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탈리즘

1 개요

Occidentalism: The West in the Eyes of its Enemies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과 이안 브루마(Ian Buruma)가 공저한 저서.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 비서방권 국가가 "적" 서양에 대한 적의적인 이미지, 지양해야할 사회 전형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그리고 상호 모순되는) 관점을 옥시덴탈리즘이라고 칭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서양 사회의 인간을 영혼이 없고 기계적이며 변질된 가치관에 종속된 존재로, 또 자국의 문화를 그것을 초극할 대안으로 규정한다. 20세기 일본이 탈아입구의 가치관을 버리고 서양(나아가 근대)문명의 안티테제인 일제의 가치관을 강조한 것이나, 동유럽유대인들이 서유럽의 "기계적인" 독일인들과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대비시킨 것 등이 포함된다.

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동양 국가에서 주장된 건 아니고 오히려 같은 서양 국가이면서도 프랑스, 영국 등의 문화나 민주주의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독일 제국, 러시아 등에서 옥시덴탈리즘의 기원이 나왔다는 것. 다만 러시아는 현재도 반서방 진영이긴 하다.

"옥시덴탈리즘"이란 용어는 2001년, 샤오메이 천(Xiaomei Chen)의 <옥시덴탈리즘-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대항담론>[1]에도 등장하여, 해당 저술은 옥시덴탈리즘 (Occidentalism) 개념을 기초로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문화, 정치 담론을 분석하며 타자로서의 서구가 지배담론과 대항담론 속에서 각기 어떻게 등장하고 다뤄지는지를 고찰했다.

이를 통해, 샤오메이 천은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개념이 지적하는, 세계적 범위에서의 서구적인 것과 비서구적인 것 사이의 지배-종속관계와는 반대로, 비서구 사회 자체 내부에서는, 종종 토착지배세력이 "뒤집어진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정치적 억압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반대로 "서구적인 것"이 그러한 민주주의나 사회적 평등을 주창하는 대항담론의 자원이 되는 역설을 지적,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개념이 세계적 차원에서의 서구와 비서구 사이의 관계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함으로서, 자칫 비서구 사회 자체 내에서 진행되는 실제적인 사회적 과정을 왜곡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옥시덴탈리즘은 비서구 국가의 지배세력이 자국 내의 민주화 요구 등을 제압할 때 자주 보이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령 2015년 기준으로도 아직 절대왕정 체재를 고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경우, 근대 헌법을 제정하라는 비판에 대응할 때마다 펴던 논리가 "헌법은 서구의 산물이며 따라서 서구에만 알맞는 것이다"는 논리였다.

물론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10월 유신을 정당화하던 한국적 민주주의론 등도 이에 포함된다.[2]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개인주의를 서구의 퇴폐적 풍습으로 취급했던 사회적 분위기도 일종의 옥시덴탈리즘이라 할 수 있다.

2 관련 항목

  1. Occidentalism : a theory of counter-discourse in post-Mao China, 국내 출간명 <옥시덴탈리즘>
  2. 비단 정치 문제만이 아니라, 인권을 비롯한 현대의 세계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주장이나 문제제기에 대해, "국민감정" 혹은 "문화적 차이"를 내세우는 논리 대부분이 어느 정도씩은 옥시덴탈리즘을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