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Orientalism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터키탕>. 대표적인 오리엔탈리즘 화풍의 작품.
나체로 묘사된 그림이라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링크로 걸어둔다.
20세기 중 70년대에 팔레스타인의 재미 망명객이자 문학평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1]가 처음으로 지적한, 서구 중심의 동양관(비서구권)에 기초한 각종 언설(discourse, 강연)을 총칭하는 명칭. 사이드 이전에는 주로 동양연구, 즉 동양학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자신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주로 중동과 인도에 대한 서구의 시각을 드러내는 언설들을 정리했다. 저서의 핵심은 동양에 대한 서구의 지식은 현실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동양'의 여러 사회가 본질적으로 서로 닮아있으며 '서구'의 사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 선험적 지식이 '동양'을 '서양'의 안티테제로 놓는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관계에는 힘이 작용한다.
예시 :
- 동양 사람들은 전부 머리가 새카맣고[2] 눈이 째지고 키가 작다.
- 동양 사람들은 권모술수에 강하다.
흔히 말하는 '동양'을 깔보는 선입견이나 풍조가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동양이라는 범주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이다. 전혀 상관이 없는 수많은 제국을 서구의 입장에서 타자화해 동일한 담론으로 묶는 것이 바로 오리엔탈리즘의 기본전제다. 따라서 사이드의 이 저서가 출간된 이후로는 '오리엔트'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단어가 되어 사장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사장된 것은 아니며, 예전에 쓰던 명칭인 중동(Middle East)은 '지중해 입장에서의 용어'이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주변의 국가들을 '오리엔트'라고 부르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극동(Far East)이라고 불렸다. 현재에 와서는 아시아라든지 동양같은 단어가 거의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서 아무 의미 없는 것 같지만.
즉 오리엔탈리즘은 단순히 '동양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비난하기 위한 용어가 아니며 서구가 동양을 인식하고 정의하고 묘사하고 연구하는 그 담론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이다. 학문, 희곡, 회화, 문학 등 서구에서 생성된 담론에서 '서구가 동양을 인식하는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에 비서구권 나라의 문화를 깔보는 서양인에게 '이런 오리엔탈리스트!'라고 일갈하는 식으로 써서는 안 된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비서구 문명을 깎아내리는 매체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동양 문명을 찬양하는 논조의 작품도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하는 것이다. 불교, 힌두교나 그에 기반한 문화들은 평화주의적이고 물질문명에 찌든 서구사회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나 몇몇 공동체주의 성향 정치철학자들이 말하는 "동양권에는 서구권에서 잃어버린 덕과 정의가 살아있다"는 식의 주장들도 이런 '포지티브 오리엔탈리즘'의 예로 볼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으로 지적되는 부정적 인식들 사이에도 대조적인 것들이 있어서 예를 들어, "동양인들은 비굴하고 소극적이며 겁이 많다." <-> "동양인들은 잔인하고 무례하며 사기를 잘 친다." 류의 모순된 편견도 존재한다.
《오리엔탈리즘》에서는 주로 중동과 인도에 대한 서술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중동과 인도를 제외한 비서구권에 대한 논의는 없으나, 이후 서구 근대의 비서구권에 대한 시각을 분석하는 데 유효한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근대 서구문명의 강력한 영향하에 남은 나머지, 비서구권도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을 자신에게 그대로 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적 언설로 소위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에서 외쳐진 구호인 '근대로의 초극(近代への超克: 동양의 정신문명으로 근대 서구의 물질문명을 극복하자라는 의미)'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리엔탈리즘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쪽 계열의 학자들이 흔히 일으키는 문제이지만 이론의 검토대상이 너무 방대하다 보니 사실문제를 정확히 검토하지 않고 논증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 설득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
2 관련 문서
- 게이샤의 추억
- 나비부인
- 마지막 황제
- 몽테크리스토 백작 - 복수극이란 플롯에 묻히는 편이지만, 위와 같은 오리엔탈리즘이 의외로 진하게 나타난다. 그리스계 오스만 투르크인인 하이데를 다룬 묘사나 백작이 '이국적인', '동양적인' 이미지를 자주 쓴다.
- 미이라(영화)
- 백인의 의무
- 시누아즈리
- 아낙수나문, 자스민, 클레오파트라 - 서양인들이 중동미녀의 환상과 오리엔탈리즘이 어우러져 탄생한 캐릭터들의 대표적인 예시. 단, 클레오파트라는 중동과는 무관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즉 그리스계 혈통이다. 원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혈통/문화는 매우 폐쇄적이어서 이집트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워낙 중동미녀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있다.
- 알라딘
- 양덕후
- 옥시덴탈리즘
- 이집토마니아
- 인디아나존스 시리즈
- 자포네스크
- 정글북
- 정글의 법칙
- 친일파(1번 문서)
- 튀르크리
- 설국
- 포카혼타스
- M.Butterfly
- 블레이드 러너
- 토탈 리콜
- 아시안 페티쉬
- ↑ 팔레스타인 출신이긴 하나 그 지역에서는 소수종교라 할 수 있는 기독교를 믿는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복잡한 정체성이 서구인들의 편협함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 ↑ 가끔 자연적으로 갈색 머리도 나오고 눈에 크게 안띄어서 그렇지. 고동색 계통도 상당히 많다. 사실 새까만 머리는 인종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해서 보유하는 것이며, 서구에서도 금발은 그렇게 흔한 머리색깔이 아니란 걸 생각한다면 다소 컬러풀한 북부 유럽이 오히려 특이한 편이다.
- ↑ 이는 전근대 중국의 왕족들이나 상류층들 사이에서 실제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태후의 손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