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압

만화 바람의 나라의 등장인물. 적곡(赤谷) 사람들을 통솔하는 인물로, 그들로부터 '어머니'라고 불리고 있다.

2부 중반에 세류가 괴유를 찾으러 명림(冥林)에 들어섰다가, 가희가 보낸 늑대 무리[1]에게 습격당해 죽을 뻔한 것을 마로가 자신의 본거지로 데려온 직후에 처음 등장했다.

원래는 해명태자가 아직 살아 있던 시절에 신기가 있던 그와 자주 교류하던 '새타니'[2]였다. 해명을 오래도록 짝사랑하였으나 극복할 수 없는 신분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해명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혜압의 마음을 전부터 눈치채고 있던 해명이 자신이 자결하기 전날 밤에 그녀의 원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네 머리를 내가 얹어주겠다."며 동침을 제안했다. 그렇게 고작 하룻밤의 애틋한 사랑을 나눈 이후 해명은 자결했고, 혜압은 해명의 시신을 손수 염습하여 장례를 치렀다. 이후 해명의 사람들 중 유리왕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적곡으로 숨어들어온 이들을 통솔하게 되었다. 그리고 훗날 적곡으로 온 무휼에게 자신이 통솔하던 이들을 해명의 유지를 받들어 군사들로 내어 주었다.

여담이지만 평소에는 늙고 추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해명에 대한 정절을 상징하는 듯하다. 해명의 영혼이 이승에 올라와 대화를 나눌 때나 해명을 위해 굿을 할 때에만 본래의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온다.

세류를 구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휼괴유의 도움으로 흑귀사조 무리의 방해를 뚫고 적곡에 당도하자, 그에게 세류를 인도하고 적곡의 사람들을 정식으로 소개한 뒤, 마지막엔 명림의 원혼들을 달래는 굿을 하는 한편, 을 지르고는 그 속에서 산화한다. 이때 그녀가 새로 화해서 하늘로 올라간 것 같이 묘사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1. 그것도, 죽었던 늑대들을 언데드처럼 되살린 거라, 그 속이 썩어있어 성까지 품고 있었다. 가희의 심한 질투를 엿볼 수 있는 부분.
  2. 새 울음소리나, 또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점을 치는 일종의 무당.