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레이스 제독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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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mapa de piri reis

오스만 제국 해군 장교인 피리 레이스 제독[1]이 제작했다고 알려진 지도로 초고대문명설의 단골 소재 중의 하나이며, 오파츠로 보기도 한다.

1513년 레이스 제독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1929년 이스탄불에서 발견되었다. 한 미국 청년이 오스만 제국 황녀를 구해주고 그 대가로 받은 것이라는 주장부터, 지진으로 오스만 황궁이 무너졌는데 해군 제독의 집무실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등 갖가지 발견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 사실 무근이다.

이 지도는 약 스무 개의 지도에 근거하여 그린 것으로, 그 중에는 프톨레마이오스(AD 150 경)의 지도 여덟 개, 인도의 아랍어 지도, 4개의 새로 그려진 포르투갈 지도, 그리고 콜럼버스 지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지도는 1517년 술탄에게 공식적으로 제출되어 그간 이스탄불의 톱카피 궁전에서 지금껏(현재 궁전은 박물관으로 개조) 보관되어 왔다.

이 지도에서 다른 부분들은 별 논란거리가 되지 않지만[2] 가장 논란이 심한 부분은 이 지도에 남극대륙, 그것도 얼음이 뒤덮기 전의 남극대륙이 등장한다고 하여 논란이 야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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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대문명설을 주장하는 자들에 의하면 남극은 19세기가 넘어서야 발견된 것인데 레이스 제독이 이 지도를 만든 것은 1513년이기 때문에 아직 발견되지도 않은 남극을 그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도에 그려진 남극은 얼음으로 뒤덮이기 전의 모습이고 심지어 강까지 흐르기 때문에 레이스 제독의 상상으로 그릴 수가 없으며 이는 결국 엄청나게 오래 전의 고대지도를 바탕으로 베껴 그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1960년대 찰스 햅굿이라는 미국 교수는 미 공군에 레이스 제독의 지도를 의뢰하여 남극이 그려진게 분명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햅굿 교수는 미국 의회 도서관을 뒤져 많은 고대지도를 베낀 것으로 보이는 지도들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 지도를 분석한 역사학자들은 초고대문명설을 주장하는 자들과 햅굿 교수의 이론을 반박했다. 우선 햅굿 교수는 남극이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한 때가 기원전 4000년이며 얼지 않은 남극 대륙을 이 지도가 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기원전 4000년 이전에 그려진 원본지도를 레이스 제독의 지도가 참고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남극은 이미 17만여년 전부터 얼음에 뒤덮여 있었다고 본다.

또한 햅굿 교수의 연구방법에도 문제가 제기되었다. 햅굿 교수는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실제 남극대륙이 드러날 것이고 이는 레이스 제독의 지도와 같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남극의 얼음을 통째로 깎아서 제거할 때나 생각해볼 문제고 실제로는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 해안선이 상승하기 때문에 지형이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1960년대에는 얼음 밑의 남극대륙의 해안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했으며, 이를 반론의 중심점으로 삼아 드루리라는 사람은 레이스 제독의 지도에 그려진 남극의 해안선과 실제 남극의 해안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레이스 제독의 지도가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고대의 원본지도가 완벽한 지도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지도라는 것은 오늘날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하물며 설령 고대에 완벽한 지형을 그린 지도가 있었다고 보는 건 논리적 오류라는 것이다.

더구나 레이스 제독은 자기 지도에 '고대의 지도'는 '세계의 인구 거주 지역'을 그리는데 참고가 되었다고 분명히 적어 놓았다. 그의 시대에 남극이 '인구 거주 지역'이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초고대문명설을 주장하는 측은 레이스 제독의 지도를 떡밥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레이엄 핸콕은 레이스 제독의 지도를 근거로 아틀란티스가 남극대륙에 있었고 남극대륙의 얼음이 제거되면 아틀란티스의 유적이 나타날 거라고 주장한다. 핸콕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극대륙의 얼음 위에서 얼마든지 레이더 장비로 탐사해볼 수 있을 테지만 현재까지 남극대륙의 얼음 밑 지형에 대한 탐사에서 유적 비슷한 것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초고대문명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문서의 가치는 그 당시 아무도 몰랐던 남극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과 게다가 이 지도 이후 몇백년간 나온 지도에 비교해보면 아메리카 대륙 해안선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 더 놀라운 사실이라고도 한다. 물론 반박하는 쪽에서는 이 지도에 묘사된 것이 남극 대륙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도의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해안선과 비교해 보면 남극 대륙의 해안선치고는 지나치게 북쪽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메리카의 해안선 및 그 주변의 섬들을 묘사한 것으로 본다.

