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비

• 한국사 관련 정보

康妃
(? ~ 915년)

1 소개

고려/마진/태봉의 역대 왕비
신라 51대 진성여왕비 혜성대왕 /태봉 건국	←	궁예비 강비	→	고려 건국 태조비 신혜왕후

후삼국시대의 인물로, 태봉의 왕 궁예의 왕후. 왕후 강씨로 불리고도 한다.

2 파란만장한 일생

정확치는 않지만 황해도 신천군 출신이라고 한다. 기록상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지리적인 여건으로 본다면 송악의 왕건과 집안끼리 교류했거나 적어도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녀가 언제 궁예의 왕비가 되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궁예가 후고구려를 세우고 송악에 도읍하면서 왕비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궁예가 신천 출신인 그녀를 왕비로 삼은 것은 지금의 황해도, 평안도 일대인 패서(浿西, 평안도) 호족들과의 연합을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녀가 정사 기록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부분은 삼국사기 궁예열전에 단 몇 줄 뿐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궁예가 폭정을 일삼자 강비가 "옳지 않은 일을 많이 한다"라고 간했다고 한다. 그러자 궁예는 "네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니 어찌된 일이냐"라고 하면서 강비의 음부에 쇠방망이를 달궈 쑤셔 죽였다는 끔찍한 기록이 그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낳은 궁예의 두 아들(청광, 신광)도 죽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왕비를 폐해 쫓아내는 일은 있어도 죽이는 일은 극히 드문 데다가 왕비가 낳은 아들들까지 모조리 죽였다는 점에서 궁예의 광기가 극에 달했다고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해석도 있긴 하다.

강비가 패서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패서 호족들을 대변하는 입장에 서 있었을 것이고 궁예의 왕권 강화 과정에서 패서 호족들이 밀리게 되자 이를 막으려다가 궁예가 그녀를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태자들까지도 죽음을 당했다는 점에서 그녀가 궁예를 밀어내고 태자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액션을 취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결국 그녀의 죽음으로 패서 호족들과 궁예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왕건의 역성혁명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3 관련 설화

묘하게도 설화에서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다르다. 강원도 철원군쪽의 설화에서는 그녀가 원래 왕건의 배필감이었다가 궁예에게 시집갔지만 왕건을 못 잊어서 왕건과 밀통하다가 죽음을 당한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궁예의 폭정이란 것도 실은 궁예의 잘못이 아니라 강비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경기도 가평군쪽의 설화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강비가 궁예에게 폭정을 그만둘 것을 간하다가 궁예의 노여움을 사서 역사와는 달리 가평의 산으로 유배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후에 궁예가 왕건의 역성혁명으로 도망치게 되면서 자신에게 충언을 한 강비를 잊지 못해 강비가 유배된 가평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강비는 죽은 뒤였다고 한다. 가평에는 강비가 유배된 산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강씨봉이 있으며 궁예는 강씨봉을 내려와서 다른 산으로 올라갔는데 이 산에서 강비의 죽음과 망국의 슬픔에 대성통곡하자 산도 따라서 울었다는 명성산이 있다.

4 영상 매체 속 강비

이광수의 마의태자에서는 강비에게 "강난영"이라는 이름을 주고 무예와 지략이 출중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궁예의 폭정에 실망해 왕건과 밀통하다가 결국 궁예에게 죽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이광수 특유의 "조선민족은 안 될 거야 아마"의 사상에 입각한 것으로 해석돼서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는 김혜리가 연기했는데 이 배역에는 강수연, 김지수, 김혜선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고사하여 김혜리가 천신만고 끝에 낙점되었지만 용의 눈물 이후 KBS 1TV 대하사극에 3연속으로 투입시켜 비난을 받았다 . 작가가 지은 '연화'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데,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처형 직전까지 연화가 본명인 줄 착각하기 딱 좋도록(...) 연화라는 이름으로 밀고 간다. 그러다가 처형되는 장면의 나레이션에서 '얘 원래 이름은 강비인데 진흙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의 이미지랑 얘가 비슷해 보여서 연화라고 가명을 지었음' 이라고 밝힌다.

