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백

풍종호의 무협소설 『광혼록(狂魂錄)』에서 개방(丐幇)을 이끄는 용두방주이다. 이전 소설인 『일대마도(一代魔刀)』에서는 장양(江陽) 분타의 새끼거지로 나오며, 그때 당시의 개방주인 쌍면신개(雙面神丐)의 제자인 설개(舌丐) 고량의 제자로 거두어지면서 『광혼록』에서는 당대의 개방주가 된다.[1] 성격은 나이가 많음에도 천방지축이며 거리낌이 없어 방주다운 무거움이라고는 전혀 없다. 특히나 술을 좋아하는지 별호도 신취자(神醉子)이다.

이 년 전 황하(黃河)가 넘쳐서 수재민이 많이 발생했을 때, 경천객(驚天客) 무호성에게 휘둘려 개방 전체가 구호금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되는데, 도둑질까지 한 예도 있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처절히 모아서 총 황금 사백 냥을 구한다. 그러나 턱도 없이 모자란 금액인지라 개방의 수뇌부에서는 계속해서 아랫사람들을 돈 구해오라며 들들 볶는다. 이에 아랫사람들이 얼마나 구해와야 하는 거냐며 반란을 일으키듯이 항의하자 용소백이 본을 보이겠다며 직접 돈을 구하러 나선다. 불과 열흘 만에 십만 냥을 구해서 개방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하루에 만 냥씩 벌었다고 갖은 생색을 다 낸다. 이것은 양노대가 수라신군(修羅神君) 공손이를 찾아가 그의 비급을 가져가면서 놓고 간 십만 냥을, 종무득이 십여 년 공들여 담근 술인 오곡차(五穀茶) 다섯 병, 고덕명이 숨겨놓았던 호골계피탕(虎骨桂皮湯) 한 항아리, 항주에서 고기 장사하는 목가단이 골라놓은 우골근(牛骨筋) 한 짝을 빼돌려 공손이에게 주고 가져온 것이었다.[2]

본 편에 들어와서는 혈선교(血仙敎)가 다시 활동하면서 강호의 절정고수(絶頂高手)들도 나타나자 그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혈선교에 대해서는 전혀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장난만 치려 한다. 그래서 비호도(飛虎刀) 육풍목과 무호성도 골치 아파한다.[3] 실제 혈선교와 관련한 일에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는 수준으로 그나마 소주(蘇州)에서 일어난 혈선교와의 싸움에서 방도들을 동원하여 시체 치우는 뒤치다꺼리 정도는 해준다. 사실 혈선교보다는 다른 일에 본심이 가 있는데, 첫 번째는 공손이가 다시금 강호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궁수재(窮秀才) 종무득에게 방주위를 넘기는 것이다.

삼십여 년 전에 공손이는 비급 철혈무경(鐵血武經)을 세상에 내어놓으면서 이 비급을 통해 자신의 무예를 홀로 익힐 수 있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공손이의 비급을 봤음에도 익히기는커녕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조차 없었기에 절대 홀로 익힐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공손이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비급을 익힌 이가 나타날 때까지 은거한다고 하며, 비급을 만 부나 복사하여 세상에 뿌린다. 그런데도 제대로 익히는 이가 나타나지 않아 지금까지 숭산(嵩山)에서 은거하고 있었다. 아마도 개방은 차후에 비급을 익히는 이가 나오면 공손이에게 알려주기로 한 것 같으나, 개방은 공손이가 무림에 다시 나오는 게 어지간히 싫었던지 조수인이 공손이의 무예를 익혔음을 눈치챘음에도 공손이와의 약속을 무시하기로 용소백과 장로들은 만장일치로 밀약한다.[4] 또한, 종무득의 실력이 많이 늘었음을 확인하고 장로들의 동의를 얻어 방주위를 넘기고자 한다. 그래서 당연지사 종무득의 반항이 심할 것을 예상하여 조용히 교육(?)하고자 가무량에게 가위바위보를 강제하여 종무득이 조수인 일행을 따라 숭산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하필 조수인 일행이 만나려는 신의가 공손이였고, 말릴 새도 없이 숭산으로 질주했으니 용소백도 놀라서 꽁지 빠지게 숭산으로 달려오게 된다. 심지어 많이 급했는지 종무득이 도망가지 못하게 포댓자루에 보쌈까지 해서 숭산으로 챙겨온다.

결국, 공손이가 은거를 깨고 무림에 나오는 것을 억지로 축하할 수밖에 없었고, 같이 대영웅대회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도 거의 반강제로 조수인의 전적인증서를 증명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조수인에게 두들겨 맞은 이들에게 이리 오라는 푸근한 손짓을 보여준다. 이후 혈선교와의 최종결전에는 참가하지 않아 더는 모습을 볼 수가 없는데, 그래도 방주위는 종무득에게 넘기는 것에 성공한다.
  1. 『광혼록』의 육풍목과 무호성의 대화 중에 고씨의 전대 방주로 언급이 되는 만큼 거의 확실하기에 본문에 기술한다.
  2. 우연히 얻어걸렸다기보다는 애초에 용소백이 공손이에게 돈이 있음을 알고 찾아갔던 것 같다. 다만 그 황금 십만 냥이 비급판 돈이라는 공손이의 말만은 믿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3. 심지어 자신 휘하인 무한분타주 시무령을 납치하기까지 해서 무호성과 육풍목은 상대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4. 거지 약속이 거지 같은 거라는 말로 싹 무시하려고 할 정도로 개방도 공손이에게 워낙에 시달렸던 것 같다. 심지어 장로 중 당가 사형제는 공손이와의 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거지가 되었다. // 참고로 풍월드에는 사천당가가 나오지 않아서 대체로 이들의 가문은 녹림당가로 예상된다. 하지만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 나오는 녹림당가가 이때도 있었는지는 다른 근거가 있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