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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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r of Wrath

실마릴리온의 사건 중 하나로, 벨레리안드에서 벌어진 1시대 최후의 대전쟁.

1 개요

모르고스의 몰락과 태양 1시대의 종결을 가져왔던 대사건이다. 약 40년간 벨레리안드 전역에서 진행된 거대한 전쟁.

이 전쟁으로 벨레리안드의 자유민들은 구원받았고, 악의 세력은 대부분이 죽거나 몰락하고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도망쳤다. 이 때 도망친 대표적인 존재들이 소수의 발로그들과 용들이다. 물론 오크나 사악한 인간들도 소수가 살아남아 동쪽으로 도망쳤다. 사우론의 경우 에온웨가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침으로서, 훗날 제2시대와 제3시대를 대표하는 악의 제왕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시기에 벌어진 지형 변화와 그 파괴력은 나무의 시대에 벌어진 <권능들의 전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2시대 말기 <최후의 동맹 전투>와 3시대 말기 <반지전쟁>이 감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2 전쟁 이전의 상황

2.1 후린마이글린의 과오

모르고스가 벨레리안드에서 날뛰고 있을 무렵, 요정들의 최후이자 최고의 거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곤돌린이다. 곤돌린은 당시 놀도르 왕가의 거점이었고 벨레리안드 자유민들에게 있어 최후이자 최고의 거점중에 하나였다. 모르고스 역시 곤돌린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고 곤돌린을 그냥 두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벨레리안드 구석구석을 뒤지지만, 끝끝내 찾지 못했다. 하지만 뜻밖의 사실이 있었으니 곤돌린은 모르고스의 요새인 앙그반드 바로 아래의 산맥에 위치하고 있었다. 등잔밑이 어둡기도 하고 험준한 산세에 절묘하게 가려져서 못 찾았던 것이다.

한편 훌륭한 대장장이기도 했던 마이글린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채광을 자주 다녔는데, 좋은 철과 보석들이 묻혀 있는 광맥을 찾아 다니다 보니 산맥 바깥까지 나가게 되었다. 이는 투르곤이 절대 금지한 것으로, 그 누구도 곤돌린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이글린은 계속해서 몰래 밖으로 나다녔다. 다행히도 한동안 들키지는 않았지만, 점점 모르고스의 세력이 커져가던 상황에서 이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모르고스가 후린을 석방하고 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식들의 비참한 말로와 오랜 고문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쳐있었던 후린은 투르곤를 향해 분노의 사자후를 날리는데 하필이면 곤돌린 방향으로 내질렀던 것.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후린을 지켜보던 모르고스는 이를 보고 곤돌린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한다. 모르고스는 그 일대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고 결국 투르곤의 허락없이 곤돌린 밖에서 채광을 하던 마이글린[1]을 잡아 고문해서 구체적인 위치와 공략법을 알아냈다. 이때 마이글린은 이후 곤돌린의 통치권과 이드릴 공주를 약속받았다. 모르고스는 그를 다시 곤돌린으로 보내서 내부에서 협력하도록 명령한다.

한편 이드릴 공주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만약에 대비해서 탈출할 비밀통로를 만들어 두었는데 그녀는 마이글린을 불신했고, 그를 총애하는 아버지 투르곤 왕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 중 누구에게도 비밀통로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2.2 곤돌린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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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린을 향해 진격하는 모르고스의 군세. 보이다시피 용과 발록이 떼로 몰려간다. 존 하우의 작품.

