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독일어 :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영어 :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제목의 '베르테르'는 작중 주인공 남자의 이름인데, 잘못 번역된 발음이다. 정확하게 하면 베르터(Werther).[1] 하지만 이제 와서 고치기에는 너무 세월이 흘러 버렸다(...) 그나마 창비에서 이를 바꿔보겠다고 '젊은 베르터의 고뇌'라는 제명으로 번역해서 출간했다. 슬픔이 아니라 고뇌인 이유는 독일어 원제인 die Leiden(die Leid의 복수형)이 슬픔보다 강한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여담으로 괴테의 첫째 손자 이름이 베르터 폰 괴테(1818~1885)이다(...)(물론 이 베르테르이다) 폭풍의 언덕과 워더링 하이츠,백경과 모비 딕처럼 베르터도 출판사에서 계속 밀어붙이면 차츰 인식이 바뀔 수도 있을 듯하다.
2 상세
1774년 독일의 문학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소설. 음울했던 괴테의 연애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인데 대체로 서간체(편지) 형식으로 쓰였다.[2] 다만 종반부는 제3의 편집자가 편지를 일부 엮어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대부분 괴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고[3], 결말부에 주인공이 자살하는 내용은 괴테가 같은 법원에 근무하던 친구 '예루잘렘'이 유부녀를 사랑하다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권총자살한 사건에서 영향받았다. 특히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 예루잘렘이 자살에 사용한 권총이 어쩌다보니 괴테가 사랑했던 샤를로테의 남편으로부터 빌린 권총이었던 것.[4][5]
3 줄거리
소설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예술가인 주인공 베르테르는 어떤 일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옮겨살게 되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는 아가씨 로테[6]와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로테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태. 로테도 베르테르를 자신의 지적 감성과 성격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 후 약혼자 알베르트에게도 베르테르를 소개시켜줘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게 하려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보지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는 성격도 다르고[7], 둘 사이에 로테라는 여인이 있기때문에 좋은 사이가 되기엔 애초에 힘들었다.
로테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로테의 사랑을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느낀 베르테르는 한동안 로테 곁을 떠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그는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유일한 여인을 찾아 다시 되돌아오게 되고, 이 후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트에 대한 질투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로테 역시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동요하게 되고, 베르테르가 찾아온 뒤면 알베르트와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악감을 느끼고 로테에 대한 사랑을 체념한 베르테르는 죽음만이 그의 사랑을 완성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결국 시종을 통해 알베르트에게서 빌려온 권총을 이용해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삶은 끝내고[8], 로테와 알베르트, 로테의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유언대로 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있는 곳에 그를 묻어준다.
4 평가
200년 전의 소설이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감수성이 묻어나는 희대의 명작이다. 오늘날의 독자들은 젊은 남자와 유부녀의 불륜담이 무슨 큰 의미가 있냐는 의문을 표할지 모른다.막장 드라마 그러나 이 소설이 몇 세기 전에 쓰여졌는지, 그리고 당시 문학의 주류가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연애소설이지만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드러난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비 귀족인 주인공 베르터가 속물스런 귀족들로부터 모욕을 당하거나 출세지향의 안일한 공직사회에서 고통받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9]
이 소설은 그 당시에도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왕족이나 귀족들도 너나 할거 없이 서로 읽고 당시 25살의 젊은 작가 괴테는 이거 하나로 평생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괴테와 절친한 친구이자 후배이자 괴테를 존경하던 극작가 실러(1759~1805)는 16살때 이 소설을 읽고 경악했다고 한다. 소설을 심리적으로 공감이 가게 만드는 이 괴테는 대체 누구냐고 경악했는데, 5년 뒤에 자신이 살던 곳의 영주 명령으로 억지로 사관학교로 들어가서 공부하면서 괴테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영주가 당시 나이 서른을 갓 넘긴, 일개 평민에 불과한 괴테[10]를 정중히 모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러는 나중에 회고록에서 소설 하나 때문에 영지민들에게 가혹하고 제왕처럼 군림하던 영주가 스스로 몸을 낮추게 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회고하며 자신도 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썼다. 물론 단순히 부러움이 아니라 존경도 같이 가지게 된 것이지만.
나폴레옹은 전쟁터에도 이 책을 가지고 다녔으며 16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또 읽었다. 대프랑스동맹을 분쇄하고 독일을 점령한 나폴레옹이 드디어 괴테와 직접 대면하게 되었는데, 이 때 나폴레옹은 '다 좋은데 주인공이 귀족들로부터 창피당하는 장면은 내용에 좀 안어울리는 듯'이라며 태클을 걸었으나, 괴테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나폴레옹(그리고 그를 비롯한 당대 사람들)은 본 소설을 단순히 연애 소설로 보고 연애와는 아무 연관없는 장면에 대해 그러한 조언을 한 것이겠으나 괴테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뜻.
