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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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1년 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호비스트를 통해 출간되었던 한국의 대표적 모형(프라모델) 전문월간잡지. 2000년 봄에 딱 통권 100호를 채우며 종간(終刊)이라는 형식으로 한차례 폐간을 하고, 2~3개월 후 '네오(NEO)'로 제호를 바꿔 부활해 2006년까지 발행했다. 암울했던 국내 모형취미사(史)에 있어 한 시대 그 자체이자 경전과도 같았던 책. 사족이지만 창간 후 약 1여년 동안은 월간지가 아닌 격월간지(2달에 한 권)였다.

2 여명편

국산 모형이래봤자 카피판 건프라나 역시 일제 밀리터리물 카피가 대부분을 이루던 80~90년대. 모형제작 기법 같은 것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스스로 깨우치거나, 형편이 되고 언어가 되는 일부 사람들이 청계천이나 남대문에서 간신히 해적판이나 나까마를 통해 들어온 양서 일서를 구해서 끙끙대고, 작디 작은 몇 컷의 사진으로 해외 모형판의 동향이나 새로운 정보를 겨우 얻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91년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국내 최초의 모형전문지가 바로 취미가이다. 이후 책이 발행된 15년 간 국내 모형판의 발전 및 모형취미/기법 보급, 모형취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수많은 청소년들을 밀덕/프라질이란 악마의 수렁에 빠뜨린등 국내 모형취미에 있어 그 공이 실로 지대하다.

또한 93년쯤 이르면 거의 서브컬쳐쪽의 전장르를 취급하는 수준으로 까지 오게 되는데, 현재 1세대 오타쿠로 취급되는 PC통신 시절의 매니아들을 보면 대체로 취미가로 입문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당시 취미가가 취급하던 장르는 모형 및 피규어, 만화, 애니메이션, 밀리터리, 총기, 서바이벌 게임, SF, 심지어는 슈퍼카(...) 특집 기사까지 실려있었다.

후술할 문제나 사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커녕 PC통신도 없던 시절은 물론 그 이후에도 취미가가 대한민국 서브컬쳐에 기여한 공은 아주 지대하다고 할수 있다.

3 리즈시절

어떠한 홍보도 마케팅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창간호는 대형서점 집계 베스트 셀러를 먹었으며, 발행기간 15년간의 역사 동안 중간중간 경쟁자가 생겨나기도 했으나 사실상의 국내 모형판을 좌지우지하는 독점 매체였다. 이게 어느정도 였냐면 당시 경제력 있었던 60년대생 부터 학생이였던 80년대생 까지 말그대로 전부 구독하는 잡지였다. 아버지 와 아들이 함께 보고 얘기하는것은 물론, 군대에서도 인기 잡지였으며, 심지어 중학생들이 학교로 이 책을 가져와서 친구들이랑 토론을 했었다. 리즈 시절엔 아카데미과학과 연계해 모형대회를 여러 번 연 적도 있고, GRAND MASTER'S MEDAL(GMM)과 같은 자체 대회를 열기도 했다. 밑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밀덕류 기사(총기, 서바이벌 등)가 인기가 있자 아예 그쪽 전문의 '플래툰'이란 월간지를 한권 더 내기도 했고, IMF가 터져 무수한 중소기업과 최후 최대의 경쟁지가 스러지는 마당에도 잘 버텨냈다.

4 연이은 악재

95년 3월, 난데없는 날벼락이 터졌다. 어떤 일이 격렬한 내분으로 번졌고, 결국 사실상의 2인자이던 유승식 편집기자를 필두로 핵심 필진/편집인 여러 명이 취미가를 뛰쳐나가 새 잡지를 창간한다. 바로 취미가의 제대로 된 유일한 라이벌이자 숙적이었던 모델러2000이다.

