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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가 아니다! 절대로![1]
1 개요
품밟기는 택견 고유의 독특한 발놀림(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송덕기 옹이 기본으로 가르치던 품밟기는 품수 품(品) 자로 번갈아 가며 앞의 한 점을 굼실거리면서 밟게 시켰다. 품밟기는 기본적인 모습과 굼실거리는 모양새를 몸에 완전히 숙달되게 하면 어떤 동작이든지 응용할 수 있다.
송덕기 옹은 굼실대며 밟는 기본적인 동작과 앞으로 나아갔다가 들어왔다가 하는 잦은걸음, 옆이나 측면으로 쑥 들어가는 째밟기, 좌우로 파고드는 갈지자 밟기, 상대의 다리 공격을 피하는 접어밟기 등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품밟기의 중요한 기본 조건은 허리를 흔들지 않는 것이다. 허리를 흔들 경우 송덕기 옹은 "평양 기생이냐." 하며 걷어찼다고 한다. 이 품밟기에 대한 모습이 세 협회가 다 틀려서 수련생들을 헷갈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태껸의 힘쓰임, 움직임, 보법을 총망라하는 근본적인 움직임이라는데는 모든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품밟기를 할 때, 몸을 상하지 않도록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 태껸에 알 맞은 근육과 탄력성이 생긴다고 한다. 파고 들수록 과학적이다. 태껸의 모든 공격 폼은 품밟기에서 단련한 근육의 힘을 받는다. 또한, 활개짓[2]과 함께 태껸의 독특하고 호쾌한 리듬감을 보여주는 기본동작이기도 하다.
2 택견협회들의 품밟기
결련택견협회는 송덕기 옹의 품밟기와 같다는 것을 초창기 사범들이 증언해 주었으며[3] 여기에 빼며밟기라는 동작을 추가해서 가르치고 있다.
대한택견연맹에서는 역품이라고 해서 이것과 반대로 하지만 송덕기 옹이 시범을 보이는 영상 중 어디에도 역품은 나오지 않으며 견주기 시에만 비슷하게 모양이 나오지만 항상 양 발을 서로 모았다가 앞으로 내딛는 대한택견연맹의 품밟기와는 달리 송덕기 옹은 어떤 경우에도 양 발을 모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면 자신이 유튜브나 어디에서 송덕기 옹의 동영상을 찾아보면 간단하다.
이는 무술적으로도 당연한 원리다. 발이 모이는 행위는 무술에서 금기이며 어떤 무술이든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관건인데 전통 가라데처럼 자세를 아예 넓게 잡는 것은 있어도 발을 모으는 자세는 없다. 물론 가라데의 形을 보면 발을 모았다가 나가는 동작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다음으로 기술을 전개하기 위한 동작일 뿐이지 하나의 자세라고 볼 수 없고 송덕기 옹이 기본적으로 보여준 택견 자세인 인승도 발을 한족장을 유지하며 서는 방식이다. History HD채널의 인간병기라는 다큐에서 태권도를 다룰 때 겸사겸사 택견도 짤막하게 소개했는데, 이 역품[4]을 가르쳐줘서 말이 많았다.
또 대한택견연맹은 허리를 집어넣는 동작을 능청이라고 하여 이를 수련하는데 이것 역시 송덕기 옹이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다. 이 동작 자체는 택견의 기술에 있다고 한다. 허리넣기라고 표현을 하는데 발질의 위력과 사정거리를 늘려주는 역할이다. 무에타이와 킥복싱에서도 딥(앞차기)과 니킥에서 타격의 마지막 순간에 허리를 꽂아넣듯이 쑥 넣는 걸 아주 강조한다. 이에 대해서도 대한택견연맹은 정 반대의 논리를 펼친다.
