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adek Spiegelman (1906 ~ 1982)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죄수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1] | "쥐"의 표지에 실려 있는 그림. 의자에 앉은 쪽이 블라덱, 바닥에 엎드려 이야기를 듣는 쪽은 아티. |
1 소개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인공 블라덱 스필만과는 이름만 비슷할 뿐 다른 사람이다. 다만 블라덱이란 이름이 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티브가 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참고로 블라덱 스필만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은 '브와디스와프 슈필만(Władysław Szpilman)'(1911 ~ 2000).
2 기구한 인생
2.1 겪었던 사건들
자세한 에피소드들은 쥐 항목을 참고. 여기서는 전체적인 행보만을 설명한다.
2.2 과거
독일과의 국경 근처에 있는 폴란드의 쳉스토호바(Częstochowa)[2]에 살던 평범한 유태인 직물상. 미국에 가고 싶어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그가 전쟁 중 무사히 살아남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3] 영어 외에도 모국어로 칠 수 있는 이디시어와 폴란드어, 독일어를 할 수 있었다고.
젊었을 때는 영화배우 루돌프 발렌티노[4]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5] 미남인데다가 인기도 꽤나 많았다. 그 중에는 루시아 그린버그라는 미녀가 적극적 대시를 해댄 탓에 잔 어거지로 애인 관계가 되지만, 그녀와 결혼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부유한 가문인 질버베르그 가문[6]의 딸 아냐 슈피겔만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지성미에 빠지게 된 블라덱은 루시아를 차고 그녀와 약혼한다.[7] 그러나 그 사랑이 집착에 가까웠던 루시아는 블라덱에게 차인걸 쉽게 인정하지 못해 아냐에게 "당신의 은밀한 친구, L."이라는 서명과 함께 블라덱을 비방하는 공갈편지까지 보냈다. 결국 블라덱은 아냐를 힘들게 설득했고, 끝내 결혼에 성공했다. 이후 루시아 얘기가 안 나오는 걸 보면 포기한 모양.[8] 아냐가 결혼 전에도, 이후에도 종종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블라덱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자주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 위해 애썼다.
그는 부자 장인어른의 빽으로[9] 직물 공장도 갖게 되면서 사업망을 늘리고, 그 와중에 장남 리슈 슈피겔만을 낳는 등 매우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징병 통지서가 날아오고, 폴란드계 유태인인 그는 폴란드 예비군 소속으로 참전하고 아냐를 비롯한 친정 가족들은 피난을 간다. 블라덱은 예비군이었고 전황이 매우 급박했기 때문에 단 며칠만 훈련을 받고 전선에 배치돼서 위장하고 움직이는 독일군 한명을 사살하지만 후퇴명령을 못 받았는지 못 들었는지 그냥 포복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포로로 붙잡혔다. 하지만 블라덱은 냉철하고 강인한 정신력과 판단으로 포로 수용소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으려 노력하고, 운이 좋게도 포로석방 조약이 인정되면서 풀려난다. 그 후 블라덱은 나는 듯이 소스노비에츠의 집으로 돌아와 아냐를 만난다.
이후 유태인에 대한 탄압이 점점 심해지면서 집도 재산도 다 뺏겨버리고 질버베르그 가족들도 하나둘씩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게 된다. 블라덱 부부도 정처없이 떠돌면서 숨어 살다가 헝가리는 안전하니 와서 같이 살자는 조카 아브라함의 편지를 믿고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바로 아우슈비츠로 끌려간다. 편지는 이미 먼저 아우슈비츠에 들어와 있던 아브라함이 게슈타포의 협박으로 쓰게 되었던 것.
