 사망.

4.2 2심결과

원고 승소에 불복한 피고측이 주 상급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피고측 주장은 1. '진화'를 교육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했는데 이 '진화'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쓴 게 문제다. 2. 교사 개인적인 언론의 자유가 있는데 왜 못하게 막냐. 3. '주 의회는 인문학과 과학을 우대할 의무가 있다.'는 법이 있는데 왜 과학 결과를 씹는 법을 만들었냐. 4. 딱 보니 개신교 실드치려고 만든 법인데 국교만들면 위헌인거 몰라? -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다 씹혔다.
2심 재판부는 1. 야 네들이 '진화'라는 단어를 잘만 정의해서 쓰고 있구만 뭐가 애매하냐. 차라리 '금지'한다의 '금지'도 애매하다고 하지? 2. 공립학교 선생은 공무원 아니냐? 까라면 까야지 말이 많아. 3. 그건 입법부 가서 따지세요. 왜 사법부에서 난리? 4. 요놈이 특정 종교나 종파를 실드치는 게 아닌데 뭘 국교 난리야. 천주교, 개신교, 유대교 다 실드치는 법이 국교 만드는 법이냐? 이 법이 정확히 어떤 종교의 어느 종파 실드치는지 정하고 오세요.-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테네시 주에서 벌금 50달러 이상일 때는 그 액수를 배심원이 결정하지 재판장이 결정하지 않는다'라는 법리적 문제에 기반해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에 덧붙여 2심 재판부는 '아오 이런 등신같은 소송 그만 좀 해. 국론 분열 되겠다. 검찰은 웬만하면 상고하지마.'라고 했고 검찰이 즉각 항소 포기하는 바람에 연방대법원까지 끌고가려던 시도는 실패. 버틀러 법은 1967년까지 테네시 주에서 살아 숨쉬게 된다.

4.3 그리고...

1968년 미 연방 대법원에서 비슷한 형태의 소송 (이때는 에퍼슨 대 아칸소주였다)에 대해 미국 헌법 수정 1조에 근거하여 '종교적 신념이나 주장에 근거하여 지식을 교육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라고 판결을 내림으로서 완결된다. 진행도 스코프스 재판의 판박이였으며 이후 비슷한 주장이 줄줄이 올라왔지만 전부 꽝. 그리고 1986년, 에드워드-아귈라드 재판의 결과로 공립학교에서 창조설을 가르치는 것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이후로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진화도 하나의 이론이고 창조도 하나의 이론이니까 동급으로 봐주셈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리고 지금도 줄소송 중.

5 스코프스 재판의 의미

스코프스 재판이 걸고 넘어진 버틀러 법은 그냥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법으로 당대의 식자들이 깔만한 좋은 꺼리였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재판에서 패배하였으나 내용에서 전국적인 우스개를 만들어버림으로서 피고 측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목적을 달성한 셈이었다.

그리고 이 재판 이후, 반 진화론자들은 각 주에서 비슷한 법을 제정할 필요를 느끼게 되고 1927년까지 약 13개주에서 추가적으로 비슷한 법들이 고려되었다.(다만 씹혔다. 재판 자체가 워낙에 우스개가 되어버렸으니.)

"사실 버틀러 법은 당시에는 어정쩡하게 진화론을 배우곤 "우성인종이 짱임!" 이란 식으로 나대는 소셜다위니즘에 빠진 비상식적인 인간들이 나대던 시기라 소셜다위니즘을 신봉하는 무리의 행동을 막고자 만들어 진 거"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찾아보면 다들 창조과학 쪽 주장이다. 실제로 이 법에 대한 찬반은 그때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성서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론 VS 과학자[3] 시점이다. 적어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그런 이유로 참가하였지만.

은근슬쩍 "정작 스코프스 본인이 근무하던 학교는 백인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였으며 그가 가르치던 교과서도 백인을 가장 우수한 인종으로 서술하고 다른 인종들은 사회의 기생충인양 묘사하는 등 병맛이 충만한 책이었다" 등의 주장으로 물타기하려고 들지만 글쎄요... 애시당초부터 진화 대 창조(그것도 성경책에 근거한)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오히려 당시 창조론자들 중에도 "흑인들은 의 후손들이고 영원히 저주받을 자식들이기 때문에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은 성경적이다"라고 개드립을 친 사람들이 많았다. 흔히 창조과학이 옳다면서 성경에서 흑인과 결혼한 모세를 비방한 미리암이 저주받아 잠깐 피부병[4]에 걸렸다는 일화 등의 이야기로 창조설은 인종평등을 절대 지지한다는 개드립을 지껄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와 1960년대까지는 정작 교회도 백인전용과 흑인전용을 따로 나누었었다는 이야기로 반박해 주자.

한편 클래런스 대로가 미싱링크의 증거를 제시하면서 필트다운 인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창조설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하기도 하는데, 이는 당시의 시대적 한계로 보아야 한다. 필트다운 인이 사기로 밝혀진 것은 1952년이고 스코프스 재판 때는 필트다운 인이
미싱링크 중 하나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를 먹고 일련의 교육/과학 정비 계획에 들어가면서 대략 국가 방위 교육법 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법을 1958년 제정하는데, 이때 전국적으로 교과서에서 생물학 이론으로 진화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화론을 학교에서 가르치면 안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며, 저 법이 제정되던 당시에도 텍사스에서 진화라니! 하며 어마어마한 저항이 있었다.(빅뱅 이론에서 쉘든의 고향이 텍사스이며, 쉘든의 어머니를 보면 안다.)

  1. 그렇게 되면 연방 헌법을 가지고 주 법률에 대한 심의를 할 수 있으므로. 미국에서 헌법재판을 걸려면 연방 법원까지 가야 하는데, 주 법 자체를 끌고 법원에 갈 수는 없다. 소송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2. 중국 역사는 5000년 넘는다는데요? 와 같은 내용이었다.
  3. 소셜 다위니즘은 생물학이 아니다! 그리고 과학으로 취급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소셜 다위니즘의 주장의 메커니즘은 창조론 특히 그 중에서 창조과학회란 집단의 주장과 매우 흡사하다. 다른 과학에서 입증된 사실을 자신의 입맛대로 왜곡시켜서 원래 해당 과학적 지식 또는 분야가 증명한 범위를 넘어선 자신의 주장에 접목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즉 진화론vs창조설 논쟁에서 소셜 다위니즘에 대한 문제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제대로된 진화론자들도 인정하지 않는 집단을 진화론자로 매도하면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창조설자들의 왜곡의 정점을 보여주는셈. 기독교로 치자면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집단을 기독교를 비난하는데 사용하는 셈이다.그러니 창조설자 니들도 그런 수법은 좀 관둬라
  4. '문둥병'이라고 나오지만 한센병과 비슷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