곤돌린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모르고스는 엄청난 수의 , 발록 그리고 오르크들, 그리고 처음 보는 군사 기계들이 포함된 엄청난 군세를 모아 조용히 곤돌린을 향해 진격한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 날이 곤돌린의 축제날이었고[2] 적의 침입을 한번도 받지 않았던 곤돌린은 대혼란에 빠진다. 견고한 곤돌린이었지만 이미 마이글린에게 약점과 공략법이 까발려졌고 모르고스도 굉장히 작정하고 쳐들어 간 상태였다.[3] 곤돌린 공성전 당시 요정들은 극렬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치열한 전투 끝에 곤돌린은 함락되고 말았다.[4] 이날 요정측은 격렬한 저항 끝에 명문가의 수장인 엑셀리온과 곤돌린의 국왕인 투르곤이 전사하는 등 수많은 요정들이 도륙당하고 절망의 날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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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도리아스가 멸망한데다 가운데 땅의 요정왕국으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곤돌린의 멸망으로 벨레리안드의 요정과 인간들은 저항의 구심점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모르고스의 벨레리안드 정복은 시간문제가 되어버린다. 정말 다행인건, 곤돌린에 비밀통로가 있던지라 투오르와 이드릴을 중심으로 한 일부 요정들은 이곳으로 대피한다.[5]

2.3 시리온 정착과 에아렌딜의 출항

도리아스와 곤돌린의 몰락 당시 살아남은 요정들은 시리온 강 하구에 모여 난민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 살아남은 요정들의 지도자가 된 것은 투오르이드릴이었다. 투오르는 모르고스의 공세에 모든 자유민족들이 노예가 될 것을 걱정했고, 발라들에게 탄원하기 위해 배를 건조하여 몇 차례 항해를 하였고, 결국 어느 날 아내 이드릴과 함께 항해에 나서 돌아오지 않는다.[6] 그러자 그들의 아들 에아렌딜이 난민들의 지도자가 되었다. 에아렌딜은 키르단의 도움을 통해 배를 건조하게 되는데, 그 배의 이름이 그 유명한 거품꽃이란 뜻의 빙길롯. 에아렌딜은 이 배를 타고 발리노르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페아노르의 자손들이 실마릴을 찾으러 시리온에 쳐들어와 세 번째 요정의 동족학살이 일어난다.

한편 시리온에서 난리가 난 사이 에아렌딜은 발리노르에 도착하고 발라들을 접견한다. [7] 에아렌딜은 놀도르의 과오에 대해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고 위난에 처한 벨레리안드의 자유민들에게 자비를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이에 발라들은 에아렌딜의 요청을 수락하고 군대를 소집한다.

3 분노의 전쟁

3.1 진행

모르고스의 만행에 분노한 발라들은 군대를 소집하고 이 군대는 마이아+놀도르+바냐르로 구성되었다. 이 군대는 벨레리안드에 상륙하자마자 에온웨를 선두로 파죽지세로 모르고스의 군대를 몰아 붙힌다. 모르고스는 동부인과 오르크들로 이루어진 대군으로 벨레리안드 곳곳에서 저항해 보지만 속수무책으로 밀려 앙파우글리스까지 밀려난다. 여기서 발라군은 엄청난 수의 오크와 발록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발라들의 분노로 지진이 일어나고 그대로 모르고스 측은 패배한다.치트키 이후 앙그반드로 가기까지 발라들의 군세를 막을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고 발라들의 압승으로 전황이 기운다. 전쟁이 무려 40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묘사되는데, 일면 발라들이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앙그반드 공성전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훗날 바랏두르를 공격하는 데에도 7년이 걸렸던 것을 고려하면(이것도 정공법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사우론이 밖으로 나와 죽어줘서 끝난 것이다) 분명 바랏두르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을 앙그반드를 함락시키는 데에는 굉장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앙그반드는 정공법으로 무너졌는데, 함락 당시 모르고스는 성채에서 제일 깊은 토굴에 숨어 있다가 끌려 나왔다. 발리노르군이 앙그반드를 완벽하게 함락시킨 것이다. 성주가 제발로 걸어나와 죽으면서 끝난 바랏두르 공성전이 7년 걸렸으니, 비교 불가능할 만큼 더 거대한 요새의 가장 깊숙한 은신처에 숨어 있던 성주를 끌어내는 데에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때까지 모르고스도 얌전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고 마침내 그동안 꽁꽁 숨겨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날개 달린 화룡인 우룰루키 군단이다. 파죽지세의 발라들의 군대였지만 떼로 쏟아져나오는 우룰루키의 기세에 눌려 더이상 진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 거기에 우룰루키의 수장 앙칼라곤이 등장하는데 얼마나 거대한지 태양이 가려지고 그 그림자에 사방이 어두워졌다고 전해진다. 우룰루키의 등장으로 아만의 군대가 전진하지 못할 때, 에아렌딜의 빙길롯이 하늘에서 실마릴의 밝은 빛을 비추며 나타났다.우주전함 그리고 그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소론도르가 이끄는 만웨독수리들까지 함께 도착한다. 곧이어 독수리들과 우룰루키의 피튀기는 공중전이 벌어지고 하루종일 싸운 끝에 에아렌딜이 앙칼라곤을 물리침으로써 전투는 종결된다. 앙칼라곤의 시체는 앙그반드로 떨어져 거대한 상고로드림 첨탑이 무너졌고 모르고스는 사로잡혀 처벌받게 된다.