사태가 그 지경에 이른 사정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은 20년이 지난 2015년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어 무수한 억측과 망상만이 판칠 뿐이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취미가는 핵심 인력 다수를 잃었으며, 그것도 영 좋지 않은 감정싸움이 얽혀 화해라든가 복귀(?)를 기약하기도 힘들게 되었다. 이 '모델러2000'의 등장으로 두 잡지는 여러 해 동안 작디작은 모형판 시장을 나눠 먹었고, 그도 모자라 결코 발전적이나 건설적인 경쟁이 아닌 상호비방을 줄곧 일삼는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1] 이 과정에서 환멸을 느끼고 양쪽에 등을 돌린 독자도 꽤 된다 카더라. 이로서 취미가는 지난 영광에 먹칠을, 모델러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어필할 기회를 놓친 채 IMF를 맞이한다.

모델러는 IMF를 이기지 못하고 스러졌고, 취미가는 그럭저럭 잘 버텨내긴 했으되, 그 뒷사정은 결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전부터 취미가가 플래툰보다 배는 만들기 힘들고 비용도 더 들지만, 플래툰보다 영 안 팔린다는 푸념이 종종 지면에 언급되었다. 결국 1999년 겨울에 말만 그럴싸한 사실상의 폐간을 하게 된 데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으로 실시간 정보를 수월하게 접하게 되어 정보전달의 역할을 많이 상실했다는 설이 가장 힘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외 PC방스타의 대범람을 이기지 못한게 아닐까 설 같은 것도 있다. 이 부분은 취미가 칼럼에서 자조적으로 말한 적도 있다.

5 환골탈태, 네오 창간

99년 12월. 한때 통권 500호, 1000호까지도 독자와 함께 가겠다던 다짐은 어디가고, 100호를 마지막으로 아예 표지에 종간호란 표시를 한 마지막 취미가가 발행되어 애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00년 봄, 영원한 편집장님 이대영씨가 편집장을 놓고 이민을 가버리는 2연타 충격 오프닝으로 시작한 완전변신 '네오(NEO)'는, 흡사 일본 모형잡지를 연상시키는 '모에'한 캐릭터 및 SF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 시대의 대세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건담 쪽은 아예 반다이 협찬을 받기도 했다.[2] 하지만 2~3년 시간이 지나는 사이, '네오'는 취미가 시즌2가 되어 버렸다. 밀리터리 물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고, 내용 구성도 옛 취미가와 흡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또한 내막은 알 수 없다. 결국 책을 사주는건 밀리터리 모델러란 걸 깨달아서 회귀했다는 설도 있고, 옛날 습관이 변신하려는 노력을 이겨버렸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이후에도 근성으로 발행은 계속 했으나, 결국 2006년 2월에 무기한 휴간을 선언함으로서 결국 한국 모형지는 15년 만에 그 명맥을 달리하고 만다.

6 호비스트의 잔광

취미가와 네오 둘 다 종간된 오늘날 몇몇 키워드로 검색만 해봐도, DC인사이드나 기타 이런저런 사이트 등에서는 가끔 취미가를 술안주 마냥 씹기도 하고 안좋은 추억이 얽힌 사람들은 그 편집장 이대영 씨를 욕하기도 하는등 아직까지도 잡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3] 책 자체가 워낙 편집장 이대영씨 개인에 기대는(혹은 휘둘리는) 시스템이었고, 10여년 이상 국내의 '판'을 독점했기에 그 영광만큼이나 그림자도 어두울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취미가와 네오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모형, 완구, 미니어쳐 제작기사를 싣는 잡지로서, 호비 재팬등 외국 수입서적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10년 이상 출간되던 전문잡지였다.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취미가를 제외하면 어느 편집사나 출판사도 이런 시도나 기획을 전혀 하지도 못했다는 것을 보자. 또 가끔 자매잡지 플래툰등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취미가가 플래툰보다 만들기는 배 이상으로 더 힘들지만 버는 돈은 60%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 월간화를 개시했을때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모형은 정말 죽겠다[4]'는 후기가 올라온 것 등으로 볼 때 한달 한달 잡지를 만드는게 가히 고난의 행군이었던 듯 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나름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잡지를 만든 의지와 정신등은 절대로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취미가를 보고 프라모델이나 모형 취미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으며, 이들의 실력향상도 이끌었으니 이 부분에서 만큼은 좀더 훌륭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현재는 인터넷 등의 발달로 이런 잡지류의 위상이 빛이 바랬지만,(당장 위키만 뒤져도 잡지 구독 없이도 실컷 가짜밀덕질이 가능하다.) 당시에는 모뎀 PC통신마저 소수만이 하던 때에 각종 모형, 군사, 애니 컨덴츠를 한군데에 모아 소개하는 잡지의 위상은 엄청났다. 게임 잡지들과 함께 아저씨 오덕(?)들의 성배이자 입덕 계기.

