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주판 |
한자 | 籌板[1] |
영어 | Abacus |
러시아어 | счёты |
중국어 | 算盤 / 算盘(suànpán) |
일본어 | 算盤(そろばん) |
목차
1 개요
계산할 때 쓰는 기구. 수판이라고도 표현한다. 주판을 사용하여 계산하는 것을 주산(珠算)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놓는다'고도 표현한다. '타산이 맞는다'라는 관용어구도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둘 다 고대의 주판으로 계산하는 모양에서 비롯되었다.[2]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겼는데, 틀에 칸을 막은 뒤 세로로 철사나 대오리 20여 개를 내리꿰어서 윗칸에는 1~2개, 아래칸에는 4~5개의 구슬을 꿰어넣은 것이다. 상부 사진 참고.
서브컬쳐의 무협지에서는 상인계열의 직업을 가진 인물이 병장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주판알을 튕겨 암기대신 적에게 쏜다.
2 역사
주판은 그리스에서 발명되었다. 주판은 명나라 이후에 중국으로 전래되었고 개량되었는데, 우리가 아는 주판의 모습은 그러한 과정의 산물이다. 한반도에는 조선 초기에 들어왔다만,일부 거상들 외에 그다지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이전에 중국에서 들어온 산가지[3]를 사용한 계산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정작 중국 대륙에서는 명나라 때부터 상업에 필요한 실용수학계산 위주로 수학이 발전되었다. 주판이 알려지고 개량되어 보급된 이후 산가지가 사라졌으나,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산가지를 사용한 수학계산을 선호하였다. 더불어 방정식과 제곱근 풀이 역시 중국에보다 한반도에서 더욱 깊에 연구되었다. 이 때문에 청나라 때 청나라의 조정을 방문한 조선 사신들이 서양식 수학 계산법이 필요한 피타고라스 함수를 제외한 모든 높은 난이도의 수학문제들을 산가지로 척척 풀어버리자 청나라 조정의 대신들이 크게 놀라기도 했다.*
주판은 역시 중국을 거쳐 무로마치 시대 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널리 보급되었다. 본래 중국에서 개량되었던 주판의 형태는 윗칸 2개의 구슬과 아랫칸 5개의 구슬을 지닌 모습이였는데, 일본인들은 이것을 윗칸 1개의 구슬과 아랫칸 4개의 구슬로 개량해 사용했고,[4] 1932년경 일제치하의 영향력아래 이것이 우리나라에 역수입되었다.
1970년대에 전자계산기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계산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사무용품이었고, 보급 초기에는 계산기가 맞는지 틀리는지 주판으로 검산하거나 보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판을 접하지 않고 자란 요즘 세대들에게도 원리 자체는 익숙한 물건이다. 당구장에서 점수계산하는 보드와 주산의 원리는 사실 똑같다. 그리고 덧셈, 뺄셈만 가능할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곱셈과 나눗셈도 할 수 있다. 현대에 쓰이는 개량형을 기준으로, 기준점[5] 우측 1/3 가량의 주판알들이 바로 곱셈과 나눗셈을 위한 영역이다.
일본 샤프 사의 주판 계산기. 출처는 기글 하드웨어 포럼. 샤프 50주년 행사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사진의 모델 외에 같은 회사의 EL-1048도 주판이 같이 붙어있다.
상업고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중 하나였다. 6차 교육과정 때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 주산이 있었다. 90년대 말 컴퓨터가 국내에 알려져 컴퓨터 학원이 흥성하기 전에는 속셈학원들이 흥성하여 주판과 암산을 가르쳤는데, 이것도 실력에 따라 단과 급수가 나뉘어져 있었다. 주산 능력이 우수한 학생은 현대의 컴퓨터 능력 우수생과 같은 대접을 받아서 이른바 '명문학교'에 입학할 권리도 있었다.[6]
과거에 우리나라는 오동나무로 만든 '옥산주판'이 유명했지만, 점차 대량생산하는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 이미 80년대말에도 시장점유율은 고려주판(코끼리표)에 잠식당한 상태였다.[7] 그러나 계산기 -> 그 유명한 엑셀(스프레드시트)로 이어지는 사무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오늘날 주판은 골동품이 되었다..
가끔 촌동네 구멍가게 할아버지들이 여전히 사용하시는 경우가 있다. 근데 요새 할배들도 휴대폰 계산기 쓰시던데 아니면 쌀집 계산기 흔한 건 아니지만 어린이들의 두뇌개발을 목적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여담으로 70~80년대 국딩들이 요거 두 개를 신발에 묶고 롤러스케이트처럼 타고 놀다가 선생님한테 수정펀치를 맞았다 카더라(…) 원래 주판이라는 게 스케이트 놀이 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서 주판 다 망가지는 짓이니 개념인은 하지 말자. 무적코털 보보보에선 군함이 맨발에 주판을 달아 속도가 무려 6배나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맨발에 사용해서 마사지 효과는 플러스
3 주판과 암산
주산 11단의 엄청난 암산력.
주산 1급 학생의 굉장한 암산 속도.