철원지역의 설화에서 전해 내려오는 왕건과의 정혼 이야기를 따왔다고 나레이션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녀는 왕건과 정혼한 사이였으며 실제로도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를 왕후감이 아니라고 본 왕륭은 차일피일 혼사를 미루면서 사실상 왕건과의 정혼을 깨뜨린다. 그 과정에서 궁예의 책사인 내원 종간의 천거에 의해서 궁예의 왕후가 되었다. 관상에 밝은 것으로 나온 종간은 그녀를 보고 귀인의 상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왕건을 보고 궁예와 상극이 될 것임을 알면서 왕씨 일족의 세력을 꺾어 두려고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직 왕건과의 정혼이 성사되지 않았음을 알고는 그녀를 왕후로 천거한 것이다.

비록 마음에도 없는 왕후 자리에 올랐지만 극 중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궁예를 남편이자 임금으로서 정성을 다해 섬긴다. 자신의 딸이 왕후라는 점을 이용해 권력의 단맛에 취해가는 아버지 강장자를 나무라며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등 개념인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을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계자 교육을 명분으로 자신과 떼어 놓고는 만나는 것마저 제한당하는 등 밝지 못한 궁궐생활에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점차 광기에 물들어 가는 비정한 궁예의 모습에 실망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아버지인 강장자가 아지태의 역모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당하며 이에 앙심을 품고 만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왕건과의 정혼 사실이 아지태에 의해 폭로되면서 자신을 의심하는 궁예와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기 시작한다. 아지태는 정혼 사실을 폭로하는 동시에, 왜 강장자가 궁예를 몰아내고 태자들을 보위에 올릴려고 했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폭언을 하였는데, 궁예는 이를 두 태자가 사실은 자신의 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로 받아들였고, 점차 의처증이 심해지게 된다. 물론 강장자가 태자를 보위에 올릴려고 한 것은 그냥 자신이 권력을 쥐고 싶어서 였을 뿐이고, 작중 강비가 왕건을 사모하긴 했지만 강비나 왕건 모두 바람을 피울 인물이 절대 아닌 관계로 이러한 의심은 그냥 궁예의 망상일 뿐이었다.

강장자의 죽음 직후 어머니마저 실의에 빠져 목을 매 자살해서 눈이 뒤집힌 강비는 궁예에게 가서 폭언을 퍼붓고 둘은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와중에 강비가 막내 아이를 출산하는데 궁예는 이미 위의 두 아들도 때려 죽일 것으로 결심을 굳혔는지 새로 낳은 막내라도 자신의 핏줄을 이을 아들로 제대로 키우겠다며 순백이라는 이름을 짓고 아이를 빼앗아 가버린다. 이 아이는 궁녀가 몰래 숨어서 길렀는데 왕건에게 발견된다.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충고하는 것도 물리치고 아이의 목숨을 살리는데 나중에 고려의 관리가 된다.

강비는 어머니의 장례에 문상을 온 왕건에게 대범하게도 "궁예를 몰아내고 옥좌에 오르라"고 권하고, 왕건이 놀라서 이를 거절하고 가 버리자 이제 나라에 희망이 없다며 좌절한다. 여기서 이 대화를 엿들은 궁인이 은부에게 다 일러바치는 바람에 역모죄로 궁예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극 중에서는 내원의 수하인 내군장군 은부가 정보수집과 감시를 위해 심어둔 정보원으로 등장한다. 죽기 직전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궁예에게 폭언이지만 바른 말을 하고 왕건에게는 자기 때문에 안 좋은 일에 말려든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궁예는 역사 기록과 거의 유사하게 강비를 불에 달군 법봉으로 검열삭제를 달궈 처형하도록 명한다. 미륵의 아내로서 영 좋지 않은 곳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랬다 카더라. ??? : 뭐요?! 물론 극중에서는 그 장면 자체는 가림막으로 가리지만 가림막을 치워 보니 치마의 검열삭제 윗부분이 불에 그을려 있다.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강비가 간통죄를 뒤집어 썼다는 이야기를 한다. 굳이 그런 민망한 방법으로 처형한 것은 "더러운 것은 모두 태워서 없애야 한다"는 이유. 드라마에서는 이 때 옛날에 왕건이 줬던 목걸이를 손에 꼭 쥐고 죽으면서 강비가 여전히 왕건을 사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시체는 산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데, 형미 대사가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고 이 일로 덜미를 잡혀 결국 형미 대사도 궁예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후 환선길의 부인은 강비가 처형당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는다(...) 듣고 있던 환선길은 그게 뭐가 우습냐고 한 소리 한 다음에 궁예가 너무 심했다고 한탄한다. 종간이나 은부 정도는 아니지만 궁예에게 충성을 바치던 궁예의 심복인 환선길이 그런 반응을 보였으니 다른 신료들이나 장수들의 충격이야 굳이 말 안해도 뻔한 것이었다.