7 책의 성향

이대영 편집장님 독재 공화국. 까는 게 아니라, '취미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특집 편에서 본인들이 이렇게 표현했다. 다재다능형 장인인 이대영씨의 글과 작품이 워낙 비중있고 열렬한 지지도 받았고, 본인이 월급 편집장이 아닌 창업주이기도 했기에 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엄청났다. 결국 이대영씨가 만든 우수한 콘텐츠가 취미가를 있게 한 것도 사실이지만, 책 자체가 이대영씨의 사상과 사견에 휘둘리다 시피 한 것도 사실이다.다른 매체는 안 그러나. 사장님인데 어쩌라고. 아무리 사장이라도 무작정 이러면 안 됩니다.

잡지 내 편집후기 등을 보면 간혹 반 농담으로 BB탄 총알이 날아온다는 푸념이 나올 때가 있다. 사실이라면 흠좀무. 그런데 사실이다. 최소한 손에 권총을 들고 다녔던 것은 틀림없다

아래서부터는 책 구성 자체의 성향을 소개한다.

7.1 밀리터리 스케일 편중

종간 후 '네오'로 변신하기 전까지의 취미가는 스케일/밀리터리 모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당시 국내에서 구할 수 있었던 SF/캐릭터 모형이란게 99% 동네 문방구에서 팔던 조잡한 짝퉁 건프라 말곤 없었던 시대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대영 편집장과 유승식 편집기자, 김세랑 등 우수한 필진을 앞세워 선보인 (당시로서는) 기적 같은 작품들과, 모형의 배경이 되는 전사(戰史)나 무기 개발사 같은 충실한 읽을거리로 충실한 독자층을 확보하며 창간 1여년 만에 격월간에서 월간지로 전환할 만큼 성장일로를 걷는다.

또한 모형잡지로서는 다소 사도일지도 모르지만, 한번 맘먹고 소개한 서바이벌 게임 기사가 초 대박을 치면서 모형취미인 뿐만 아니라 총덕, 군장덕, 밀덕들도 끌어안게 된다. 이런 부분의 인기는[5] 결국 90년대 중반 본격 밀덕 잡지 플래툰을 독립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7.2 변신의 몸부림

그런데 플래툰이 독립하자 문제가 생겼다. 계열따라 책을 나눠버린 마당에 이제 더이상 취미가 지면에 재미난 밀덕 기사를 몰아주기 힘들게 된 것. 플래툰 창간 이후 한동안은 취미가엔 읽을 거리 부재의 시대가 닥친다. 실린 모형작품들은 분명 잘 만들긴 했는데 관련 전사나 개발사 등은 부실하고, 제작기법 부분도 지난 몇년간 편집장님 말대로 마르고 닳도록써먹고 소개한 것들이라[6] 불만을 표하는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다.[7]

이에 96년을 기점으로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다. 막 한국에 상륙한 에반게리온 광풍(..)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에바 모형이나 애니 자체에 대한 분석기사(!)들이 수두룩하게 연재되었고, SF/캐릭터 코너도 매달 건담 하나, FSS 하나 식으로 구색만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야심찬 SF 모델링노벨(?) 프로젝트 '플래닛 어스'등이 연재되었으며 자작 크리쳐 등 훨씬 볼거리가 늘어난다. 그렇다고 기존의 밀리터리 부문을 홀대한것도 아니어서 당시 최고 인기 기사로 뽑혔던 알기 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라이프 2차대전사.ZIP 나 필진들이 학을 떼고 진저리를 친다는 함선모형을 과감히 연재한다던가, 디오라마용으로 전차를 실감나게 부수는(?) 기획이 실리기도 했다.

