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익진

진법의 일종. 이 날개를 펴는 모양을 진으로 응용하여 만든 것이다. 말 그대로 상대를 원을 그리면서 둘러싸는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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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은 전사에서 기진奇陣으로 유명한 망치와 모루(핀서 클로우)의 전법에서 내려치는 망치를 2개로 하여 우회와 포위를 겹으로 구사하는 방법이다. 한니발 바르카가 칸네벌판에서 우수한 기동 기마군 2부대를 이용하고 자신의 백전연마 노장들을 모루로 사용하여 승리를 거뒀던 전법이다. 서양인들은 이를 흔히 이중포위라부르지만 실은 학익진 기본에 예비군단 2개를 추가로 운용하여 포위진을 완성시킨 형태다. 즉,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월한 기마병의 기동성을 이용한 육상의 진법이란 것이다. 서양과 동양에서 완성은 서로 다른사람이 했지만 같은 전술

이순신이라는 조선의 희대의 치트키 때문에 많이 오해를 받지만, 군법시용집이라는 에도 때의 군학서에 따르면, '다수가 소수를 상대하기 적합한 형태로 적보다 많은 군세로 적을 포위하여 섬멸할 때 쓴다. 아마 치트공이 이 진법을 사용한데에는 화력의 우위가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한산도 전투가 사실 조선측 함대가 조금 숫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견내량으로 그냥 진격하면 발릴 뿐이었겠지만...

참고로 학익진은 적을 포위할 목적이라 대열이 얇아진다. 그러므로 측면이 뚫리면 적에게 후방이 노출되어 매우 불리해지게 되므로 측면에도 예비대를 일일이 배치해야 한다. 게다가 학익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전술 훈련과 병사들의 숙련도도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숫자가 많으면서도 정예병력이 있어야 칠 수 있는것.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풋내기 시절 이것을 모르고 학익진을 썼다가 당대 일본 최고의 무장 다케다 신겐에게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배했다.

어린학익진은 물고기의 비늘이 벌려진 것 같은 대형과, 학이 날개를 편 모양과 같은 진형을 말한다. 어린은 물고기 비늘처럼 잇대어 있는 진형이며, 이를 첨자찰(尖字札)이라고도 한다.

학익진을 쓴 대표적인 예로 한산도 대첩이 있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했다는 말은 학익진을 해군에 최초로 적용했다는 것.[1] 이 진은 육전에서는 대형을 횡렬로 형성하는 일자진의 형태이다. 해전에서는 단순한 학익진보다는 초승달 형태의 어린학익진(魚鱗鶴翼陣)을 쓰게 되어 있고, 실제로도 이순신은 어린학익진을 사용했다. 다만 그 진법이 학익진과 비슷하므로 모든 사료에서 학익진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산도 해전의 무대인 견내량은 지형이 좁고 암초가 많아 해전에 불리한 곳이었다. 조선 수군은 그곳에서 한산도 앞 넓은 바다로 적들을 유인한 뒤, 학익진을 펼쳐 적선을 포위하였다. 왜선은 학의 날개와 같은 진형 안에 갇혀 47척이 격침, 12척이 나포되었으며 수많이 왜병이 실종되거나 익사했다. 게다가 기록에 따르면 50척의 판옥선이 모두 포위망에 투입된 탓에 전선급 예비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진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져 후방이 노출된다면 망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것. 왜 그런가 하면 판옥선은 평자선. 즉 배 밑바닥이 평평한 탓에 선회력이 우수했고. 화력의 집중을 위하여 한 쪽에 화포를 사용한 후 제자리에서 선회해 그 동안 장전을 마친 반대편의 화포를 사용했다. 즉 학의 날개가 찢겨나가 한 척이라도 포위망을 빠져나가게 된다면 아군의 화력이 분산되고 적군의 화력에 아군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학익진법은 한산도 해전 외에 당황포·안골포·율포 등의 해전에서도 이순신이 즐겨 사용했다.

다만 이순신은 학익진 하나만을 고집한 전술을 구사한 것이 아니라, 어린학익진과 팔진기문법(八陣奇門法) 등과 함께 활용하여 전술의 다양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전투진은 지리와 수의 우세한 위치, 또는 그 형세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켜 운용하였다. 즉, 세계적으로 중세시대이던 그 시절에 현대 전투의 상식인 화력을 기반으로 한 포위 및 섬멸작전을 그것도 완벽하게 해상에서 이뤄냈단 것이다. 아무리 봐도 군신이 틀림없다 이렇게 화력을 집중하는 전술을 기용할 때 학익진이 가지는 또 하나의 강점이 있는데 이는 리델 하트의 발언에서 나온다. 리델 하트는 포위 섬멸전에 있어서 중요한 명제를 '최대 횡진이 최대 화력을 보장한다'라고 했는데 해상전과 같은 란체스터 법칙이 적용되는 전투에서는 화력의 집중과 우세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적의 기동을 방해하고 근접전에서의 수적 우위를 보장할 뿐더러 화력의 면에서 제곱 단위로 적용되게할 수 있는 최대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함대 기동을 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양익이 기동성과 충격력을 충분히 가져야 하고, 중군은 모루로서 강한 저지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 모순된 능력을 동시에 보이며 압승한 한산도 대첩을 보면 이 수사 영감이 부하들을 얼마나 혹독하게 굴렸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훈련과 군기를 사랑하신 우리 제독님!!!

박명수가 아주 좋아하는 단골 멘트다. 어떤 것에 영향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뜬금없지만,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에서도 카르타 이슈가 사용하는 것으로 이 학익진이 나왔다 (...) 그 외에도 장사진, 봉시진 등등이 나왔다(..)

참고: 단종진
  1. 즉 임진왜란을 다룬 창작물에서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비롯한 왜장들이 '저게 대체 무슨 진형이냐?'라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진형이라고 놀라는 것은 사실상 고증오류에 가깝다. 그들도 장수이므로 육전에서 쓰는 학익진이란 진형 자체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바다 위에서 함대로 학익진을 펴다니, 저게 가능하단 말인가?"라는 식의 탄식이 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