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영화)

영웅: 천하의 시작

  • 1995년 영화인 '이연걸의 영웅'과는 상관없다. 그 쪽 원제는 給爸爸的信 둘 다 이연걸이 주연이란 것만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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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예고편

1 소개

장예모 감독의 2002년 사극 영화. 2014년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자, 개봉 당시 삭제됐던 10여분이 추가된 감독판으로 재개봉했다. 협객 4인방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견자단에 조연으로 장쯔이, 진도명까지 출연한 초호화 캐스팅.

진시황을 암살하려고 했던 형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2 줄거리

때는 전국시대 말기.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진왕 정은, 주변국을 멸망시킨 이유로 인하여 자객들에게 암살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전의 암살 시도로 인하여, 조정 대신들 이외에는 자신의 100보 이내로 아무도 접근을 못하게 법으로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왕 정에게 위협이 된 협객은 넷이었는데 은모 장공, 잔검, 비설[1] 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또 한 명의 자객이 그들. 이에 진왕 정은 이 중에서 셋을 죽인 자에게는 자신앞 10보까지 다가와 알현하며, 진왕 정과 술을 한 잔 할 수 있으며, 보상으로 수많은 상금과 관직, 땅을 하사겠다는 특전을 내건다.

그러던 어느날, 백부장 무명이라는 자가 자신이 진왕 정을 위협하던 세 협객을 처단했다며, 그 증거로 그들의 무기를 상자에 담아 왕에게 헌상한다. 10보 거리에서 무명 검객과 나란히 술 한잔을 하게 된 진왕 정은, 세 협객을 처단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며, 무명 검객의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3 노트

장예모 감독의 영화답게 영상미는 정말 감탄할 정도로 탁월하다. 각각의 인물과 상황을 적절하게 드러내는 색채의 활용이라든지 이연걸과 양조위가 정자가 있는 호수가에서 검으로 싸우는 장면은(사실 진짜 싸운게 아니라 죽은 비설을 추모하는 2인극 검무같은 거지만) 한폭의 동양화를 그대로 영화에 옮긴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액션의 경우는 이연걸견자단, 두 걸출한 액션 스타의 대결장면이 나왔다는 점에서 무협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맹인 악사의 반주에 맞춰 무명의 검과 장공의 창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이 장면의 액션이 너무나 훌륭해서 영상에서도 둘의 액션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도 하고 오히려 카메라워크 등으로 때운 후반의 결투신들은 맥이 빠지는 느낌마저 든다. 말이 필요없으니 직접 보자.

와호장룡과 더불어서 2000년대 초반에 대작 무협 영화의 유행을 이끌었다. 그 이전에도 해외에 영화가 자주 소개되어 유명 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비평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던 장예모 감독이지만, 이 작품에 이르러 처음으로 대작 영화를 만들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일련의 대작 무협 시리즈라 할수있는 연인, 황후화 등을 만들었다.[2] 대작만 만드는 것에 질렸는지 틈틈이 작은 영화도 만들었다. 천리주단기, 산사나무 아래서 등이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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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백부장 무명이야말로 진왕을 노리던 네 번째 협객이었다. 그는 진왕을 죽이기 위해 수십년간 10보안에서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비장의 검술, '십보일살'을 익힌 상태였고, 의심받지 않고 접근하기 위하여,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을 내세워서,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세명의 동지을 베었던 것. 게다가 세명의 협객은 목격자를 만들고 무기를 넘겨주기 위해 싸우다 죽은 척만 했을 뿐 실제로는 셋 다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3]