97~8년에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외 영화 등에 사용되는 특수촬영용 정교한 소품/모형에 대한 상세한 기사를 싣기도 했으며, 작지만 코너 하나를 아예 따로 분리해 게임, 애니/만화 등의 최신정보를 다루며 오덕 인구 포섭을 시도하는 위엄을 보였다.

다만, 그 여파로 오히려 모형 관련 기사가 부실해지는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만화/애니메이션/영화 관련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에 컬러페이지를 할당하느라 모형 제작 기사에 할당된 컬러 페이지가 줄어들고, 이것 때문에 모형 잡지에 에미메이션 정보가 컬러로 실리고 모형 사진이 흑백으로 실리는 참사가 벌어진 것. 심한 경우는 해외 프라모델 콘테스트를 소개하는 기사에 컬러 페이지가 단 두페이지(딱 한장...)가 배정되어 해외 모델러들이 출품한 완성작들의 사진이 말 그대로 증명사진 만한 컬러로 실리던가, 명함 만한 흑백사진으로 실리던가 했던 경우로, 이 기사가 나가고 나서 '접하기 힘든 해외 프라모델 컨테스트 기사가 너무 부실한것 같다. 모형잡지에서 애니메이션 기사 때문에 모형 기사가 컬러페이지를 배당 받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 경우인가?' 하는 비판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취미가 측은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가 프라모델과 전혀 관련이 없지 않을 뿐더러 학생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아 어쩔수 없다고 답변했으나,

애초에 그 학생들도 모형 기사 보려고 취미가를 사는거지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를얻기위해 책을 사진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실수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사람들이 말인즉,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 보려면 뉴타입 한국판[8]을 사지 원하는 정보는 꼴랑 수페이지에 불과한 취미가를 뭐하러 보겠는가? 학생독자들 떄문에 모형기사 줄이고 애니 기사싣는다는건 학생독자들도 모델러임을 무시하는 처사." 라는 것. 뭐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해보도록 하자.이미 없어진 잡지 이기도 하고...

7.3 슬프도다 빈약한 그 코너, SF/캐릭터

90년대 중후반의 과감한 시도 이전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모형지'로서의 취미가의 약점은 역시 SF/캐릭터 부문의 빈약함이었다. 진짜 말 그대로 매달 건담 하나, FSS 하나 하는 식이었고 제작기사도 그다지 읽을 게 없었다. '이건 XX에 나오는 OO인데, 몇군데 개조하고 흰색을 뿌렸다.' 같은 패턴이 대세였다.

사실 이 부문이 빈약했던 문제 중 하나는 필진 부족이었다. 뭔가 다뤄보려니까 만만한게 키트도 구하기 쉽고 비공식임에도 국내 인지도가 있는 건담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로보트 좀 만졌고 관련지식도 나름 해박한 건담 전담 모델러 우보형, 그리고 잡식성 모델러에 가까운 김세랑씨가 취미가내에서 SF 전담마크맨이 되다시피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SF계 신진 필진 몇명을 추가해보았으나 뭔가 소재를 삼을 만한 한국 자체 컨텐츠의 부족함과 워낙에 이 계열 인력풀이 부족해 'SF 필진 모집'이라는 공고가 지면에서 내려간 적이 별로 없었을 정도였다.

지금 같으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위험한 행동이지만, 책 만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92~5년 경에는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애니 필름북을 오려서 지면에 그대로 싣거나, 건담 계열의 설정집과 화보를 번역, 짜깁기하거나,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 스토리를 스틸컷 몇장과 함께 다이제스트 기사로 싣기도 했다. 필름북이나 스틸컷은 무단전재의 뼈저린 의혹이 있지만, 건담의 설정이나 스토리 소개는 나름 건담팬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사 좀 올렸다 싶으면 골수 밀리터리 팬 독자들의 거센 항의가 종종 들어오기도 했다고. 내용은 주로 저질 왜색물 말고 전차/항공기 한대 더! 였다 카더라.