이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식을 계산해내는 손놀림을 보면 예술이 따로 없을 정도. 한때는 주산학원 및 주산경기대회도 있었고 TV의 '묘기대행진' 같은 데에 암산능력 좋은 사람과 함께 단골 묘기 출연 메뉴. 국가기술자격으로도 존재했고, 우리나라 역대 최고단 기록은 11단.
사실 주산과 암산은 비슷한 영역이다. 주산에 익숙해지면 머리 속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상상하는 대신 '상상의 주판'을 만들어놓고 거기다가 주산알을 놓으면서 계산할 수 있게 되며, 이것이 바로 암산술의 정체이다. 아라비아 숫자가 생각보다 계산하는데 불편하다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상적인 수식 계산에 한정한다. 숫자를 초월하는 것들을 다루는 고급 수학에 써먹기는 상당히 곤란하다.[8]
4 사용법
이하 주판 사용법은 현재 대부분이 쓰고 있는 일본식 주판(算盤) 1·4식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쓰던 중국식 주판(算盘) 2·5식에 대해서는 아시는 분께서 따로 추가 바람
설명에 앞 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산은 기본적으로 윗알(값이 5에 대응)은 검지 엄지로 아래알(값이 1개당 1에 대응)을 움직이며 한다.
윗알은 내려와 있을 때 +5가 된 것으로 간주하고, 아래알은 올라와 있을 때 그 수만큼 더해주는 것이다.
주산법에는 선주법과 후주법이 있다.
선주법은 자릿수가 높은 자리부터해서 낮은 자리로 움직이는 계산법이고 후주법은 자릿수가 낮은 자리부터 해서 높은 자리로 움직이는 계산법이다.
예를 들어서 87+25를 계산할 때, 선주법의 과정은 87(80+7)+25(20+5)→100+(7+5)=112라면
후주법의 과정은 87(80+7)+25(20+5)→(80+20+10)+2=112 가 되는 것이다.(후주법은 보통 필산에서 사용되는 그 방식이다.)
선주법은 일의 자리 방향을 향해 내려가겠지만, 후주법은 자리를 좌우로 많이 오가기에 그만큼 시간이 오래걸린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후주법이 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한 필산과 같아 편하겠지만, 정말 주산을 익히고자 하는 장기적인 경우엔 선주법을 숙지해야 한다.
보수법, 짝수법을 이용하여 계산을 해야한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배운, 합쳐서 10이 되는 관계수를 보수라 한다. 즉, x+y=10이라면 x는 y의 (10의) 보수, y는 x의 보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0↔10 1↔9 2↔8 3↔7 4↔6 5↔5
이 보수법은 자릿수의 올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니 주산을 익히고자 하면 이것을 필히 익혀야 한다.
이 외에도 짝수법도 있다. 합쳐서 5가 되는 관계수를 짝수라 한다. 즉, x+y=5라면 x는 y의 (5의 짝수) y는 x의 짝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0↔5 1↔4 2↔3
이 짝수법은 같은 자리 내에서 윗알을 이용해서 알이 부족한 경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법이니 이 또한 익혀야 한다.
4.1 받아올림이 없는 덧셈
값에 맞게 아래알을 올리고 위알을 내림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23+21을 주산으로 할 시,
먼저 십의 자리에서 2+2→4를 한 후(선주법에 의해)
일의 자리에서 3+1→4를 하여 44라는 값을 낸다 참 쉽죠?
4.2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값에 맞게 아래알을 올리고 위알을 내리되, 알의 수가 모잘라 더 이상 계산이 진행되지 않을 땐 보수법을 이용하여 해결한다(다음 자리의 아래알 하나를 올린 후, 기존 자리에선 더해야 할 수의 보수만큼 빼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짝수법도 이용한다.
예를 들어, 24+18을 주산으로 할 시,
먼저 십의 자리에서 2+1→3을 한 후,
일의 자리에서 4+8을 하려는 데, 12이므로 알 수가 모자른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2+1→3까지의 계산이 완료됐으면
십의 자리에서 알 1개를 올려 3+1→4를 먼저 해준 후,
4+8에서 8의 보수인 2만큼을 4에서 덜어내준다. 4-2→2 이리하여 42
4.3 받아내림이 없는 뺄셈
받아올림이 없는 덧셈을 거꾸로 계산하는 것과 같다. 값에 맞게 아래알을 내리고 위알을 올림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83-21을 주산으로 할 시,
8-2→6을 한 후,
3-1→2를 하여 62가 된다.
4.4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
받아 올림이 있는 덧셈을 거꾸로 계산하는 것과 같다. 값에 맞게 아래알을 내리고 위알을 올리되, 알의 수가 모잘라 더 이상 계산이 진행되지 않을 땐 보수법을 이용하여 해결한다(다음 자리의 아래알 하나를 내린 후, 기존 자리에선 빼야 할 수의 보수만큼 더해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짝수법도 이용한다.
예를 들어, 53-27을 주산으로 할 시, 5-2인 데, 계산에 사용할 아래알이 없다.
