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월

許越

생몰년대 미상

신라 말, 고려 초기의 승려.

원래 명주(지금의 강릉)일대를 다스리는 호족[1]이었고 명주를 다스리던 김순식의 아버지였으나 불가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고 개경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왕건이 쿠데타로 궁예를 타도한 뒤에 자신에게 항복하지 않고 반항하던 김순식을 회유하기 위해 그에게 아들을 설득할 것을 부탁했고, 허월은 아들을 설득해 결국 왕건에게 항복하게 된다.

태조 왕건에서는 가끔씩 등장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나온다. 아직 양길의 휘하이던 궁예가 명주성을 공격하기 직전, 양길의 호출로 북원으로 돌아가던 중에 처음 등장한다. 허월은 미친 중같이 행동하며 궁예에게 위선떨지 말라느니 계속 호통을 치거나 하는데, 궁예에게 스승인 범교스님이 열반에 들었다는 소식을 전하거나, 은근히 현 상황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는등 뭔가 보통인물이 아니라는걸 암시한다. 허월에게 술자리도 제공하던 궁예는 이 사람이 범상치 않은 인물인걸 알고 계속해서 이름을 물어보는데, 일단 허월은 다음날 알게 될거라며 대답하진 않는다. 여기서 허월은 독주를 엄청나게 마시는데, 단순히 술이 좋아서 계속해서 마시는 것이 아닌, 뭔가 괴로운 선택[2]을 해야하기에 이러는 것이라는 걸 암시하더만 마지막에 명주를 너에게 주겠다는 발언을 한다.

그 다음날 허월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사실 허월은 김순식의 아버지였다. 일부러 미친척 하고 궁예 진영에 돌아다녔던건 사실 궁예의 됨됨이를 알아보기 위한 것. 궁예가 호걸이라고 판단한 허월은 아들 김순식을 설득해 궁예에게 항복하게 한다. 이 때 궁예군은 식량이 다 바닥난 상태였기에, 당장 명주를 점령하지 못한다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었고[3], 그만큼 궁예측은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허월 덕분에 죽다 살아난셈.

이후에는 송악의 팔관회를 구경하러 오는데, 이때 왕건에게 도선대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호족들과의 잔치 때 왕의 기가 서린 송악은 궁예의 땅이 아니라 왕건의 땅이라며 호족들을 당황하게 하더니, 호족 유천궁에게 딸을 시집보낼 거면 빨리 왕건에게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언을 해준다.이 유천궁의 딸이 왕건의 첫째부인인 유씨부인(박상아 분).

왕건의 나주상륙작전이 실행되고, 아지태의 감언이설로 인해 궁예가 망상에 사로잡혀 철원으로 도읍을 옮긴다는 발언을 하여 정치판이 흉흉할때 다시 등장하는데, 이 때 허월은 종간에게 학자 박유를 추천해준다. 그리고 64회에 석총과 친구사이임이 밝혀지는데, 왕건에게 가출한 유씨부인이 어디있는지 알려준 다음, 석총과 함께 궁예의 법회에 참석한다. 석가모니를 도둑이라고 비하하는 궁예의 망언에 분노한 석총이 일어설려고 하자 허월은 석총을 말린다.

67화에서 석총과 허월이 궁예의 타락을 탄식할때 석총이 허월에게 그때 명주성을 주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때 허월은 사실 궁예가 진짜 미륵의 재목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으며, 그저 진짜 미륵이 오기전에 세상을 맡을 인물에게 명주성을 준 것이라고 밝힌다. 사실 극초반에 허월은 궁예에게 자네는 욕망과 분노를 숨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복선이었던 것.

이후 궁예가 폭정을 펼치다 결국 강비와 아들들 까지 죽였을 때, 형미와 함께 다시 등장하는데, 형미는 처형되었으나 허월은 명주를 얻을수 있게 해준 공로와 아들인 김순식의 존재를 감안해 그냥 풀려난다. 이때 종간에게 형미가 유명한 고승이라는걸 알려주고선, 형미를 처형할 경우 민심이 더욱 흔들려 국가가 오래가지 못할거라는 경고를 한다. 실제로 그렇찮아도 강비 처형사건때문에 반역을 모의하던 장수들이 이 사건이후 더욱 반역 준비를 서두르게 되었다는걸 감안하면 정확한 예측이긴 했다. 종간도 이를 받아들여 궁예에게 최소한 처형을 뒤로 미룰걸 요청하나, 궁예는 그대로 형미를 처형해버린다.

왕건의 역성혁명 이후 친 궁예계의 호족/장군들의 반란이 이어지자 친 궁예쪽이었던 김순식도 "이 반란군놈의 새키들, 네들 거 꼼짝말고 있어! 내 군사를 일으켜서 니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 버리겠어!"라며 군사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왕건의 요청도 있고, 자기 자신도 거기에 동의해서 김순식을 설득하였다.

요약하면 드라마에서는 줄거리에 큰 영향은 없지만, 예언자격으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단, 도선대사처럼 정말로 미래를 예측하는 그런건 아니고, 정세에 매우 밝으며, 인물 보는 눈이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다.
  1. 780년대 원성왕대 왕위쟁탈전에 밀려나 명주장군으로 봉해진 김주원의 후손으로 진골이다.
  2. 아무리 허월이 권력도 다 내던지고 야인으로 산다고 하지만, 생판 남인 궁예에게 자기 가문의 기반을 바친다는건 쉽지 않은 선택인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들과 가문이 권력을 잃고 몰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다행히 궁예는 각종 지원만 받아가고 명주지역의 통치를 그대로 김순식에게 맡겼기에, 김순식은 그대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3. 게다가 6백기 정도나 지원 받은 궁예와 달리, 명주에는 수천 명의 군사가 있었다. 공성전은 공격측이 엄청나게 많아도 불리한데, 방어측에 비해서 숫자가 우월하지도 않은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