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객 치우

1 개요

"까마득한 옛날, 한 백 년도 더 전에 자신을 풍류(風流)에 역(疒)을 씌운 풍류(瘋流)의 광인(狂人)이라던 친구가 있었지. 이 몸이 세상에 태어나서 유일하게 친구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황당한 사람이었네. 그가 얼마나 황당한지 자네 짐작해보겠나?"[1]

풍종호의 무협소설 『지존록(至尊錄)』에서 묵연동(默然洞)을 만들어낸 세외의 고수로, 그는 스스로를 풍류(瘋流)의 광인(狂人)이라며 풍객(瘋客)이라 부른다. 『지존록』에서는 아직 상세히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문파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 하나인 소요문(逍遼門)의 전전대 문주였다.[2]

그는 뛰어난 소요문주였겠지만, 불운하게도 황천신명류(黃泉神明流)의 전신겁(傳神劫)에 씌이고 만다. 그 기막힌 꼴이 되어서 소요문주의 자리는 사제에게 맡기고, 천하를 소요하면서 씌운 귀신을 물리칠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오랜 세월 떠돌았어도 결국 황천신명류를 떼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지는 못한다. 그 와중에 소요문의 비전 소요유를 자기만의 '풍류'에 맞춰 접무(蝶舞)라는 독자적인 기예로 완성한다. 그리고 이쯤에 무적신마(無敵神魔)를 만나면서 교분을 나누고, 그로부터 신무개세인(神武蓋世人)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지존마(至尊魔)가 나타나 천하를 휘젓는 동안 사파의 거두 육십여 명이 힘을 모아서 그에게 대항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존마를 단마애로 유인하는데, 풍객은 그런 마두들의 목숨도 아까웠는지 그들보다 먼저 지존마와 대결을 한다. 접무를 통해 지존마의 공격은 쉬이 피하고 일격을 가하나, 그의 가공할 호신강기의 반탄력에 오히려 풍객의 팔 한쪽의 뼈가 부서지면서 스스로 물러서고 만다.[3] 단마애로 떨어지고 나서는 천마지존혈(天魔至尊血)을 넘긴 것을 큰 실수라고 한탄하면서 자신의 이름도 치우(痴愚)로 바꾼다.[4]

이후 지존마의 상상을 뛰어 넘는 강함에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다시 천하를 뒤진다. 그런데도 결국 지존마를 넘을 수 없는 자신의 한계만을 확인하고, 천하절기들을 모아 지존마를 꺾을 수 있는 후인을 위한 묵연동을 안배한다. 소천벽 진영주(素天璧 眞影珠)를 이용한 환상이면서도 실재하는 비고인 묵연동은 풍객 생전에 같이 지내던 금시령(金翅靈)인 취령이 인연자를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백여 년 뒤에 만겁윤회로(萬劫輪廻路) 안으로 떨어진 풍현이 선택된다.

2 무공

  • 접무(蝶舞) : 소요문의 비전 소요유를 자신만의 절기로 변화시킨다. 상대의 어떠한 공격이라도 한 수 앞서서 저지할 수 있다. 가히 최고의 회피기이다. 『호접몽(胡蝶夢)』에서 묵린영(墨燐影)이 구사하는 일수일보(一手一步)는 이 접무의 이치를 포함한 일격필살기인 것 같다.
  • 천뢰구식(天雷九式) 벽력수(霹靂手) : 천뢰구식은 본래 일부라도 펼치려면 천뢰신공(天雷神功)이 꼭 필요하다. 더군다나 풍객이 얻은 천뢰구식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풍객은 자신만의 지혜로 이 제한을 깨뜨리고 벽력수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분뢰수(奔雷手)와도 능히 견줄 수 있는 최강의 수법 중 하나이며, 『경혼기(驚魂記』에서는 분뢰수가 뇌미종에게 전수한다.
  • 태을혼원심법(太乙混元心法) : 불완전한 천뢰구식을 사용할 수 있게 풍객이 창안해낸 내공심법이다. 앞부분은 누구나 아는 아주 흔한 기본에서 시작해서, 흔히 다 아는 곳에서 끝내는 대신에 더욱 심오한 곳으로 바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경지는 진짜 유서 깊은 대문파의 기본심법을 깨달은 것이라 할 수 있다.
  1. 무적신마와 풍현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암천향(暗天香)이 한천벽의 봉쇄를 당시의 소요문주인 신도예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한천벽은 소천벽 진영주의 요수진에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이에 격분한 신도예는 다음 대의 소요문주는 한천벽에서 소천벽 진영주를 빼낼 수 있는 인물로 고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 인물이 바로 풍객이었던 것 같다.
  3. 풍객이 패하자 약속대로 천마지존혈을 넘긴다고 한 것으로 보아 사전에 서로 조건을 교환한 것 같다.
  4. 본명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이전에도 스스로를 풍류의 광인이라고 칭했던 것을 보면 아마도 본명은 옛날부터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