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秘境探検ファム&イーリー, Ruin Explorers Fam and Ihrlie
1 소개
제노기어스의 캐릭터 일러스트, 일격살충 호이호이씨로 유명한 타나카 쿠니히코의 작품. 월간 RPG 매거진에 연재한 만화 중 한 에피소드를 원작으로 1995년 발매된 4편짜리 판타지 OVA. 유적의 보물들을 찾아다니는 마법사 & 검사 콤비가 망국의 왕자와 만나며 벌어지는 짤막한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치고는 작화수준이 높고 스토리도 짧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이 애니메이션의 가치는 투니버스 더빙판에 있다.
주인공 콤비가 각각의 방송국에 방영된 슬레이어즈에서 리나 인버스를 맡았던 최덕희 & 정미숙이라는 꿈의 조합. 조연에도 이인성, 김승준, 권혁수 등 관록 있는 성우들이 맡아 깊이를 더해주었다. 정말 알차다. 참고로 PD는 투니버스의 레전드.
오프닝과 엔딩 또한 지금 들어도 상당한 명곡이다. 투니버스 개국 초기에 자주 방영했으나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2006년경 애니맥스에서 재방송 했다.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VOD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빙판 자료는 구하기 굉장히 힘들듯 하다.
[1] 신동식 PD가 밝히는 녹음 당시 일화다.
2 등장인물
- 까무잡잡한 이종족 소녀로 실수가 잦고 요리가 형편없다. 더구나 주문도 잘 못외우고 자주 삐쳐 일의 주의를 받는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정령술사. 뛰어난 마법을 가지고 있지만 파괴하는 것을 싫어한다. 주인공 콤비 중에서는 어리광(…) 포지션이다. 정령과 소통할 수 있고 가장 순수한 마음을 지녀 극중 마지막에 큰 역할을 한다.
- 와일드한 느낌의 긴 흑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나 생김새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남자로 착각할 뻔했다. 붉은 갑옷 차림으로 칼을 차고 다니지만 마법사이다. 그러나 마법에 심각한 페널티가 있어 사실상 몸으로 때우는 일을 다 맡고 있다.
- 페널티는 다름 아닌 마법을 사용하면 쥐로 변한다는 것. 일이 어렸을 때 하도 말썽을 피운 나머지 스승이 홧김에 걸어버린 저주다. 쥐로 변한 일을 원상복귀시킬 수 있는 약은 팜만이 제조할 수 있다.
- 극중에서 주인공 콤비가 유적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이 저주를 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것.
- 빨간 머리 왕자님. 고향 레바르트 왕국이 궁정마도사인 루드거에게 멸망한데다가 사랑하는 약혼자까지 잃었다. 결국 복수를 위해 전설의 무구를 찾아다니는 가슴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근데 이 작품에서의 비중이나 역할은 거의 병풍에 가깝다. 무능하지만 맘씨 착하고 겸손한 성격이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 악의 축인 궁정마도사. 원래 왕국의 대사교로 백성을 위해 헌신하는 등 애초부터 악당은 아니었는데 나라를 좀더 부강하게 만들어보려고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댔다가 힘에 취해서 빡돌아 버렸다. 놀랍게도 일과 같은 종류의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만이 그의 마법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다. 단 방어한 후에는 쥐로 변하는 게 문제지만.
일회용 바디벙커
- 여자 마법사. 금발에 미모의 마법사지만 잘 생긴 남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속물적인 면이 있다. 공격 마법에 치유 마법까지 섭렵한 뛰어난 마법사. 초반에 주인공 일행과 적대하는 포지션이였지만 합류하게 된다. 알게 모르게 잔정이 많고 팜보다 훨씬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다.
- 라이사와 같은 파티의 검사. 나서기 좋아하고 싸울 때마다 쓰러트린 적의 수가 불어나는 허풍쟁이. 그렇다고 구제 못 할 바보는 아니다. 그와 반대로 검술 실력과 실전 감각은 일행 중 제일 뛰어나다. 비유하자면 똑똑한 가우리. 일과 라일에게 검술을 지도해 준다.
- 악덕 장사꾼.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일삼는다. 어디서든 돗자리 펴고 장사를 할 수 있는 뛰어난 수완과 입담심을 가지고 있다. 불만 많게 생긴 길이라는 개를 한 마리 가지고 있는데 둘이 투닥 거리는 게 작품의 백미. 일행 중 취급은 안습이지만 개그 캐릭터의 특성으로 끝까지 남아 한 밑천 단단히 챙긴다.
스토리상의 스포일러...(이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의 판타지만화들이 갖고 있던 클리셰를 박살내는 부분이 하나 들어있어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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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극후반에 전설의 검을 찾는데 성공, 루드거 앞에서 라일은 의기양양하게 검을 뽑아들고 '검이여 내게 힘을!'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검에서 왠지 강해보이는 오라가 뿜어나오면서 악당을 일격에 절단내는게 판타지만화의 클리셰...
그러나 이 작품에선 검이 "내가 왜 네 이기심 때문에 힘을 빌려줘야 하는데? 꺼져"라면서 퇴짜를 놓아버린다.(...) 졸지에 바보된 라일은 그냥 데꿀멍. 결국 팜이 정령과의 친화력이 높다는 점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라일을 위해 검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이타적인 마음때문에 검의 힘을 빌리는데 성공해서 루드거를 쓰러뜨린다. 뭘 해도 되는게 없고 끝까지 무능한 라일을 보고 있으면 한심함을 넘어 불쌍하기까지 할 정도. 제작진중에 안티라도 있는걸까?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라일은 정신적으로 성장을 했고, 루드거를 쓰러트리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모아 왕국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참고로 원작인 만화책은 내용이 많이 달랐다. 일단 가르프와 길은 미겔에게 사기치려다가 된통당하는 역할이며 출연장면도 딱 한장밖에 없는 그냥 엑스트라였다. 라일은 무능한 바보왕자가 아니라 제법 실력있고 경험도 많은 노련한 왕자로 나오며 마법검도 처음부터 소장.(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보인데 애니판의 전설의 검처럼 막강한 위력은 아니고 그럭저럭 뛰어난 검 정도) 루드거는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고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댄 게 아니라 애인을 라일의 아버지인 국왕에게 강제로 빼앗겼기 때문에 원한을 품고 복수하는게 목적이다. 또 OVA에서 사망한 라일의 약혼녀는 원작에선 하반신이 뱀으로 바뀐 라미아 상태로 살아있었고 나중에 라일 대신 루드거의 공격을 맞고 죽지만 나중에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후반부에 주인공일행이 루드거 레이드 갈 때 OVA에선 달랑 4명이지만 원작만화에선 배 한 척과 선원들을 고용해서 단체로 쳐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