심지어 종간마저도 궁예가 황후를 살해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우리가 잘못 생각하였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폐하께서는 실성하셨네. 병이 나으신 것이 아니야. 더해지셨어. 만인이 보는 앞에서 황후마마를 그렇게 죽이시다니...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실성을 하지 않고서는..."라고 말하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우려하였으며 은부 역시 "그렇사옵니다. 차마 입에 담기는 어렵사옵니다만은 어떻게 20여년을 함께 살아온 황후마마를..."하면서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다. 참고로 종간은 강비를 죽이는걸 별로 좋게 보진 않고, 되도록이면 유배 수준으로 끝내는게 좋겠다고 간언한 적이 있긴 했지만 강비의 목숨 보다는 이번 기회에 왕건을 죽이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두었고, 은부 역시 강비가 살아남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하며 왕건을 죽이는데 집중하였다. 이런 종간과 은부 마저도 궁예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아, 이 들도 '강비를 처형하더라도 최소한 황후로서의 명예는 존중해주며 처형하겠지' 정도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궁예는 제 딴에 법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려고 부인과 자식들을 끔찍하게 죽인 것이겠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이걸 법이 제대로 서 있다는 걸로 받아들이는게 아닌, '궁예가 완전히 미쳤구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궁예는 공포와 처벌을 통제방식으로 이용하였고, 그 떄문에 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는데, 그 희생의 대상이 궁예의 부인과 자식에게 까지 닿자, 밑의 사람들은 그 공포에 머리를 숙여봤자 어자피 법봉에 맞아 죽을거 차라리 궁예를 몰아내고 공포정치를 끝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이는 결국 4기장인 홍유, 배현경, 신숭겸, 복지겸의 혁명 모의로 이어지게 된다. 덤으로 궁예는 강비의 처형으로 껄끄러운건 다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비의 처형 이후 얼마 뒤, 왕건이 궁예를 몰아내면서 정말로 새로운 시대의 길이 시작되게 되었다.

작중 행적이나 캐릭터 성격으로 볼 때 상당히 이상적인 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강단있고 성품이 선하며, 거기다 현명하기까지 하는 등, 완전체에 속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 괜히 종간이 연화를 황후감으로 본게 아니었던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하필이면 아버지가 강장자였다는 것(...). 왕륭이 연화와의 혼례를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분명 연화 자체는 이상적인 여인이나, 그의 아버지인 강장자는 희대의 소인배이다보니, 그 강장자라는 인물이 사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왕륭은 강장자를 그냥 장사치로 살아야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예상대로 권력을 갖게 된 강장자를 수 많은 어그로를 끌어댄다. 양아들을 들여 궁예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다른 호족들과 신하들이 가혹한 노역 때문에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얘기할 때 백성들은 그저 소모품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거나, 궁예가 독화살에 맞고 사경을 헤맬때 복지겸을 찾아가 다음 황위 문제는 논할려고 하고, 나중엔 아지태와 손잡아 궁예를 몰아낼려고까지 하는 등, 차라리 없느니 만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담으로, 강비에 대한 국문이 시작할때 불멸의 크리넥스 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 궁예가 강비와 태자들을 죄인들의 자리로 끌어내라 하자 신료들의 얼굴이 비추는데, 이때 잘 들어보면 무전기 수신음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