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002년 영화판의 배우는 해리 포터 실사영화 시리즈 1, 2편에서 알버스 덤블도어 역을 맡은 명배우 리처드 해리스.
이프 성채의 감옥에서 미친 신부로 에드몽 당테스에게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귀족의 비서로 일하며 이탈리아 통일 운동을 벌이다가 체포되어 수감되었으며, 매년 옥장에게 자신이 풀려나면 몇백만 프랑의 보물을 주겠다고 외치면서 매년 그 액수를 올리고 있다.
간수들이 아픈 곳이 있으면 진료를 해준다든지, 여러가지 자문을 해주는 등 매우 이성적이고 현명한 인물이었으나, 너무 오랜 기간의 감옥생활로 미쳐버렸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전직 신부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 감옥에 있었던 데다가 가끔 이런저런 도움도 되고, 소란도 피우지 않아 감옥 내에서는 은근히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점잖고 가끔 미친 척하는 모습은 페이크(...).[1] 사실 그는 탈출을 노리고 있었으며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을 이용해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손재주로 직접 도구를 만들어 은밀히 굴을 파고 있었다. 본래는 성벽 밖으로 곧장 나가는 굴을 팔 생각이었지만 지하에서는 방향 감각이 없으므로, 선 하나를 잘못 그어서 계산을 잘못한 탓에 굴이 에드몽의 감방과 이어져 버리고 만다. 굴 파다가 방향 잘못 잡아서 에드몽과 만나자 "신께서는 내가 자유를 얻는 걸 원치 않으시는 모양" 이라고 자조한다.
처음에는 유일한 희망으로 생각하고 파오던 굴이 계산 실수로 실패하자 좌절했지만, 순박하고 젊지만 총명한 당테스를 만나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천재적인 추리 능력으로 당테스가 체포된 진상을 추리해서 알려주는데, 당글라르가 사용한 왼손 글쓰기 트릭을 밝혀내고, 빌포르의 가정 사정도 알고 있어서 그가 자신의 보신을 위해 에드몽을 묻어버렸다는 것도 알려준다. 반쯤 죽은 것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원수들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생존 의지를 불태우게 된 당테스의 사부가 되어준다. 그야말로 에드몽의 구세주. 신부가 그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청년인 에드몽조차 포기했던 탈옥을 계획하고 몇 년 동안 꾸진히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에드몽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대부분의 유럽언어, 고대와 현대 그리스어, 동양 각국의 언어 등 각종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후에 에드몽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풍부한 과학 지식(특히 화학[2])을 가르쳐주었다. 또한, 경제, 정치, 문학과 예술에 대한 교양, 귀족으로서의 행동가짐을 지도해준다. 덤으로 천문학적인 재산까지 물려주는 사부 중의 사부. 에드몽을 아들이라 부르고, 에드몽 또한 그를 제2의 아버지라 부르는 걸 보면 역시 두 사람 사이는 각별했던 모양.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5천여 권에 달하는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모두 기억하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50권 남짓의 책은 암송(!)하고 있으며, 그것을 헌 옷가지와 냎킨을 양피지를 만들듯 화학적으로 처리해서 만든 종이와 식사로 나온 대구 머리뼈로 만든 펜, 화덕이 있던 곳에서 파낸 검댕과 포도주를 섞어 만든 잉크(중요한 부분은 손가락을 찔러 나온 피로 강조하는 세심함까지)로 논문을 쓰고 정리하고 벽에 선을 그어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햇빛으로 해시계를 만들고, 낡은 쇠촛대를 갈아서 칼을 만드는 등 놀라운 경지를 보여준다.
고령인 대다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지병을 앓고 있어,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에드몽과 바닥으로 굴을 파 보초를 구멍 속으로 빠뜨리고 그 혼란을 틈타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도중 몇 차례의 발작이 일어나 몸을 제대로 못 쓰게 되면서 결국 에드몽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준 뒤, 마지막 발작을 일으켜 죽고 만다. 그리고 당테스는 최후의 각오로 파리아 신부의 시체를 지하 굴을 이용해 자기 방으로 옮겨 자신과 바꿔치고, 파리아를 대신하여 시체푸대 안에 자신이 들어가 탈출하게 된다.
에드몽은 파리아가 가르쳐 준 보물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이 한 번의 로또로 인해 인생역전을 일궈내고 만다.