개빈 맨지스[3]의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서는 이를 대원정을 떠난 정화 함대가 탐사한 지도의 흔적으로 보고 있으나, 맨지스의 주장 자체가 명확한 근거 없이[4] 정화 함대가 전 세계를 일주하고 유럽까지 갔다는 등의 내용이 많은데, 중국 학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지도가 단순히 오파츠냐 아니냐로 이 지도의 가치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지도는 다른 의미에서 오파츠로 평가받는데, 이보다 100년 뒤에 지도중에서도 남아메리카를 저렇게 정확하게 그린 지도는 없었다.[5] 그렇기에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오파츠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미지의 남방대륙에 관련된 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방의 육지만큼 남방의 육지가 존재해야 대칭이 이루어져 지구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라시아에 맞먹는 광대한 대륙이 남반구에 펼쳐져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미발견 지역을 바다가 아닌 대륙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렇게 남방 대륙을 적당히(...) 그려넣은 지도들을 취합하면서 레이스 제독의 지도에도 시대의 오류로서 이러한 흔적이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인해 레이스 제독은 대항해시대 2에서 '필리 레이스' 라는 이름의 항해사로 등장한다. 게임 초기에 이스탄불의 여관에서 볼 수 있으며, 최고의 능력치를 자랑한다. 사실 레이스 제독은 오스만 제국 함대를 이끌고 인도양에서 포르투갈과 맞서 싸웠으나 오만 걸프 해전, 인도양 해전[6]의 연패를 이끌던(...) 지휘관으로써, 해군 장교보다는 항해사에 가까웠던 인물이다.
  1. 1465~1554/대항해시대2에서 모든 능력치가 상당히 높은 필리 레이스의 모델이며, 어쌔신 크리드 : 레벨레이션에 생존 인물로 등장해 주인공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2. 소수 주장의 경우에는 남아메리카의 해안 지역이 당시 탐사로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정밀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시하며, 알려진 유럽 탐사 이외에 다른 이들의 아메리카 탐사가 존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남아메리카 탐사가 이루어졌으므로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에 대해서는 각설한다.
  3. 1937~ 영국 해군 출신 장교. 이 분야 연구자료를 위하여 오랫동안 노력하긴 했지만 잠깐 관심을 모으고 잊혀졌다. 게다가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인 유모 손에 자란 어린 시절 때문에 친중적 사고방식으로 중국 찬양이 너무 짙다는 평이 많다.
  4. 사실 정화 함대 중 가장 멀리 간 것은 본대에서 갈라져 나온 분대로 보여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고, 그 관련 기록이 후대에 검열당해 일부분이 삭제되면서 정화 함대가 어디까지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린을 데려왔다던가 케냐에서 중국 교역의 흔적이 발견된다든가 하는 점 등을 보아 동아프리카 탐사까지는 확실시 되고 있다
  5. 그래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무슬림 항해사들이 미대륙을 먼저 발견했다는 발언을 함부로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
  6. 2차의 디우 해전-오만 걸프 해전-인도양 해전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세력의 인도양에서의 연패기록 중 하나. 이 인도양 해전에서의 연패는, 결국 인도와 유럽을 잇던 무역로 독점으로 부를 축척하던 오스만 제국(과 베네치아)의 상업기반과 경제적 기반을 풍비박살내어 버리며, 대항해시대로 떠오른 포르투갈-네덜란드 상인의 시대를 열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