그러나, 진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자신과 무명사이에 깔린 수많은 촛불이 전부 자신을 향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진왕은 무명이 살기를 품은 자객임을 깨닫고, 무명 역시 자신이 암살자인 것을 인정한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났고 곧바로 진왕을 암살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무명은 어째서인지 마음속의 동요가 보인다. 진왕은 이유를 캐묻고, 무명은 궁궐로 오기 전 잔검과 나눴던 이야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잔검은 무명에게 진왕의 암살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그 요지는 여러 개의 나라가 계속 전쟁을 하면 난세속에서 피해입는 건 민초들뿐이니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하나의 강력한 집권국가로 뭉쳐야 하며, 그 일을 완수할 수 있는 인물은 진왕 뿐이라는 것. 그 와중에 발생하는 희생은 큰 것을 위해 버려야 할 작은 것인 다른 국가들의 멸망이며, 천하가 통일된다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진왕은 자신이 평생 두려워한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줬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그런 이해자를 가진 인생이라면 나쁘지 않다며 자신을 죽일 것을 허락하며 뒤돌아선다. 무명은 그대로 도약하여 진왕의 목을 날리는 대신 마지막 순간 칼을 거꾸로 잡고 칼자루로 옆구리를 치는 것으로 끝낸다. 무명 역시 잔검의 생각에 동의했던 것이다. 진왕은 두번째 이해자라 할 수 있는 무명을 어떻게든 살려서 놓아주고 싶어하나 주변 신하들은 왕을 습격한 자객은 법으로 처형해야 한다고 간언하고, 결국 무명은 스스로 성문 앞에 멈춰서 수많은 화살비 속에서 최후를 맞는다. 진왕은 무명의 시신을 거두어 국장을 치뤄준다.

사실 현란한 영상미의 뒤에 상당히 껄끄러운 주제가 숨어있는데, 결국 진왕 정의 암살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무명의 결말은 다분히 하나의 중국을 부르짖는 현재의 중국의 입장을 심하게 말하면 프로파간다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전한 이전 춘추전국시대 당시 각 나라들은 서로 남남인지라 진나라가 적국에 쳐들어가는건 당하는 입장에선 외세가 침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통일 후 진나라는 정복한 각 나라를 잘 다스리긴커녕 융통성없는 통치로 억누른지라 결국 각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다시 중국이 초한전쟁으로 갈라졌다는 걸 생각하면 영화 내 진왕의 주장과 실제 역사는 상당히 불일치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장예모 감독은 <황후화>(2006)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선택한다.[4]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은 백부장 무명이 진왕을 암살하기에 앞서 진왕에게 3명의 협객을 처단한 거짓된 이야기를 고하고, 진왕이 그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거짓된 이야기를 자기 나름대로 추측하며 추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무명은 진왕의 추측도 잘못된 것이라 밝히며, 마침내 진실된 이야기를 고한다. 그리고, 암살시도를 포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일각에선 이 영화가 테러와의 전쟁에 열중하는 미국을 깐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통합을 외치면서 중국 내 소수 민족들의 역사까지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현재의 중국의 행태와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한가지 인상깊은 점은 진왕 자신이 만든 법(자객 셋을 무찌른 자는 10보앞에서 술을 내린다)때문에 원치 않으면서도 무명에게 암살할 기회를 주고, 또 그 법 때문에(왕을 암살하려 한 자는 사형)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준 무명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다는 점이다. 특히 무명을 죽이라고 간언하는 장면은 마치 신하들이 진왕을 협박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얼핏 보기엔 절대자같은 왕도 법 앞에선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 걸까?

이연걸은 이 영화 전에도 영웅이라는 1995년작 영화에 나온 적 있는데, 사실 영웅이란 제목은 국내에 수입하면서 바꾼 거고 원제는 給芭芭的信(급파파적신)이다. 그러니까 원제는 영웅이 아닌 영화인데 씨네21에서 이연걸과 인터뷰하면서 영웅이란 제목의 영화는 두번째 출연이라는 드립을 쳤다#(단, 급파파적신의 영어제목은 my father is a hero 이기 때문에 그냥 드립만으로 보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기도 하다.).

4 감상포인트

영상의미
붉은색붉은색은 질투격렬한 감정을 나타낸다. 파검과 반목하는 비설의 모습은 오만함을 나타내며 서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모습은 질투와 격렬한 애증을 나타낸다. 또한 비설을 향해 검을 들이대는 여월의 모습은 질투와 슬픔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푸른색푸른색은 희생을 나타낸다.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무명을 위해 파검과 비설 중 한 사람은 자신을 포기해야 된다. 이를 위해 파검과 비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아픔을 견뎌야만 한다.
흰색흰색은 절실한 사랑을 나타낸다. 영정을 죽이려는 비설과 막으려는 파검... 생을 도외시한 채 영정을 죽이기에 혈안이 되 있는 비설은 좀처럼 파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자신의 절실한 사랑을 표현하기 하기 위해 파검은 비설의 검에 몸을 던지고, 결국 그 슬픔으로 비설 마저 죽음을 택한다. 이에 여월은 파검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눈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녹색녹색은 회상을 나타낸다. 과거 파검과 비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진나라 수천의 군대를 물리치고 왕궁에 침입하던 옛 모습을 보여준다.
검은색검은색은 진나라를 상징하는 전통 색상이다. 진나라의 강한 군사력과 확고한 통치력를 상징하는 색으로 진나라의 병사들이 움직일 때면 검은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다.

