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自給自足
Self-sufficiency

스스로 공급해서 스스로 충족한다는 의미.

1 일반적인 의미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농업/축산업/임업/어업 등의 1차 산업에 자신이 직접 종사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소비재를 스스로 얻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것이 국가나 지역단위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면 1·2차산업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데 1차산업으로 생산되는 소비재 수급과 2차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을 모두 하여서 필요한 단위에 분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현대에 와서 이게 가능하려면 국가 스케일이 미국이나 터키, 중국 같은 수준은 되어야 한다.

참고로 self-sufficient은 개인이 자급자족을 할때 쓰이는 단어이고, 국가가 자급자족을 할때는 autarky라고 불린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결국 물자를 외부에서 수입을 해와야 한다. 현대에는 지구상에 알려진 그 어느 나라도 자급자족을 하진 않는다. 미국에 있는 공산품 태반은 중국제이고, 중국 역시 다른 국가에서 석유 등을 수입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한데 바로 경제적인 문제와 자원적인 문제다. 한국같은 경우 석유가 없으므로 수입해야 하고, 다른 국가의 공산품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공산품보다 싸서 수입한다.

사회학에선 경제,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이런 자급자족의 형태가 무너지는 형태로 사회의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주로 설명한다. 근대 사회사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분업'과 '전문화'인데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지는 것도 넓은 의미의 분업에 의한 결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의식주를 다 해결해야 했고 그럴 능력도 있었으나 점차 산업이 분화되면서[1] 한 사람이 자급자족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결국 사회는 분업과 전문화로 인해 더 공고해졌다는 것이다.[2]

얼핏 보면 모순된 설명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데 일례로 한 사람이 의식주를 혼자 해결할 경우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밀집된 사회를 구성할 의지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3] 혼자서 살아나갈 능력이 되니까 다른 사람을 의지할 필요성이 적다. 하지만 점차 산업이 분화되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자업자득의 예시가 되는 농사꾼은 농업에만 전문적으로 종사하기에 의, 주가 해결이 안되고 농기구 또한 공장노동자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다. 그 자원의 채취에 광부와 나무꾼, 기업가가 개입되는 것은 덤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부족한 것을 마련하기 위해 좋든 싫든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 사회학에서 말하는 자급자족과 사회의 의미이다.

자급자족은 굉장히 좋아보이지만 그 효율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당장 당신이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르며 가죽이나 천을 기워 옷을 만들며 집까지 짓고 보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술의 발전? 일어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선 현대 사회 전문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전문화된 지식노동자는 절대 등장하지 못한다. 그나마 등장한다 쳐도 신화를 다루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4] 게다가 근본적으로 인간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존재이다.[5] 자급자족이 분업보다 더 효율적이었다면 그걸 유지하지 않을 리가 없다.[6]

그렇기에 자급자족은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고려되는 수단이다. 지구멸망사태라든가, 식품이라든가, 전략자원이라든가 하는 정도만 자급자족화를 고려할 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식량 주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식량을 지나치게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경우 수출국의 사정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되기에 주식이라도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생존의 위협을 위해서 경제학으로 따지면 엄청 비효율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무릅쓰고 자급자족을 유지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미국의 생존주의자들중에 일부는 비상시에 지속적으로 자급자족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멸망 수준은 아니더라도, 실제 역사에서 전쟁이나 불황 등 재난으로 식량이 부족해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차 대전에서 이겨놓고도 50년대까지 배급제를 유지하며 텃밭을 통한 자급자족을 강조했고, 구소련은 다차(별장)이 중요한 식자재 공급원 역할을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 온라인 게임에서의 의미

사람이 너무 없어서 장비를 스스로 만들어 입어야 하는 안습한 상황에 놓인 것을 의미하는 말. 이를 따라서 게임 내에서 사람이 너무 없는 서버를 자급자족 서버라고도 부른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던전 앤 파이터의 사일런트 시절 힐더, 메이플스토리얼티밋 등.

단, 원래 게임에 사람이 없어서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는 많으나 몇몇 서버에 너무 사람이 없을 경우에 사용하는 말.

3 오덕계에서의 의미

"자신이 원하는 창작물이 없다고 징징거릴 시간에 직접 만들어봐라."

맨 위의 의미에서 파생되어 동인계에게 자급자족이란 자신이 바라는 시츄에이션이나 커플링에 관련된 오리지널이나 2차 창작을 자신이 직접 팬픽을 만들어서 욕구를 만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자급자족 외에 자가발전 등의 표현 또한 사용한다.

위에서도 나와있듯이 자기가 원하는 장르의 2차 창작을 다른 사람에게 만들어달라고 하다가는 '능력이 없어서 못 만든다고 푸념하거나 딴 사람한테 만들어달라고 징징거릴 시간에 차라리 니가 직접 만들어라' 같은 싸늘한 반응만 나오므로, 그냥 직접 만들거나 포기하는게 낫다. 좋은 평가는 장담 못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창작 능력을 썩히는 것보다는 낫다.

또한 딸감을 자급자족한다는 식으로도 쓰인다. 야짤을 직접 그린다던가..근데 자기가 그린 야짤은 안 꼴린다는 말도 있다그리면서 계속 보기 때문이라 카더라. 물론 케바케. [7] 자신의 작품에 진정으로 꼴려야 진짜 실력자라고 한다(여러 가지 의미에서).

3D로 눈을 돌리면 어느 정도는 자급자족이 수월해지는데 이는 게리 모드, XNA Lara, MMD, 3D 커스텀 소녀 등 다양한 3D 모델 포즈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 덕분에 지금도 많은 곳에서 이들을 이용한 캐릭터나 만화, 움짤 그리고 야짤등이 생성되고 있다. 아예 만화 만들라고 만들어진 코미Po! 같은 물건도 있다. 3D 프린터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서 자급자족이 더욱 수월해질 전망인데 이는 말 그대로 자기 집에서 바로 원하는 굿즈를 만들 수 있게 되기 때문(물론 설계도를 만드는건 다른 문제겠지만).

  1. 이는 사회에서 산출되는 생산량과 그로 인한 노동량의 증가로도 설명된다. 당장 1900년도와 2000년도를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2. 사실 이것보다는 이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소외가 사회학자들에게 관심거리가 된다.
  3. 물론 예기치 못한 위험은 예외로 한다.
  4. 발전된 고대 그리스의 철학도 결국 이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대 그리스는 노예경제가 이루어 지는 시기였는데 노예가 주인의 노동을 대신 하였기에 주인은 그만큼 정신적, 기술적 가치에 신경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분업에 가깝다.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인 것이지만.
  5. 물론 예외가 되는 몇 가지 경우도 있는데 말 그대로 예외다.
  6. 일례로 경제학쪽 측면에선 사회계약설과 시장경제를 이렇게 다룬다. '아니. 사회는 법이라는 측면으로 개개의 사람을 구속해서 불편한데 그걸 왜 유지하겠어? 그 불편을 감안할 정도의 효용이 있어서 아니야?'
  7. 어느 정도는 옳은 말이다. 자기가 그린 그림은 봤을 때 꼴리기보다 구도나 자세에서 고쳐야 할 점이 먼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