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혹성의 죄수

1 개요

지구의 죄수

첫컷 & 타이틀
아냐와 아티 슈피겔만이 1958년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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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oner on the hell planet

아트 슈피겔만의 4 페이지 분량의 단편 만화.

에 전 분량이 실려있다. 어머니 아냐 슈피겔만자살한 뒤 장례식의 과정, 죄책감과 번민으로 괴로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판화를 연상케하는 그림체로 그려져 있다.

2 줄거리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들이 입었던 죄수복을 입은 주인공 '아티'가 어머니의 자살을 독백 형식으로 증언한다. 주말을 여자친구 이사벨라[1]와 같이 보낸 아티가 집에 돌아오자 사람들이 집에 잔뜩 몰려있었다.

사촌 한명이 아티를 의사에게 데려간다. 의사가 전해준 소식은 어머니가 자살했다는 이야기였다. 아티는 울어버린다.

집에 들어간 아티가 본 것은 방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이었다. 둘은 서로 껴안고 서로를 위로하다가 유대인 전통에 따라 그날 밤을 이불도 없이 바닥에 누워서 보낸다.

다음 날,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루는데 아버지가 히브류어로 된 장송곡을 읊자 아티는 티베트 '사자의 시'를 따라 읊는다. 아버지는 관 위에 올라가 아냐의 이름을 울부짖고 견딜 수 없는 주인공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온다.

웅크려 울고 있는데 가까웠던 친척어른의 친구가 와서 '이제 우는구나, 너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울지 그랬냐(=있을 때 잘 하지 그랬냐)'며 아티를 힐난한다. 죄책감과 역겨움에 아티는 방황한다.

아티는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본 순간을 기억한다. 침대에 누워있던 아티의 방에 어머니가 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모자간의 정에 호소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가 싫었던 아티는 돌아누워서는 성의없이 "물론이죠, 엄마."라고 말한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감옥에 갇힌 아티가 어머니를 향해 나의 모든 것을 부셔놓고 나를 죽였다며 어머니는 완전 범죄를 저질렀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끝난다.

3 기타

이곳 저곳에 상징이 많이 숨겨져있다. 어머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과 함께 부둥켜앉는 컷에서는 구석에 '네가 가진 것을 지켜라'(Protect what you have)라는 글이 써져있다든지 [2], 방황하는 아티의 모습 뒤에 Funeral(장례)이 절묘하게 가려져 Fun(쾌락, 즐거움 등등)으로 보인다든지, 아티가 입고 있던 죄수복이 컷이 지나면서 점점 선명해진다든지...

만화의 출발점이 판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만화. 슈피겔만의 실험적인 요소가 돋보인 작품이다.

아냐의 친한 친구로서 장례절차를 도우며 모든 것을 지켜본 말라 슈피겔만은 '매우 정확하며 객관적이다, 중요한 책이니 꼭 나와야 된다'라는 평을 내렸다.

블라덱은 딱 한번만 보고 다신 안봤다고 한다. '볼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1. 아무래도 프랑소와즈를 만나기 전에 만난 애인인듯. 블라덱과 아냐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단 언급이 있다.
  2. 옛날 미국 보험회사 광고의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