이럴 땐, 윗알을 올려준 후,
2의 짝수 3을 더해준다. 십의 자리 수가 3이 된 후, 일의 자리수 3-7을 하려니 또 1자리 알의 수가 부족하다.
이럴 땐 십의 자리에서 알 1개를 내려 3-1→2를 먼저 해준 후, 3-7에서 7의 보수인 3만큼을 더해준다. 근데 또 알이 모자르니(...)
일의 자리에서 윗알을 내려준 후,
3의 짝수인 2만큼 빼준다. 이리하여 26 참 쉽죠?
4.5 곱셈
- 곱셈을 할 때는, 자릿수를 잡는 것이 먼저다. 이를 하려면
당연히구구단을 이용하게 된다.
또한 구구단의 모든 경우에서 두자리 수 이하만 나오는 것을 염두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주산에서는 2X4=8 보단 08로 연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x자리 수와 y자리 수 를 계산하려면 x+y 자리수에서 곱셈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19X43을 주산으로 할 시, 19는 2자리 수 43은 2자리 수 이므로 2+2→4자리수에서 곱셈을 시작한다.
1(2자리)X4(2자리)→04이므로 4번째에 0 3번째에 4를 놓는다.
9(1자리)X4(2자리)→36이므로 3번째에 3 2번째에 6을 놓는다.
1(2자리)X3(1자리)→03이므로 3번째 자리에 0 두번째 자리에 3을 놓는다.
9(1자리)X3(1자리)→27이므로 두번째 자리에 2 첫번째 자리에 7을 놓는다.
위 결과들을 모아놓으면 0400+0360+0030+0027이다. 나머지 계산들은 덧셈때와 같다. 결과는 817
4.6 나눗셈
- 나눗셈을 할 때도 곱셈처럼 자릿수를 잡는 것이 먼저다. 다만 이번엔 손이 아니라 알이 이 위치로 간다. 주판에서 점이 있는 부분의 자릿수를 1로 잡고, 좌로는 1씩 커지고 우로는 1씩 작아진다.
x자리 수와 y자리 수를 계산하려면 x-y-1자리에서 알을 놓는다.
그 후, x와 y의 가장 앞 자리 수를 비교해서, x가 크면 한 칸 건너서, y가 크면 바로 그 앞에서 계산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682÷22를 할 시, 682는 3자리 수 22는 2자리 수 이므로 3-2-1→0자리수에 놓는다. 6은 2보다 크므로 한 칸 건너서 십의 자리에서부터 계산을 시작한다.
68은 22가 3번 들어가므로 3을 십에 자리에 놓고 66만큼 덜어준다. 682-660→22
- ↑ 구슬 주(珠)가 아님에 주의하자.
그런 주제에 주산은 구슬 주 자를 쓴다 - ↑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연재 당시 연재분 끝 잡담집에 이 모양이 현세에도(...) 언급되어 있다. 과거 상업고등학교 주산/부기 시간에(인문계 고교생들이 야자를 하듯 상고생들은 주산실습을 했다) 계산이 실컷 끝난 뒤 선생님의 구령 "자, 털고!" - 여기서 턴다는 것은 당연히 주판알이다. 계산기로 치면 AC버튼.
- ↑ 참고로 산가지를 담아놓는 도구가 산통이고, 잘 되던 일이 뒤틀린다는 뜻에서 산통 깨진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 ↑ 이걸 소로반이라고 따로 불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소로반이라는 말이 더 흔하다.
- ↑ 대개 오른쪽 2/3지점에 0자릿수 기준점이 있다. 좌측으로 10~15자릿수의 칸은 덧뺄셈에 쓴다. (그래서 가감산만 배운 사람들은 우측의 10칸 정도는 대체 어디에 쓰는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계산기 액정의 표시가능 자릿수 = 주판 알 꼬챙이수라고 이해하면 된다.
- ↑ 한 우수생은 부모님이나 담임 등 주위 사람들이 명문학교에 입학하라고 강권하는데 학생 본인은 그냥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학교에 다니고 싶어해서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결국 본인의 의사를 따랐다고. 이 사건을 방영한 TV 프로그램 제작진에서 현대의 학생을 찾아가 봤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인지 이젠 주판 다루는 것도 어색하다고.
- ↑ 사실 나무로 된 옥산주판은 관리를 잘 안하면 털기 어렵다. 반면 코끼리표는 플라스틱이라 손맛은 없지만 짤깡짤깡 잘 털어졌고, 빠른 계산을 요하는 자순부기 분야에서 이것은 확실히 이득.
- ↑ 단적으로 복소수 계산만 하더라도 2개의 주판이 필요하며(다만 자릿수가 많이 남아돈다면 꼼수로 양쪽 끝의 자리를 실수부와 허수부로 할당할 수는 있다), 행렬 계산시 행렬 원소 개수만큼의 주판을 구비해야 한다. 주판을 오가면서 혼파망에 빠지는 건 덤(...). 여기에 더해서 원주율이나 자연상수는 답이 없다(...). 이런 건 주판이 아니라 공학용 계산기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