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데하라 기주로

역대 일본 총리
43대	→	44대	→	45대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		시데하라 기주로		요시다 시게루

幣原喜重郎 1872.08.11~1951.03.10

일본의 외교관. 총리. 쇼와 덴노의 인간선언 초안을 작성한 사람이다.

오사카 출신. 당시 일본 외교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사람으로, 외무대신만 네 번을 지냈던 외교계 거물. 국제협조와 능동적인 대처로 일본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자는 국제협조 노선의 창시자. 그가 주장한 국제협조 노선은 오늘날 일본에서 기본적인 외교전략으로 통한다. 당시 외교독자노선을 주장했던 다나카 기이치 총리의 '다나카 외교'에 빗대어 그가 주장한 외교노선을 '시데하라 외교'라고 부른다. 당시 외국 정세에 어두웠던 일본 지도부와 달리 국제 사세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던 지도층으로, 아마 그가 일찍 집권했었더라면 한국의 독립도 3만 광년 떨어진 얘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될 뻔한 인물

1921년의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과 1930년의 런던 군축조약 등 여러 굵직한 조약에 일본 대표로 참가해왔다. 국제 협약에서 일본이 최대한 손해보지 않는 쪽으로 협상을 주도해 실현시켰지만, 그때마다 연약 외교라며 욕을 있는대로 얻어먹었다. 잘 넘어갔는데 난리부르스 1931년에는 하마구치 오사치 총리가 피격당해 국정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임시로 총리대리를 맡아 활동했다. 그러나 하마구치 총리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고, 국회에서 말조심을 잘못해서 졸지에 통수권 간범으로 몰리게된 시데하라는 결국 사퇴하고 완전히 정계에서 은퇴했다.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아예 잊혀져 버리는 듯 했으나, 외교계 경력이 화려했던 점이 쇼와 덴노의 눈에 들어 덴노가 궁내성의 영어교사로 초빙했고, 이내 시데하라에게 대(對)GHQ 협상에 관한 모든 권한을 일임하면서 정계에 다시 돌아온다. 인간선언과 일본 신헌법 초안을 영어로 작성해 GHQ에 내놓자 당시 일본 정세에 어둡고 영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던 GHQ는 그를 전폭적으로 신임했고, 결국엔 히가시쿠니 총리의 후임으로 시데하라를 지명했다.

총리 취임 직전 일화가 하나 있는데, GHQ 관계자와, GHQ의 신임을 받던 내각 외상 요시다 시게루가 후임 총리로 시데하라를 추천해 더글러스 맥아더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맥아더가 시데하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그의 나이를 듣자, 시데하라의 나이가 많은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나이가 너무 많은데. 말을 할 수 있나?"(...) 당시 시데하라는 인간선언과 신헌법 초안을 무리하게 작성하다가 급성 폐렴으로 몸져누운 상태였는데, 요시다의 계속되는 추천등쌀에 맥아더가 못내 몸소 병문안을 왔다고 한다. 말은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몸은 좀 어떻느냐는 GHQ 관계자의 물음에 혼수상태의 시데하라가 무언가를 읊조렸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영어로 읊고 있더란다. 그것을 보고 놀란 맥아더가 그를 신임하며 총리로 지명했다고.

그가 총리로 있으면서 한 일은 딱 두 가지였다. 위에 쓴 그 인간선언 작성과 신헌법 제정. 특히 제 9조, 일명 평화헌법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 두 가지 외에는 큰 업적없이 조용히 총리직을 수행하다가, 요시다 시게루가 이끄는 자유당이 1946년 총선거에서 승리하자 총리직을 사임했다.

시데하라 기주로는 총리 재임 시기 자체는 별로 한 일이 없지만, 일단 일본 외교계에서는 큰 영향을 발휘했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