그의 최후의 저작인 이탈리아 통일에 대한 논문은 다시 이프 성을 찾은 백작[3]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에, 작중에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출판되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여, 보물의 소유주였던 추기경의 성은 스파다이다. 스파다 추기경은 타락한 교황 알렉산데르 6세 때의 추기경이었으며,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교황과 그의 아들인 체사레 보르지아가 그 재산을 빼앗기 위해 만찬을 핑계로 추기경을 초대해 독살시켜 버렸다. 하지만 은밀한 장소에 숨겨진 스파다 추기경의 재산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추기경의 자손들은 얼마 안 되는 재산과 금칠한 성서 한 권을 받았는데, 유언장에 '금칠한 성서를 소중히 해 주길 바란다'는 언급이 있었으므로, 이후 대대로 자손들은 어렵게 살았음에도 성서를 보물처럼 간직해왔다. 참고로 추기경은 성직자이기에 아들도 없어 젊은 조카를 상속인으로 지정했지만 불행히도 조카 또한 타깃으로 지정되어 독주를 마셨다. 하지만 운(?)좋게도 독이 퍼지기 전에 아내가 있는 집으로 겨우 돌아와 유언장과 금칠한 성서를 언급하면서 죽게 된다. [4]
파리아 신부는 스파다가의 마지막 자손의 비서였으며, 그 자손이 세상을 떠날 때 스파다가의 얼마 안되는 재산 및 그 성서도 물려받았다.[5] 그런데 그 성서 안에 꽂혀 있던 종이쪽지에 보물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며 파리아 신부는 우연히 이 비밀을 알게 된다. 당연히 전대 상속자들이 그 성경책이나 끼워진 쪽지들을 샅샅이 살피지 않았을 리 없지만, 불을 쬐야 나타나는 잉크로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적었던 것. 쪽지를 불쏘시개로 쓰려다 글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불을 껐고, 1/3정도는 타버렸지만 특유의 지혜로 원문을 되살려냈다.
의문이 있다면 백작은 기왕 나간 김에 왜 파리아의 원수인 머저리 같은 제후에 대한 복수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 신학자인 파리아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추측이겠지만, 이미 죽었거나 나라 자체가 멸망한 것은 아닐까 한다. 그보다도 소설에서 그를 체포한 게 다름 아닌 나폴레옹인데(...), 나폴레옹은 이 때쯤이면 아프리카 외딴 섬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굳이 복수할 필요가 없었다.- ↑ 미친 척을 했다기보다는, 자기를 풀어주면 보물을 나눠주겠다고 말하자 그렇게 돈이 많은데 왜 감옥에 있느냐고 비꼬고, 보물 얘기만 하면 또 미쳤다고 치부해 버린 거다(...). 간수나 소장도 딱 그 보물 얘기 나올 때만 빼면 박식하고 사려깊은데다 재미있기까지 한 노인으로 보고 있었다.
- ↑ 파리아 신부 자신의 소개에 따르면 앙투안 라부아지에나 조르주 카바니스와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 ↑ 그 때는 감옥으로의 용도도 폐기되고 몇 안 되는 병사만이 주둔하는 경비초소 겸 관광지로 쓰이고 있었다. 경비를 맡은 병사는 이곳 죄수들 중 가장 유명했던 두 명(즉 신부와 백작)에 대해 들려주었고, 백작은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준 대가라며 팁으로 큰 돈을 준다. 병사는 이 큰 돈을 공짜로 받을 수는 없다며, 그 미친 신부가 쓴 이 책이라도 기념품삼아 받아가시라고 꺼내주었다. 병사가 보기엔 그저 더러운 천쪼가리에 불과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겐 당연히 억만금의 가치를 가진 물건이기에 백작은 매우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엄청난 돈이 든 지갑을 통째로 건네주었다.
- ↑ 사족으로 스파다 추기경은 교황 부자가 자신을 초대한 이유가 자신의 재산을 탐내 만찬장에서 독살할 생각이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지만 거부할 수는 없어 죽을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상속인인 조카까지 눈치없게 나온 것을 보고 기겁을 했고, 식사하는 도중 조카에게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았냐는 묻는 동안 둘 다 독주를 마시고 말았다.
- ↑ 즉, 파리아 신부는 보물의 정당한 소유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