4.1 SPECIAL SCENES

심내전 (心內戰)
끊임없이 내리는 빗물, 빗물 사이를 타고 흐르는 아름다운 현의 울음 검과 창을 내려놓은 두 영웅은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건만 그들 사이에서는 살을 노리고 뼈를 헤집는 살기가 폭발하노라...

영웅에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액션이 나온다. 특히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은모장천(견자단)과 무명(이연걸)의 대결은 무협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둘은 몇 합의 검을 겨룬 뒤 다시 대치해 서서 눈먼 악사에게 음악을 청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결에 돌입하는데 이제부터의 대결은 실제로 검과 창을 맞대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둘은 마음속으로 비무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로 부딪히는 것처럼 치열하고 격렬하다. 비록 마음속의 비무지만 이 대결에서 진다면 자칫 호흡이 흐트러져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결국 마음속에서의 대결이지만 생명을 걸고 하는 전투나 마찬가지이다. 두 배우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정만으로 결투의 진행을 표현했고, 마음속의 결투는 흑백장면으로 교차해서 나타내었다. 아름다운 동양의 미를 표현하고자 한 장예모 감독은 얘기로만 전해지던 심안무를 스크린으로 옮겨 동양적인 내공의 힘과 무명과 장천의 높은 무공의 수위를 표현하였다.


수상비 (水上飛)
물위를 걷는 절정의 신법으로 호수를 가르며 펼쳐내는 검기, 살에 물이 닿으면 지는 대결이건만,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내야 하노라...

<와호장룡>의 가장 유명했던 장면인 대나무 대결신보다 훨씬 더 동양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냈다. 그야말로 정중동의 의미를 완벽하게 살려낸 아름다운 무술 대결은 한편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듯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특히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결투를 펼치는 세계적인 두 배우의 몸짓은 춤사위처럼 신비롭고 화려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결투 방식이다. 이들은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내어 승부를 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서로의 높은 무공을 인정하고 있기에,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새로운 방법을 택한다. 그것은 살에 물이 닿으면 지는 것이었다. 둘은 검으로 물방울 튕겨내며 힘을 겨루지만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튄 물방울 하나가 시신이 되어 정자에 누워있던 비설의 얼굴에 닿았고, 파검은 자신의 연인의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낸다. 뒤돌은 파검을 공격을 하려던 무명은 이를 보고 급하게 칼을 거두고 방향을 바꾸어 물에 빠지지만 승리는 이미 무명의 것이었다.

5 출연

무명 - 이연걸
영정(진시황) - 진도명
장천 - 견자단
파검(고산) - 양조위[5]
비설(유수) - 장만옥[6]

여월 - 장쯔이[7]
  1. 극장에서 개봉 당시 중역으로 인한 영향인지 장공이 장천으로, 잔검이 파검으로 오역됐다.
  2. 둘다 큰 규모의 영화고, 황후화는 무려 450억원 이상을 쏟아붓기도 했다. 그런만큼 의상과 색채가 뛰어난데, 그와는 별개로 작품성에 대해서는 호평보다는 악평이 훨씬 많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수 있는 <인생>, <홍등> 등 예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세세함이 공산당의 지원 아래 큰 규모의 영화를 찍으면서 잃어버리고 있다는 평이 대세. 가장 최근의 작품인 2011년 작인 <진링의 13소녀>도 그의 영상미는 여전하지만, 작품성과 작품 속 사상에 많은 악평이 쏟아졌다.
  3. 십보일살의 경우 10보 안에서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비장의 검술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10보 안에서 원하는 위치에 '완벽하게' 검을 꽂을 수 있는 검술이다. 세 명의 협객을 상대할 때도 완벽한 검술로 급소를 미세하게 피했기 때문에 경미한 부상에 그쳤던 것.
  4. <영웅(영화)>의 진왕과 <황후화>의 당 황제 캐릭터는 <삼국지 : 명장 관우>(맥조휘, 2011), <조조: 황제의 반란>(조림산,2012)의 조조 캐릭터에 대한 해석과 유사하다.
  5. 비설과 연인사이.
  6. 파검과 연인사이.
  7. 파검의 심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