그때부터 온갖 개고생을 하다 전쟁이 끝나면서 아내와 함께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아우슈비츠 행 전의 시내 생활에서는 돈을 벌어오고[10], 벙커 생활에서는 은신처 제작, 아우슈비츠에서는 수용소 감독관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 일을 맡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등 진짜 능력자다.[11] 또한 아우슈비츠에 있을 때 아내인 아냐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하러 행진할 때 아냐가 있는 수용소 쪽을 쳐다봤다가 병사에게 발각되어 두들겨 맞고, 아냐는 블라덱이 남녀 수용소를 가르는 철창 너머로 매번 던져주는 빵을 얻다가 한 번은 여자 카포에게 발각될 뻔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를 포함한 해당 수용관 전체 인원이 체벌을 받았으나 발각되지 않았다. 블라덱의 말에 의하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실제로 블라덱은 여자 감독관(카포) 만치에[12]를 통해 아냐의 소식을 들었고, 위에서 빵을 얻다가 체벌을 받았을 때는 아냐의 친구들이 끝까지 입을 다물어 줬다고 한다.[13]
전쟁이 끝난 후에는 스웨덴의 백화점에서 양말과 미국산 나일론 스타킹 판매(끼워팔기)를 하여 성공했고, 미국으로 건너온 뒤에는 보석상을 경영했다. 그러나 결혼 전부터 우울증이 있었던데다 장남인 리슈를 비롯한 온 가족이 전부 전쟁 중에 희생된 끔찍한 기억, 차남 아트 슈피겔만의 엇나감 등이 겹쳐서 괴로워하던 아냐는 욕조에서 칼로 손목을 긋고 자살해 버린다.
2.3 현대
블라덱은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과 아내의 죽음으로 현재까지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된다. 그 생활을 현재도 버리지 못해 주변인들과 마찰을 빚는다. 작품 상의 현재에서는 물건 하나 버리지 못하는 노랭이. 후처인 말라가 집을 나가자 심장이 나쁜 자신은 먹지 못하는 소금 든 시리얼을 가게에 가져가서 환불해 달라고 난리치다가 점장에게 아우슈비츠 얘기를 해서 끝끝내 환불을 받고 1달러로 6달러 어치 식료품을 사들고는 매우 의기양양해한. 또 가스렌지 켤 때 쓰는 나무성냥을 아끼려고 가스렌지를 하루종일 켜둔다. 가스비는 집세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공짜라나. 종이성냥은 호텔에서 가져와서 쓴다.(...) 심지어는 아티와 함께 길거리를 걸으며 이야기할 때 쓸만한 게(버려진 전화선이라든지) 눈에 보이면 무작정 집어온다. 홍차 티백을 말려서 다시 쓰는 건 기본. 오죽하면 말라는 그양반 통장에는 수십만 달러가 있는데 사는건 거지같이 살고있어! 라고 아티에게 말할정도.
잘 때 밤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울부짖는 잠꼬대를 한다(PTSD의 증세 중 하나인 악몽). 아티는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든 부모가 밤에 저렇게 소리지르는 줄 알았다고.[14] 거기다가 주위 사람들을 달달 볶아서 이웃들, 말라, 심지어 아들마저도 지긋지긋해한다. 다른 사람들이 만지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자기 실수로 물건을 깨도 주위 사람들 탓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위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듯, "아티가 제 어미 닮아 히스테리컬하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도 인종차별주의자. 며느리인 프랑소와즈가 같은 동네에 사는 흑인을 차에 태워주자 "믿을 수가 없군! 검둥이가 내 차 안에 있다니!"라고 폴란드말로 중얼거리면서 흑인이 물건을 훔쳐가나 안 훔쳐가나 계속 사이드미러로 감시한다. "검둥이와 우리 유태인이 같을 수가 있느냐?"라는 것.[15] 나중에 이걸 회고한 아트는 "'나치도 유태인 죽여가면서 똑같은 소리 했겠죠!' 짜증나는 얼굴로 말하자 아버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고 한다(만화의 세계/1996에서).