아무튼 그나마 취미가의 SF/캐릭터 부문에서 의의를 남긴 작품들이라면 초창기 김세랑씨의 근미래풍 디오라마, 무협지와 인간형 거대병기의 결합 '대인전기 무혼'프로젝트[9], '플래닛 어스', 스타워즈 인기 메카들의 제작연재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7.4 한국적 소재의 발굴과 활용 시도

하지만 어느 장르의 편중문제나 장르별 기사의 질 같은 문제를 떠나서, 당시 취미가가 가졌던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는 중간 중간에 한국역사 고증에 맞춘 조선장수 인형등이나 거북선 모형 제작기등 상당히 의미있는 기사와 함께, 외국에 조선시대 장수 등의 존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도 상당수 만드는 등 멋진 활약을 많이 했다는 점.

특히, 우리나라 전통 역사 인물 피규어 프로젝트나 거북선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이들이 찾아낸 역사 고증은 역사학자들은 시도조차 않은 것이라 그 의미는 매우 훌륭했지만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10]. 게다가 현재에 와서 해외에서 조선시대 장수 피규어나 조선군 미니어쳐 등이 점점 발굴되는 것도, 이때 취미가 기자들이 해외 모형대회 등에 자신의 작품을 들고 나간 것이 크게 작용한다.

앞서 얘기한 90년대 중후반의 변신 가운데, 이러한 한국적 소재의 발굴 활용도 당당히 끼어 있다. 큰 줄기를 이루지는 못했으되, 김세랑씨의 '비천'과 같은 프로젝트는 박수를 받을 만 한 훌륭한 시도였다.