그 밖에 영국 총리 디즈레일리(1804~1881)는 사악(자살하는 주인공이니..독실한 성공회 기독교인인 그에겐 사악할 수 밖에)한 책이라 비난하면서도 이 책을 20번넘게 읽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멀리 중국에선 도자기에 두 남녀가 그려진 것이 유럽에 팔리기도 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굿즈
또한, 출간 당시 유럽에서 받은 높은 평가 이상으로 근대화 시대의 동아시아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기도 하다. 마오쩌둥이 미국의 언론인 아그네스 스메들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질문한 것 중 하나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에서 다루는 것과 같은 연애가 (그저 문학가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냐는 것이었을 정도. 요컨데, 세상에 정말 연애란 게 있니? 이는 동아시아의 근대화 시기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인 '개인의 발견' 과 관련이 있다. '충효'와 같은 가치관 이전에 개인과, 개인의 자유 및 감정이 있다는 근대 서구적 가치관이 유입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그런 '개인' 의 가장 중요한 상징은 결혼과 같은 문제를 가문의 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는 '연애' 였으며, 이 때문에 연애소설들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가져오고, 더 나아가 자유연애가 모던보이/걸의 상징으로써 유행하게 된 것. 그런 상황에서 이 작품은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와 '개인의 욕망 때문에 기존의 사회적 가치관을 완전히 져버린 인물'이 '에에잇! 저런 천하에 몹쓸 것! 소문날까 두려우니 시체일랑 거적에 싸말아서 내다버려라!'가 아니라 많은 사람 속의 애도 속에 묻히는 이야기가 소설의 형태로 널리 퍼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충격을 일으킨 것이다.
5 기타
줄거리에서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에 대한 베르테르의 심리묘사 때문에 묻히는 감이 있는 점으로, 사실 로테의 약혼자(후에는 남편이 되는)인 알베르트는 대인배라는 점이다. 다른 로맨스 소설이라면 알베르트와 같은 캐릭터는 연적이자 악역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이 베르테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알베르트가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에 대해 눈치를 챘는지 안 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점이 없잖아 있다.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는 눈치를 못 챌 수가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알베르트는 처음에는 베르테르를 친구로서 존중했기 때문에 베르테르가 로테를 찾아올 때면 자신때문에 둘이 불편할까봐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마을에서도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말이 나오기 시작하자 로테에게 베르테르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부탁한 것이다.
알베르트는 그들와 관계를 눈치챘건 안 챘건 간에 자기에게 뻑하면 적대감을 드러내는 기미를 보이는 베르테르를 최후까지 감싸줬으며, 그가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하자 진심으로 슬퍼했다. 또한 로테만큼은 아니어도 베르테르가 자살할 기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아무리 베르테르 입장에서는 첫사랑이라고는 해도 자기 아내인 로테에게 자꾸 애정공세를 해대는 베르테르를 이정도까지 걱정해주고,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준 것까지 보면 진성 대인배이자 인격자이다.
이 소설을 읽고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청년들이 소설 속에 나온 베르테르 옷차림까지 똑같이 따라입고 잇달아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11]
여담으로 롯데그룹의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은 젊은 시절 이 작품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서 작중 히로인 - 즉 샤롯데(Charlotte)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기업 이름을 롯데(lotte)라고 지었다.[12] 그 덕분에 롯데백화점 상품권에도 샤를로테 관련 도안이 그려져 있다.링크
후대에 연극, 오페라, 영화로도 자주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뮤지컬로 제작되어 2000년 초연했다. 2012년 11월에도 재연했었다.
근데 정작 실제 실연의 주인공인 괴테는 자살은 커녕 심지어 80살 넘게 장수했다. 어? 사실 괴테 본인도 죽고싶었으나 본작을 쓰면서 많이 힐링이 되었다고. 취소선이 그어지긴 했으나 당시 한 사람이 괴테에게 "선생님이 쓰신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영향을 받아 많은 젊은이들이 자살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라고 묻자 괴테는 "난 그걸 쓰고 난 후 슬픔에서 벗어났는데?"라고 했다 한다.
- ↑ 베르타스 오리지날의 그 '베르타'다.
- ↑ 편지를 수신하는 사람의 관점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서 오해할 수 있는데, 엄연히 주인공인 베르터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 ↑ 샤를로테의 모델은 괴테의 친구의 부인인 샤를로테 부프이다. 몇 가지 묘사는 그녀가 아닌 괴테의 다른 연인들에게서 따 왔다는 추측도 있다.
- ↑ 작품 속 주인공도 결국 여주인공 샤를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트가 빌려준 권총으로 자살한다.
- ↑ 베르테르의 심부름 꼬마에게 샤를로테가 총의 먼지를 닦아서 건네주고 그 사실을 전해 들은 베르테르가 총에 키스를 퍼붓는게 압권. "당신이 제 결심을 더욱 굳건히 다져줍니다. 저는 당신의 손으로 죽음을 맞기를 고대했는데, 아! 이제 그렇게 되는군요"
- ↑ 본명은 샤를로테이지만, 애칭은 로테이며 애칭으로도 자주 불린다. 대한민국 기업 롯데의 이름도 이 아가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 알베르트는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인 반면, 베르테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 ↑ 시종이 총을 내어달라는 부탁을 해서 총을 내어줄 때, 로테는 어쩌면 베르테르가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해서 불길함을 느꼈으나 결국 시종이 총을 가져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마 이 일이 후에 베르테르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가 느낄 죄책감을 더 키웠을 듯 하다.
- ↑ 작가 본인 역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자세한 것은 작가 본인의 항목 참조
- ↑ 다만, 괴테의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 본인의 항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위가 없었을 뿐 귀족에 맞먹는 브루주아에 가까웠다
- ↑ 하지만 정말 이렇게 잇달아 자살하는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 ↑ 작중에서도 샤를로테를 '로테'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