허리를 넣는 모습 자체는 송덕기 옹의 기술 중 하나라고 추정된다. 경복궁에서 견주기 시범을 보일 때도 비슷한 동작으로 상대를 유인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신한승 선생도 그렇고 서울 택견계승회 역시 비슷한 동작들을 했던 것으로 볼 때 이런 동작 자체는 있었다고 보이나 송덕기 옹이 품밟기 시범이라고 해서 촬영한 영상에서는 이런 동작을 절대 하지 않았다. 택견에 대해서 완벽하게 아는 스승이 응용하는 기술동작을 처음 배우는 제자들이 기본으로 잡아서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스승은 이제 스트레이트 가르치는데 제자가 스승이 하는 뎀프시롤이 멋있다고 그걸 붕붕 흉내내고 앉아있으면 그걸 보는 스승의 마음이 어떨까? "평양기생이냐?"하며 걷어찬 송덕기 옹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충주의 한국택견협회는 신한승 선생이 가르쳐준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기에 결련택견협회와 같이 정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방법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이쪽은 활개짓을 굉장히 크게 하기 때문에 차이가 나 보이지만 기본은 비슷하다. 또한 이쪽도 좌품, 우품을 밟을 때 능청을 주며 허리를 흔드는 것을 강조한다.
3 목적
모든 무술에 각자의 기술을 펼칠 전략의 토대로서 보법이 있듯이 택견의 보법으로서 품밟기가 존재한다. 다만 송덕기 옹이 가르쳐준 기술들이 좀 러프한 편이고 경기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이 좀 모호했으며 결정적으로 송덕기 옹은 그렇게 친절한 스승이 아닌데다 제자들도 각자 다른 무술의 경험이 있어 그걸 토대로 택견과 품밟기를 바라본 것이 있기 때문에 품밟기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일단 크게 자연발생적이냐 목적발생적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결련택견협회의 경우는 자연발생적이라고 주장을 하는 쪽인데 택견의 경기 특성상 아랫발질이 매우 강조되고 이에 따라서 상대방의 아랫발질을 효율적으로 피하고 흘리고 또는 반격하기 위해서 헛밟기처럼 일부러 한 발을 주기도 하고 또는 째밟으며 멀리 피하기도 하는 등 택견의 경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품밟기라는 스텝이 생겨났고 이것이 수련체계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까기의 경우도 비슷하다.
목적발생적이라는 것은 대한택견연맹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품밟기를 해야 굼실과 능청에 의해서 도괴력이 생기고 그렇게 차야 상대방이 다치지 않는 택견 특유의 발길질이 나오기에 택견을 하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라도 품밟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송덕기 옹이 말했다는 구술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근거리에서 오래 배운 제자들은 부정하는 편. 태껸 협회간의 이견을 참조.
이 두가지 의견을 수긍하더라도 한가지 더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옛법, 즉 택견의 실전기술이자 실제 싸움에서 품밟기라는 보법이 필요하느냐라는 것이다. 도기현 회장은 저서에서 송덕기 옹이 말한 차서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밟아 죽이는 거야!라는 말을 생각하며 품밟기를 통해 길러진 다리근력을 통해서 복장밟기, 곧은발질과 같은 강력한 옛법을 쓰는 것이 택견의 진수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일각에서는 다른 손기술의 옛법의 연결, 그리고 실제 싸움에서 굼실굼실을 하는 것이냐, 하는 등의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택견의 종합격투기 진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무술 기술들의 실제용도라는 편도 영화나 미디어의 과장으로 인해 보는이들의 시각 자체가 왜곡되게 형성되었으므로 실전용도로의 품밟기에 대한 연구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격투를 벌일 때 택견꾼이 중심을 낮추기 위해 굼실하는 한 동작도 실제로는 그 택견꾼이 무수하게 연습한 품밟기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동작일지라 하더라도 일반인의 경우는 그런 것 알아볼 눈이 전무한 편이고 그저 택견하면 이크에크 하면서 춤추듯이 시도때도 없이 위아래로 굼실거려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있다. 더구나 태권도나 복싱의 경우도 위아래로 굼실거리는 몸동작을 볼 수 있는데 택견은 번갈아 발을 바꿔줘야 품밟기라는 인식까지 박혀버려서[5]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