8 같이 보기

9 여러 이야깃거리

  • 책 이름은 원래 출판사 이름과 동일한 '호비스트(Hobbist)'로 등록하려고 했지만, 당시 외국어 제호는 규제 대상이어서 '취미가'라는 조어를 만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편집장님은 담당자에게 그럼 여성잡지의 그 많은 외국어 제목은 다 뭐냐고 따졌다고 한다.
  • 이대영씨가 호비스트라는 이름을 고집한것은 '해외에는 취미활동을 하는 인구인 '호비스트'라는 개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놀이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때문에 그러한 개념이 없어 아쉽다.'(편집장의 글)고 생각했기 때문.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구기나 등산, 장기 등을 제외한 흔치 않은 취미를 가진 사람은 별종취급받기 일쑤였고 인터넷이 퍼지기 전에는 동호인간의 정보 교류는 커녕 서로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다. 다양한 취미활동이 양지로 나와있는 지금 모습을 보면 꿈을 이루었다? 다만 '덕후'로 불리우는 슬픈 현실.
  •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도 정말 많이 남겼다. 원조부터 0080~0083에 이르기까지 건담 스토리를 컬러로 여러 장면과 같이 줄거리를 공개해주기도 했다. 물론,합법적 라이센스는 없었다(이런 주제에 경쟁지 플라스틱 모델 저널을 불법 왜색문화를 전파하는 '종이묶음' 어쩌고 하면서 편집장 칼럼을 통해 무지막지하게 깠다.)... 마지막회 후기에서 '일본 애니를 올렸다고 마구 비난하는 반응도 보였는데, 스타워즈는 좋고 건담은 안된다는 것인가?' 라는 논조로 글을 썼었다.[11]
  • 통권 4호(1991년 7/8월호)의 편집후기에서는 편집부 여직원 J씨가 시즈오카 호비쇼에 나온 수영복 차림 레이싱 모델 얘기를 끄집어 내며 여성의 상품화는 곤란하다는 본격 페미니즘 드립을 치기도 했다. 그땐 한국에 레이싱 모델이 생길거라는 꿈도 못꾸던 때였다.
  • 통권 5호(1991년 9/10월호)의 편집후기에서, 당시 편집장 이대영씨는 책에 실린 기사를 '어느 일본잡지에서 베껴'온 걸로 오해한 지질한 청년독자의 무례한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청년 왈 거짓말 마라! 우리나라에 이렇게 잘 만드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라고 했다나.
  • 취미가는 국내에 '본격적인' 서바이벌 게임을 보급하는데도 한 몫 했다. 에어건을 포함한 각종 장비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외국의 동향, 룰 등을 상세히 다뤄 실은 통권 7호(1992년 1/2월호)는 엄청나게 팔렸고, 이후에도 기록이 깨지지 않았다고. 이때 정통파(?) 모델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기획이 몇 번 더 실리다가 결국은 '월간 플래툰'이 창간되기에 이른다.
  • 창간 초기에 '대인전기 無魂'(무혼)이라는 무협지풍의 오리지널 메카 스토리가 연재된 적이 있었다. 한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메카닉이나 세계관의 상세한 설정 + 일러스트등을 첨부한 소설까지 여러 권 동안 연재되었다. 마치 모델 그래픽스의 건담 센티넬을 연상시키는 걸작 기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더 확장되지 못하고 취미가 지면 연재 종료로만 막을 내렸다. 그나마 후반부로 가면 모형제작 없이 일러스트에 소설 연재만 남아 아쉬움을 더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창작집단 AAW에 열혈강호전극진, 양재현 콤비가 속해 있었다.