성격도 더럽다. 말라의 말에 의하면,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심장을 부여잡고 신음해대는 통에 진짠지 허세인지 모르겠으니 말라 쪽에서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16] 이런 괴팍한 성질머리 탓에 현대 파트에선 주변 사람들 뿐 아니라 가족들로부터도 인심을 상당히 잃었다. 후처인 말라 슈피겔만이 그의 재산을 들고 튀었는데 친아들부터 시작해서 이웃들까지 블라덱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고 "말라가 도망갈 만 해"라는 반응만 보였다.[17] 작중에서 아트 슈피겔만 본인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가진 유태인에 대한 편견을 아버지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18]
2권 후반으로 가면서 폐에 물이 차거나 산소마스크를 끼는 등 위급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도망갔던 후처 말라까지도 돌아와서 챙겨줄 정도(본인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항목 참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블라덱은 말라와 싸우는 것도 지쳤는지 말라의 의견대로 플로리다의 콘도로 갈 계획이라 말하고, 급기야 치매 증상까지 보인다.[19] 결국 지병이 악화되어 사망(작중 구성에 의해 실제 사망 언급은 2권 2부에 나온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내 아냐의 곁에 나란히 묻혔다.
- ↑ 39세 시절로 2권 후반부에 실려 있다. 전후 유태인들 사이에서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죄수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했다고 한다.
- ↑ 폴란드령 상부 슐레지엔에 있던 도시. 대홍수 당시 검은 성모화를 보관하고 있던 이 곳의 수도원이 소수 병력으로 대규모 스웨덴 군을 막아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독일과의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에 위치하고 있다. 2차대전 직후 소련에 점령되었던 지역이 대거 소련에 편입되고, 그 대가로 동부 독일의 상당 부분을 영토로 편입시켜 국경이 서쪽으로 훨씬 이전해 버렸기 때문. 쥐의 지도에도 나와 있지만 이 당시에는 바르샤바가 폴란드의 중앙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쪽으로 치우쳐 있는 상태. 2차대전 후 독일과 폴란드의 영토 문제 참조. 번역본에서는 "체스토초바"라고 오역되어 나온다.
- ↑ 처음 아우슈비츠에서는 카포(수용소 관리자)의 개인 영어교사가 되어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다카우에서 만난 프랑스인과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 ↑ 영화 "시크(Sheik, 호남자라는 뜻)"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 ↑ 윗사진은 나이가 좀 든 뒤의 모습이라 안 닮았으나 젊었을 때 사진을 찾아서 보면 약간 닮기는 했다.
- ↑ 폴란드 최대의 양말 공장을 가진 집안
- ↑ 루시아만큼 미녀는 아니었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점점 자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타입이라고 한다.
- ↑ 참고로 이 스토리는 순수하게 블라덱의 증언에 기초한 이야기이다.
애초에 쥐라는 작품 전체가 그렇지만그래서 읽다보면 정말로 블라덱에게만 유리한 이 이야기가 진짜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작중 블라덱도 해당 얘기가 떨떠름했는지 이야기를 마친 뒤 "이런 얘기는 책에 안 쓰면 좋겠다만."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아들 아티는 쓰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는 나중엔 이런 이야기가 있어야 사실적으로 보인다면서 그대로 써넣었다.불효자 - ↑ 물론 순전히 빽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블라덱의 수완은 뛰어났고 매우 유능했다. 장인이 블라덱에게 자신의 손자가 태어나면 유복한 삶을 살길 원한다고 하자 블라덱이 현재 가진 자금으로 직물이나 의류 가게 정도는 낼 수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에 장인은 '가게? 허! 공장 정도는 가져야지! 라고 대답한다.(...)