3.2 결과

우선 수천년을 호령했고 벨레리안드를 거의 지배할 뻔했던 모르고스가 완전히 패배한 사건이다. 한마디로 "악의 몰락". 모르고스는 사로잡혀 두 다리가 잘리고 자기 왕관을 우그러뜨려 만든 족쇄를 차고 공허로 던져졌다.

극소수만 살아남았던 용과 발록들은 중간계 전역으로 도망쳤고, 사우론은 사로잡혔지만 에온웨에게 반성한다며 싹싹 빌며 전후 재건에 자신의 힘을 보태겠다고 했고, 에온웨는 착한건지 바보인건지그 말을 믿고 나중에 알아서 출두하라며 놔둔다. 사우론은 당연히 기회를 엿보다 달아나 훗날을 기약한다. 제3시대 기준으로 용은 국가 하나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이니 그 용이 많았던 제1시대에서 모르고스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제3시대에는 사우론과 동맹인 사루만은 동상이몽으로 제대로 협력이 되지 않았다. 미나스 티리스 공략 때 스마우그발록이 참전했어도 가운데땅 역사가 어찌됐을지는 모르는 일. 모르고스가 곤돌린 함락 기점으로 벨레리안드 대부분을 지배했던 것을 생각하면 사우론의 위세조차 빛이 바랜다.

이 전쟁의 여파로 지형도 꽤 바뀌었는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 발라들이 벨레리안드는 정화의 여지가 없이 오염되었다고 판단하여 몽땅 수장시켜버린다. 이로써 해안선은 이후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인간 중 유일하게 발라측에 참전한 에다인은 전쟁의 공로에 대한 보상으로 상당한 축복과 긴 수명, 누메노르 섬을 받는다. 하지만 인간은 이 축복을 걷어차게 되는데... 그리고 분노의 전쟁을 끝으로 제1시대는 끝나고 제2시대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었던 실마릴의 회수는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예전에 베렌과 루시엔이 회수했던 실마릴 하나는 에아렌딜이 가졌지만 모르고스에게 남아 있던 나머지 두 개의 실마릴은 유실되고 말았다. 일단 에온웨에 의해 잠시 회수되기는 했지만 당시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페아노르의 아들들인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가 발라군의 진영에 침입해 훔쳐가고 말았다.[8] 하지만 그들은 그간의 동족살해 등의 죄를 저질러 실마릴의 주인 자격을 잃었고, 그들이 실마릴을 손에 쥔 순간 실마릴은 그들의 손을 태웠다. 마이드로스는 절망하여 실마릴을 안고 땅 속 불꽃으로 뛰어들어 자살하고, 마글로르는 실마릴을 바다에 던져 버렸다. 이후 그 두 개의 실마릴들은 회수되지 못했고, 실마릴들은 '하늘에 하나, 땅에 하나, 바다에 하나'가 존재한다고 한다.

