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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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여러가지 게임을 하나의 롬팩 안에 집어넣은 것. 전 세계적으로 콘솔게임 업계에서 유명한 물건으로, 영어권에선 'Multicart'라고 불린다.

물론 대부분의 합팩들은 여러 제작사들의 게임들이 하나에 섞여 있었으며, 그 제작사의 라이센스같은 건 없는, 저작권이고 뭐고 다 개나 갖다줘 버린 불법 해적판 카트리지들. 저작권 관련 법규가 허술하고 인식도 얕았던 시절 대만, 중국 등의 나라들에서 특히 만연했던 흑역사로, 위의 스크린샷을 보면 알 수 있듯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다.[1]

이런 합팩들의 경우, 특히 패미컴판에서 잘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제목의 일부 혹은 전부가 잘려 나가거나 제작사의 이름이 지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합팩에는 꼭 들어가는 게임 중 하나였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의 경우 보통 게임제목과 닌텐도 라이센스가 사라져 있다.

전세계에서 판을 쳤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정품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도 이런 합본을 정품으로 알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백화점 등의 게임 코너에서는 대놓고 팔기도 했다. 당장 2005년까지도 강변 테크노마트에서는 이런 불법 합팩들을 살 수 있었다.(...) 지금 보면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이걸 파는 사람들조차 정품인지 해적판인지 모르던 경우도 꽤 있었다.[2]

주로 MSX/겜보이(세가 마스터 시스템)/패미컴/게임보이 같은 8비트 게임기에 있었으며, 일단 인기있는 기종이면 대부분 만들어졌기 때문에 슈퍼패미컴이나 GBA 등의 합팩도 존재한다. 특이한 것은 메가드라이브용으로 있었던 합팩인데, 메가드라이브의 하위호환 기능을 이용하여 내용물은 세가 마스터 시스템 게임들을 여러개 묶어놓은 합팩이다. 그러나... 메가드라이브의 북미판인 제네시스에는 역사상 최악의 합팩[3]이 있으니...

몇십~몇백가지의 게임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숫자만큼의 게임들이 있는게 아니라, 게임 이름 뒤에 숫자가 붙으면서 그 게임의 시작 레벨을 해킹한 형태로 목록상에 있는 게임 숫자를 불려놓은 형태이다. (이런 피해를 많이 입은 대표적인 게임이 킹스 밸리) 패미컴 후기로 가면 게임 달랑 6개 넣어놓고 1000000-in-1을 만들어 나온 정신나간 물건마저 존재할 정도여서 일반적으로 숫자가 너무 큰 합팩은 사면 손해본다는게 당시 사람들의 경험담. 아주 가끔이지만 진짜로 6~70개의 게임이 포함되어 있는 비교적 양심적인(...) 합팩도 존재하며, 이런 것을 구하게 되면 그야말로 대박. 대표적인 것이 64-in-1로 불리는 "64가지 게임"(가칭)과 이와 비슷한 52가지 게임(액션 52와는 다르다. 착각하지 말자.), 그리고 76가지 게임이 있다. 패미컴 합팩 중에서는 이 셋이 가장 양심적인(?) 합팩으로 꼽히는 듯.

겜보이의 경우는, 실제 세가 마스터 시스템 전용 게임은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하위 호환이 되는 SG-1000이 MSX1과 하드웨어 구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MSX용 롬팩 게임들을 컨버전한 형태로 집어넣은 경우가 꽤 많았다. (경악스럽게도 재미나 같은 회사 뿐 아니라 겜보이를 유통한 삼성전자에서 나온 합팩도 이런 형태로 나오기도 했다. 개발원은 하이콤이고 유통만 삼성전자였지만)

MSX랑 겜보이의 경우는 국내에서 만든 합팩이 많이 돌아다녔고, 패미컴의 경우는 대만이나 홍콩제 해적판 합팩들이 많이 돌아다녔다. 패미컴의 경우 한두 곳의 거물급 해적판 업자가 팩에 일련번호까지 일일이 붙여가며 대량의 합팩을 찍어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식의 합팩 중 나름대로 유명한 것이 'JY 시리즈'라 불리기도 하는 'SUPER HIK' 시리즈. 주로 아시아권에서의 유통이 주가 되었으나 'SUPERVISION' 등의 몇몇 간큰 회사들은 미국으로까지 건너갔고, 결국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에서는 이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치뤄야 했다. 닌텐도에서는 이들을 박멸하기 위해 온갖 캠페인과 수색 폐기, 고발 등을 행했으나 결국 합팩이 근절되는 일은 없었다.(…)

패미컴이 사장된 뒤에는 패미컴의 클론 안에 내장되어 있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급증했으며, 한때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게임코너를 휩쓸었던 국산 패미클론들이 대부분 이런 형태를 취했다. 그렇다고 합팩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는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어서, 2000년대 후반까지도 고전적인 형태의 패미컴 합팩이 계속 생산되어 나오는 것이 발견되곤 했다. 또한 합팩이 나오는 범위도 점점 넓어져서 게임보이 어드밴스 시대에 합팩이 상당히 들끓었다. 인터넷에 GBA용 합팩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영어 사이트가 개설되었을 정도였다. GBA용 합팩은 대부분 진짜 GBA 게임은 10개 이하에, 나머지는 GBA용 패미컴 에뮬레이터 PocketNES를 해킹해서 돌리는 패미컴 게임으로 채운 것이 많았다.

그렇게 질기게 명맥을 이어가던 합팩이었지만, 롬팩을 매체로 하는 게임기들은 결국 시대가 지남에 따라 모두 퇴역했고 이에 따라 고전적인 형태의 합팩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합팩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완전히 죽었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중국에서는 결국 게임 내장형 패미클론이 잘 팔리는지는 둘째치고 어린이용 완구의 한 장르로서 거의 정착하다시피 했기에, 이런 것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아직까지도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패미클론에 내장된 형태로 계속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것도 유행을 따라간답시고 중국 업체에서 발매한 게임기 내장형 합팩에 강남스타일을 재현해서 집어넣은 것까지 발견되었을 정도다. 링크의 888888-in-1을 참고. 실제 동영상은 이쪽

다만, 합팩들 중 일부는 게임을 제작한 업체가 직접 그 업체의 작품을 합팩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액션 52, 게임 파티, 코나미 GB 콜렉션 등이 있다. 물론 이들은 저작권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액션 52의 경우 닌텐도의 인가를 받지 않아 제작자의 저작권 문제는 없어도 닌텐도와 문제가 있을 여지는 있다.

합팩들 중엔 메뉴화면에서 특유의 음악이나 그래픽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중에선 제법 특이하고 나름대로 볼만한 것들도 있다. 칩튠이나 게임기 특유의 소리나 그래픽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찾아보자.

2 목록

3 관련 항목

  1. DSTT, R4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이것들은 유저 본인이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이 하려는 게임을 카트리지에 구겨 넣었던 경우.
  2. 어찌보면 옛날 이야기도 아닌 것이 지금도 지하철은 물론이고 대형서점에서도 판권따위 밥 말아먹은 DVD 리핑판이 얼마든지 버젓이 팔리고 있다. 정부에서 저작권 관련 교육과 홍보를 하나도 안했기 때문.요즘에도 관련 교육과 홍보가 시궁창인건 마찬가지지만
  3. 사실 이 물건은 최소한 본인들이 직접 제작한 게임을 팔아먹은 것이니 여기서 정의되는 합팩보다는 훨씬 도덕적이다. 액션 52의 유일한 법적 하자는 제작사의 라이센스를 받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게임의 질을 따진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