폴란드 부자 클래스이에 놀란 블라덱이 그러려면 막대한 돈이 있어야 한다고 묻자 장인은 그 정도 돈과 신용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웃었고 덕분에 공장을 차리게 되었다. 이후 도둑이 들어서 공장이 싹 털린 후에도 장인의 도움으로 재기하였는데 블라덱은 이 공장을 운영하여 매우 부유하게 잘 살았다. 이후 유태인 탄압으로 질버베르그 가문이 대부분의 수입을 잃고 사실상 가문 구성원 모두가 기존의 재산을 파먹고 있는 상황에서 연줄을 이용해서 직물을 암거래함으로써 사실상 가문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될 만큼 유능하였으며, 장인 역시 블라덱의 이런 모습을 보고 '역시 집안에는 똑똑한 사람이 하나 쯤은 있기 마련이다' 라고 기뻐할 만큼 유능했다. - ↑ 가문의 사업체를 빼앗긴 뒤 질버베르그 가문의 대다수가 잉여(...)가 된지라 사실상 가문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어오는 것이 블라덱이었다고 한다. 다만, 블라덱이 가문 사람 모두를 먹어살렸다기 보다는 원래 질버베르그 가문이 워낙 갑부였던지라 사업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도 기존의 재산을 가지고 꽤나 풍족하게 살고 있었지만, 그나마 있는 재산만 파먹지 않고 얼마간이라도 돈을 벌어서 보탠 유일한 인물이 블라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중 묘사를 보더라도 블라덱의 장인이 '사업체를 빼앗겨서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 다른 가족들은 상황 파악도 못하고 전쟁 전처럼 호사스럽게 살려고 든다' 고 불평하다가 블라덱이 그나마 돈을 벌어서 살림에 보태자 기뻐하는 모습이 나온다.
- ↑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갈 때도 함석장이에 구두공까지 곁다리로 주운 지식들로 온갖일을 활용해가면서 살았는데 이 부분을 보면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온것이 마냥 운에 의존한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 가끔씩 남자수용소와 여자수용소를 왔다갔다했다
- ↑ 평소에 아냐가 블라덱이 몰래 던져주던 음식을 혼자 먹지 않고 늘 주변 동료들과 다같이 나눠먹었는데, 블라덱은 그 얘기를 듣자 제발 남 걱정말고 당신부터 챙겨먹으라고 닥달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 때문에 어쩌면 위에 언급된 체벌 사건 때 동료들이 끝까지 함구해줬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 ↑ 때문에 아내인 프랑소와즈는 저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지만 아티는 정말 무심하게 "응, 별 거 아냐. 아버지셔..."라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저 소리를 들어왔으니 엇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 ↑ 사실 이건 맹목적인 편견이라기보단 자신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블라덱은 뉴욕에 온 첫날 흑인 좀도둑에게 소매치기를 당했기 때문.(...) 그리고 이런 경험과 수용소에서 익힌 생존 본능까지 합쳐지면 당연히 이런 반응은 나오기 마련. 물론 블라덱이 잘못하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그 광기의 시대에 겪었던 아픔이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하다.
- ↑ 실제로 작중에서는 아티와 함께 길을 걸으며 이야기하다 잠깐 심장마비가 일어났었다. 하지만 작중에서 드러난 것은 그게 딱 한 번.
- ↑ 말라가 나간 것 때문에 아버님이 신경이 더 날카로와졌다며 걱정하는 프랑소와즈에게 아티는 그 반대로 블라덱이 너무 신경질적이라 말라가 나간 것이라고 대답한다.
- ↑ 원래는 사교성있고 쾌활한 청년이었던 블라덱이 나치의 탄압을 받으면서 과거 유럽인들이 멸시했던 전형적인 유태인으로 변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단 말라는 자신은 물론, 자신의 친구들이 모두 나치의 수용소를 겪었지만 누구도 블라덱처럼 되진 않았다면서 수용소 경험 때문에 블라덱 성깔이 더러워졌을 것이란 아티의 추측을 비웃었다.
- ↑ "널 보다니 놀랍구나!"라고 말하는데 정작 아티는 "네? 어제 전화로 온다고 했잖아요?"라고 대답한다. 또한 리슈에 대한 기억까지 합쳐져서 아티를 리슈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