  • 95년 3~4월경에 원래 취미가 한식구였던 편집부 핵심 인원들이 독립해 나와서, 같은 해 7월 '모델러 2000'이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상세한 정황은 끝내 알 수 없었지만 상당히 감정의 골이 깊어진 후에 해당 인원들은 마치 증발하듯 사라졌다는 후문. 당시 이 사태로 말미암아 2-3개월간 취미가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단적인 예로 95년 5월호는 어디서 컬러 사진을 오려다 붙인 티가 역력한 건담 대특집이 책의 반을 채우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후 '모델러 2000'은 그 옛날 취미가 초창기에 그야말로 잠시 반짝했다 사라져버린 (이름만)경쟁지였던 '플라스틱 모델저널'등은 비교도 못 할 기세로 국내 모형지 시장을 제법 여러 해 동안 양강 체제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쓸만한 단행본도 제법 찍어냈고, 사진의 질은 더 우수했으며 막판에는 취미가보다 한단계 더 큰 대형 판형으로 책을 찍어내는 위업도 이룩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1997년 3월호를 끝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에 대해서는 취미가 독자들의 충성도가 여전히 더 높았다는 설과 IMF 격침설(..)이 있다.
재미있었던 점은 양강체제 시절, 같은 비행기 키트(하세가와제 신제품 P-47 썬더볼트)를 놓고 양 잡지가 키트리뷰에서 극단적인 시각 차이를 보였던 것이 몇달간 지면 배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12]. 다만 이 사건의 진위와 인과도 모델러 2000의 창간사건 만큼이나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후 1997년 10월에 '밀리터리 모델러'라는 모형잡지가 슬그머니 나왔다가 1998년 1월호를 끝으로 슬그머니 없어졌는데 필진 구성과 제작사로 볼 때 모델러2000의 후계였다. 이후 '암즈 앤 모델즈'라는 잡지도 나왔는데 이 것 역시 몇 개월 못 가서 사라졌다.
  • 96년 1월호에서 조그만 모래언덕 비넷트 위에 부서진 MG자쿠 한마리를 달랑 얹어놓은 것도 잊을 수 없는 낚시의 추억이다. 95년 12월호의 다음 호 예고에서는 대충 '이ㅇ영 편집장과 SF전문필진 ㅇㅇ씨가 국내 SF모형계에 길이 남을 초대작 SF디오라마를 준비중' 이라고 쓰여 있었다.
실제로는 시도 자체는 나름 파격적이었다. 당시 막 시작된 반다이의 MG급 키트들은 건프라의 새시대를 여는 걸작으로 추앙받는 키트였는데[13], 이 키트를 말 그대로 상당한 개조를 통해 박살난 형태로 배틀 데미지를 표현해 내는 프로젝트 였기 때문. 시도 자체는 건프라 메니아들이라면 우와아아앙~ 하고 감탄할만한 프로젝트이긴 했다. 물론 지금은 작중에서도 부서진 건담들이 많이 나온다. 아예 팔 잘린채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자쿠 자체는 전투 데미지나 일부 부서진 내부의 디테일 표현 등 잘 만든 물건이었으나 아무래도 전호의 기사 예고가 너무나 낚시 수준으로 장황했던 감이 크다.
  • 96년 중반에는 창간 초기의 '무혼'을 연상케 하는 대작 오리지널 SF물 '플래닛 어스'가 연재되었다. 이번에는 우주를 무대로 기름내 물씬 나는 거친 '기계'들의 향연이었는데 크게 어필은 하지 못한 듯 여러 달 만에 역시 취미가 지면연재로만 마무리되었다. '무혼'이 설정 일러스트와 삽화가 메인이었다면 이쪽은 삽화를 그림이 아닌 자작 모형 디오라마로 연출한 것이 특징. 물론 설정 및 일러스트도 첨부되었다.
  • 97년의 에바 열풍(국내)은 취미가도 비켜가지 못했다. 키트 제작기사는 물론이고 뉴타입 같은 애니 전문지에서나 다룰법한 애니 스토리/설정에 대한 제법 그럴듯한 분석기사가 연재로 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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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년대 중반에 'R 샤크' 라는 SF 바이크의 자작 기사가 올라왔다. 영화 '정글스토리'의 OST 음반 표지로 사용되었다.
  • 98년 3월호 표지를 '가릴데만 겨우 가린' 야시시한 마녀 비슷한 크리쳐가 장식하고 있었다. 자작으로 무척 잘 만든 작품이었으나 책을 학교에 들고 갔던 학생 독자들은 표지덕에 선생님께 발렸다는 항의 엽서가 다음호에 쇄도했다고. 이 작품의 원형은 일본의 크리쳐 전문 만화/모형작가 니라사와 야스시의 만화 'PHANTOM CORE'의 히로인 '니나 돌로노'를 입체화 한 '니나 다크니스'라는 레진키트 제품인데, 이를 구하지 못한 제작자가 제품사진을 참고로 에폭시퍼티와 지점토 등으로 자작하여 '프린세스 오브 다크니스'란 이름으로 11회 아카데미 컨테스트에 출품, 3부 대상을 받았고 이것이 기사화 된 것이다. 상반신 갑옷(?)이 악마나 해골손이 가슴을 부여잡은 모습인데 손가락 디테일 사이로 살짝 분홍색 유두까지 재현했다.
