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꾼

rickshaw driver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때 있었던 직업.

달구지를 개조하여 만든, 지금으로 치면 택시에 해당하는 탈것인 인력거에 사람들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끌고 간 후 돈을 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별다른 자본 없이 힘만 쓰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기 때문에 힘 좋고 할 일 없고 가난한 남자들이 주로 했는데, 그런 것에 비해 벌이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밑천이 없으면 인력거를 돈 주고 빌려야했기 때문에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당시 주요섭이 쓴 동명의 소설에는 매일같이 지나친 뜀박질을 하는 탓에 인력거꾼은 9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당시 주요섭은 사회주의에 영향을 받아 카프계열의 작품을 많이 썼고, 소설 인력거꾼도 카프쪽 작품의 대다수가 그렇듯이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를 충격적으로 묘사해서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려는 경향이 보인다. 따라서 작품 내 인력거꾼의 힘든 생활도 다소 과장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작가들이 이를 쓸 만큼 대중적으로 공감이 될 만한 천박한 직업으로 보던 점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끄는 것이 굴욕적이라는 점은 그 시대인들에게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다.

일본이 만주국이나 중국 동부에 일본인들을 대거 이주시킨 뒤, 그 곳에서 살아온 일본인 2세들이 일본으로 귀환하거나 방문했을 때, 일본인이 인력거를 끄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는 점이 그거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수필이나 미라이 공업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가 국내에도 발간된 책에서 그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운수 좋은 날시대를 앞선 츤데레 김첨지도 인력거꾼이었다. 그 외에도 무술가 캐릭터인 진진이나 귀각칠도 작중 인력거꾼으로 나오고, 최영의도 젊은 시절에 여비를 벌기 위해 인력거를 끌었던 적이 있다고 묘사된다. 사실 인력거는 달린다는 그 자체로도 다리 힘을 크게 길러주는 데다가 위쪽이 아닌 뒤쪽으로 무게를 끌고 달리기 때문에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햄스트링을 단련하는데 효과가 아주 그만이다. 게다가 손잡이를 잡은 상태로 상체로 버티며 끌기 때문에 손아귀와 팔근육 및 허리, 복부 등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데도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그걸 버텨낼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 단련법인 셈. 실제로 프로 운동선수나 대회 출장급으로 단련하는 아마추어들은 이런 식으로 뒤에 무게를 끌고 달리는 단련을 거의 필수적으로 거친다.

기본적으로 도시에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인건비가 월등히 낮을 때 등장하는 직업이다. 약간 현대화된 기구를 이용할 뿐이지 성격으로 따지면 실상은 조선시대 가마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는 진행되지만 적절한 교통수단이나 도로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한편 너무 후진국이면 도시화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인력거 수요 자체가 없어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당히(...) 저성장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튼 경제가 발전해 인건비가 비싸지고 도시정비로 대중교통이 발달하면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자전거와 수레를 연결해서 태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인력거에서는 속도도 중요한데, 관광일 경우는 속도가 필요 없다. 이건 그냥 자전거로 끌어주는 겸 임시 관광가이드라고 보는 게 나을 듯. 한국의 경우에도 일부 관광지에 이러한 형태의 인력거들이 있다.

당연히 적당히(...) 저성장한 개발도상국 등에선 대중교통 형식으로 실제로 사람이 끄는 인력거가 존재한다. 뭔가 고전틱 로맨틱할 거 같아서 또는 못사는 외국사람 한번 도와줄 겸 타보려는 관광객이 있지만, 마음이 심약한 경우 후회할 수도 있다.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온몸을 땀으로 적셔가며 수레를 끄는 사람의 등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미안한 기분이 든다고 하니... 여유가 된다면 팁이라도 듬뿍 주자.

의외로 중국에는 여성 인력거꾼이 많다. 남성이 가사일을 맡고, 여성이 돈을 벌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 캘커타에선 이 인력거(릭샤)가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주로 가난한 노동자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 현재 이 도시에서 이를 대체할만한 것은 없어 심지어 정치인들이 인력거를 타고 출근하며 등교용 인력거 인부(릭샤왈라)를 따로 두고 있는 실정인데, 문제는 이 정치인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위해 인력거 폐지를 운운한다는것. 하지만 릭샤왈라들의 결사적 반대 및 인권단체로부터 그럼 그들이 벌어먹을 일자리를 구해달라는 비난에 직면했고, 릭샤왈라들의 표를 눈치를 쓰는 점 때문에 단기간에 바뀔 전망은 없어 보인다.

현대에 들어서는 순수 인력으로만 끄는 인력거는 많지 않고, 주로 손잡이 부분에 자전거를 달아서 초반에 속도를 낼 때는 인력으로 끌다가, 어느 정도 속도가 나면 자전거에 올라타서 운전한다. 자전거로 끌기 때문에 엄청 빠르다. 여름에 타도 바람 덕분에 추워질 정도. 그래서 대부분의 인력거에 담요가 준비되어 있다. 그래도 끄는 쪽에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탈 때 자기 체중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타도록(…).

이 직업을 가진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