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연인으로만 이루어진 국가나 군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모든 병사들이 연인과 함께 싸운다면 아무리 적은 세력이라도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 향연[1]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 테베에 존재했던 정예 보병부대. 병과는 호플리테스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고대 그리스 식 중장보병이었다.
그리스어로는 히에로스 로코스(Ιερός Λόχος, Hierós Lókhos)라고 한다. 이 이름은 근대 그리스의 군대에도 자주 쓰이고 있다. 물론 이름만 따온 것이다.
원어나 기원, 특성으로는 전혀 다르지만 카르타고 역시 비슷한 이름의 정예 부대인 신성 기병대를 운용한 적이 있다. 페니키아 고유신들에게 봉헌된 부대라는 의미로 해상도시국가였던 탓에, 다수의 용병을 운용하던 카르타고 육군에서 보기 드물었던 자국민 정예 부대였다. 다만 중앙군 소속이며, 포에니 전쟁 이전에 이미 전멸하여 헤체되었다고 한다. 다만 역덕들 사이에서는 어째서인지 한니발 바르카가 운용했다고 잘못 알려져있는데, 이는 아마도 한니발이 애용하였던 누미디아 기병대나 카르타고 귀족 중장기병대를 착각한것으로 보인다.
2 구성
기록에 따르면 신성부대는 300명(150쌍)의 게이 커플로 구성된 부대였다. This is Thēbaiiiiiiiii-!!! 부대원들의 정확한 나이대는 기록된 것이 없지만, 훈련을 모두 마쳐 갓 부대원이 된 자는 대체로 20~21세였다고 한다. 30세가 되면 은퇴했다고.
게이라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경시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2] 오히려 흔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레즈비언은 경시 당했다고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게이만 모아서 부대'를 만들어낸 도시국가는 테베가 유일하니 신성부대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독특한 집단이었음은 분명하다.
게이들로만 편성된 까닭은 전장에서 연인이 죽지 않도록, 그리고 연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보다 남성의 전투력이 우월한 것으로 여겨지므로, 남녀로 이뤄진 커플보다 남남으로 이뤄진 커플, 즉 게이들의 전투력이 우세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러한 조합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의 힘을 이용한 병력. 사실 굉장히 전략적인 것이 전우애만 발동되어도 군대의 사기와 위력이 엄청 올라가는데, 전우애보다 더 강한 사랑의 힘이 발동된다면 그야말로 최고조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깨지면? 물론 여기에만 의지한 것은 아니고, 테베에서는 국비로써 이들의 생활을 지원하였다. 그래서 300명의 용사들은 평소에는 체력 단련과 군사 훈련에만 몰두하는 정예병력이었다.
숫자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신성부대는 군사 훈련에만 몰두하므로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서 구성된 다른 폴리스의 보병들보다 훈련도가 높았다.
그래도 테베 자체가 아테네, 스파르타 다음가는 강국에 속했고,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시민병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명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요즘 식으로 따져도 SAS 대원 수준의 정예 전투원 300명이라면 상당한 수준의 전력이니 그 당시였으면 전략 병기 급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전투력을 강화시킨다고 스파르타처럼 전국민의 생활이 막장화 되는 것은 아니니 테베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효용성을 가진 제도였던 셈이다.
게이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들은 불쌍해.
3 역사
신성부대는 기원전 378년 즈음에 당시 보이오타르크(사령관)였던 고르기다스에 의해 창설되었다고 한다. 이때가 테베의 성채 카데메이아를 점령하고 있던 스파르타 군을 쫓아내던 시점으로, 당장 스파르타 침공 군을 막고 앞으로 스파르타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고자 특별히 고려된 특수부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100년전인 플라타이아 전투에 테베의 정예부대 300명이 페르시아와 연합해 아테네를 상대로 싸웠다던가, 기원전 424년경 델리움 전투에서도 테페의 정예군 300명이 전장에 나타났었다던가 하는 기록들이 있는 걸로 보아 그 원형은 더 오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테베의 역사에 오랫동안 존재하다가 언젠가 사라진 부대를 고르기다스가 재창설했을 수도 있다는 것.
아무튼 고르기다스에 의해 창설된 신성부대는 카데메이아 성채에 주둔하게 되었다.
4 공적
훈련 덕분인지 정말로 사랑의 힘 덕분인지(…) 신성부대는 실제로 높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테베가 그리스의 패권을 잡는데 큰 활약을 했고 명성이 높았다.
고르기다스에 의해 창설된 신성부대가 처음으로 전투에 등장한건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우스 2세가 테베를 침공할 때인 기원전 378년으로, 이때 에테네와 연합하여 스파르타를 몰아냈다.
신성부대가 단일부대로서 처음으로 전투를 이긴 것은 기원전 375년의 테기라 전투로, 테베 신성부대 300명이 스파르타 호플리테스군 1800명을 상대로 싸워 승리했다. 스파르타의 지휘관들도 모두 전사했을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사실상 이 전투를 기점으로 다른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 테베가 강해지고 있음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베 신성부대는 레욱트라 전투에서 사선대형의 한 축을 담당하여 당시 무적을 자랑하던 스파르타 군을 격파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5 최후
“그들이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필경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알렉산드로스 3세(당시는 왕자)가 이끄는 마케도니아 군에 패배하고, 이 전투에서 부대원 300명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54명이 죽는 참사를 당했으며 이후 마케도니아에게 테베가 몰락하면서 재건되지 못하고 사라졌다.알렉산드로스 3세가 양성애자라서 더 강했다 카더라
테베에는 이들을 기려서 거대한 돌사자로 장식된 무덤이 전해져 내려왔으며,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그리스는 이후 로마와 이슬람, 오스만 세력이 두루 밟고 지나갔음에도 무덤과 돌사자가 그대로 보존된건 모두가 이들의 공훈을 높이 산듯유적지 파괴는 상식이 아니다. 성소피아 성당은 왜 남았겠나. 1890년에 있었던 발굴 조사에서 정말로 7열로 눕혀진 254명의 주검이 발견되어 신성부대의 존재가 고고학적으로 확실히 증명 되었다.
6 기타
히라노 코우타의 이세계 판타지물 신작 드리프터즈에서 등장하는데 정확히는 이세계로 넘어간 생 제르맹이 역사적 지식과 자신의 성향[3](...)을 아낌없이 반영하여 결성된 500명의 군단이다. 아름다운 상체 근육을 과시하는 웃통깐 군복,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특징. 그 모습에 어떤 드워프는 화장실이 어디냐면서 토하고 오겠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한니발은 이들이 신성부대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대임을 알았고, 대장인 토요히사가 정렬하라고 외치자 진지한 표정으로 절도있게 딱딱 맞춰서 움직이고, 1주일 정도의 훈련만으로도 화승총을 잘 다루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정예군이라고 할 만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이다지가 소개했다. 이 부대를 알게 된 네티즌들의 반응이 인상적인데, '속보 홍석천 그리스로 출국', '홍석천, 최소 분대장', '홍석천 일당백' 등등(...) 영원히 고통받는 석천이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