  • 이런 섹시 피규어는 후에 네오로 가면 참 많이 나왔다. 특히 네오 창간 초기 1년은 이런 피규어가 표지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피규어 기사가 대폭 늘어난 때. 물론 폐간 휴간이 가까워 갈 수록 점점 과거의 취미가처럼 밀리터리 기사가 늘어나긴 했지만… 동시에 일본 취재를 통해 역시 야시시한 피규어의 사진들이 실리기 일수였다. 군복무 중에 딸감 보급 ㄳ
'네오' 2004년 7월호에 비키니 차림의 아스카가 아이스크림을 빠는 피규어 기사와 표지가 실린 편이 있었는데, 대대 진중도서관에 슬쩍 가져다 놓자 하루밤만에 잡지가 실종되기도 했다. 아마 게임잡지의 엘프 일러스트들처럼 컬러 페이지가 무언가에 붙어버린 최후를 맞았을거라 생각됨. 그 외 일본 피규어 관련 행사 취재 때 작은 사진으로 소개되는 신작 피규어들 중에는 팬티는 양반, 가슴 노출도 심심찮았고 개중에는 거시기 노출의 피규어도 몇개 있었다. 그리고 군바리의 상상력 풀가동
  • 이니셜 D가 한참 있기 있었을 무렵에는 2005년 1~2월호에 걸쳐 이니셜 D 프로젝트가 나오기도 했다. 제작차량은 총 여섯대.
  • 워해머 시리즈를 우리나라에 보급하는데도 큰 공헌을 했다. 불과 특집기사 몇편 뿐이었으나 그로 인해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프라모델러들을 전향시키는데 업적을 세웠다.
  • 알게 모르게 한국에 덕후 굿즈와 국내외, 동서양을 망라한 덕후들의 행사들을 플래툰과 함께 열심히 취재해 준 잡지이기도 하다. 이 잡지로 이 쪽에 인생 조진 발 들인 사람 여럿 있으리라. 피규어, 건담은 물론이고 행사만 봐도 국내 각종 모형 전시회나 애니메이션 행사부터 해서 일본의 시즈오카 하비쇼, 도쿄 라디콘페어, 도쿄 빅사이트의 원더페스티벌,코믹마켓, 후지산 아호칼립스, 블랙홀 등 일본 밀리터리 행사부터 나중에는 미국, 유럽의 리인액트먼트와 모형 전시회까지 취재해왔다.
  • 2001년 초에 국내잡지 게이머즈와 연계해서 세가의 게임기 드림캐스트전차로 개조하는 특별기획을 싣기도 했다. 기자 본인들도 이게 정신나간 짓거리란걸 잘 알고 있었는지 제작 도중 드림캐스트의 부품을 뜯어먹는(…) 과정에서 우린 이 시점에서 루비콘강을 건너버렸다고 자학할 정도. 다만 국방색으로 멋지게 도색하고 남는 전차킷의 부품을 이것저것 달아준 결과물 드림캐스트 탱크의 위용은 나쁘지 않는 수준이었다.
  1. 모델러2000의 편집후기에서 모 필진이 '대영제국이 싫다'는 발언을 하거나, 취미가측에서 찌메리트 코팅 제작의 나쁜 예로 취미가 초창기에 발간한 티이거 단행본의 사진(모델러2000의 유승식 편집장이 제작한)을 실으면서 대충 쿡쿡 찍으면 이렇게 된다는 설명을 싣는다든가.
  2. 취미가 시절부터 신제품이 나오면 반다이 뿐만 아니라 다른 모형 회사들에서도 샘플용 시사출물 등을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는 언급된다.
  3. 특히 디씨인사이드 토이 갤러리에서는 아직도 이대영씨는 거의 공공의 적 수준으로 씹히고 있다.
  4. 원문: "글만 쓴다면 월간 아니라 주간이라도 자신있다. 문제는 그놈의 모형이다."
  5. 장난감 땅크 만들고 색칠하는 기사 말고 서바이벌, 군장류, 에어건 기사를 더 늘려달라는 엽서가 쇄도했다 카더라.
  6. 이대영 편집장도 인정한것처럼 취미가스타일(먹선넣기-드라이브러싱-웨더링의 순서
  7. 이후 이대영 편집장의 타미야 IS-3 제작기사에서 모듈레이션 기법등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얼마 안가 폐간 크리
  8. 취미가에 한국에 에바 열풍이 밀어닥치던 무렵 창간되었다.
  9. 이거 설정 짠게 뒷날의 열혈강호의 작가팀이었다. 2015년 8월 28일까지 한정 출판을 위한 클라우드 펀딩이 진행되었으나 목표액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10. 21세기 들어 전통 군사사에 대한 역사 고증이 활발해지면서 돌아보니 이때 취미가에서 주장했던 고증은 상당 부분 오류가 많았었다. 최근 무시당하는 데는 이런 원인도 작용한다.
  11. 건담 스토리 연재시 독자의 편지 등에서 맹렬한 반발을 샀다. 특히 0083 연재시 '코우 우라키라는 누가봐도 일본 이름인 주인공을 소개하는건 민족정서에 반하는게 아닌가?'라는 내용의 편지가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12. 모델러'에서 모 뱅기 신제품을 혹독하게 비난 → 취미가의 반박 → 모델러..의 반격
  13. 참고로 저 당시 나온 MG자쿠는 자쿠라면 무장이 풍성해야한다는 개념을 심어준 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