4 다른 전쟁들과의 비교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사우론의 군대는 모르고스의 잔여 세력들이다. 즉, 왕의 귀환에서 보냈던 사우론의 군세는 모르고스의 군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반지의 제왕호빗에서 발록이 각각 한마리씩 나오는데 얘들이 단신으로 제3시대 난쟁이 국가를 멸망시켰다. 즉, 한마리 한마리가 국가 하나를 전복시킬 만큼 강력하다는 것. 그런데 분노의 전쟁에서는 이 발록과 용이 허구한 날 전투력 측정기로 죽고, 그만큼 엄청나게 쏟아진다.[9]

반지의 제왕 시점에서 자유세력들은 무마킬이나 트롤, 올로그-하이등에게 쩔쩔맸는데, 분노의 전쟁에서 용과 발록들은 반지전쟁 시점의 트롤급 혹은 그 이상의 숫자로 쏟아져 나왔다(...). 하위 병종인 오크들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참고로 이 당시 모르고스의 군대가 모르고스의 본거지 앞 앙파우글리스(Angfauglith) 평원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정도였다는 서술이 있다. 그런데 HoME(History of Middle Earth)의 실측 지도를 참조해 계산하면 앙파우글리스 평원은 대략 현재 대한민국 경기도(!)만큼 넓었다. 실제 이대로라면 몇억 대군이 나와도 모자라다

허나 이런 대단한 전쟁도 앞 시대에 벌어진 권능들의 전쟁에 비할 바는 못된다. 흠좀무.[10]
  1. 아레델의 외아들. 사촌인 이드릴 공주를 짝사랑했는데 그녀가 인간 투오르와 결혼하여 분노하고 있었다.
  2. 물론 마이글린에게 얻은 정보를 이용한 것이었다.
  3. 곤돌린 말고는 남아 있는 자유국가도 없었다. 시리온 강 하구에 피난민들이 몰려 있긴 했지만 그건 국가라고 부를 순 없는 세력이었고 청색산맥 동쪽에서는 두린족을 비롯한 동쪽 난쟁이들이 저항하고 있었겠지만 어쨌든 벨레리안드에서는 곤돌린이 최후. 따로 군대를 보내야 할 대립세력도 얼마 없으니 곤돌린으로 대군이 집중하여 몰려들었다.
  4. 성문 앞에서 분노의 망치의 가문 군대에 의해 발록이 수십은 죽어나갔고 투오르가 발록 다섯, 엑셀리온이 모르고스측 총사령관인 고스모그를 합쳐 넷, 글로르핀델은 하나를 잡았다.
  5. 투오르는 인간이긴 하다.
  6. 그들은 발리노르에 도착했다고 전해지고, 투오르는 인간과 요정 둘 중 하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고, 아내를 따라 요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7. 에아렌딜이 도착한 날은 발리노르의 축제일이라서 상륙지점 근방의 거주자들이 모두 티리온으로 놀러가 있었다. 때문에 에아렌딜은 텅 빈 도시를 보고 순간적으로 '여기도 망했나...'라고 생각하고 잠깐 절망했다고.
  8. 훔쳐내긴 했지만 경비병들에게 포위당했는데, 에온웨가 페아노르의 아들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하여 보내 주었다.
  9. 용들의 경우에는 호빗 실사영화 시리즈에 나온 스마우그가 떼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10. 다만 권능들의 전쟁은 분노의 전쟁보다도 기록과 묘사가 적어 그 규모와 수준을 알기 어렵다. 실마릴리온 등의 작품은 '요정들의 관점에서' 기술한 역사이기 때문. 요정들의 탄생보다 앞선 시대의 이야기들은 요정들이 발라들과 마이아들에게 배운 내용이다. 따라서 권능들의 전쟁은 실마릴리온에서는 '멀리서 뭔가 번쩍번쩍이고 쿵쿵대더라...' 정도로만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